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1
124화〉
도발
” 네?”
양희리가 되물었다.
그녀는 이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인? 재생술사?
“끌끌끌. 주인의 예상은 항상 틀린 적이 없군. 안 그런가?”
적귀의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건 다름 아닌 양희리의 수하였다.
그는 암살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투웅! 투웅!
볼크가 쏜 총이 수하의 미간과 심장을 먼저 꿰뚫었다.
“ㅡㅡ!!”
놀란 양희리가 고함치려 했다.
그녀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태어나서 처음 겪었다.
감히 자신이 보는 앞에서 무기를 꺼내다니?!
투웅! 투웅!
그러나 이번엔 양희리의 머리에 두 발의 총성이 쏘아졌다.
순식간에 두 사람이 죽어 나갔다.
김휘호와 차병철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 어르신! 대체 저희가 뭔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러시는 겁니까?”
그들의 의문에 적귀는 파안대소했다.
인간이란 언제나 자신의 잘못에 관대한 법이었다.
“너희들은 조금 전까지 암살을 공모해 놓고 뻔뻔한 소리를 지껄이는구나.”
“네? 아니 그건··· 저, 저 여자가 억지로 하자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저 여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다음 대권 후보입니다! 저희가 어떻게 이기겠습니까?”
그 같은 변명을 듣고 있던 볼크는 짜증이 솟구쳤는지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적귀는 이런 놈들을 워낙 많이 접해 본 탓에 다른 어떤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귀는 그저 차분히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읊을 뿐이었다.
“주인이 내게 명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인의 명령을 너희에게 알려주는 것. 다른 하나는 의뢰자들이 의뢰한 그대로 돌려주는 것.”
“네??”
“너희들은 주인의 목숨을 의뢰했다. 그에 따라서 너희들의 목숨을 거둬 가겠다.”
“자, 잠깐!!”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투웅!
볼크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그는 인정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철컥! 철컥! 철컥!!
총알이 다 떨어진 후에야 볼크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주인에게 이를 드러낸 대가였다.
“어허··· 아주 곤죽을 만들어 놨구먼.”
시체를 바라본 아술이 혀를 찼다.
“상관없을 걸세. 마력만 감지되지 않으면 누구 짓인지 찾기 어려울 테니.”
적귀와 아술은 흑천락에서 구매한 마력 포션을 여기저기 흩뿌렸다.
“수사하는 놈들이 골머리 좀 앓겠군.”
이렇게 해 놓으면 마법의 흔적을 찾고자 할 때 여기저기서 마력이 느껴져 수색이 어렵게 된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불을 지른 뒤 자취를 감췄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불은 건물을 다 태워 먹은 뒤에야 꺼질 수 있었다.
***
프레와 도경후의 술주정으로 끝난 회식.
시우는 대통령실 경호원이 태워 준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피곤이 몰려왔다.
【이 쓔미ㅓㄻ미로28so··· 너 내가누군진;ㅣㄹ크놀290···.】
“아, 씨. 깜짝이야.”
프레가 어깨 위에서 침을 질질 흘린 채 한쪽 날개를 퍼덕였다.
어째 날이 갈수록 이상한 것만 배우는 것 같다.
시우는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늦은 시간인데 웬일로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그가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알고 기다렸던 건지, 아밍과 시온이 소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시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귀여운 녀석들.”
그는 한 사람씩 안아 들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시온을 안자 캄캄한 부엌에서 커다란 눈을 가진 귀신이 그를 쳐다봤다.
“오랜만이네, 모모.”
시온을 따라다니는 정체불명의 귀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정리를 마친 시우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열린 창문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그는 짐가방을 한곳에 내려놓고 사무용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시우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 아니까 그만 나와라.”
그러자 창가 옆 벽에서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실례했습니다.”
“넌 누군데?”
시우는 놀랍지도 않다는 얼굴로 상대의 신원을 물었다.
“저는 청도복 이창이라고 합니다.”
“또 도복이야? 이럴 바엔 걔보고 직접 오라고 해.”
시우가 투덜거리는 사이 이창은 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뭐야?”
“대성께서 직접 보내신 초대장입니다.”
새까만 봉투를 뜯으니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색 엽서가 나왔다.
시우는 본능적으로 종이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제야 빈 여백에 드러나는 이상한 기호.
“······?”
“QR 코드입니다.”
“그게 뭔데?”
이창은 시우의 스마트폰을 받아 조심스럽게 QR 코드를 실행했다.
「환영합니다, 전국에 계신 파이터 여러분.」
「3년 만에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저 역시도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 초대장을 받으신 여러분들은 주최 측에서 엄격하게 선별한 선수임을 알려 드리며, ‘안내자’가 지정해 준 곳으로 가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싸우시면 되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대회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며, 한 번이라도 패배할 시 자동 탈락됩니다.」
영상에서 역대 경기 하이라이트를 자극적으로 편집한 장면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피가 튀어 오르고, 살점이 찢겨 나가고, 뼈가 부러졌다.
관객들의 환호 소리와 패자의 끔찍한 비명, 승자의 아우성이 뜨거운 열기와 함께 전해졌다.
무규칙 격투.
「그리고 마지막 결승전에서는 지난 대회 우승자인 제천대성과 싸워 이기면 됩니다.」
화려한 경극 복장에 가면을 쓴 제천대성의 모습이 나왔다.
“샤오롱.”
거만하게 한쪽 팔로 머리를 괸 모습에다가 주위를 둘러싼 미녀들까지.
그때 시우의 눈에 한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깡화??”
분명 강여화였다.
시우는 감정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시우는 이창의 목을 움켜쥐고 그를 벽에 처박았다.
“커헉! 크허업!!”
우드드득···!
목뼈가 부러질 것처럼 엄청난 격통이 이창을 엄습해 왔다.
그는 버둥거리며 두 손으로 시우의 손을 풀기 위해 애썼다.
입에서 핏물과 침이 뒤섞였고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 씨발 놈이ㅡ 샤오롱이 경고 안 하던? 영상 보여 주면 뒤질 수도 있다고?!”
시우의 목소리는 격노로 점철되어 있었다.
“커거어어억!!”
이창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시우는 당장이라도 찢어 죽일 듯 그를 바라봤다.
도발을 목적으로 보낸 거라면 효과가 아주 좋았던 것.
“후우ㅡ.”
시우는 이내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털썩!
“크허어어어업!! 흐어어억! 커허어억! 허어어억···!”
이창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만약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면 이 남자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을까?
아니, 턱도 없다.
이창은 이 남자와 자신의 격이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뱀 앞의 개구리라도 된 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시우는 영상을 다시 재생해서 강여화가 나오는 부분을 확인했다.
확실했다.
어쩐지 청와대에 안 왔더라니.
시우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가 간 뒤에 통화가 연결됐다.
상대방에게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랜만이다.”
시우가 서늘한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
– 흐흐흐.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아주 기꺼워하는 상대의 음성이 전해졌다.
“십 년 만에 하는 인사치고는 장난이 심하네.”
– 장난이라뇨. 저는 언제나 진심입니다.
샤오롱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시우는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제자야. 여화를 좀 바꿔 줄래?”
– 그녀는 지금 통화를 할 수 없습니다.
“왜지?”
– 조종당하는 상태니까요.
“그러냐. 원하는 게 뭐지?”
샤오롱은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 흐흐하하하! 초대장 드리지 않았습니까!
“······.”
– 와서 실력을 보여 주시면 됩니다. 옛날 광견이었던 시절, 스승님의 절륜한 무력을 보여 주세요!
“그거면 되냐?”
– 물론 결승전에서 저와 싸우셔야 합니다. 혹시라도 그 전에 탈락하신다면··· 여화는 죽습니다.
“······.”
시우는 혀를 찬 뒤에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설마하니 이렇게 나올 줄이야.
‘굳이 날 자극해서까지··· 아니, 어쩌면 이게 샤오롱에겐 정공법일 수 있지.’
그는 언제나 시우를 넘어서고 싶어 했고, 목숨 건 혈투를 바라 왔다.
하지만 시우는 그의 바람과는 달리 제대로 상대해 준 적이 없었다.
그 당시엔 실력 차가 너무도 명확했기에, 굳이 그럴 필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야.”
“으이예에···.”
이창이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우는 QR 코드가 적혀 있는 종이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장소랑 날짜 적어.”
그렇게 원한다면 한번 놀아 주지.
기다려라.
시우는 이빨을 까드득 깨물었다.
***
“형, 진짜 할 거야?”
민시준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제대로 한 적 없으니까, 한번은 해야지.”
“시간 지나면 저절로 안정화된다면서?”
“그렇긴 한데, 그 시간 기다리다간 몇 년이나 지날지 모르잖아.”
그들이 말하고 있는 건 시우의 단전과 마력 안정화.
이계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엉망이 됐던 신체 능력과 마나 능력이 차츰 제 컨디션을 회복해 갔지만, 생각보다 너무 더디게 회복하고 있었던 것.
귀찮기도 하고, 급하지 않아서 미뤄 뒀던 일인데···.
초대장 하나가 그의 마음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그러다 단전 손상되는 거 아닐까?”
“일반적으로는 그럴 확률이 높지. 내가 아니라면.”
“아.”
단전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 수복하기 어려운 기관이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건드리거나,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아야 하는 곳.
하지만 시우는 오늘 전신의 마력이 흐르는 마나맥과 단전 전부를 한 번씩 훑을 생각이었다.
“결계 치고 나가 있어.”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제국 길드]의 사유지 중 하나인 만해굴이었다.
다른 지역보다 정순한 마력이 많이 흐르는 불가사의한 장소.
민시준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 형이었지만 이럴 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황소, 그 자체였다.
시우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시준은 동굴 밖에서 3중 결계를 구축했다.
외부의 침입을 막는 결계가 아닌, 내부의 충격을 차단하는 스킬이었다.
시우는 동굴 최중심부로 가서 여기저기에 마정석을 쏟아부었다.
이왕 하는 거 적당히 하고 싶지 않았다.
【좁밥, 너 뒤지려고 작정했다. 불판에 올렸으면 잠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고기가 익었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뒤집어 보는 놈이랑 너랑 다를 바가 없다.】
대체 어디서 이런 비유를 배운 거지.
“좀 닥치고 있자.”
시우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단전을 열고 마력을 전신에 흘려보냈다.
평소에는 움직임만 대강 확인하던 흐름을 정밀 스캔하듯이 찬찬히 관찰했다.
‘이쯤에서 한번 막히는군. 여기는 요철처럼 거칠게 흐르고 있었네.’
1mm 단위로 확인하다 보니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했지만, 시우는 비지땀을 흘리면서도 마력의 순환을 끝까지 관찰했다.
드디어 한 바퀴 도는 작업이 끝났다.
세밀한 마력 컨트롤을 자랑하는 시우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거의 반나절은 지난 듯했다.
‘현재 컨디션 64% 정도라···. 최소 10%는 올려놓고 나간다.’
시우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바닥에 마법 회로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