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28
131화〉
긴고아
연조와 칭자오는 부리나케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들을 따르는 황도복만 해도 100여 명.
적도복이 두 명이나 죽어 버리는 바람에 인원을 분산하기가 어려웠다.
대체 어떤 침입자인지는 몰라도 얼른 해결한 뒤에 다시 대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아래에서 돌아가는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였기에 그들의 마음도 덩달아 조급해진 것.
“칭자오, 아무래도 이상해요.”
“므어어어가 말인가?”
“타이밍이 너무 딱 들어맞지 않아요?”
“흐으으음, 그렇다곤 하여도 대성에게는 무리가 없을 테지. 오히려 그분의 분노를 사게 된 자들이 평안히 죽길 바라네.”
“그렇지만···.”
“흐어허어허. 자네는 대성의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겐가?”
“아니요, 절대 아니에요.”
연조는 단호한 어투로 내뱉었다.
그분의 강함은 수도 없는 전투를 통해 충분히 봐 왔다.
처음 샤오롱이 중국 무대에 데뷔했을 땐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한국에서 활동하다 국내에 첫발을 디딘 헌터.
그에 대한 평은 고작 이게 전부였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날고 기는 헌터가 수도 없이 많았다.
다들 한가락 하는 헌터들 틈바구니에서 샤오롱에게 눈길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샤오롱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서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그가 내로라하는 강호들과 고수들을 꺾고 중국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정말 몇 년이 걸리지 않았다.
파죽지세와 다름없는 젊은 헌터의 패기.
샤오롱은 곧 중국의 일약 스타 헌터가 되었고, 그 기세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앞에서는 정·재계와 손을 잡는 동시에 뒤에서는 중국의 어둠을 차근차근히 정복해 나갔다.
그에게 끝까지 맞섰던 조직은 삼합회가 유일했지만, 그 거대한 조직마저도 강대한 힘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과정이 10년이 안 되는 기간에 벌어졌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패자.
적도복과 청도복은 그 과정에서 샤오롱이 직접 거둬들인 자들이었다.
어중간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아닌, 쓸 만한 자들로 구성된 소수 정예의 팀을 이루고픈 그의 바람 때문.
연조는 그런 자들 가운데서도 샤오롱과 가장 오랜 연을 이어 온 사람이었다.
‘대성의 실력은 알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해. 왜 이렇게 심장이 뛰지?’
이유 모를 초조가 그녀의 발걸음을 느리게 만들고 잡념을 불러일으켰다.
삼합회에서 전문 암살자를 보내왔을 때보다, 예전 랭킹 2위였던 옌레이신과의 전투 때보다 더 긴장됐다.
칭자오와 연조는 지하와 지상의 중간 지점이 되는 홀에서 발을 멈췄다.
헌터복과 정장을 입은 수십여 명의 사람들이 지상에서부터 마력을 뿜어 대며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 이게 무슨 소란들이죠? 여긴 개인 사유지입니다!”
연조가 강한 어조로 다그치듯 말했다.
“저희는 〈HMCS 베이징 지부〉 사람들입니다.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저쪽 분들은 〈중국 헌터 협회〉 분들이고요.”
헌터 복장을 한 남자가 그녀에게 수첩을 들어 보이며 무뚝뚝한 얼굴로 대꾸했다.
‘HMCS랑 헌터 협회가 왜 여기에···?’
연조는 칭자오를 향해 눈짓했다. 칭자오 또한 기다란 수염을 쓸어내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침입자들이라 하기에 샤오롱에게 앙심을 품은 타 조직 정도로 생각했지, 국가 기관의 습격일 줄은 몰랐던 탓이다.
게다가 HMCS와 헌터 협회면 중국 서열 4위인 상무위원 저우린의 입김조차 닿지 않는 기관이었다.
그런 곳에서 함께 습격을 감행했다니··· 그야말로 작정하고 쳐들어온 게 분명했다.
연조는 상대가 느끼지 못하도록 조심하며 뒷걸음질 칠 준비를 했다.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칭자오는 연조의 계획을 눈치채고 앞으로 한 발짝 나섰다.
그와 황도복들이 시간을 끄는 동안 연조가 대성을 대피시켜야 한다.
“흐어허어허. 미안하지만 이곳부터는 저희 주인의 허락이 필요하오. 잠시 기다려 주셔야겠소.”
“영감님, 그럴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이 건물은 국제법에 따라, HMCS의 관할이 됩니다. 비키시지 않으면 강제로 연행됩니다.”
“이러어어언, 누구 앞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게요?”
“모릅니다. 알 필요도 없고요.”
파즈즈즈즈···!
대성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칭자오의 단전에서 둔중한 마력이 솟구쳤다.
“그아아암히!! 나 칭자오 앞에서 오만한 소리를!!”
“전원 전투 준비.”
〈HMCS 베이징 지부〉 1팀장 류하성의 명령에 다른 헌터들이 경계 태세를 갖췄다.
칭자오의 몸이 앞으로 쏘아지며 양 세력이 격돌했다.
홀은 헌터들이 사용하는 스킬과 마법으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섬광이 번쩍였고, 잘린 신체 따위가 허공을 날아다녔다.
연조는 그 틈에 재빨리 몸을 돌려 대성을 향해 내달렸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대피시켜야 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대가 눈앞에 나타나 그녀의 움직임을 막아 세웠다.
하필이면···!
“비키세요, 바쁘니까.”
“네가 나한테 ‘상태 이상’ 건 년이지?”
“···그래서 어쩌라고요.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죠.”
“나도 바빠. 그러니까 후다닥 끝낼까?”
연조는 입술을 짓씹고 상대를 노려봤다.
여제 강여화.
“또 제 기술에 걸리게 해 드리죠. 이번에는 당신의 잘난 스승 목을 가져오라고 해 볼까요?”
“···넌 진짜 각오해야 할 거야.”
강여화가 턱을 뿌드득 씹으며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
‘이 여자의 격투술은 위험해.’
연조는 샤오롱과 강여화가 싸우는 장면을 옆에서 목격했다.
격의 차이가 확실했음에도 강여화의 근접 전투는 샤오롱에게 뒤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술의 완성도만 놓고 보자면 강여화가 조금 더 나았을 정도.
연조는 불안한 마음을 제쳐 두고 우선 눈앞의 상대를 꺾기 위해 스킬을 구현했다.
[몽화봉침 : 춤추는 꼭두각시]그녀의 손에 생겨난 아홉 개의 바늘이 빠른 손놀림을 따라 사방으로 날아갔다.
푹! 푸부부북!
국가기관의 헌터를 비롯해 황도복까지, 막무가내로 꽂힌 침에 그들이 인상을 쓰는 것도 순간.
박힌 바늘에서부터 기묘한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사람들의 의식이 끊어졌다.
그들은 마치 인형이 된 것처럼 몸을 축 늘어트리더니 자리에 멍하니 섰다.
심지어 외형마저도 목각 인형처럼 점차 변해 가기 시작했다.
“저 여자를 죽여라.”
연조의 시동어가 떨어졌다.
꼭두각시가 된 아홉 명의 사람들은 새빨간 눈을 빛내며 강여화를 향해 덜그럭거리며 달려갔다.
– 그다다닫따닥!!
– 끄기기기기!
인형의 머리가 위아래로 부딪히며 나는 소름 끼치는 소리.
“간다.”
불길처럼 타오르는 거센 마력이 강여화의 몸을 뒤덮었다.
그녀의 몸이 땅을 박차곤 꼭두각시들을 향해 쏘아졌다.
“제 스킬이 발동된 인형들은 인간의 몇 배나 되는 내구력과 힘을 가지게 되죠.”
연조는 바늘에다 힘껏 마력을 쏟아부으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여제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꼭두각시 아홉을 상대론 어쩔 수 없을 거다.
명령이 입력된 인형들은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다.
그것들은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살인 병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 그러셔!”
강여화의 상단 차기가 꼭두각시의 머리로 향했다.
빠가ㅡㅡㅡㅡ악!!
칭자오가 힘껏 때려도 유지되는 꼭두각시의 머리통이 잘 익은 석류처럼 으깨졌다.
“크윽!! 대체 어떻게 돼먹은 몸뚱이죠!!”
뭉텅이로 빠져나간 마력 때문에 연조의 몸이 휘청거렸다.
인형이 무너지며 갈 길을 잃은 마력이 순식간에 소멸한 것.
상정한 파괴력을 웃도는 강격에 연조는 허리에서 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대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었다.
강여화는 대답 대신 마력을 줄기줄기 피워 올리며 다가오는 꼭두각시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옆구리를 처맞은 인형은 상체가 터졌고, 발길질에 걷어차인 인형은 두 다리가 흉측하게 박살 났다.
“크으ㅡ! 이 괴물 같은!!”
꼭두각시가 소용없다고 판단한 연조는 스킬을 해제함과 동시에 재차 발동해 수십 개의 바늘을 내던졌다.
파바바바바박!!
그러나 바늘들은 여제가 구축한 마력 실드에 막혀 단 하나도 파고들지 못했다.
“한국에서 분명 이 정도는···.”
“그거야 샤오롱이 발작하고 덤빌 줄 몰라서 그랬던 거고.”
강여화가 입매를 비틀며 웃더니 연조를 향해 발을 날렸다.
뻐어어어어어억!!
“커허억···!”
연조의 몸이 십여 미터를 날아가더니 벽에 처박혔다.
그녀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네에에에에에 이노오오옴!!”
그 광경을 바라본 칭자오가 일갈을 내질렀다.
이마에 핏줄이 불거진 채 마력을 운집하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의 사나운 곰을 연상케 했다.
일대일로 붙고 있던 류하성은 숨을 헐떡거리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했다.
‘민시우 헌터 말대로라면 저 여자가 강여화겠군. 적도복 하나를 붙잡고 있으니, 우리 쪽에서 칭자오를 잡아 줘야 공평할 텐데.’
그러나 류하성의 각오가 무색하게, 칭자오는 여제를 향해 몸을 틀었다.
류하성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조, 조심하시오!!”
그의 다급한 외침이 전장을 가로지르는 찰나,
퍼거어어어억!!
‘어······.”
칭자오의 미간에 마력으로 이뤄진 화살이 처박혔다.
***
샤오롱이 사용하는 스킬 중 유일하게 실물로 존재하는 무구, 긴고아.
제천대성 손오공이 머리에 쓴 이후 그를 옥죄어 올바른 길로 인도했던 신기였지만, 샤오롱에게는 조금 다르게 적용되었다.
인체의 모든 리미트를 한 단계 풀어 주는 사기급 스킬.
물론 그만한 힘을 얻는 대신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존재했다.
추후 긴고아 사용 1분당 12시간씩 마력 제한이 있었던 것.
미래의 안전과 생명력을 담보로 현재의 폭주를 일으키는 기술인지라 샤오롱도 긴고아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 머리핀을 볼 때면 언제나 아픔이 올라오기에···.
“아직도 긴고아를 가지고 있네?”
“이건 제 어리석은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다짐입니다. 그날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한 제 몸부림이기도 하고요.”
샤오롱에게서 조금 전의 기세를 압도하는 마력과 격이 폭포수처럼 넘쳐흘렀다.
시우를 제외한 현장의 모든 이들이 그 어마어마한 기운에 압도되어 턱을 딱딱 부딪쳤다.
조금 전까지 샤오롱을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조차 지금은 절망밖에 느끼지 못했다.
거대한 격의 홍수.
시우는 목을 뚜두둑 꺾었다.
【저놈 미쳤다, 지렸다, 오졌다.】
어디서 배운 거야, 이딴 말은.
【저 정도면 네 친구 떡대하고도 비슷한 것 같다.】
“야, 최대수 내 친구 아니거든.”
시우는 쯧 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그 말에는 이견이 없었다.
‘미스틸 테인’에 오르겠다더니 빈말이 아니었나 보네.
“갑니다, 스승.”
샤오롱의 기세가 파도처럼 덮쳐 오더니 곧이어 한줄기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쩌ㅡㅡㅡㅡㅡ엉!!
단순한 주먹질인데, 경기장 한가운데 폭발이 일며 주변의 대기가 뒤틀리고 지반이 사라졌다.
샤오롱은 핏발 선 눈으로 길게 입꼬리를 올렸다.
긴고아를 사용했을 때, 그가 두 번째 공격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첫 번째 공격에 즉사했기 때문.
“다 쳤냐?”
그러나 시우에겐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었다.
믿기지 않은 상황에 샤오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여기 좁으니까 위에 가서 싸울까?”
시우의 이죽거 리는 목소리와 함께,
꽈ㅡㅡㅡㅡ과과과ㅡㅡㅡㅡ과과광!!
샤오롱의 몸이 위로 솟구치며 건물 천장을 모조리 꿰뚫고 하늘로 튀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