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
15화〉
오리지녈 기술
시우와 암살자가 막 만났을 무렵.
“거트 헌터. 이곳이 묵을 숙소입니다.”
〈한국 헌터 협회〉 직원의 안내에 거트는 외국인 헌터 전용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말이 게스트하우스지 초고급 주상 복합 오피스텔에 가까운 건물이었다.
거트는 삼엄한 경비를 둘러보더니 물었다.
“외출은 가능한가?”
“아뇨. 내일 출국 시까지 외출은 불가능합니다. 주상 복합이라 안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어서 외출하지 않아도 불편한 건 없으실 겁니다. 혹시 따로 원하는 게 있다면 직원한테 말씀하시면 되고요.”
“만약 무단으로 외출하게 되면?”
거트의 물음에 헌터 협회 직원은 쓴웃음을 지었다.
너무 노골적인 도발이 아닌가.
“그 즉시 〈한국 헌터 협회〉 소속 상급 헌터들이 출동합니다. 필요하다면 스킬을 통한 제압을 하게 되고, 이후 가장 빠른 비행기로 강제 추방됩니다. 또한, 헌터 국제법에 의거 상당한 금액의 벌금과 헌터로서의 징계를 받게 될 겁니다.”
아주 차갑고 이론적인 대답.
A급 헌터를 앞에 두고도 표현에 거침이 없다.
거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저 안에는 무수히 많은 CCTV와 감시 인력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A급 헌터인 자신이라 해도 그 모든 것들을 피해 건물 밖으로 나올 수는 없는 노릇.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라 피곤하군.”
“네?”
“외출 가능한 시간은 지금뿐인가.”
“······막아!!”
뭔가를 느낀 헌터의 몸이 반응하기도 전ㅡ
뻐억!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인 것은 거트의 당수였다.
“젠장!!”
뒤에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달려들었다.
그들 모두 B급과 B+급이었지만, 전투에 특화된 헌터는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거트는 한국을 방문한 일종의 반갑지 않은 손님. 따라서 굳이 A급의 전투 헌터를 경호원으로 붙이지 않은 것이었다.
“반응이 느리군.”
거트는 침착하게 자신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마력을 권갑에 응축시키자 푸른 빛줄기가 섬전을 뿌리기 시작한다.
“피, 피해!!”
그의 스킬을 알아본 협회 헌터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거트의 파괴력 짙은 스킬은 전투 헌터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기술.
만약 무방비 상태에서 직격으로 맞는다면 치명상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늦었다.”
그러나 거트의 스킬이 발동하는 게 조금 더 빨랐고,
콰가가가가!
가공할 푸른 마력이 대지를 깨부수며 사방을 할퀴고 타고 왔던 자동차를 반파시켰다.
수류탄이 터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상흔.
게스트하우스 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거트는 쓰러진 한국 헌터 협회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행히도 일어나서 다시 덤비는 자는 없었다.
“미안하다.”
그는 류옌팡이 보낸 GPS 위치를 확인한 뒤 발을 움직였다.
‘다리에 마나를 싣고 달리면 15분쯤 걸리겠군.’
파바바바바박!!
어두컴컴한 달빛 아래 힘차게 내달리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 들짐승을 연상케 했다.
거트는 터질 것 같은 살기를 꾹꾹 억누른 채 시우의 얼굴만 떠올렸다.
외교적 결례가 될 것은 물론, 차후 자신의 헌터 생활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를 일을 하면서까지 이런 사태를 벌이는 이유.
복수심.
‘기다려라. 형의 마지막처럼 네 두개골을 천천히 갈라서 쪼개 주마.’
그는 타오르는 마음을 갈무리하며 발에 더 큰 힘을 실었다.
붉은 머리가 바람에 마구 나부꼈다.
***
시우는 난데없이 나타난 거트의 모습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특유의 나른하고 귀찮은 표정으로 상대를 유심히 바라볼 뿐.
그가 궁금한 것은 그저ㅡ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낸 자가 알 수 없는 살의를 띠었기 때문이다.
【저놈 뭐냐? 방금 식량의 공격 막아 냈다. 이곳에 와서 처음이다! 그리고 스킬도 다른 놈들에 비해 괜찮아 보인다!】
프레의 방방 뛰는 음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우는 찬찬히 상대를 관찰하기만 했다.
아는 얼굴도 아닌데 분노가 일방적이군.
물론 암살자들도 살의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죽이겠다는 마음은 있을지언정 그것에 감정이 섞여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 나타난 상대에게선 아주 노골적인 살의와 적의가 가득했다.
마치 철천지원수를 대하는 느낌.
“너냐? 내 형을 죽인 놈이?”
순간 상대에게서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상처 입은 야생 짐승의 그것처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적나라한 분노가 칼날 같이 겨눠진다.
순간의 정적.
그 팽팽히 당겨진 실처럼 긴장이 끓어오르는 곳에서 시우는 귀찮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는 끓는 분노에 기름통을 탱크째로 던져 넣었다.
“형? 어떤 덜떨어진 새끼를 묻는 거지? 너무 많은데.”
거트는 순간 대꾸할 말을 잊었다.
이런 대답을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는 그는 잇몸에서 피가 나도록 어금니를 깨물었다.
“···심장을 통째로 씹어 삼켜 주마.”
이성의 끈이 뚝, 하고 끊어지는 순간,
콰직!
그가 발을 내디딘 곳의 시멘트 바닥이 크레바스처럼 깨져 나가며 엄청난 진동이 건물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의 형상이 총알처럼 시우에게로 튀어 나갔다.
이제껏 싸웠던 헌터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에 시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제법이잖아.
그 같은 감탄이 잠시 스치는 순간, 마력을 잔뜩 머금은 거트의 주먹이 시우를 거침없이 가격했다.
퍼어어억!
사람을 때렸다고는 믿기지 않을 굉음이 건물 내부를 진동시켰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머리가 송두리째 날아갔을 일격.
하지만 주먹은 시우의 얼굴이 아닌 그의 왼팔 가드에 막혔다.
순간 거트는 시우의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재밌다는 듯 호선을 그리는 눈매.
‘언제까지 웃나 보자!’
그 웃음이 기폭제가 되어 거트의 주먹에 힘이 실렸다.
그는 주먹을 쉬지 않았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공격이 헤비급 복서의 그것처럼 전방위에서 시우에게 쇄도했다.
퍼어어억! 퍼억! 콰앙!
무거운 해머로 바윗덩어리를 때리는 것처럼 공격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상대의 몸에 내리꽂혔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은 시우의 가드에 완벽하게 막히고 있었다.
“큭! 단장님, 도와 드리겠습니다!”
뒤에 있던 암살자 중 하나가 스킬을 발동하려 했다.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 거트의 공격이 먹히도록 해야 했다.
그런데,
“일대일 대결에 끼는 건 반칙이잖아!”
눈 깜짝할 사이에 시우의 몸이 암살자 앞에 다가와 있었다.
“어? 어? 어, 어떻게?”
분명 거트 단장의 공격을 막기 급급해 보였는데?
“한창 재밌는데 말야.”
콰아아아앙!
“커어억!”
시우가 가볍게 내지른 발길질에 암살자는 벽에 처박혔다.
그리곤 코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더니 절명했다.
‘뭐야,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은! 이게 튜토리얼 탑에서 갓 나온 신입의 빠르기라고??’
거트는 자신의 속도를 웃도는 시우의 빠르기에 흠칫했다.
분명 주먹을 끊임없이 휘두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공격이 허공을 가른 것이다.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도 모자라 그 틈에 다른 사람을 공격하다니.
“내가 맞는 동안 생각을 좀 해 봤는데.”
암살자 하나를 가볍게 죽인 시우는 목을 꺾으며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나한테 죽었다는 건, 네 형이 범죄자란 소리 아냐?”
설마하니 이계로 떨어지기 전 죽인 사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헌터끼리 죽고 죽이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은 합의로 이루어진 전투였다.
그렇다면 이계에서 돌아온 뒤에 죽인 사람이란 소린데.
그럼 범죄자밖에 없잖아.
“범죄자는 죽여도 된다는 말인가?”
눈에 핏발이 선 거트가 입술을 짓씹으며 되물었다.
“어, 돼. 법이 그렇더라고.”
“개같은 새끼.”
거트가 시우를 향해 다리를 박찼다.
가공할 마력이 권갑에 응축되더니 푸른 빛살을 사방에 흩뿌린다.
그를 이 자리에까지 오르게 만들어 준 공격, [낭아천살].
주먹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마치 맹수의 거대한 발톱 같은 강격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시우가 있는 자리로 미사일처럼 직격했다.
그 날카롭고 서슬푸른 마력의 공격이 다가오는 것을 보며 시우는 혀를 찼다.
“스킬.”
【치킨 한 마리 입금해라.】
이 한결같은 시세 보소.
“[스펠 뉴트럴라이즈]”
시우는 지체 없이 스킬을 발동했다.
그의 손바닥에 나타나는 거대하고 찬란한 마법진.
원을 가로지르는 수십여 획과 아홉 개의 글자가 미묘한 조화를 이루며 마나의 흐름을 허락한다.
콰지지직!
그리고 거트의 어마어마한 공격이 그런 마법진을 씹어 삼킬 듯 내리꽂혔다.
콰아아ㅡㅡ 스스슥
“어···?”
거트는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분명 첫소리는 거대한 파공음이었다.
상대에게 직격해서 사방팔방 다 찢어 놓을 때 들리던 그 소리.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마치 불이 꺼져갈 때 나는 것처럼, 혹은 풍선의 바람이 빠지듯 힘없는 바람 소리가 나더니 침묵이 들어앉았다.
“대체···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거트는 예상 밖의 상황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처음 겪는 일.
“뭘 어떻게 하긴. 스킬 공격은 스킬로 파훼해야지.”
시우는 마법진을 다시 펼쳐 보이며 태연히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 A급 헌터의 공격을 파훼하는 스킬이라고?”
“A급은 지랄 염병하네. 소고기 등급 매기냐?”
사실 시우가 쓴 스킬은 시우의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
상대 스킬의 계열과 마력량을 파악해서 반대되는 성질을 술식에 입력하고 마법진으로 펼쳐 막아 내는 고위 스킬.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우의 세밀한 마력 컨트롤과 관찰력, 그리고 프레의 스킬 활용력 덕분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간단한 마법진으로 스킬을 파훼한 것처럼 보일 테지만.
“그런데 A급 헌터가 이만한 마력을 쏟아 냈다는 건ㅡ 죽이려는 의도가 맞는 거겠지? HMCS 입장에서 어쩔까 고민 중인데.”
시우는 천천히 웃음을 지워가며 서릿발 같은 눈으로 거트를 내려봤다.
“죽이려는 의도가 아니라ㅡ”
거트는 다시 한번 마나를 그러모았다.
마나맥을 타고 도는 마력들이 전신을 찌를 듯 맹렬히 회전했다.
그렇게 운용한 마력들을 근육 곳곳에 보내 육체강화를 함과 동시에 오른손으로 보내 스킬 시전도 준비했다.
“반드시 죽인다!!”
“그럼 HMCS 권리에 의거, 즉결 처분권을 발동하도록 하지.”
시우는 손가락을 까딱였다.
거트의 터질 것처럼 부푼 근육들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그의 거체가 또 한 번 총알처럼 튀어 올랐다.
‘놈은 분명 힐러라고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거대한 마력 공격을 상처 하나 없이 막아 냈다.
‘힐이란 건 메인 스킬이고, 디펜스는 보조 스킬일 터. 하지만 유용한 스킬엔 그만큼의 리스크가 있을 것이다.’
이런 스킬들은 대체로 사용 조건이 까다롭거나, 지대한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틈을 봐서 [낭아천살]을 다시 처박아주겠다.
이번에는 그 잘난 스킬조차 실행할 틈도 없이 말이다.
그 뻔한 속내가 보이는 듯해서, 시우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거트의 주먹이 대포알처럼 쏘아져 들어온다.
시우는 고개를 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주먹이 스친 곳이 화끈거린다.
거트는 시우가 피한 방향으로 플라잉 니킥을 내질렀다.
뻐어억!
시우는 왼손바닥으로 무릎을 막아 내며 허리를 틀어 재빨리 오른손 어퍼컷을 날렸다.
거트는 고개를 뒤로 꺾어 스치듯 주먹을 피했다.
간발의 차였다.
쾅! 콰아앙! 퍽! 퍼억!!
빗나간 주먹이나 발길질에 시멘트벽과 바닥이 박살 나고, 충격파에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거린다.
공방은 이미 수십 합을 넘어갔다.
다른 암살자들은 그들의 대결을 망연히 바라만 볼 뿐, 차마 끼어들 곳을 찾지 못했다.
“크윽!! 이 괴물 자식!”
뻐억!
거트의 발차기에 시우의 몸이 2~3m 뒤로 날아간다.
하지만 큰 피해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먼지까지 털어 가며 여유를 보이는 모습.
거트는 입술을 짓씹었다.
이제 시간을 더 끌면 안 된다.
그는 어깨를 뒤로 빼며 남은 모든 마력을 오른 주먹에 쑤셔 박았다.
쿠구구구구···!!
오른 주먹이 뻐근하게 아려 오며 마력에 터져 버릴 것만 같다.
눈이 시릴 듯 푸르게 빛나는 권갑.
“여기까지다!!”
다시 한번 [낭아천살] 스킬이 발현되고,
콰지지지지직!!
조금 전의 위력보다 더 강하고 선명한 마력의 발톱이 시우를 향해 대기를 찢어 울리며 돌진했다.
【도와줄까? 치킨 두 마리.】
“아니, 이젠 내가 할 거야.”
전투로 몸이 풀렸거든.
콰가가가가가광!!!!
사방이 [낭아천살]의 마력으로 터져 나간다.
벽은 물론이고, 건물을 떠받치는 기둥과 지붕이 그 거친 공격을 감당하지 못한다.
쿠르르릉···.
결국,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연구소가 무너져 내린다.
피어오르는 뿌연 먼지와 튀어 오르는 돌무더기 속에서 거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형의 복수를 이뤘다.’
이제는 밀항이든 뭐든 홍콩으로 건너가기만 하면 될 일.
어차피 증거도, 증인도 없으니 자신의 짓이라 마냥 몰아세우진 못할 것이다.
암살단은 애초에 신원이 불분명한 자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고.
“끝났냐?”
순간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그의 귓속을 파고든다.
“뭐? 너 어떻게···.”
거트는 먼지를 툭툭 털며 다가오는 시우를 귀신 보듯 쳐다봤다.
자신의 온 힘을 다한 일격이었다.
거기다가 2차로 건물마저 붕괴했고.
거트는 창가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붕괴하는 순간 급히 빠져나와 피해가 없었던 것.
“하, 내 애제자의 연구소를 부수다니. 거기다가 HMCS 요원에 대한 살인미수라.”
시우는 빙글빙글 웃으며 터벅터벅 다가갔다.
조금씩 뒷걸음질 치는 거트를 향해, 시우는 푸른 안광을 서늘히 빛내며 입을 열었다.
“자, 모처럼 재밌는 전투를 했으니 나도 보답해야지.”
쿠웅!!
시우의 오른손에 금빛 찬란한 마법진이 형성된다.
마치 벼락이라도 내려치는 것처럼 섬전이 눈부시게 불타오른다.
파지직··· 파지직!
“자, 잠깐만!”
“내 오리지널 스킬ㅡ”
순식간에 거트의 품으로 파고든 시우.
미처 도망가지 못한 거트의 가슴팍에 마법진을 대며 속삭인다.
“[라이프 스틸]”
파즈즈즈즈즈!!
“커허어억!”
“사실 나는 평범한 힐러라기보다는.”
시우는 산송장처럼 비쩍 말라가는 거트를 보며 나지막하게 읆조렸다.
“생명력을 다루는 생령술사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