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2
135화〉
누구세요
집에서 시우를 기다리던 시온과 아밍.
삡삡삡삡삡삡, 삐빕.
현관문 열리는 알림음이 들리자 그들은 다다닥 마중을 나갔다.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번에도 오랜만에 볼 줄 알고 졸음을 참으면서까지 기다렸는데, 결국 자 버려서 머리카락 한 올도 보지 못했다.
시우 오빠는 바빠도 너무 바쁜 사람이었다.
“시우 오··· 어?”
그러나 현관으로 들어온 사람은 기대한 얼굴이 아니다.
치렁치렁한 머리카락과 새까만 무복 차림이 무섭게 어울리는, 날카롭게 생긴 젊은 남자.
아밍은 무서운 듯 입술을 떨었지만, 반면에 시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
“아저씨, 누구?”
“시온아!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걸면 안 돼!”
“무서워, 눈.”
“우리 방으로 들어가자! 도망쳐!”
“지저분해, 머리.”
시온이 조목조목 지적하는 사이 시우와 강여화가 뒤따라 들어왔다.
“시우 오빠!!”
“오빠, 늦어.”
시온과 아밍이 그를 향해 후다닥 달려가 팔에 매달렸다.
시우는 싱긋 웃으며 그들을 꼭 껴안았다. 따뜻하고 포근한 게 큰 강아지 같기도 했다.
‘딸 키우는 게 이런 기분인가.’
무뚝뚝한 시준, 적귀, 볼크, 황정구, 추하민 같은 남정네들만 보다가 시온과 아밍을 보니 귀가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잘 지내고 있었어?”
“집, 심심.”
“네! 저희는 잘 지냈어요!”
【내 부하들 잘 있었던 것이다!】
뒤이어 강여화가 들어오며 그들을 향해 섭섭하단 투로 말했다.
“뭐야, 오빠 왔다고 언니한테는 알은체도 안 해?”
시우가 미국이나 독일에 가느라 자리를 비웠을 때 시온과 아밍을 가장 잘 챙겨 준 게 강여화였다.
맛있는 것도 자주 사다 주고, 같이 놀아도 주고, 쇼핑하러 종종 가 주기도 하고, 놀러도 다녔는데.
‘스승님이 오자마자 이렇게 찬밥 신세가 될 줄이야···.’
“아니에요! 언니도 너무 반가워요! 단지 시우 오빠를 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래요!”
“오빠 더 좋아.”
“시온아, 여화 언니 들으니까 조용히 해.”
“언니 그다음.”
“······.”
【나는? 나는?】
아밍은 입을 다물고 강여화의 눈치를 살폈고, 여화는 웃으면서 시온의 볼을 꼬집었다.
“아파, 언니.”
“그런데 뒤에 저 무섭게 생긴 아저씨는 누구예요?”
아밍이 무섭다는 표정으로 루안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아저씨는 언니랑 같이 스승님의 제자인데ㅡ.”
“더러워, 눈매.”
“무섭게 생겼어요.”
“···음.”
【조폭 두목같이 생긴 놈.】
루안은 어떻게 하냐는 듯한 얼굴로 시우를 바라봤다.
그렇다고 애들한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
“왜 날 쳐다봐? 네가 눈깔 착하게 떠.”
“···저는 평소처럼···.”
“참고로 애들이 계속 저런 반응이면 너 쌍수시킨다?”
“······.”
루안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한숨을 나직이 내쉬었다.
***
– 그래서 마약은 잘 압수한 것 같더군. 양 주석도 이번 작전 결과에 대해 무척이나 만족한 듯하고.
“그렇군요. 시우 헌터님이 세운 계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설마··· 그가 샤오롱까지 이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거든.
슈토프 총리는 시우의 강함에 혀를 내둘렀다.
독일의 영웅이기도 하고, 두 번이나 큰 도움을 받았기에 시우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이나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막연히 실력이 좋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세계 랭킹 18위까지 때려눕힐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
“스승님께 물어보니 샤오롱 헌터가 예전 제자라고 하더군요.”
롤프 방겐하임의 말에 슈토프는 황당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 뭐? 아니, 자네도 제자고··· 민시준 헌터, 강여화 헌터도 제자고··· 이번엔 샤오롱까지 제자인가? 최대수는 제자가 아니라던가?
“하하, 그건 아니고. 최대수 대통령, 도경후 헌터와 더불어 대한민국 삼존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 그래, 그건 얼마 전 기사에서 봤다네. 세계적으로 한창 어지러운 시기여서 삼존에 대한 건 자료가 많이 안 남았다지?
“그렇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독일도 12~13년 전까지만 해도 베를린 외에는 인터넷이 안 됐었으니까요.”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세상은 평화롭지 못했다.
허구한 날 열리는 게이트와 그 안에서 폭주하는 몬스터들.
거기다 마왕을 필두로 한 마족들의 침탈이 끊이질 않고 이어지며, 인류는 발전하는 게 아니라 날이 갈수록 퇴보할 수밖에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방송국이 무너져 있고, 자고 일어나면 국경 인근이 초토화되어있고.
이런 상황이 10년 이상 이어져 왔던 것.
– 아무튼 이참에 민시우 헌터의 실력에 대해 잘 알게 됐으니, 앞으로는 관계를 더욱더 매끄럽게 해야겠어. 듣자 하니 〈HMCS 국제 총본부〉에서도 블랙우드 경에 대한 지지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하더군.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스승님께서 샤오롱을 쓰러트렸다는 사실이 알음알음 퍼지고 있으니까 요.”
전대미문의 슈퍼 루키.
사실 루키는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시우는 충분히 떠오르는 신인 스타였다.
젊고, 잘생기고, 강하고.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요소는 전부 갖춰져 있다.
입지가 크지 않았던 블랙우드 경에게 시우 같은 인재가 들어갔다는 게 공식화되면 큰 도움이 될 터.
슈토프와 롤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저 하다가 통화를 끝마쳤다.
롤프 방겐하임은 한숨을 돌리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세계 랭킹 18위를 이겼다는 건··· 20위인 베네딕트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이겠지.’
독일도 ‘미스틸 테인’에 속한 1위 헌터를 제하면 베네딕트 악커만이 현재 최정상 헌터였다.
‘이번 일이 다른 하이 랭커들을 자극해서, 그들이 스승님을 귀찮게 하지 말아야 할 텐데.’
하이 랭커 중에는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꽤 많았다.
호승심이 너무 강해 몬스터와 싸우는 대신 사람과 싸우는 것을 즐겨 어둠으로 타락한 자들도 종종 있었다.
그들은 샤오롱처럼 조직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불법적인 사업이나 암살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강한 사람을 찾아 싸우는 것만을 즐기는 살인광들.
그런 놈들이 찾아온다면 시우가 가만히 있을까?
아니.
적어도 롤프가 아는 시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었다.
‘잘됐다며 반쯤 죽여 놓고 스트레스를 푸실지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노크와 함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오ㅡ 이게 누구야! 멍청이 한스 아니야!”
롤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자신의 친한 친구이자 라일라의 삼촌인 한스 슈뢰더.
“술고래 롤프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하하하, 이 친구 이제 멀쩡하구먼!”
롤프와 한스는 포옹을 하면서 서로의 등을 두드렸다.
“삼촌이 하도 협회장님을 보고 싶어 해서ㅡ.”
“어허, 조카! 내, 내가 언제 그랬어!”
옆에 있던 라일라가 히죽거리자 그는 빨개진 낯으로 헛기침을 했다.
“다들 그러지 말고 자리에 앉지! 반가운 손님들이 오니 기분이 좋구먼, 하하하! 비서에게 말해서 커피라도ㅡ.”
“저는 코코아요!”
“그래, 자네는 코코···아.”
롤프는 상석 소파에 누워 있는 베네딕트를 보고 눈을 커다랗게 떴다.
“대체 언제 들어온 거야?!”
“에··· 슈토프 총리하고 통화 시작할 때?”
“한참 전이잖아!!”
“에이, 통화 중인데 방해하면 안 되죠.”
“넌ㅡ!”
베네딕트 악커만이 헤살 대며 말하자 롤프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망할 애송이!’
랭킹만 더 낮았어도 꾸지람으로 끝내지 않았을 테지만, 대외적으로 독일 최정상이라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 반가워요, 다들!”
베네딕트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당황한 라일라와 필릭스도 엉거주춤 인사하며 한스에게 그를 소개했다.
“삼촌, 베네딕트 악커만이라고··· 독일 랭킹 2위 헌터예요.”
“어쩐지 느껴지는 분위기가 보통이 아닌 것 같더라. 처음 뵙겠습니다, 한스 슈뢰더라고 합니다.”
한스가 손을 내밀었다.
베네딕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그 손을 잡고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처음 뵙는 게 아니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처음이 아니라고요?”
“헤헤헤, 그런 게 있습니다!”
“??”
이제는 완연하게 돌아온 혈색으로 건강해진 한스의 모습에 베네딕트는 싱긋 웃음이 나왔다.
그날 병실에서 봤던 풍경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병실을 가득 채운 금빛 찬란한 마력과 생명력을 회복시키는 경이로운 기술.
세상을 파괴하는 마법이나 기술은 숱하게 봐 왔다.
괴물을 죽이고, 범죄자를 잡아들이고,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을 죽이는 잔혹한 스킬들.
그러나 그 수백, 수천의 능력 중에서 죽어 가는 사람을 되살린 스킬은 본 적이 없었다.
‘그래, 그건 기적이었어.’
베네딕트는 짧은 헌터 기간 동안 처음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 생긴 것 같아 감정적으로 충만해 졌다.
만약 시우가 순수한 힐러이기만 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존경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매 사건 때 본 시우는 전투에도 엄청나게 능숙했다.
단 두 방에 때려죽였던 키메라의 망가진 형체는 지금도 눈앞에 선했다.
“베네딕트, 자네는 이곳에 왜 온 건가? 설마 코코아나 얻어 마시려고 온 건 아닐 테고.”
“소문을 진위여부를 들으려고 왔죠.”
“무슨 소문 말인가?”
“시우 스승님이 샤오롱을 꺾고 붙잡은 사람인지. 그거 확인하려고요.”
라일라와 필릭스, 한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롤프를 바라봤다.
“시우 헌터 님이 혼자서 샤오롱 헌터와 싸워 이겼다고요?”
“시우? 지금 말하는 게 민시우인가? 한국에서 와서 활동했었던 그 친구?”
라일라와 한스는 같은 상황을 두고 다른 반응을 보였다.
“베네딕트··· 자네는 대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은 건가?”
“영감님, 하이 랭커들 정보력을 우습게 보시면 안 되죠. 그래서 스승님이 맞는 거죠?”
“끙, 맞다네. 그게 뭐가 중요한건가?”
“당연히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베네딕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종종걸음으로 나갔다.
“······?”
“······?”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가 안 돼서 서로 바라보는데, 베네딕트가 문틈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며 말을 이었다.
“아 참, 당분간 한국 갈게요. 다들 수고요~.”
그리고 황량하게 사라져 버린다.
“자, 잠깐··· 야 인마!!!”
롤프 방겐하임의 당혹스러운 외침이 건물을 뒤흔들었다.
***
길드의 권한과 혜택이 늘어날수록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역할도 나날이 커 갔다.
이제 ‘길드’라는 건 국가의 필수 핵심 요소가 되었고, 민간 길드가 존재하지 않는 곳은 북한과 같은 독재 국가밖에 없었다.
[제국 길드]를 담당하는 민시준은 자신의 어깨가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길드장이라는 위치는 대기업 총수와 다름없는 자리.
거기다 헌터들은 목숨을 걸고 일하는 자들이었기에, 그들을 총괄한다는 것은 수많은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과도 다름없었다.
“하··· [금강]이 사라지는 바람에 정신이 없네.”
일곱 개의 대형 길드, 헵타그램이 그간 대한민국 헌터계의 주축이 되어 왔는데, 류지환의 [금강 길드]가 공중으로 분해되며 자잘한 문제들이 계속 튀어 오르고 있었다.
소속되어 있던 헌터들의 거취 문제나 던전과 게이트, 마정석, 각종 아티팩트의 소유권 및 세금 문제까지.
다른 길드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는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
똑똑.
“네, 들어오세요.”
소리 소문도 없이 해외로 쏘다니던 형이 밥이나 같이 먹자며 오겠다고 했었다.
당연히 형이 온 줄 알고 고개를 들어 인사하려는데 형 말고 다른 사람들이 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여화 누나도 왔······ 오롱이 형??”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루안이 ‘오롱이 형’이란 호칭에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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