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1
103화〉
프레
“팔이 붙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정말 유능한 힐러라면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치료하지 않는 법이었다.
먼저 포션으로 기본적인 신경과 근육, 혈관 따위를 회복시킨 뒤에 그것들이 서로 엉키지 않게 수술하듯이 천천히 힐을 써야 하는 것이 정석.
그러나 시우는 그런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
주변에 있던 힐러들이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도경후와 친한 사이란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이 시우의 실력을 입증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역시··· 미친개 어디 안 간 모양이군.”
“이 머털도사가 미쳤나. 그게 치료랑 뭔 상관이야.”
“크하핫. 길리온, 한번 움직여 보게.”
그런데 도경후가 뱉은 말에 다른 헌터들이 만류하고 나섰다.
“자, 잠시만요! 도경후 헌터님, 힐로 팔을 붙였다고 해도 움직이는 건 안 됩니다!”
“맞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해도 신경이나 근육이 잘 연결됐는지가 훨씬 중요한데···.”
“다들 입 좀 다물지? 길리온도 얼른 팔이나 돌려 봐라.”
길리온 역시도 미심쩍은 표정이었으나 도경후의 반복된 재촉에 어깨를 움직여 보았다.
“ㅡㅡ!!”
그녀는 화들짝 놀란 얼굴로 올리던 팔을 멈췄다.
“왜, 왜 그러세요 길드장님?!”
“역시 이상한 놈한테 맡기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래서 게이트 밖으로 나간 다음에 제대로 했어야···!”
길리온을 따르는 자들과 힐러들이 격분하며 소리쳤다.
힐은 만능이 아닌 법인데, 어째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했는지 이해되질 않았다.
이래서 올바른 치료 교육을 받지 않은 힐러들은 〈아가페 종단〉에서 제지해야 하는 건데···.
그러나 길리온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과는 판이했다.
“안 아파···.”
“예?”
그녀는 팔을 앞뒤로 붕붕 돌리고 스트레칭하듯이 관절을 당기기도 했다.
길리온의 멀쩡한 모습을 본 도경후가 혀를 차며 말했다.
“멍청한 새끼들. 자기들이 보고 들은 것만 마나의 정석이라고 생각하다니. 너희들이 그러니까 ‘그것’밖에 안되는 힐러인 거다.”
도경후는 시끄럽게 난리 치던 놈들에게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사람은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선 너머의 것은 볼 수 없다.
마법이란 상상한 관념에 의지를 부여해 현실로 구현하는 일.
‘그런 놈들이 본인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자빠졌으니, 더 성장할 여력이 있나.’
도경후의 쓴소리에 헌터들은 시우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시우는 그 모습에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도경후, 이 자식. 피곤하게도 사네.’
시우의 예상이 맞다면 도경후는 지금 후배들에게 ‘교육’을 시킨 거였다.
대한민국을 통틀어서 시우보다 마력 컨트롤이 좋은 헌터는 없었다.
그걸 눈앞에서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자산이자 계산할 수 없는 값어치가 될 터.
그때 길리온이 시우에게 다가왔다.
시우가 바라보자 길리온은 손짓, 발짓해 가며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녀는 시우를 꼭 껴안고 속삭였다.
“고마···워.”
그녀는 사실 평생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할 각오까지 마쳤었다.
아무리 좋은 포션을 먹고, 아무리 뛰어난 힐러를 찾아간다고 해도 그 한계는 존재했다.
심지어 그냥 잘린 것도 아닌 폭발로 어깨 아래가 떨어져 나간 것이었기에, 신경을 100% 살리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터였다.
그래서 희망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 남자는 1초 만에 그 모든 각오를 뒤집어엎고 순식간에 치료를 마쳤다.
그것도 완벽하게.
“재생 비용으로 지불한 것 치고는 너무 많은데.”
시우는 씩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헝클이듯 쓰다듬었다.
【암컷, 조심해라. 이놈 옆에는 이미 수많은 암컷이 번식하기 위해 대기를··· 읍!! 으으읍!!!】
프레의 헛소리에 시우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았다.
“그런데 머털, 너희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발록이라면 아직 살아 있는 거 알고 있다. 재생이 느려졌군.”
도경후는 놈의 기운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마기 소모를 막대하게 해 놨으니까 당분간은 재생하느라 바쁠 거다. 그것보다 곧 있으면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될 것 같은데.”
웨이브라는 말에 사람들이 흠칫했다.
“젠장맞을, 웨이브··· 마력 감지로 알아낸 건가?”
“어. 10분도 안 남았으니까 얼른 가서 준비해라.”
이 범람을 막아 내지 못하면 몬스터들이 출구를 통해 세상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S급 게이트는 웨이브가 몇 번이나 있을지 모르겠군.”
도경후는 검집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머털. 나는 이 악마 놈 처리하고 갈 테니까 먼저 가서 막고 있어. 그리고 이 꼬마 좀 빌리자.”
시우는 길리온을 가리키며 말했다.
160도 안 되는 키에 귀엽게 생긴 외모긴 했지만, 도경후나 최대수조차 그녀를 ‘꼬마’라 부르진 않았다.
대한민국 헌터 랭킹 4위의 자리는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기 때문.
작은 체구로 혼자서 A급 게이트 웨이브를 너끈히 씹어 먹는 실력은 다른 길드장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던 것이다.
수많은 헌터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ㅡㅡ ♪”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길리온은 시우가 부른 ‘꼬마’란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호선으로 그리며 웃기까지 했다.
“길리온은 여러 적을 상대할 때 꼭 필요한 인력이다. 저 악마를 죽이는데 꼭 있어야 하는 것인가?”
“한 10분 정도 빌리고 꼭 돌려주지.”
시우는 길리온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대답했다.
“알았다. 저 악마가 다시 나올 것 같으니 우린 이만 가 보겠다.”
도경후는 헌터들을 이끌고 재발리 출구 방향으로 향했다.
시우는 발록의 기운이 모여드는 걸 확인하고는 길리온에게 말했다.
“평소에 마력 소모 때문에 말을 아끼는 거야?”
“······.”
길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아직 ‘언령술’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 게 아닌가 보네?”
“······?”
어떤 능력들은 패시브 스킬처럼 늘 ‘발동 대기’ 상태인 경우가 있었다.
길리온의 언령이 그러했다.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들이 언령이 되고, 그에 따라 상황이 구현되고는 했기에 그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길리온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 줄어들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간단한 감정조차도 조심히 표현하게 되고야 말았다.
“언령을 스위치처럼 ON/OFF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
“ㅡㅡ?”
하지만 그녀는 감이 잡히지 않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크으아, 크이, 캑! 결국 나를 죽이진 못했는데에에에.』
그 순간 흉흉한 마기가 공중에 떠오르며 발록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리온은 흠칫 놀라며 긴장한 얼굴이었다.
팔이 터졌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몸을 살짝 떨기까지 했다.
시우는 그런 길리온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우를 올려다봤다.
“네가 [무량대수] 길드장이라며. 최대수는 아무한테나 자기 자리를 넘기지 않아.”
“······.”
“대한민국 랭킹 4위면 저런 놈 하나 찜 쪄 먹어야 하지 않겠어?”
“ㅡㅡ!”
길리온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스크를 내리고 단전에서 옹골찬 마력을 개방했다.
시우의 재생과 생령 부여로 마력이 차오른 덕분이었다.
“그리고 언령 술사는 가장 연비가 좋은 포지션이야. 예를 들어 적의 전신을 압박한다는 의지를 담아 언령을 발하면 어때?”
“~~~??”
길리온은 잠깐 고민했지만, 평소 자신이 하던 방식이기 때문에 뭐가 잘못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모든 마력을 혼자 감당해야 하잖아. 범위가 넓고 힘이 많이 들수록 술사도 금방 지쳐.”
『뭘 자꾸 떠드는데에에에에!!』
발록의 몸이 초고속으로 짓쳐들어왔다.
그는 분노를 때려 박기 위해 입 안 가득 마기를 그러모았다.
놈의 모습을 관찰하던 시우는 길리온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
“응, 그렇게 외쳐 봐.”
시우는 [타케미카즈치 : 번개의 뿌리]를 발동한 채 앞으로 내달렸다.
『케헤헤헤.』
발록은 마기를 한껏 응축시킨 뒤 시우를 향해 조준했다.
그리고 발사하려는 순간,
“아가리 다물어!!”
길리온이 마력을 품은 언령을 외쳤다.
발록의 입이 꽉 다물어지며 뿜어내려던 마기가 입 안에서 출구를 못 찾아 거세게 폭발했다.
푸아ㅡㅡㅡㅡ 아악!!
머리통이 송두리째 가루가 되며 몸도 반쯤 녹아내렸다.
시우는 발록의 남은 몸에 전격을 들이부었다.
소름 끼치는 섬전의 지직거림이 사위에 흩뿌려졌다.
『이게 아, 아닌데에에에!!』
놈이 몸을 재생시키며 온 힘을 쥐어짜 냈다.
회광반조의 불꽃처럼 마지막 혼신을 불태운 마기와 흉악한 격이 일대를 장악했다.
길리온은 그 기세에 짓눌려 공포감이 다시 솟구치는 걸 느껴야 했다.
‘공포는··· 어쩔 수 없긴 하지.’
발록이란 악마는 공포를 퍼뜨려 상대가 느끼는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놈이었다.
인간의 무의식과 근원에 기인한 두려움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발록의 공포도 강해졌다.
시우는 프레가 웬만한 상태 이상에 면역을 갖게 해 줘 공포에 먹히지 않았지만.
“10% 거의 가까이 됐지?”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그들이 말한 10%는 악마의 마기 총량.
프레의 말이 떨어지자, 시우는 단전을 열어 마력을 전신에 쏟아 냈다.
거대한 폭포수 같은 생기가 근육 곳곳으로 활기차게 뿜어지며 서늘한 감각을 전했다.
시우는 격을 한 꺼풀 개방했다.
콰ㅡㅡㅡㅡ 아아앙!!!
발록의 흉악한 격을 내리누르고 놈의 공포심마저 찢어발길 무시무시한 기운.
길리온은 난생처음 마주한 방대한 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우는 발록의 눈앞으로 몸을 날렸다.
발록 역시도 길리온처럼 뜻밖의 상황에 제때 반응하지 못했다.
시우는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빠드득!
발록의 목을 비틀어 뽑을 듯 어마어마한 힘이 전해졌다.
“마(魔)를 다루는 것들도 기본적으로는 생령 에너지가 있다는 거 알아?”
시우는 얼음장 같은 눈빛으로 발록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이든 마족이든 몬스터든 ‘마나’를 받아들이는 존재들은 몸에 코어가 생기거든.”
그는 발록의 몸에서 생령 에너지를 뽑아냈다.
금빛 안개 같은 것이 손끝으로 빨려 들어가며 시우의 몸을 밝게 빛냈다.
『크허··· 크으!』
점차 야위어 가며 가죽만 남은 발록은 시우에게서 떨어지려 안간힘을 썼다.
“내 친구가 먹보라서 뭐든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게 있거든.”
시우는 프레를 바라봤다.
프레는 작은 인형 같은 몸을 발록의 면전에 대고 입을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프레의 몸 주위로 새까만 마법진이 구현되더니, 그 안에서 아득한 어둠과 함께 까만 손 하나가 솟구쳐 나왔다.
『이, 이건 이상한데에에···.』
그 손은 발록의 가슴팍을 통과해 휘저으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크, 크허··· 아, 안돼에에에에!』
악마의 짧은 단말마가 울렸다.
그러나 프레는 그 울음을 무시한 채 코어를 끄집어내 한입에 꿀꺽 삼켰다.
발록의 몸은 생령 에너지도, 마기도 모을 수 없는 상태가 되자 한 줌 재로 흩어져 사방으로 나부꼈다.
시우는 프레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복수하니 기분이 어때?”
프레는 새삼 뭘 물어보는 거냐는 듯 날개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대답했다.
【기분이가 좋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