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12
115화〉
역행
“내 소소한 취미 생활일 뿐이다. 소더비와 록히드 마틴에서 초대장을 받기도 했고.”
“어련하시겠어. 아티팩트 컬렉터인데.”
“민시우, 네놈은 뭐냐. [슈타이]의 여제와 데이트냐?”
그는 시우의 옆자리에 앉은 여성을 보며 물었다.
시우는 끙, 소리를 내더니 궁금해하는 라일라에게 입을 열었다.
“이쪽은 대한민국 대통령 최대수. 그리고 이쪽은 [슈타이 길드]의 길드장인 라일라. 인사해.”
“Hallo, guten Tag(안녕하십니까). 대통령 최대수입니다.”
“Schön, Sie zu sehen(만나서 반갑습니다). [슈타이]의 라일라라고 합니다. 그때 게이트 앞에서 뵀었죠.”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최대수의 시선은 다시 시우에게 향했다.
【지난번 던전에서 싸웠던 덩치다! 나한테 패배했던 놈이다! 우햐햐!】
“재밌는 펫이로군. 주인을 닮아 그런지 까불거리는 것도 똑같아.”
“펫 아니다. 그리고 멍청한 소리니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런데 이곳에는 웬일이냐? 아티팩트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걸. 정말 데이트인가?”
최대수의 말에 시우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살다 살다 이놈이랑 이런 대화를 하게 될 줄이야.
“···이보셔. 데이트가 아니라 나도 〈독일 헌터 협회〉의 초청을 받고 온 거거든.”
“큭큭, 농담이다.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은 소식통을 통해 들었다.”
“별거 없었는데.”
“롤프 방겐하임을 언제 구워삶았는지··· 나보다 더 정치가 같더군.”
“내가 너냐.”
최대수는 그를 비웃듯 바라보더니 곧 자신의 비서와 경매품의 카탈로그를 논하기 시작했다.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시우가 물었다.
“원래 이렇게 행사 규모가 커?”
“아니, 그렇지 않아. 올해는 유독 사람도 많고 나오는 물건들도 퀄리티가 높다고 하네.”
라일라는 오기 전에 필릭스에게 들었던 내용을 들려줬다.
“듣기로 한국의 〈강원 S급 게이트〉 사건의 영향이 크다고 하더라고.”
경매에 올라오는 물건들은 마력과 관련된 아이템이나 아티팩트 위주.
S급 게이트가 터지며 안전이나 방비를 위한 주식이 급성장했고, 사람들의 관심 또한 그쪽으로 몰렸다고 한다.
따라서 경매 고객은 길드와 관계되거나 개인 방호구를 원하는 부자 및 정치인들이 대다수.
“그래? 게이트 폭주하면 어차피 다 죽지 않을까.”
“그대는 신랄한 말도 잘하네. 그러고 싶지 않으니 거금을 쓰는 거겠지. 생각보다 좋은 아이템들도 더러 있어.”
이윽고 예정된 시간이 되었다.
화려한 조명이 무대에 쏘아지며 사방으로 폭죽이 터졌다.
“와ㅡ.”
“엄청 멋있다.”
“사진, 사진!”
“엄마아아! 불꽃놀이야!”
경매장에 앉은 고객들과 행사장 안에서 각종 이벤트를 즐기던 사람들이 하늘에서 터지는 불꽃에 눈을 돌렸다.
밝은 음악과 함께 한 쌍의 남녀가 경매장 단상으로 걸어 나왔다.
마치 쇼 프로를 보는 듯 즐겁고 경쾌한 분위기에 사람들은 박수와 함께 휘파람을 불었다.
사회자들은 환히 웃으며 멘트를 주고받았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이번 경매엔 유독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셔서 더 활기차고 밝은 것 같습니다!”
“자, 그러면 오늘의 경매를 시작해 볼까요?”
“네! 첫 번째 경매품을 소개하겠습니다! 첫 번째 경매품은ㅡ!”
“바로 여러분들의 목숨입니다!”
좌중이 그 말을 이해하기도 전에,
대기를 찢어발길 것 같은 새빨간 낙뢰가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꽈가ㅡㅡㅡㅡ!!
그러나 모여 있던 사람들을 다 태워 죽일 듯한 전격의 진노는 시우의 거대한 마력 실드와 최대수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어라라? 이걸 막으실 정도의 실력자들이 계시군요!”
“S급 게이트에서 얻은 데이터로 만든 건데 말이죠!”
“자, 그러면 다음 경ㅁ···.”
서걱!
그들은 다음 멘트를 잇지 못하고 시우의 검에 목이 떨어졌다.
“어이, 죽이지 말고 생포해라. 취조라도 하게.”
“생포할 틈이 있겠냐. 사방에서 마기 들끓는 거 안 보여?”
시우가 말을 마치자마자 행사장 곳곳에서 거대한 광풍이 몰아치며 먹구름이 밀려와 벼락을 때리기 시작했다.
쿠광ㅡㅡ쾅쾅!!
“라일라! 롤프에게 얼른 연락해서 비상 조치하라고 해.”
“아, 알았어!”
“이런, 이런. 민시우 네놈이랑 다니면 좋을 일도 안 좋아지는군.”
최대수는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피웠다.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은 진작부터 넋이 나가 서로 빠져나가기 위해 야단법석이었다.
“얼른 나가아!!”
“밀지 마, 새끼들아!”
“침착하세요! 여러분!! 침착하세요!!”
그러나 서로 밀고 짓밟히는 통에 좁은 출입구는 꽉 막혔다.
아예 창문을 깨고 넘어가는 사람들까지 발생했고, 경매를 담당하는 경비원들마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달아나고 말았다.
“주차장에 먼저 가 있을게!!”
“씨발, 담당자는 뭐 하는 거야!”
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가쁜 숨을 토했다.
“야, 저··· 저게 뭐야.”
그러나 그들은 먼저 나온 것을 후회하고야 말았다.
행사장 한복판.
잿빛 로브를 걸친 사람들이 뭔가를 중심으로 둘러서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닥에 놓인 심장이었다.
말로 형언키 어려운 기묘한 주문이 반복되자 심장에서 피가 쿨렁거리며 바닥으로 쏟아 넘쳤다.
쿠ㅡㅡㅡㅡ웅!!
어둠침침한 하늘 아래로 흑빛 문이 생성됐다.
“게, 게이트다!!”
“으악!! 다들 도망쳐!!”
“살려 주세요 각성자 분 안 계신가요!!”
경매장은 안팎을 구분하지 않고 아비규환이었다.
이벤트를 구경하기 위해 외부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1만 명은 거뜬히 넘을 인원.
“여기 협회나 HMCS 간부는 없나? 상황 통제할 사람이 필요한 것 같은데.”
“제가 일단 가겠습니다!”
최대수의 물음에 라일라가 달려 나갔다.
그는 시가 연기를 내뿜다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마기를 느끼곤 입을 열었다.
“게이트가 하나인 것치고는 더러운 감각이 여기저기 퍼져 있는데.”
“내 마력 감지에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아마도 하나가 아닌 것 같다.”
【좁밥, 저거 이상하다.】
그때 안쪽 주머니에 들어 있던 프레가 고개를 빼꼼 내밀며 말했다.
“뭐가 이상한데?”
【설명하기 어렵다. 마치 술과 음식으로 꽉 차오른 내 위장 같은 느낌이다.】
“······비유가 꼭 그것밖에 없을까?”
【그렇다면 소장을 지나 대장에 가득 쌓인 묵힌 변들이ㅡ.】
시우는 프레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나 곧 프레의 설명이 필요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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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수십 명이 함께 울부짖는 듯, 혹은 숨을 거꾸로 쉬는 듯 이상한 소리가 한 번 더 이어지자 게이트의 모양이 뒤집혔다.
“저건··· 뭐야.”
“나도 모른다.”
시우와 최대수가 중얼거렸다.
[리버스 게이트]새까만 문에서 커다란 손 하나가 빠져나왔다.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내가 말하고 싶은 표현이 이거다. ‘모래시계가 뒤집혔다.’】
– 크워어어어어어!!
– 우가아아아!!
– 케히히··· 케히히···.
게이트에서 빠져나오는 수많은 괴물을 보며 시우와 최대수는 할 말을 잃었다.
원래대로라면 게이트 폭주는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생성되자마자 바로 괴물을 토해 내는 게이트 따윈 여태껏 존재한 적 없었다.
【원래 들어갔던 문이 너희들의 입구라면, 지금 나타난 문은 저들의 입구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
최대수가 얼굴을 찡그린 채 물었다.
프레는 작은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대꾸했다.
【마법은 상상력에 비례한다. 네 상상력은 고작 그 정도인 것이다.】
“······.”
최대수는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은 나중에 하지. 입구건 출구건 몬스터는 죽이면 될 뿐이다.”
시우의 말에 최대수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끄덕였다.
***
롤프 방겐하임은 건물 한쪽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따금 무전으로 행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특별한 일은 없는지 보고받았다.
그때 소파에 앉아 반쯤 자고 있던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으가아아악!”
“기지개는 좀 조용히 켜게나.”
“영감님은 항상 재미없게 사네.”
“베네딕트, 너는 스스로의 직위에 걸맞게 행동하는 게 어떤가.”
“뭐 어떻습니까. 아, 커피가 떨어졌네.”
롤프는 철딱서니 없어 보이는 남자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베네딕트 악커만.
독일 최강인 [Nacht(나흐트)] 길드의 길드장이자, 현 독일 랭킹 2위, 세계 랭킹 20위인 하이 랭커.
“너 같은 놈이 인기가 왜 높은지 모르겠군.”
“에이, 영감님. 잘생겨서 좋아하는 거죠.”
넉살 좋은 녀석의 말에 롤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행사치고 조용하긴 하네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길 바라나?”
“그런 건 아니지만··· 아! 연회 때 일은 어떻게 된 겁니까. 영감님 선생이 있다던데.”
“그게 또 네놈의 귀에까지 들어갔나.”
“말 좀 해 줘 봐요. 궁금한데.”
롤프는 곰곰 생각하다 굳이 비밀이라고까지 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아 옛날 일을 꺼냈다.
처음 집이 부서졌던 순간부터 시우에게 가르침을 받고, 그가 떠난 일.
그리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대강 어떻게 성취해 나갔는지.
“이 정도면 됐냐.”
“워ㅡ 그게 뭐야. 그렇게 대단한 헌터가 한국에 있었어요? 못 들어 본 이름인데.”
“선생님에 대한 개인적 내용은 말해 줄 수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 ‘미친개’라 불렸다고 하더군.”
베네딕트는 소파에 벌렁 드러누웠다.
“음~~~~~.”
“뭐냐. 시끄럽다.”
“내가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그 이름 들어 본 것 같거든요.”
“누구한테서?”
“그게 기억이 안 나네요.”
그는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지만, 3초 만에 포기했다.
“에이. 여기 있다니까 만나 보면 되지.”
“너 같은 놈은 무례를 저지를 게 뻔하니 안 된다.”
그때 노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루카와 요하나가 아닌가. 무슨 일이지?”
“보고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녭 저두 따라왔어요!”
그들은 차렷 자세로 똑바로 서서 보고했다.
“협회장님!”
“그래, 뭔가.”
“이제 이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될 예정입니다.”
“······?”
롤프는 미간을 찌푸리며 루카의 말을 이해하려 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데. 지금이 아니라 될 예정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넵!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롤프는 베네딕트를 힐끗 쳐다봤다.
그는 웃으며 롤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냐?”
“이곳의 책임자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베네딕트, 네놈도 한패냐?”
“영감님. 인생은 재밌게 살아야 한다니까요.”
그는 피식 웃으며 소파에 바로 앉았다.
뿌드득.
롤프는 이를 악물었다.
놈까지 같은 편이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내 인생도 여기까지인가.’
“대체 네놈들은 누구지?”
“저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조직이 중요한 겁니다.”
“뭐?”
“《모든 것은 〈판데모니엄〉의 아래로》”
“《모든 것은 〈판데모니엄〉의 아래로》”
루카와 요하나의 손에서 스킬이 구현되며 롤프에게 쏘아졌다.
롤프는 마지막 발악을 위해 마력을 그러모았다.
죽을 땐 죽더라도 절대 혼자 죽진 않으리라!!
그때 베네딕트의 손이 재빨리 올라가며 그러쥔 스태프에서 마법이 먼저 발현했다.
[시간 여행자 : 방랑의 노래]콰···드···드···드···.
쏘아지던 루카와 요하나의 스킬이 허공에서 멈추더니 순식간에 마력의 입자로 되돌아갔다.
“······무슨?”
롤프가 놀란 눈빛을 했다.
베네딕트는 다시 한번 스태프를 움직였다.
루카와 요하나의 몸이 레고의 부품처럼 와르르 무너졌다.
“자네는··· 뭔가?”
롤프의 말에 베네딕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입을 열었다.
“와ㅡㅡ 깜짝이야!! 얘들 도대체 뭐요?!”
“??”
“난 당연히 이벤트 중 하나인 줄 알았지!”
“······.”
“아니, 갑자기 스킬을 쓰곤 지랄이야, 지랄이!”
“음······.”
“아, 손 떨려. 혹시 코코아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