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5
128화〉
샤오롱
샤오롱은 매섭게 벼린 눈으로 그의 스승을 노려봤다.
“여기에 쏟은 노력과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글쎄, 쌓을 때 든 시간은 모르겠고, 무너트리는 덴 3분쯤 걸린 듯.”
시우는 별거 아니란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스승의 대답에 샤오롱은 어금니를 빠드득 깨물었다.
저 권태 가득한 여유로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긴 자신의 왕국이었고, 자신의 뜻이 곧 법인 곳이었다.
강여화를 납치해 도발한 것도, 스승을 격투 대회에 참여하게 한 것도 전부 본인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내가 계획한 판 위에서 어떻게 저리 여유로울 수 있을까.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은 스승이 당혹스러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폭주한 게이트에서 나온 숱한 재앙들을 마주하면서도, 수백이 넘는 마족에 둘러싸였을 때도, 심지어 마왕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을 때도.
시우는 비웃는 듯한 웃음만 머금을 뿐이었다.
샤오롱은 그런 부분들이 너무 싫었지만,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강하게 질투하기도 했다.
“고작 이따위 짓을 위해 격투 대회에 남은 것이오? 제 분노를 사기 위해?”
“설마. 네 눈엔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샤오롱의 살벌하기 그지없는 눈빛을 받아넘기며 시우가 말을 이었다.
“네가 중국으로 돌아가 뒷세계를 통일하든, 무술 대회를 열든, 여기저기에 시비를 걸고 다니든 내 알 바 아니야.”
“······.”
“그런데 우리 서로 지킬 선은 지켜야지, 새끼야.”
시우의 날 선 안광이 샤오롱에게 향했다.
“흐흐흐. 오랜만이군요, 그런 눈빛. 처음 사제의 연을 맺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이 제자, 바로 그걸 바랐습니다.”
“그러냐? 근데 어쩌지? 내가 지금은 직업이 있어서 그게 더 먼저인데.”
샤오롱은 그 말에 의아함을 가졌다.
그 순간 십수 명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경기장을 둘러쌌다.
샤오롱은 그들 중 낯익은 얼굴 몇을 확인했다.
“〈HMCS 베이징 지부〉 지부장 리우 렌이소이. 만나서 반갑소이. 샤오롱은 우리도 노리고 있었소이.”
“〈중국 헌터 협회〉 부회장 메이린입니다. 바깥은 거의 정리가 됐습니다.”
둘 다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헌터이자 중국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기관의 수장들이었다.
상무위원인 저우린조차 저 두 곳은 손대지 못했을 정도.
‘그런 자들이 대체 왜 이곳에···?’
샤오롱은 속속들이 들어오는 헌터들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정리하라고 보냈던 칭자오와 연조는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고 스승을 노려봤다.
사실 시우는 무턱대고 중국에 온 게 아니었다.
샤오롱과 이번 격투 대회에 대한 정보를 다 수집하고 대책을 세우며 왔던 것.
정보의 출처는 제각각이었으나, 그중 가장 기이한 출처이면서도 흥미를 끌었던 건 크로우의 말이었다.
– 아하하. 얼마 전에 우리가 클라운의 마약과 돈을 손에 넣었는데, 오다가 뺏겼지 뭐야.
– 나한테도 그거 물어본답시고 사람들이 왔었는데. 마약이랑 돈을 IZIZ가 가지고 있었어?
– 잠시 동안은? 우리도 마약은 대성의 조직에 뺏겼어.
샤오롱의 적도복들이 들이닥쳐 IZIZ에게서 마약을 가져갔단 이야기가 웃기긴 했지만, 그 덕분에 이 작전을 짤 수 있었다.
크로우를 통해 GPS 수신기를 전달받은 시우는 에드워드에게 연락해 현 상황을 알렸고, 에드워드는 곧장 〈HMCS 베이징 지부〉 지부장 리우 렌에게 연락했다.
중국은 그 어떤 범죄보다도 마약 범죄에 철저했다.
단순 소지도 죄가 무거울진대, 하물며 유통까지 하려 했다면 최소 사형이었다.
그런데 그냥 마약도 아닌 각성자 마약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다? 그 처벌은 도저히 가벼울 수가 없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 마약을 소지하고 있는 대상이었다.
세계적인 하이 랭커 샤오롱.
중국 내에서 최고의 헌터로 칭송받는 무술가이자 아시아 암흑가의 거두.
확실한 증거나 증인이 있다면 모를까, 어지간한 각오로는 찔러 볼 수조차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시우와 에드워드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니 선뜻 협조를 승낙한 것이다.
게다가 샤오롱과 싸우는 것도 시우가 한다는데, 이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뒷세계의 왕을 잡을 일은 다신 없을 터.
〈HMCS 베이징 지부〉와 〈중국 헌터 협회〉는 시우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작전을 천천히 진행했다.
시우는 리우 렌과 메이린에게 인사한 뒤 품에서 수첩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샤오롱에게 수첩을 펼쳐 보이며 딱딱한 어조로 외쳤다.
“〈HMCS 국제 총본부〉 상급 헌터 민시우입니다. 당신을 마약 소지 및 유통, 살인 교사, 납치, 불법 도박 시설 운영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샤오롱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의 정적이 오가는 사이, 그는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큭큭대며 웃었다.
웃음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광소로 변했다.
샤오롱은 몸을 풀쩍 날려 경기장으로 뛰어내렸다.
쿠우웅!!
이런 것이었나.
화려하게 부숴 준다고 했던 말이, 이런 것이었나.
치밀하게 구상했던 모든 계획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지금 저 스크린 너머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될까.
“흐흐흐···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저도 제자가 아닌 뒷세계의 왕으로서 싸움에 임하도록 하죠.”
샤오롱은 단전을 열어 마력을 끌어 올렸다.
동시에 S++급 헌터의 격이 개방되며 격투장 내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솟구치듯 뿜어졌다.
리우 렌과 메이린은 입술을 짓씹었다.
그들도 중국 랭킹 2위이자 세계 18위인 샤오롱의 실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제천대성 미후왕(齊天大聖 美族王).
현재 ‘미스틸 테인’에 소속된 천마신군을 제외하면 중국 1위라고 봐도 무방한 절대 강자.
HMCS 총본과 독일의 적극적인 추천이 아니었다면, 메이린이나 리우 렌은 샤오롱과 붙을 생각 따윈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갑니다, 스승.”
“오랜만에 실력 확인 좀 해 볼까.”
샤오롱이 발에 힘을 주자 지반이 쩌적 갈라졌다.
신형이 사라지더니 시우의 눈앞으로 전광석화처럼 나타났다.
공중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내려찍기.
콰ㅡㅡㅡㅡ아아앙!!
시우는 팔을 겹쳐 올려 막아 냈다.
그 중심으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며 굉음이 일었다.
쩌저저적!!
최대수 이후로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강격에 피가 달궈지는 기분이다.
“흐흐흐, 대단하십니다.”
“힘은 조금 는 것 같은데,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샤오롱은 풀쩍 뛰어올라 멀찍이 착지했다.
몸놀림 하나하나가 잔나비처럼 가볍고 경쾌했다.
그는 기다란 흑발을 몇 가닥 뽑아 입으로 불어 냈다.
마력을 머금은 머리카락 주위로 샛노란 마법진이 형성되며 섬전이 번쩍거렸다.
[미후왕 : 십이분신술]화르르ㅡ!
엉겨 붙은 마력 입자가 샤오롱과 똑같은 모습으로 분하여 나타났다.
그 위력은 본신에 비할 수 없겠지만, 열두 개의 분신은 그 어느 것 하나 본신과 다를 바 없는 샤오롱 그 자체.
“잔재주가 조금 늘어난 것 같긴 하네.”
“흐흐흐, 물리지 않게 조심하시죠.”
검은 도복을 너풀거리며 달려드는 분신들의 움직임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마치 프로 스포츠 팀을 보듯 물처럼 흐르는 연계엔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가짜라지만, 저들이 내지르는 타격까지 가짜는 아닐 터.
‘어디 실력 한번 감상해 볼까.’
발과 주먹이 수도 없이 날아들었다.
시우는 들어오는 모든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 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종이 한 장 차이로 서로를 피해 낸 공격들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서로가 서로의 엄폐물이자 보조인 탓에 연계는 갈수록 부드러워지고 날카로워졌다.
시우는 그중 하나가 내지르는 주먹을 손가락으로 막아 냈다.
빠ㅡㅡㅡㅡ악!!
분신 하나하나에 강대한 마력이 깃들어 있어 마냥 맞아도 괜찮은 게 아니었다.
시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본신의 10~20% 정도의 위력을 갖고 있나 보군.’
시우는 단전을 열어 팔찌에 마력을 듬뿍 실었다.
[타케미카즈치 : 번개 베어 먹기]사방을 찌를 듯 뿜어지는 고압 전류가 시우의 전신을 밝게 물들였다.
팔찌의 소유자가 번개와 융화되는 스킬.
연이어 달려든 분신들이 시우의 몸을 가격하자마자 노랗게 타 버렸다.
파지지지···!!
그 생경한 기술에 샤오롱마저 헛웃음을 지었다.
“또 어디서 이상한 요술을 배워 오셨구려.”
스승의 곁에서 지냈던 지난 세월에 비춰 보면, 그는 항상 어딘가에서 희한한 것들을 배워 오고는 했다.
상대가 유명한 헌터든 별 볼 일 없는 각성자든 동네 깡패든 가릴 것 없이 터득할 수 있는 건 전부 터득했다.
혹자는 스승의 그런 행태를 쓸데없는 짓이라 무시했지만, 살아남아 강해지는 건 언제나 스승님 쪽이었다.
시우의 신형이 한 가닥 빛살을 그리며 전장을 마구 휘저었다.
파지직! 파지지지···!!
그 많던 분신들이 순식간에 전격에 타들어 갔다.
샤오롱은 스승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아 공격할 타이밍을 찾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분신마저 사라지려는 찰나,
[미후왕 : 여의(如意)]제천대성의 가장 강대한 무구, 여의봉이 스킬로 구현되며 손에 차가운 감촉을 선사했다.
“길어져라, 여의!!”
샤오롱이 시동어를 발하자 여의봉의 끝이 창처럼 쏘아졌다.
쿠ㅡㅡㅡㅡ웅!!
시우를 처박은 여의봉이 경기장의 벽을 으스러트리며 뻗어 나갔다.
“민시우 헌터님?!”
“시우 헌터 소이!”
워낙 벽 깊숙이 박힌 탓인지 시우의 모습은 밖에서 파악할 수 없었다.
그들은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려 했다.
“감히 어딜ㅡ!!!”
하지만 샤오롱의 노기가 발하면서, 격투장 주위로 막강한 격이 불길처럼 끓어올랐다.
고대해 마지않던 스승과의 진심 어린 대결이다.
이 싸움을 방해한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죽여 버릴 작정이었다.
찔러 넣었던 여의봉이 미세하게 흔들린다.
샤오롱은 후속타를 생각하며 마력을 전신에 흩뿌렸다.
고작 이깟 공격으로 스승이 죽었다거나 전투 불능이 될 거라 생각진 않았다.
‘뼈 한두 개 정도 취했으면 그걸로 족하다.’
시우를 상대로 무리한 공격을 감행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체력을 깎고, 빈틈을 노리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스승의 전력을 무너트린다.
샤오롱치고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접근법이었으나, 그는 누구보다도 시우를 잘 알기에 이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힘이든 기술이든 스승을 상대로 정면에서 맞부딪히면 안 된다.’
물론 시우가 사라졌던 지난 10년간, 샤오롱도 놀고먹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갈리는 고통 속에서 날마다 수련하고 노력했다.
덕분에 중국 최정상급이자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헌터가 될 수 있었다.
“저는 예전 샤오롱이 아닙니다. 스승께서 손속에 여유를 두면서까지 저를 상대하실 수는 없으실 텐데요.”
“아, 그래?”
여의봉 끝에서 미세한 진동과 함께 어마어마한 마력이 피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샤오롱은 그 기세를 느끼곤 재빨리 여의봉을 당겼다.
“줄어라!! 여의!!”
그런데 여의봉 끝을 붙잡고 딸려 오는 사람이 있었다.
“크윽!”
여의봉은 시동어를 한 번에 한 가지밖에 듣지 않기에 지금 다시 늘어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샤오롱은 스승을 노려보다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어림짐작으로 보기에도 대미지가 전혀 없어 보였던 것.
그렇다면 처음부터 여의를 이용해 역공하려 했던 건가.
“와 보시오!!”
“간다, 이 새끼야.”
시우의 어깨가 뒤로 젖혀지더니 정순하고 밀도 높은 마력이 주먹으로 힘껏 모였다.
샤오롱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단전에서 마력을 끌어 올려 실드를 견고히 구축했다.
주먹이 내리꽂혔다.
쩌ㅡㅡㅡㅡㅡㅡㅡ어엉!!!
건물을 뒤흔드는 파공음과 함께 눈부신 마력 폭발이 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