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1
154화〉
고비 사막3
그 광경을 바라본 모든 이들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바닥에 구현된 거대한 마법진과 그 안을 빼곡히 채운 수천 개의 기하학적 도형과 문자.
마법진에서 붉은 섬광이 번쩍이며 하늘을 지져 버릴 것처럼 어마어마한 불기둥이 솟구쳤다.
시우를 덮치려던 몽골리안 데쓰웜이 그 불길 안에 갇혔다.
– 꾸워어어어어어억!!
【우햐햐햐~ 이 집 꼼장어 씽씽하네에에.】
“넌 들어가서 잠이나 자!”
시우가 프레의 몸을 휴지처럼 구기더니 주머니에 쑥 넣었다.
프레 때문에 단전에 있던 마력 중 절반가량이 사라졌다.
마력이 자의도 아닌 타의로 한 뭉텅이나 사라지니 느낌이 이상하다.
“넌 다음부터 술 먹고 싶으면 술 깨는 약이랑 같이 마셔!”
【므여어! 느어 이눔 자식! 내가 믁여 주고 끅! 재워 주고···.】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괴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 끄웨에에에에엑!
몽골리안 데쓰웜은 불길에서 몸을 빼냈다.
비록 순간적이었다고는 하나, 매서운 불길 한가운데로 들어갔었기 때문에, 살점 여기저기가 타들어 갔다.
쿠광쾅쾅쾅쾅쾅!!
괴물은 괴로운 듯 그 거대한 몸체를 사막의 모래에 비벼 대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굉음은 물론이거니와 튀어 오르는 모래 파편이 쓰나미처럼 일행들을 덮쳐 왔다.
“족장님! 얼른 피해야 해!”
“젠장! 이미 늦었다!”
“헤~~~~이 뤠이디! 요기 베네뒥! 앜만! 대기하고 있씀미다!”
그때 베네딕트가 스태프를 꺼내 들더니 쏟아지는 모래 더미에 마법을 구현했다.
[시간 여행자 : 방랑의 노래]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 마법이 적용된 공간의 모래들만 방향을 역행해 가라앉았다.
“와··· 너 제법 강하네.”
“화하하하! 이 베네뒥! 독일 2위의 흔터이지요!”
“네가? 진짜?”
“산사르, 저래 보여도 세계 랭킹 20위 헌터이시다. 그건 둘째 치고 우선 멀리 떨어지자!”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몽골리안 데쓰웜은 불에 구워지는 꼼장어처럼 몸을 마구 비틀고 비비 꼬았다.
평범한 몬스터가 저랬다면 한가로이 구경이나 했겠지만, 몽골리안 데쓰웜은 그럴 수가 없었다.
거대한 빌딩 크기의 괴물이 몸을 뒤척거리면, 그건 그 자체로 하나의 재해가 되기 마련.
사막의 지형이 뒤틀리고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진동한다.
“쯧, 얼른 죽여야겠네.”
시우는 마력 실드를 겹겹이 구축한 뒤에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손바닥을 펼쳐 마력을 그러모은다.
커다란 원형의 써클과 함께 안을 빼곡하게 채운 술식이 그려지더니 샛노란 섬광이 빛을 발한다.
시우는 거기에 한 단계 가속을 밟기로 한다.
팔찌에 마력을 쏟아부은 다음, 앞으로 펼칠 마법과 어우러지도록 마법 회로에 획을 덧댄다.
두 스킬의 마력량 조화는 물론, 서로의 성질이 어긋나지 않도록 철저한 계산이 필요한 작업.
시우는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에 이 모든 걸 마친 다음 동시에 스킬을 발했다.
[뇌전 : 일섬굉화] x [타케미카즈치 : 번개의 뿌리]새까만 창공을 가로지르고 내려오는 한 줄기 벼락.
꽈과가가가ㅡㅡㅡㅡㅡ!!
어둠을 물어뜯는 무시무시한 번개가 몽골리안 데쓰웜의 몸에 직격하더니 굉음을 울리며 울부짖었다.
샛노란 전격이 괴물의 몸을 휘감고 전신을 지져 간다.
천재지변이라 해도 믿을 엄청난 강격이 휘몰아친 자리, 괴물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늘어져 있었다.
【오ㅡ 이 집 음식 즈알하네에에? 여기여! 쐬주 하나 주쎼욧!!】
어느새 주머니에서 나와 눈을 빼꼼 내밀고 있던 프레가 날개를 팔락거리며 외쳤다.
시우는 몽골리안 데쓰웜의 머리 부분에 다가가며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뭐 처먹고 이렇게 컸지?”
단순히 큰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놈의 몸뚱이를 보자니 여러 의문이 떠올랐다.
【우아아··· 이거 또오옹은 얼마나 싸려나아?】
그것도 궁금하긴 하네.
“형님! 괜찮으십니까?”
“형오빠님! 역시 대단하다니까! 이걸 어떻게 잡았어?!”
일행이 달려오며 시우를 향해 안부를 물었다.
“대썬생님!! 흑흑흑···. 보고 싶었습니다아···.”
【애제자야! 흑흑흑··· 대체 이게 얼마만인 것이냐···.】
프레와 베네딕트는 서로를 꼭 껴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이거 먹을 수 있나?”
“글쎄요···. 몽골리안 데쓰웜을 먹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어서··· 진심은 아니시죠?”
“형오빠님! 나 먹어 보고 싶어! 조금 잘라 볼까?”
“형님? 산사르의 역겨운 입맛에 어울리지 말아 주십시오.”
“족장님? 몽골의 전사는 아무거나 다 잘 먹어야 하는 거야. 대지의 축복이잖아.”
그렇게 서로 투닥거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괴물이 머리를 쳐들었다.
– 꾸웨에에에에엑!!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것일까.
수만 개의 이빨을 가진 놈의 입이 시우 일행을 향해 덮쳐 왔다.
“구질구질하네.”
시우가 발뭉을 잡아 빼며 마력을 힘껏 쏟아부었다.
횡으로 그어지는 새하얀 검강이 놈의 입과 목을 잘라 내며 지평선에 뿌리내렸다.
퍼거어어어억!!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흐르며 놈의 몸이 기우뚱 쓰러졌다.
“와···. 형오빠님은 검도 잘 쓰는구나. 그런데 마지막 공격은 족장님이 대신했어도 됐을 텐데. 족장님, 반응 느려.”
“내, 내가 느린 게 아니라 형님이 빠르신 것뿐이다!”
을지바타르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흐음···.”
“왜 그러십니까, 형님.”
“마기가 너무 짙어서 잘 몰랐는데, 놈이 죽고 나니까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전까진 몽골리안 데쓰웜에게서 나오는 마기가 뚜렷했기 때문에 알 수 없었던 이상한 기운.
꿀렁!
순간 괴물의 잘린 단면에서 큼지막한 핏덩이가 쏟아지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우웩! 저게 뭐야?”
산사르가 활을 들어 목표물을 겨냥한 뒤 인상을 구겼다.
“사람이다.”
시우가 눈을 좁히더니 대신 대답했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핏덩이를 벗겨 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하ㅡ 이야,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황량한 사막에서 이렇게 감사한 기연을 만날 줄이야.”
가느다란 실눈을 가진 남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웬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을지바타르가 검을 들고 낮은 음성으로 물었다.
“아니, 제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동료와 함께 왔는데 말이죠, 동료가 글쎄 말이 너무너무너무 없는 겁니다. 같이 있는 3일 동안 세 마디 했습니다, 세 마디!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거기다 낮에는 뜨겁지, 밤에는 얼어 죽겠지!”
남자는 옷에 묻은 이물질을 털어 내며 나불나불 계속 떠들었다.
“아! 그런데 동료가 말도 없이 또 사냥을 가지 뭡니까? 저랑 같이 가면 어디가 덧난답니까? 원, 참!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동료가 여기 지리에 훤히 밝으니 제가 가만히 있어야지요. 그러다 하도 심심해서 주변을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덜덜덜 떨리지 뭡니까!”
그는 손짓 발짓까지 해 가며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산사르는 어느새 겨눴던 활을 내려놓고 그의 얘기에 홀딱 빠져 듣고 있었다.
“그래서 어? 어? 하는 사이에 웬 커다란 입이 덥석! 저를 삼키지 뭐예요.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그냥 놀라서 소리를 꽥꽥 질렀지요! 그런데 이놈이 가만있질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겁니다! 아주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산사르가 놈의 말을 재촉하며 침을 꼴딱 삼켰다.
“처음엔 그냥 가만히 있었죠. 이러다가 똥으로 나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놈의 위장 근처로 내려가는데 악취가, 그런 악취가 없는 겁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때부터는 놈의 입을 향해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간 빠져나가겠지, 하면서 말이죠!”
“오, 오ㅡ 그래서 방금 입 쪽으로 나온 거구나?”
“예, 맞습니다. 아니! 놈의 이빨이 너무 많아서 바로 나올 수가 없었어요! 일단 목구멍 근처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놈이 몸을 비틀고 마구 움직이지 뭡니까···. 거기다 나중에는 웬 전기가 몸속을 지지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 순간의 끔찍함을 대신 표현했다.
산사르는 감탄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을지바타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눈빛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시우는 얘기를 다 듣고는 검을 남자에게 겨눴다.
“으악!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요? 저는 다 말씀을 드렸는데!”
“아니. 네가 누군지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안 했잖아.”
“아···.”
남자는 가느다란 눈을 호선으로 그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제가 그랬던가요?”
“그랬지. 이름, 소속, 비경에 접근한 이유. 세 개만 떠들어. 다른 말하면 죽인다.”
“와ㅡ 보기와는 달리 성질···.”
발뭉이 놈의 목에 닿았다.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내렸다.
“이름. 소속. 이유.”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진정하시지요.”
“······.”
놈이 두 손을 들어 항복한다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말을 이었다.
“우선 제 이름은 갈시량이라고 합니다. 태어난 곳은 중국인데 자란 곳은 거기가 아니고, 소속으로 말하자면 참 말하기 어렵지만···. 어라? 마침 제 동료가 저쪽에서 오고 있네요.”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가 가리킨 곳에서 시우 일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네 동료가 왜 우리한테 적의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
“글쎄요. 제 목에 칼이 겨눠져 있어서?”
갈시량이 어깨를 으쓱 올리며 대답했다.
“차라리 죽여 버리면 적의가 조금 누그러지려나.”
“아이고, 농담도 잘하시네요.”
시우가 자세를 고쳐 잡고 칼로 찌르려 하자, 상대가 싱글싱글 웃으며 곤란한 듯 손을 내저었다.
그 찰나,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기운이 시우를 향해 들이닥쳤다.
꽈아ㅡㅡㅡㅡㅡㅡㅡ아앙!!
최대수보다 더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고, 시우가 그 타이밍에 맞춰 발뭉을 휘둘렀다.
‘이게 주먹이랑 부딪힌 소리냐.’
시우는 헛웃음을 지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덤프트럭을 상대한 것처럼 팔이 저릿저릿하다.
흰색 로브를 둘러써 놈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덩치는 을지바타르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 보였다.
“형니이이임!!”
을지바타르가 놈을 향해 신월도를 뽑아 사선으로 내리쳤다.
상대가 손을 들어 공격을 막아 냈다.
쩌어어어어어어엉!!
쇠붙이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며 불꽃이 튀었다.
흰색 로브를 뒤집어써 확실히 알 순 없었지만, 팔목에 쇳덩이를 둘러싸고 있는 듯했다.
“······.”
놈이 을지바타르를 지그시 노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시우를 향해 들이닥쳤다.
바윗덩어리 같은 주먹이 휘둘러진다.
시우는 발뭉을 집어넣고 단전에서 마력을 모조리 끄집어 올려 신체에 순환시켰다.
그리고 상대의 주먹을 향해 자신의 주먹을 내리꽂았다.
빠가아아ㅡㅡㅡㅡ!!
쇠망치로 단단한 시멘트 바닥을 내리친 듯한 충격과 함께 상대의 몸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났다.
“으잉? 비카타울! 네가 힘에서 밀린 거야?!”
갈시량이 동료에게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
비카타울은 대답 대신 기세를 다시 끌어 올렸다.
카드드드득!
무시무시한 격이 방출되며 사막의 모래알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아니, 비카타울! 저 사람은 날 죽이려던 게 아니라 살려 준 건데?!”
그러나 비카타울은 갈시량의 말을 무시한 채 주먹을 들어 올렸다. 전의가 불타오르는 상대를 대충 상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시우는 허리춤에 찬 검집을 빼서 을지바타르를 향해 던졌다.
“가지고 있어.”
그리고 시우 역시 자신의 격을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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