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40
143화〉
루슬라나
쩌ㅡㅡ엉! 쩌ㅡㅡㅡㅡ엉!
거의 전방위적으로 적을 몰아붙이던 루안이 로드를 떠맡게 되자, 볼크와 아밍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동료가 위험해지기에 정신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볼크는 이형계 능력자라는 점 때문에 부담을 더 느끼는 중이었다.
“이 개같은 것들이!!”
“오빠, 개 아니고 늑대야!”
아밍은 워해머를 수평으로 휘둘러 라이칸스로프의 복부에 내다 꽂았다.
빠ㅡㅡㅡ악!!
마치 해머를 쇳덩이에 내리친 것처럼 손끝이 욱신거렸다.
“모모, 가.”
시온의 명에 새까만 귀신이 라이칸스로프의 등에 올라탔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살아 숨 쉬듯 움직이며 괴물의 머리를 휘감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 크어어어엉!!
라이칸스로프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머리를 마구 긁어 댔다.
하지만 모모의 머리카락은 피아노 줄 이상의 강도를 자랑하고 있어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다른 거 갑니다!”
그때 한태치가 작은 석궁을 꺼내 들더니 괴물을 향해 볼트를 발사했다.
쉬익ㅡ 퍼억!
별거 아닌 단순한 공격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위력은 단순하지 않았다.
이번에 그가 테스트한 건 반경 30cm 안에 있는 코어를 추적해 분해하는 아이템.
콰드득.
살짝 박혔던 볼트가 가죽을 헤집더니 마력을 방출했다.
파지직, 소리가 들리더니 라이칸스로프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쏟아졌다.
“헐ㅡ 성공했다.”
한태치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연구의 꽃은 실험에 있다는 것을, 그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 한태치, 평생 따르겠습니다!’
한태치는 시우를 향해 속으로 감사 인사를 표했다.
“헉, 허억, 헉, 아이, 씨! 그런 기술 있었으면 진작 좀 쓰지 그러쇼!”
그때 볼크가 숨을 헐떡이며 나무라듯이 외쳤다.
“야.”
한태치는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볼크를 노려봤다.
“야??”
“나 S급이야. 너 몇 급이야?”
“어···.”
“너 몇 급이야, 이 새끼야?”
사실 한태치는 시우 앞에서만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졌을 뿐이지, 어디 가서 그렇게 꿀릴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다.
강여화, 최성일, 민시준도 그보다 아래였다.
물론 전투 기술이 높아 책정된 랭킹은 아니라도 말이다.
“아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니까···.”
“그래서 몇 급이냐고?”
“···죄송합니다.”
한태치가 석궁을 겨누며 묻자 볼크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짜식이 말이야. 이제 저쪽 가서 싸워.”
“저숨 조금만 돌리고 가면 안···.”
“뭐?”
“안 되겠죠.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볼크는 이 일행 중에서 자신의 서열이 얼마나 낮은지 곱씹어 보며 몸을 날렸다.
***
대기를 가르는 한 줄기 검격.
발뭉의 날카로운 검날이 상대를 저며 버릴 것처럼 낙하한다.
어깨를 파고든 날붙이가 살과 뼈, 근육을 찢고 점차 심장을 향해 다가간다.
그러나,
츠즛··· 파ㅡㅡㅡㅡㅡㅡ앙!!
마치 도화선에 불을 지른 것처럼 둔중한 폭발과 함께 마기가 사방으로 내뻗는다.
반경 십여 미터가 그 여파로 초토화됐다.
흘러내린 피와 살점이 꾸덕꾸덕 뭉쳐지며 ‘폭발한’ 그녀의 몸을 다시 수복하기 시작했다.
루슬라나는 만들어지는 중인 얼굴을 쓰다듬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쿠쿠쿠, 깜짝 놀랐지? 내 몸에 흐르는 피는 마력과 반응하는 화약이거든. 어디 그 잘난 낯짝이 아직도 웃고 있나 볼···.”
동공이 만들어진 그녀는 눈앞에 비친 상황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다시금 이어지는 발뭉의 검격.
루슬라나는 황급히 두 팔을 겹쳐 올렸다.
콰ㅡㅡㅡㅡㅡ앙!!
으깨진 손목에서 튀어나온 피가 발뭉을 두른 마력과 반응하며 다시금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수류탄 두 개가 연이어 터지기라도 한 것처럼 지대가 반파되었다.
루슬라나는 피어오른 흙먼지를 보며 혀를 찼다.
러시아의 라브르라는 하이 랭커도 첫 일격에 혼비백산하며 정신을 못 차렸다.
박살 난 검 파편이 온몸에 파고들어 돼지처럼 꽥꽥 소리치다 죽어 버렸거늘.
“제법 춤 좀 추는 남자였네.”
자흐날을 이겼다기에 약간의 기대를 갖긴 했었지만, 설마 폭발에 놀라지도 않고 재차 공격해 올 줄이야.
루슬라나의 잘린 손목을 타고 피가 모여들었다.
그녀는 제3계 마왕의 권속인 타타르와 직접 계약한 각성자였다.
헌터로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녀가 현재 하이 랭커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게 된 것도 전부 위대한 마족과의 계약 덕분.
만년 하위 헌터로 살아갈 수밖에 없던 운명이었으나, 루슬라나는 자신의 운명에 거세게 저항했고 지금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판데모니엄〉 중에서도 마왕의 직계 권속과 계약한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으니, 그녀의 자부심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
이건 마왕을 신봉하는 자들에게 있어 일종의 특권이자 또 다른 권력이었다.
그녀는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전신에 마기를 실었다.
칙칙한 묵색 기세가 모여들더니 이내 곧 흉악한 격의 파도를 이루었다.
“쿠쿠쿠, 타타르 님의 이름을 걸고 폭사시켜 주마.”
루슬라나는 광기 어린 눈을 번들거리며 시우를 향해 맨몸을 날렸다.
끈적거리는 마기의 강공이 상대를 향해 미사일처럼 쇄도했다.
콰아아아아앙!! 꽈아아아아앙!!
공격이 하나하나 꽂힐 때마다 루슬라나의 주먹이 부서졌고, 상처에서 솟구친 피가 마력과 반응하며 연쇄적인 폭발로 이어졌다.
주먹이 다시 만들어지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이, 그녀의 맹공은 손목에서 팔꿈치, 팔꿈치에서 어깨가 터지도록 계속됐다.
“더! 더! 더어어! 더 덤벼 봐!!”
그녀의 발이 채찍처럼 휘더니 시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낭자한 피가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일대를 파괴하고 짓이겼다.
루슬라나는 어느 틈에 폭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킥킥거리고 웃었다.
두 팔과 다리 하나가 터져 나가 엉망이 됐지만, 그녀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너도 아프다고 돼지처럼 비명을 질러 보지, 그래? 잘하면 내가 애완용으로 키워 줄 수도 있는데.”
루슬라나는 혀로 입술을 핥으며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었다.
폭발량이 큰 만큼 꽤 많은 양의 마기가 소모되었다.
들끓는 피가 화약이 되어 공격하는 데에도 상당한 마기가 필요했지만, 사실 몸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에는 그보다 더한 양이 필요했다.
확실히 처음보다 수복되는 시간이 더디 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족이 아닌 인간의 몸으로 마기를 사용하면 그만큼 세세하게 다루기가 어려웠기 때문.
‘괜찮아, 마기야 나중에 또 충전하면 되니까. 자흐날을 이긴 녀석의 목을 가져가면 타타르 님도 기뻐해 주시겠지.’
그녀는 한층 더 높은 격으로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며 기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돼지 비명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그때 가라앉은 흙먼지 사이로 시우의 목소리가 나긋나긋이 들려왔다.
루슬라나는 입술을 짓씹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공격으로 옷이 조금 찢어진 걸 제외하면 시우의 겉모습은 말짱했다.
“어떻게··· 분명 실드도 없었는데?!”
“그깟 주먹질 막는 데 실드까지 필요해?”
“너··· 내 능력이 누구한테 전수받은 건지나 알고 지껄이는 거야?”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넌 우리 아버지 이름 아냐?”
“이 건방진 놈이···!!”
분노로 가득 찬 루슬라나의 음성.
“그 목을 잘라서 타타르 님께 바치려 했더니 안 되겠네. 뼈 하나 남기지 못하도록 네 시체를 불살라 주마.”
“타타르? 못 들어 본 돼지 이름인데.”
시우가 이죽거렸다.
그녀는 더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눈알을 부라리고는 양 손바닥을 손톱으로 꿰뚫었다.
흘러내리는 핏물이 허공에 모이며 점차 그 크기를 부풀려 갔다.
“쿠쿠쿠, 후회해도 늦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다 죽어라.”
사람의 상반신 크기로 동그랗게 모인 핏물이 순식간에 창 형태로 뒤바뀌었다.
루슬라나는 창의 손잡이를 잡고는 어깨가 빠지도록 힘껏 앞으로 쏘아 날렸다.
남은 마기의 대부분을 쏟아부은 마지막 일격.
장담컨대, 이 강격은 〈판데모니엄〉 제 4위계 중에서도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이다.
만약 마기가 가득 찬 상태로 던졌다면, 타타르 님조차 쉬이 막아 내지는 못할 터.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공격으로 녀석은 이빨 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리라.
‘흐음.’
시우는 그녀가 발한 마기를 보며 생각했다.
단순 강함이라면 자흐날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들은 무척이나 날카롭고 변화무쌍해 마치 독사와 싸우는 기분이 들게 했다.
작고 화려하게 생겼지만,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목덜미에 맹독을 주입해 고통스럽게 죽일, 그런 녀석 말이다.
물론 시우에게 방심 따위는 조금도 없었지만.
그의 발아래로 수백 개의 술식이 새겨지며 마력의 거센 기류가 회로를 타고 미친 듯이 돌았다.
피보다 더 붉은 마법진이 구현되더니 새빨간 섬광을 내뿜는다.
찰나에 구축한 술식임에도 회로의 구성과 완성도는 여느 마법진 못지않다.
치솟는 격에 마력이 어우러지며 섬광에 열기를 더해 간다.
마법진에서 구현된 불길이 모든 것을 살라 먹을 듯 하늘 높이 타오른다.
“하! 멍청하기는!”
루슬라나는 마법의 규격에 순간 놀랐지만, 자신의 창을 막기 위해 구현한 불꽃임을 알고는 상대를 비웃었다.
그녀의 피는 일종의 화약이었고, 가솔린이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싶은 게 아니라면 현 상황에서 저런 스킬을 사용하는 게 말이 안 됐다.
바람으로 날려 버리든, 얼음으로 얼려 버리든 해야 하는 것이 정석.
‘물론 그 어떤 마법이든 내 창과 마력이 맞닿는 순간 폭발해 버릴 테지만 말이야.’
루슬라나가 던진 창이 불길을 꿰뚫으려 한다.
그녀는 곧 불어닥칠 폭발에 대비하듯 두 팔을 겹쳐 들었다.
그러나,
화르르르륵ㅡ!!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력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피는 화약이 되지 못했다.
아니 화약이 될 새도 없었다.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염화가 그 어떤 공격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날아오는 창을 씹어서 고스란히 삼켜 버렸다.
“아······.”
이제는 적색에서 새하얀 빛으로 뒤바뀐 불꽃이 폭발마저 집어삼키고는 그녀를 향해 혀를 날름거렸다.
루슬라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의 피가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지금 공격은 단순한 타격도 아니고 피를 응집시켜 쏘아 낸 비기였으니, 그 충격은 더더욱 컸다.
“대체··· 어떻게···?”
“지금 상황에서 그게 중요해?”
시우는 다 죽게 생긴 마당에 그딴 게 왜 궁금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이 빌어먹을!!”
그녀는 한쪽 팔을 잘라 내더니 시우를 향해 집어 던졌다.
평소 같으면 어지간한 폭탄 이상의 위력이 됐을 시도였지만, 지금은 그저 백염(白炎)의 먹잇감일 뿐이었다.
“내가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도 했던 말인데.”
뜨거운 불길과는 대비되는 시우의 서늘한 목소리.
“나는 화염 계통 마법을 잘 안 써. 조절이 안 되거든.”
어느새 지척에 다가간 시우가 루슬라나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헉, 크허어억!”
“너한테 바라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어. 입을 놀리지도 말고, 살고 싶다고 바라지도 마.”
“크흐윽! 커헉!”
“너도 네가 죽인 사람들한테도 똑같이 했을 거잖아.”
시우는 시리도록 차가운 눈빛으로 읊조렸다.
루슬라나는 몸을 비틀고 피를 뿌리며 지랄 발광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 결국 새하얀 불꽃의 양분이 되었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한 줌 재로 흩어져 사라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