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3
126화〉
격투 대회2
“씨발, 피 튀었잖아.”
시우는 판정 결과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대기실로 돌아갔다.
새까만 바지에 새까만 후드 티, 그리고 등에 그려진 늑대개 일러스트와 아래 쓰인 ‘The Mad Dog(미친개)’라는 글자.
동생 시준이와 강여화, 신지수가 모여 디자인했다는 옷이었다.
요즘 잘나가는 헌터는 굿즈도 팔아야 한다면서 자기들끼리 만든 브랜드.
시우는 후드 티를 벗어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시합 결과가 실시간으로 전달됐지만, 딱히 관심이 없었기에 주방에 음식이나 주문했다.
이 시설에서 몇 안 되게 좋은 점이 있다면 호텔처럼 음식을 가져다준다는 것.
시합 전에 사고라도 날까 봐 어지간하면 선수들끼리 안 마주치게 배려한 듯싶었다.
물론 음식이 배달되는 게 시우한테 좋은 건 아니었고, 프레에게 좋은 일이었다.
【좁밥 너도 얼른 먹어라! 이래서 세상은 넓게 다녀야 한다! 동파육 존맛탱인 것이다!】
“너 많이 먹어라.”
【뭐냐? 설마 납치된 제자가 걱정돼서 밥도 안 넘어가는 것이냐? 너도 순정 만화 속 남주인 것이냐?】
“깡화는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 다 물어뜯고서라도 알아서 버텨 낼 거다.”
시우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맥주 한 캔을 꺼내 마셨다.
【그럼 우린 왜 온 것이냐?】
“말했잖아, 내 걸 건드렸다고. 제자 새끼 버르장머리 때려 고치려고 왔다.”
【강여화 구하러는 따로 안 가도 되는 것이냐? 나 준비하고 있었다.】
“그게 도착한 후부터 마력 감지를 계속 돌렸는데···.”
【···?】
“조금만 더 지켜봤다가?”
시우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
“흐야아압!!”
쿠우웅!!
“흐아아앗!!”
쿠우웅!!
대리석 바닥을 한나절쯤 내리쳤을까.
쩔그렁.
드디어 마력 구속구가 망가지며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헐떡거리며 숨을 골랐다.
어찌나 많이 내리쳤는지 바닥은 온통 박살이 났고, 팔뚝과 손목, 손등은 온통 피로 범벅되어 있었다.
오른 손등은 아예 뼈가 보일 지경.
강여화는 땀과 피에 전 옷을 벗어 물기를 짠 다음에 다시 입었다.
“샤오롱 이 개새끼···!”
대여섯 시간 전.
침대에서 정신을 차린 강여화는 두 가지 사실에 분노했다.
하나는 자신이 납치당한 것.
다른 하나는 그 납치 때문에 스승에게 피해가 갔을지도 모른다는 것.
샤오롱은 어떻게 해서든지 시우와 진지하게 붙어 보고 싶어 했으니, 분명 자신을 이용해 빌미를 만들었을 거다.
‘그런 놈도 같은 제자였다고 방심한 내가 병신이지.’
강여화는 침대 시트를 찢어 양팔에 둘둘 감았다.
마치 불이라도 붙은 듯 아려 오는 감각에 절로 인상이 써졌다.
그녀는 지난 세월 동안, 더는 스승의 발목을 붙잡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스승의 힘이 되고 싶었고, 그를 위해 모든 걸 불태우고 싶었다.
시우가 사라졌던 10년은 그를 되찾기 위한, 다시 돌아올 스승을 위한 시간이었으니까.
그런데 이런 곳에서 스승의 약점이 된다?
‘난 그렇게 되면 너도 죽이고, 나도 죽을 거야, 이 새끼야!’
단전을 열자 폭발하는 듯한 마력이 강여화의 몸에 파도처럼 몰아쳤다.
그녀는 방 출입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무척이나 육중해 보이는 철문이었다.
강여화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철문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꽈ㅡㅡㅡ 앙!!
문짝이 쿠킹 포일처럼 찌그러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흐에에엑!”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황도복 이십여 명과 청도복 두 명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빠졌다.
강여화는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청도복에게 다가가 물었다.
“샤오롱, 이 개자식 어딨어?!”
***
“큰일 났습니다!!”
“소란 피우지 마라!”
소리치며 들어오는 청도복을 향해 연조가 꾸짖듯 말했다.
“괜찮다, 무엇이냐.”
샤오롱이 대충 손사래 치며 그녀를 만류했다.
“어서 피하셔야··· 대성의 사매께서 탈출을··· 커억!!”
청도복이 쓰러진 자리로 강여화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바늘처럼 찔러 오는 살기가 공간 가득 펼쳐졌다.
“사형, 한참 찾았잖아.”
“흐흐흐. 고작 마력 구속구 따위로 널 잡아 두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했지. 곰한테 개 목줄을 채운다고 얌전해지나.”
샤오롱은 강여화가 양팔에 두른 침대 시트를 보며 비웃었다.
이미 피로 축축해진 시트는 붕대의 역할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게. 유언은 그걸로 족해?”
“여전히 귀여운 맛이 없는 여자로구나.”
“너 따위한테 귀여움받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면 저 남자에겐 어떠냐.”
샤오롱이 손가락을 튕기자 벽면에 있던 스크린에서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후드를 눌러써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저 디자인의 옷은···.
“스승님??”
“흐흐흐. 스승은 이번 격투 대회에 출전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사람도 나와 싸우는 것을 고대하고 있을 터.”
샤오롱은 기꺼운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강여화는 연기 너머의 샤오롱을 노려보며 짓씹듯이 말했다.
“내가 여기서 널 죽이면 스승님 손에 피 안 묻히게 할 수도 있는데?”
“여화··· 너와 일대일로 붙는 것도 나쁘진 않지. 하지만 나는 시합장이 아니면 싸우지 않을 거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적도복 4명이 강여화를 둘러쌌다.
“흐어허어허. 이 이상은 빙화여제라 해도 보내지 않을 겁니다.”
칭자오가 기다란 수염 자락을 훑으며 눈을 빛냈다.
적도복들은 단 한 걸음도 딛게 하지 않겠다는 듯 저마다의 마력을 줄기줄기 피워 올리고선 대성에게 가는 길목을 차단했다.
“안됐구나, 여화. 내 제자들은 제법 충성스러운 편이라서.”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샤오롱은 어깨를 으쓱였다.
“다시 조용히 방으로 가서 대회가 끝날 때까지 얌전히 지내는 건 어때?”
“허튼소리.”
강여화의 몸에서 단단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S급 헌터의 격이 풀어지며 팽팽해진 피아노 줄처럼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생겼다.
“방해하면 다 죽일 거야, 비켜.”
진심이 담긴 그녀의 눈빛.
칭자오는 샤오롱을 힐긋 바라보며 허락을 구했다. 막으란 명령은 떨어졌어도 공격해 왔을 때의 지시까진 없었기 때문.
샤오롱은 기다란 담뱃대를 입에 물더니 눈을 가늘게 치떴다.
근접전으로 강여화와 붙을 수 있는 적도복은··· 콰이나 칭자오 정도.
연조, 금마초도 강하긴 했지만, 그들의 주특기는 근접 전투가 아니었으니.
샤오롱은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조치하라는 신호.
“흐어허어허. 허락이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군요. 죽어도 원망하기 없···.”
“거기까지.”
그때 낯선 목소리 하나가 상황을 비집고 들어왔다.
“넌 뭐으으읏!!”
꽈ㅡ앙ㅡㅡㅡㅡㅡㅡ!!
상대를 제지하던 금마초의 몸이 천장에 처박혔다가 떨어졌다.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격에 다른 적도복들이 본능적으로 스킬을 구현하려 했다.
“움직이면 죽인다.”
그러나 서릿발처럼 차갑고 냉랭한 기운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칼날이 목젖까지 파고들어 와 겨눈 느낌이었다.
“스, 스승님?!”
강여화가 놀란 얼굴로 불렀다.
“여자 하나를 두고 여럿이 둘러싸는 꼴이 썩 보기 좋지 않네.”
시우는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 방의 내부를 한 바퀴 훑어보았다.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오냐. 그래도 스승이 라고는 부르는구나.”
“전 제자로서 당신을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샤오롱은 의자에 반쯤 누운 상태 그대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건방진 정도가 아니라 사람을 무시하는 행태였지만, 시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시합 전에 얼굴 봤으니 됐다. 깡화는 내가 데려간다.”
“저랑 붙으려고 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지금 이대로 싸워 버리면 샤오롱의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될 터였다.
‘스승님에겐 그게 제일 베스트일 텐데.’
그 질문에 시우가 킥킥대며 웃기 시작했다.
“너 바보냐?”
“뭐가 말입니까?”
“내가 그렇게 얌전히 넘어가 줄 것 같아?”
샤오롱은 되물으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시우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압도되었기 때문.
그리고는 시우가 강여화의 어깨를 감싸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잠깐! 아직 대성의 허락이ㅡ!”
콰이가 붙잡으려 하는 순간, 거대한 살기가 공간 전체를 짓눌렀다.
쿠그그그그···!
초대형 마수의 입 속에라도 들어간 것처럼, 섬뜩하고 오싹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어느새 다가온 시우가 콰이에게 속삭였다.
“내가, 움직이면 죽인다고 했지?”
“읏ㅡ!”
꽈아아아ㅡㅡㅡㅡㅡ앙!!
시우는 내려 찍기로 콰이의 몸을 바닥에 으깨 버렸다.
박살 난 두개골과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단 두 번의 발차기로 두 명의 적도복이 죽었다.
“너희 둘도 뒤질래?”
“크흐읍!!”
넷 중 가장 강한 칭자오마저 잇새에 피가 흐르도록 힘을 줘야만 시우의 압박을 버틸 수 있었다.
대성의 스승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만큼이나 격차가 날 거라곤 그조차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 용서해 주시지요, 스승님.”
샤오롱이 느적지근하게 웃으며 만류했다.
시우는 남은 적도복들과 샤오롱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이내 살기를 거둬들였다.
“제자 교육 좀 잘 시켜라···라고 하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나도 못한 일이라서.”
“······후우, 그렇습니까.”
시우의 비아냥에 샤오롱은 담배 연기만 내뿜었다.
과연 누구 제자 아니랄까 봐 능글능글한 표정도 똑같았다.
“아무튼 이제 진짜 간다.”
“들어가십시오.”
“격투장에서 보자. 화려하게 부숴 줄게.”
“······.”
한바탕 태풍이 몰아친 곳에는 기절한 수하들과 반쯤 실신한 것 같은 적도복들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부서진 천장과 바닥, 곳곳에 튄 핏자국.
‘역시, 스승님이 움직이면 뭐 하나 남아나는 게 없군.’
그는 나직이 웃으며 떨리는 손을 붙잡았다.
***
“넌 멍청이냐.”
【넌 멍청이다!】
“죄송해요···.”
시우의 꾸지람에 강여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말했지, 확실하게 이길 것 같은 상황 아니면 도망쳐도 된다고. 그 빨간 놈들 하나하나가 너랑 비슷한 경지일 텐데, 거기서 붙고 싶냐?”
“죄송합니다···.”
“그리고 팔은 왜 이래?”
시우는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두 팔을 보며 물었다.
“마력 구속구를 벗겨 내려다가···.”
“아, 그거 벗겨 내기 힘들지.”
“스승님도 차 본 적 있어요?”
“HMCS 장비실에 있길래 한번 차 봤어.”
“구속구 푸는 데 얼마나 걸리셨어요?”
“힘껏 당기니까 부서지던데.”
여화는 자신의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멍청이가 너 걱정하느라 밥도 안 먹ㅡ 쿠억!】
시우는 베개로 프레의 몸을 내리누르곤 곧장 강여화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찬연한 금빛 마력이 찢어진 상처에 고루 스며들더니 본래의 모습으로 수복됐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오냐.”
“혹시 저 때문에 화나셨나요?”
“내가 왜?”
사고 치는 제자에서 힘이 되는 제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민폐만 끼쳐서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너 납치당했었지.”
“네···.”
“그리고 혼자 빠져나왔지.”
“네···.”
“그럼 너 혼자 다 한 건데, 내가 화낼 게 뭐가 있어.”
시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대꾸했다.
상대가 중국 랭킹 2위인데 이 정도면 여화가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는 어쩌실 거예요?”
“뭘 어째?”
“듣기로 여기 무규칙 격투장이라면서요.”
“그래, 스트레스 풀기엔 딱이지.”
【오랜만에 마음껏 싸워 보는 것이다!!】
프레가 방방 뛰면서 즐겁게 소리쳤다.
“스승님, 따로 계획이 있으신 거예요?”
“계획? 있지.”
시우는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우두둑 꺾었다.
“다 때려죽이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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