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05
107화〉
크롤
「속보입니다! 새벽 2시경에, 게이트에 진입했던 대한민국 헌터들이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나왔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S급 게이트〉는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써, 대한민국은 열 번째 발생국이 되었습니다.」
앵커와 헌터 튜브의 BJ들은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척이나 들뜬 목소리로 이슈를 전했다.
대한민국의 〈S급 게이트〉 클리어 소식은 전 세계 신문 1면에 실렸으며, 거의 모든 뉴스에서 헤드라인으로 빠르게 전달됐다.
「최대수 대통령은 게이트에 참가했던 헌터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고, 사망한 헌터의 유가족들에겐 예우를 담은 장례식과 보상금을 전달하겠다 약속했습니다.」
「〈강원 S급 게이트〉라 명명된 이번 악재에는 [헵타그램]의 길드장들과 길드원들, HMCS 헌터들, 헌터 협회 헌터들이 참가했으며, 외국에선 유일하게 〈독일 헌터 협회〉의 헌터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었습니다.」
게이트에 진입하고 클리어하기까지 20시간.
세상은 다시 어두워져 있었다.
밖으로 나온 헌터들은 죄다 진이 빠져서 대충 아무 데나 걸터앉거나 누워 잠들었다.
정부에서 급파한 힐러들과 사건 경위를 파악할 각 기관의 헌터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다.
“안에 들어가서 마정석 채취를 먼저 해야겠군.”
“시체 수습과 실종자 수습이 먼저겠죠.”
육군 참모 총장 양준모 헌터가 마정석 이야기를 꺼내자 옆에서 듣고 있던 백건호가 반박했다.
“백 헌터님. 저들의 숭고한 목숨을 앗아 간 건 대한민국의 ‘전력 부족’ 탓입니다. 게이트가 사라지기 전에 마정석을 먼저 채취해 전력을 강화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숭고한 목숨을 바친 자들을 먼저 챙기는 게 어떻습니까? 마정석은 돈 주고도 살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만.”
양준모 참모 총장은 짜증이 치밀었다.
장·차관 급도 아닌 자가 자신의 말에 토를 달자 화가 올라온 것이다.
“국방부 장관과 행안부 장관, 법무부 장관, 마지막으로 국무총리의 허락을 받은 사안입니다. 〈S급 게이트〉의 뒷정리는 저희가 지휘합니다.”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각성자 범죄가 일어난 장소의 권리는 국제법상 HMCS가 우선합니다.”
양준모의 이마에 핏줄이 불거졌다.
“그딴 사건 우리 알 바 아닙니다. 지역 파출소 소장이랑 같이 들어갈 테니 HMCS는 좀도둑이나 잡으러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참모 총장이라는 분 입이 조금 험하시군요.”
“미안합니다. 군인들은 평소에도 군기가 바짝 들어 있어 그렇습니다.”
양준모가 이렇게까지 국방부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마정석을 비롯한 각종 이권을 독점하기 위해.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백건호가 꼴 보기 싫어서였다.
사실 국방부 고위급 내에서 HMCS의 인식은 많이 안 좋았다.
이유는 HMCS에서 지난번 〈나락〉을 급습할 때 뇌물 수수 혐의로 군 간부들을 잡아넣었기 때문.
군인들의 이미지를 깎아 먹은 일등 공신이 눈앞에 있는데 육군의 수장으로서 순순히 물러날 수 없었다.
“아무튼 우리는 마정석과 몬스터들의 사체 조사를 먼저 하겠습니다. 국익을 위해서니 양보해 주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기관들과 협동해···.”
“양보 못 하는데.”
그때 나른한 음성이 둘의 대화를 끊어 냈다.
20대 초중반이나 됐을 듯한 차가운 인상의 젊은 남자.
양준모는 상대를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너, 뭐야? 뭔데 어른들 대화에 껴들어서 반말질이야아!!”
그는 노발대발하며 시우에게 소리 질렀다.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수많은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
시우는 대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전에서 게이트 허트를 처리하는 통에 가장 늦게 나와 피곤함이 한가득했다.
게다가 안에서 전투도 많이 했고, 마력도 많이 소모해 그야말로 녹아웃되기 전.
“소리 안 질러도 다 들리거든. 네 마음대로 해라.”
시우는 존칭이나 존댓말도 없이 내뱉고는 손을 휘저었다.
어지간해서는 기본적인 예의라도 갖추겠지만, 양준모의 말이 그의 심기를 거슬렀기에 약간의 존중도 하지 않았다.
“이 미친놈이, 육군 참모 총장이 우습게 보이냐!!”
“어어ㅡ 진정합시다!”
양준모가 발끈하고 덤비려 하자 백건호가 황급히 팔을 들어 만류했다.
“뭐야?! 당신네 소속이야?! 저런 버르장머리는 지금 고쳐 놔야지, 저 개같은 자식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먼저 진정부터 하십시다!”
시우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그를 무시했다.
그때 게이트에서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강여화, 민시준, 길리온, 추하민이 소란스러움 때문에 시우를 발견하고는 황급히 다가왔다.
“스승님, 어디 다친 데는 없으세요?”
“왜 이렇게 늦게 나왔어, 형.”
“ㅡㅡㅡ♪♪!”
“수고하셨습니다, 스승님!”
시우는 그들을 향해 피식 웃었다.
【다들 나를 반기니 쑥스럽다.】
“야, 네가 아니고··· 아니다.”
시우는 얼른 씻고 잠이나 자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이 문제는 해결해 놓고 가야지.
빠가아악!
그 순간, 시우의 뒤통수를 무언가가 둔탁하게 때렸다.
“스, 스승님!!”
“당신 이게 무슨 짓이야!”
양준모는 씩씩거리며 시우의 머리를 주먹으로 몇 대 더 후려갈겼다.
나이도 어린 새끼한테 무시를 당했단 생각에 화가 가라앉질 않았다.
턱.
그때 시우가 양준모의 주먹을 붙잡았다.
“하··· 이제 정리 좀 해 볼까.”
“뭐? 뭐 이 새끼··· 끄아아악!!”
우드드드득.
양준모의 손가락뼈가 죄다 으스러지며 과자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시우는 이어서 손목과 팔꿈치, 어깨로 차근차근 올라가며 뼈를 부서트렸다.
“끄, 끄아아아악! 끄그아아아악!!”
“시끄럽네. 다른 사람들 다 쳐다보잖아.”
“이봐, 당신!!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정부 헌터들과 국방부 측 헌터들이 다가오더니 시우를 만류하려 했다.
시우는 품에서 수첩을 꺼내 그들에게 들어 보였다.
“〈HMCS 국제 총본부〉 상급 요원이다. HMCS 헌터 폭행 혐의로 체포 중인데, 당신들도 공범인가?”
“읏··· 아, 아닙니다.”
“하, 하지만 HMCS 헌터라도 과도한 마력 사용 제압은···.”
“난 마력 사용 안 했는데.”
“예??”
시우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울부짖는 양준모의 목울대를 잡아 일으켰다.
“백건호 지부장님.”
“어? 아, 예.”
시우가 갑자기 격을 차리며 불렀다.
“양준모 참모 총장을 폭행 혐의로 구속할 건데, 이와는 별개로 국제법을 따르지 않은 국방부에 대한 조사를 명합니다.”
“아니, 그건···.”
“그만하지.”
때마침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며 그들을 만류했다.
“후우ㅡ 네놈은 정말 트러블 메이커군.”
“사돈 남 말하고 있네.”
시우는 기절하기 일보 직전인 양준모를 바닥에 팽개쳤다.
“대통령 각하!”
“오셨습니까, 각하!”
최대수를 알아챈 여러 사람이 그를 향해 인사했다.
그는 입에 문 시가를 손에 들고 사람들에게 대강 끄덕였다.
“대충 내 얼굴을 봐서라도 그냥 넘어가 주길 바란다.”
“맨입으로?”
“후우ㅡ 어째 광견이 아니라 노회한 여우 같군.”
최대수는 비서실장에게 손짓했다.
“게이트에 대한 권한은 HMCS에게 우선한다. 각 부처에 연락 돌려.”
“예.”
“이제 됐나?”
“그래.”
시우는 그대로 돌아가려다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을 이었다.
“야. 떡대.”
“큭큭큭. 이 미친개가.”
“긴급회의를 먼저 해야겠다.”
“뭔 개뼉따구 같은ㅡ.”
최대수는 비아냥대던 말을 멈췄다.
시우의 눈빛이 농담이 아니었던 것.
“···당장 자리를 마련하지.”
***
“어때? 팔 만들 수 있겠어?”
“미친놈. 팔이 무슨 치킨 수프인 줄 아나. 뚝딱 만들어지게.”
박사는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타박했다.
그는 침대 위에 누운 류지환의 몸을 보며 손에 든 마법서를 뒤적였다.
수십 가지의 선이 류지환의 몸과 기계에 연결되어 있었고,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션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치료를 위한 도구가 아닌 마치 실험을 위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
박사는 주사기로 포션의 액체를 뽑아내 류지환의 몸 여기저기에 주입했다.
그럴 때마다 류지환은 기절한 상태에서도 몸을 움찔거리거나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그런데 ‘이거’ 많이 망가졌는데. 잘못 주워 온 거 아니냐.”
박사는 잘려 나간 팔의 끔찍한 단면을 떠올리며 말했다.
“설마하니 상대가 그렇게 강할 줄은 몰랐거든. 세계 100위권 안에 드는 랭커를 반쯤 죽여 놓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이 애송이가 100위 안에 든다고?”
박사는 류지환을 바라보며 의외라는 듯 물었다.
그냥 치기 어린 헌터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100위 안에 든다면 확실히 조직에서도 쓸 만한 장기짝이 될 수 있을 터.
“아, 실험은 나름 성공적이었어. ‘위’에서도 반응이 좋았거든. 인공 게이트가 그런 큰 위력을 발휘할 줄 몰랐다나.”
그동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려는 게이트의 흐름을 읽어 인위적으로 강도를 올리거나 발생 시점을 앞당기는 게 다였다.
하지만 이 실험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크헬헬. 당연한 거 아니겠나. 문제는 게이트의 위력이 아니라 네놈이었을 텐데. 혼나지 않았나?”
박사는 마치 옆에서 다 본 사람인 것처럼 물었다.
크롤은 의자에 걸터앉고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혼나긴 했지. 적을 죽이면 될 일을 굳이 거래까지 해서 게이트를 닫게 했냐고.”
“나였어도 그리 말했겠지. 게이트가 어디까지 폭주하는지 보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적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아? 다들 싸워 보지를 않았으니 쉽게 말하는 거지.”
크롤은 애꿎은 쓰레기통을 툭툭 걷어차며 말했다.
“염병하는군.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었던 것 같은데.”
박사가 중얼거리듯 말하자 크롤은 픽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 늙은 박사는 한 번씩 이렇게 속내를 꿰뚫어서 말하고는 했다.
“아무튼 이놈은 꼭 살려야 해. 내가 거래로 힘들게 얻어 온 놈이니까.”
“난 의사가 아니다.”
“그래도 소싯적에 사람은 좀 만졌잖아.”
“······.”
“믿고 갑니다~.”
크롤은 박사의 연구실 문을 닫고는 총총걸음으로 나갔다.
네바다의 사막 지대는 여전히 황량하고 건조했다.
저녁 바람이 코요테의 울음소리를 싣고 온 듯 따가웠다.
크롤은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암석들을 건너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척이 그를 향해 다가왔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살의가 없다는 것.
크롤은 걸음을 멈추고 상대를 기다렸다.
“이거, 넓은 사막에서 누군가를 마주칠 줄은 몰랐는데.”
도착한 상대는 얼굴을 감추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달빛에 비쳐 더욱 희고 아름다운 얼굴.
“오랜만이네, 크롤.”
“오랜만이네··· 크로우.”
〈IZIZ〉의 일원인 크로우가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차갑게 웃었다.
“설마 나를 만나려고 사막 한복판에 있던 건 아니지?”
“아하하. 맞는데.”
“넌 여전히 이상하구나.”
크롤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IZIZ〉가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아하하, 별건 아니고. 경고를 하러 왔어.”
“경고···?”
크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
“〈IZIZ〉가 나한테 경고할 게 뭐가ㅡ.”
“아니. 개인적으로 내가 경고하러 왔다고.”
“······뭔데.”
크로우는 사막 바람에 흩날리는 단발을 귀 뒤로 넘겼다.
“조직에서 이번 게이트 사건을 좋게 보지 않거든. 그래서 〈판데모니엄〉에 손을 쓰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그래?”
“너와는 개인적인 연이 있으니까. 충고해 주러 왔어.”
“난 이미 잊었어. 신경 써 주지 않아도 돼.”
크로우는 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리고 ‘언니’가 걱정 많이 하더라.”
“······.”
그녀는 왔을 때처럼 훌쩍 떠났다.
크롤은 그 후 한참이나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땅을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