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39
142화〉
훈련3
자리에 있던 사람 중 그 속도에 반응한 자는 시우가 유일했다.
검집에서 뽑힌 발뭉이 매섭게 사선으로 그어 올려진다.
쩌ㅡㅡㅡㅡ엉!!
단단한 쇠붙이끼리 맞부딪치며 날카로운 파찰음이 대기를 뒤흔든다.
번쩍이는 섬광 너머, 최대수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거대한 덩치의 괴수가 입을 쩍 벌리고 덤벼든다.
잘 벼린 톱날 같은 이빨이 시우의 목을 짓씹을 듯 들이닥친다.
시우는 당황하지 않고 적의 머리에 초크를 걸어 무릎으로 턱을 찍어 올렸다.
빠가아아아악!!
보통의 인간이었다면 턱뼈가 그대로 박살 나 주저앉았을 테지만, 괴물은 그런 것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날카로운 발톱을 시우의 몸에 휘둘렀다.
붉은 궤적이 아로새겨진다.
시우는 마력 실드를 차분하게 구축했다.
삼중으로 짜인 견고한 마력 실드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며 적의 공격을 튕겨 버린다.
발톱이 실드를 가격할 때마다 불꽃이 번쩍인다.
시우는 광기에 사로잡힌 괴물의 안광을 지그시 응시했다.
뜨거운 달빛을 먹고 사는 종족, 라이칸스로프.
온몸이 잿빛 털로 뒤덮인 강대한 늑대 인간이 샛노란 홍채를 희번덕거리며 으르렁댔다.
“한 마리가 아냐! 다들 마력 올리고 집중해라!!”
마기를 느낀 아술이 외치자 일행들은 곧장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몇 초 전까지 아우성치던 다른 괴물들은 라이칸스로프의 기세에 눌렸는지 전부 자리를 내뺀 상태.
아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마리의 라이칸스로프가 들이닥쳤다.
한 마리는 추하민과 황정구, 적귀가.
다른 한 마리는 루안과 볼크, 아밍.
아술, 시온, 한태치는 서포트의 위치에 섰다.
-크르르릉···!
시우는 눈앞의 녀석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확실히 이놈에게서 나오는 기세와 압력은 보통의 몬스터를 웃도는 편이다.
A급 게이트였다면 그곳의 보스 몬스터 격은 됐을 터.
하지만 이 정도는 아직 S급 게이트의 위력에 미치지 못한다.
아마 잘 정련된 시우의 격을 보고 슬금슬금 간을 보는 듯한데, 시우는 야금야금 체력만 빼는 적의 장단에 맞춰 주고픈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진열도 잘 짜고 작전도 좋긴 했는데, 너희 빌어먹을 두목은 겁나서 안 나오는 거냐?”
– 크아아아앙!!
시우가 이죽거리자 라이칸스로프가 발작하듯 성을 냈다.
괴물의 몸이 크게 들리며 발톱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시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뇌전 : 금빛 늑대]】
프레가 발한 술식이 지지직거리며 샛노란 늑대의 형상을 구축했다.
일순 시야를 가린 섬광.
라이칸스로프의 몸을 관통한 전류가 근육을 경직시켰고, 이어서 발뭉이 놈의 육신을 양단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며 괴물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그 찰나,
『크어어어어어어!』
고위 몬스터만이 내뿜을 수 있는 방대한 격이 울음으로 토해지며 공간을 내리눌렀다.
맹수의 포효에 사람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그건 일개 몬스터가 뿜을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다. 살의와 분노가 명백히 실린, 인간에게서나 나올 법한 끈적한 살기.
터벅, 터벅, 터벅.
기다란 풀숲을 젖히고 나타난 은색의 늑대 인간.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한 곳에 몰렸다.
흉흉하기 그지없는 마기와 밀도 높은 마력이 놈을 중심으로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전부. 찢어. 죽인다. 인간. 놈들.』
놈은 붉게 타오르는 안광을 번들거리며 짓씹듯이 말했다.
단어 하나하나에 깃든 힘이 섬뜩하리만치 살기등등했다.
“루안.”
“예, 스승님.”
“난 다른 놈을 상대해야 할 것 같으니까 네가 저 은 색깔 맡아라.”
“···알겠습니다.”
콰득!!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앞꿈치에 힘이 실렸다.
달빛을 수놓은 듯 은색으로 휘갈기는 털이 한 줄기 빛살이 되어 전장 한가운데로 쏘아졌다.
밑도 끝도 없는 전광석화의 속격에 지반이 터져 나가고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격의 방출로 주변 사물이 뜯겨 나가는 중이었다.
그 순간 루안의 마력이 적의 기세에 감응하며 술식을 구축했다.
[미후왕·아수라 : 백갑창천무위화]화려한 순백의 마법진이 그의 형상을 둘러싸고 단단한 갑주를 형성했다.
“뻗어라, 여의!!”
루안이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진행로를 향해 여의봉을 겨눴다.
쉬이ㅡㅡㅡㅡ익, 콰아아아앙!!
화살처럼 솟구친 여의가 로드의 몸에 직격했다.
『때려. 죽인. 다.』
괴물은 고작 몇 걸음 뒤로 물러났을 뿐,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터억.
놈은 오히려 여의봉 끝을 쥐더니 힘껏 위로 들어 올렸고, 손잡이를 잡고 있던 루안도 시소처럼 따라 올라갔다.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팔 근육이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놈은 수십여 미터짜리 쇳덩이를 직각으로 세웠다.
그대로 땅바닥에 처박을 심산인 게 분명했다.
“커져라, 여의.”
그것이 신기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콰ㅡㅡㅡㅡㅡ앙!!
여의봉이 높다란 빌딩 크기로 변하며 라이칸스로프 로드의 몸을 짓눌렀다.
지반이 수 미터가량 푹 꺼지며 여의봉이 틀어박혔다.
뿌연 먼지가 풀풀 피어올랐다.
루안은 여의봉 꼭대기에 앉아 잠시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과연 이 공격이 놈에게 얼만큼이나 피해를 줬을지···.
죽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최소한 중상이라도 입었으면 하고 바랐다.
정말 잠시 대면한 것에 불과했지만, 루안은 놈이 얼마나 턱없는 괴물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 격과 기세는 여태껏 마주한 몬스터들이 귀엽게 보일 만큼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이것이 S급 게이트인가. 지난번 한국에서 일어난 S급 게이트는 대체 어떻게 클리어한 거지?’
스승이 한 것이란 건 알고 있으나, 자세한 내막 따위는 묻지 않았기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드득.
그때였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여의봉 맨 아래에서부터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설마 깔린 상태로 움직이고 있다고? 다 커진 여의가 얼마나 무거운데···.’
콰아아아앙!!
순간 지반이 으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은색 털이 구멍을 뚫고 솟구쳐 올랐다.
“칫! 줄어라, 여의! 근두운!”
회색 구름이 나타나 추락하는 루안의 몸을 떠받치고 지상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라이칸스로프 로드가 다른 일행을 향해 발톱을 세우고 덤벼들려 하고 있었다.
‘조금 늦다···!!’
루안은 이빨을 아드득 깨물며 다급히 소리쳤다.
“아밍ㅡㅡ!!”
다른 라이칸스로프를 상대하느라 주위를 볼 틈이 없던 그녀의 등 뒤로 은색 털이 들이닥쳤다.
“호잇!”
그 찰나, 꾸물꾸물 기어 온 한태치가 그들 사이로 아이템을 던졌다.
파즈즈즈즈즉···!
주변 마기에 반응한 고압 전류가 샛노란 섬전을 번쩍이며 라이칸스로프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털과 가죽이 타들어 가고 근섬유가 찢어진다.
그래, 잠깐의 틈이면 된다.
루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근육 곳곳에 마력을 때려 박은 뒤 공을 치려는 타자처럼 여의봉을 어깨 뒤로 돌려 힘껏 휘둘렀다.
빠ㅡㅡㅡㅡㅡㅡㅡㅡ악!!
근두운의 빠른 속도까지 더해진 강격.
은빛 라이칸스로프의 몸이 수십여 미터를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여의봉을 휘둘렀던 팔이 저릿저릿하다.
뼛속까지 아려 오는 시큰함에 루안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새끼는 괴물인가···.”
한 줄기 은색 빛살이 그려지며 로드의 날카로운 발톱이 루안의 몸을 찢어발길 듯 들이닥쳤다.
콰아아아아아앙!!
여의봉을 횡으로 들어, 내려 찍히는 발톱 세례를 막아 냈다.
마치 다섯 자루의 도끼가 일격에 뿜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어마어마한 괴력이었다.
루안의 잇새로 피가 흘러내렸다.
한 합을 막아 냈을 뿐인데 손목이 끊어질 것 같았다.
백갑을 둘러 근력을 늘리지 않았다면 봉째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S급 게이트 안에 있는 것들은 죄다 정상이 아니군···!”
『너. 찢어. 죽인다.』
라이칸스로프 로드가 으르렁대며 이를 드러냈다.
***
시우가 첫 라이칸스로프를 죽인 다음, 시조가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
시우는 원래 루안을 따라 시조의 목을 칠 생각이었다.
단순 격과 마력으로 따진다면 은빛 라이칸스로프가 루안보다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아··· 이건 또 뭐야.”
아주 미세하지만, 흉측하고 끈적이는 시선이 시우의 몸에 와 닿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건 몬스터가 뿜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오직 악한 인간만이 낼 수 있는 더럽고 질척이는 기운에 절로 인상이 써진다.
시우는 단전에서 마력을 한 움큼 끄집어 올려 발뭉에 때려 박았다.
“먼저 안 오면 내가 갈까?”
“쿠쿠쿠, 어떻게 알았지. 최대한 기척을 감춘 건데.”
수풀 뒤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주 얇은 천 하나만 둘러,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의 여성이었다.
심지어는 속옷조차 입지 않아 불어오는 바람에 속살이 여실히 보였다.
“S급 게이트 안에 있는 거 보면 〈판데모니엄〉일 테고. ‘게이트 허트’라도 주려고 기웃거린 건가?”
“어머나, 보자마자 조직 이름도 맞춰 주시네. 러시아에 있던 얼간이들과는 다르셔.”
러시아라.
시우는 속으로 의문점을 곱씹었다.
현재 S급 게이트가 발발한 곳은 러시아,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였다.
거의 엇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러시아도 정예 헌터를 뽑아 들여보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거기 있던 얼간이들과는 다르다니.
‘설마 판데모니엄 놈들은 게이트 간의 공간 이동이 가능한 건가? 아니면 이 여자만의 능력?’
확인해 보면 알겠지.
“그럼 계속 러시아에서 놀면 될 텐데, 여긴 웬일이지?”
“쿠쿠쿠. 거기 애들이 시시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자흐날’을 이긴 네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지.”
“봤으니까 이제 꺼지려나?”
시우의 말에 루슬라나는 눈매를 엷게 뜨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어머,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도 춤 한 번 안 출 셈이야? 한국 남자는 매정하네.”
“내 스타일이 아닌데.”
“괜찮아, 나랑 춤추고 내 매력에 빠지지 않은 남자는 없었거든.”
루슬라나는 몸에 걸친 얇은 천을 살랑살랑 흔들며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언뜻 보기엔 별다른 강함이 느껴지지 않는 상대이지만, 백 년 이상 전투만 치러 온 시우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여자의 모든 것은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한 허초.
매혹적인 얼굴과 몸매, 거기다 홀딱 벗은 몸은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주의를 흩트려 놓기에 좋은 수다.
하지만 그녀의 강함만큼은 허초가 아닐 터.
【마기를 얼마나 처먹었는지 마족이라 해도 믿겠다.】
“어머, 장식으로 올려놓은 인형이 아니었네? 내 어깨가 허전했는데 잘 됐다. 기념품으로 가져가야겠어.”
“그냥 지금 가져가도 돼.”
“···??”
“식비가 존나 나오거든.”
【좁밥, 뒤지고 싶은 것이냐?】
“그럼 좀 적당히 처먹든가.”
시우의 형상이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바닥을 긁는 발뭉의 날이 마력을 뿜어내고 싶어 새하얀 빛을 번쩍였다.
“쿠쿠쿠, 그게 자흐날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는 검인가? 갈라 봐! 나를 갈라 봐!”
루슬라나는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아무런 임전 태세도 하지 않았다.
보통은 이런 도발에 울컥해서 넘어가는 것이 하수의 전형이지만···.
“한 번 어울려 줘 볼까?”
시우는 발뭉을 높이 치켜들었다.
종으로 떨어지는 새하얀 검날에서 무지막지한 마력이 들불처럼 타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