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2
155화〉
주인
건조한 바람이 부는 사막.
서걱거리는 달빛이 사위를 밝히는 그 시각, 비경의 중앙에서 사납고 거친 기세가 솟구쳐 올랐다.
끓어오를 듯한 날 선 격이 사방을 송곳처럼 찔러 대며 그 위세를 과시했다.
쿠ㅡㅡㅡㅡㅡㅡㅡㅡ웅.
시우는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비카타울을 노려봤다.
자신을 향해 적의를 발산한 상대를 두고 허허거리며 넘어가 줄 정도로 시우의 마음은 넓지 않았다.
“크윽!”
을지바타르는 입술을 짓씹으며 자신 역시도 마력을 끌어 올렸다.
시우에게서 피어오르는 살기와 마력의 파도가 엄청난 까닭에,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었다.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벗겨질 것처럼 따가웠다.
“족장님···. 저 사람도 강한데?”
“그렇게 보인다.”
비록 맞부딪힌 건 아니었지만, 을지바타르도 상대의 역량을 대강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못해도 본인과 동격이거나, 그보다 한참 위.
‘형님보다는 못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강한 거에는 변함이 없다. 대체 저런 자가 몽골 사막에 왜 있는 거지.’
상대를 힘으로 다그쳐 물어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봐, 비카타울. 우리 조용히 있다가 가야 하는 거 알지? 소란스럽게 하면 ‘그 사람’한테 혼나.”
“······.”
갈시량이 다시 막아 보려는 순간, 비카타울의 몸이 땅을 박차며 시우를 향해 내달렸다.
폭발하듯 질주하는 힘.
시우도 그에 맞서 앞으로 질주했다.
꽈아아ㅡㅡㅡㅡㅡ아앙!!
묵직한 바윗돌처럼 달려오는 놈에게 시우의 벼락같은 일격이 일시에 내리꽂혔다.
격과 격의 격돌로 사구가 반으로 갈라지며 어마어마한 돌풍이 일었다.
비카타울의 주먹이 짓쳐 온다.
주먹이 워낙 큰 탓에 피하기도 쉽지 않다.
덩치는 최대수보다 크면서도 속도는 그보다 더 빨랐다.
시우는 녀석의 공격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자, 곧장 주먹으로 녀석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쩌ㅡㅡㅡㅡㅡ엉!
‘쇳덩이를 처먹었나!’
어찌나 단단한지, 주먹을 내지른 시우의 손이 오히려 시큰거릴 정도였다.
“······.”
뒤이어 비카타울이 두 손을 깍지 끼더니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리쳤다.
빠아아아아아악!!
보통 사람이었다면 뼈가 으스러져 즉사했을 일격.
하지만 그는 흠칫 놀라며 아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우가 한 손으로 그 강격을 막아 냈던 것.
“아프잖아, 이 골렘 같은 자식아.”
시우의 발이 비카타울의 옆구리를 채찍처럼 후려갈겼다.
빠악ㅡㅡㅡㅡㅡ, 쿠ㅡㅡㅡㅡ웅!!!
거구의 몸이 날아가더니 사막의 모래더미를 짓이기며 파고들었다.
“족장님, 대체 이게 무슨 싸움이야···.”
“나도 모르겠다. 둘 다 사람으로 보이지가 않는군.”
“므에?! 리틀 쌤이 싸우고 이쒀?? 우리 때썬쌩님은 오딨나?”
그때 의식을 잃고 쿨쿨 자던 베네딕트가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자네는 계속 자는 게 좋겠군. 싸움에 도움 될 게 없으니.”
“므요?! 당씬! 나 뭇씨해?? 나 롤프··· 아니지. 롤프가 누구더라? 프히히히, 이름이 롤프래. 프히히히.”
“족장님, 이 친구 맛이 갔다. 그냥 버리고 가자.”
산사르가 고개를 저으며 베네딕트를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파ㅡㅡㅡㅡㅡ앙!!
비카타울이 파고들었던 모래더미가 순식간에 사방으로 휘날렸다.
그가 안에서 마력을 방사해 모래를 날려 버린 것.
“······.”
비카타울이 로브를 벗어 던졌다.
곰과 물소를 뒤섞은 듯 우락부락하고 거대한 근육질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귀신처럼 산발한 머리카락과 그 사이에서 빛나는 붉은 눈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헉!! 비카타울!! 여기까지만 해! 여기서 죽으려고 우리가 그간 싸워 온 게 아니잖아!”
갈시량이 다급히 외치며 그에게 다가갔다.
“···한 대.”
“뭐??”
“한 대도 못 때렸다.”
비카타울의 걸걸한 음성이 분노를 띤 채 들려왔다.
그리곤 갈시량을 옆으로 밀어내더니 그 큰 발을 움직여 시우를 향해 다시 내달렸다.
“어린놈이 뒤지려고 용쓰는군.”
【모얏! 용? 용이 어디쒀! 우리 같이 먹쟈!】
“···넌 계속 자라.”
시우는 호흡을 크게 들이마신 뒤 일격을 먹일 준비를 마쳤다.
‘역시, 마기를 쓰는 놈을 상대할 땐 일반 마력은 한계가 있네. 이번 공격이 안 먹히면 바로 에테르를 사용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발을 내디뎠다.
놈의 몸이 뛰어오르며 시우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
시우 역시 안광을 빛내고 반격할 준비를 했다.
까드득.
어금니를 꽉 깨문다.
바로 그때, 발밑에서 이상한 기운이 풍겨 왔다.
콰가가가가가앙!!
모래가 사방으로 나부끼며 십수 명의 사람이 그 아래서 튀어 올랐다.
그들은 반반으로 나뉘어 시우와 비카타울을 막아섰다.
“형님!!!”
을지바타르가 후다닥 뛰어 시우 옆에 섰고, 산사르가 활로 그들을 겨눴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모래 더미에서 마지막으로 올라온 사람이 그들을 보며 손을 들었다.
천으로 얼굴을 돌돌 가렸지만, 목소리에서부터 여자인 티가 났다.
“이곳은 우리들의 구역입니다. 이 이상의 싸움은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제가 비카타울에게 그만 싸우라고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서···.”
“비카타울 님, 갈시량 님.”
여인이 차가운 눈매로 그들을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예···?”
“저희 주인께서 노하셨습니다.”
그 말에 싱글거리던 갈시량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분명 앞으로 올 ‘손님’에겐 손을 대지 말라고 전하지 않았던가요?”
“그···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주인께서 직접 오시려는 걸 제가 간신히 막았습니다. 아니면 주인께도 그렇게 변명을 하시렵니까?”
“아닙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군요.”
갈시량은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순순히 사과했다.
“저분들께도 사과하세요.”
여인이 손으로 시우 일행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알겠습니다. 죄송했습니다, 민시우 헌터님.”
“내 이름도 잘 알고 있네.”
“네? 하하하. 그러는 헌터님도 저희를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알지. IZIZ.”
시우는 뿜어 대던 격과 마력을 갈무리하며 태연히 대꾸했다.
만약 갈시량이 평범한 각성자였다면 몽골리안 데쓰웜의 배 안에 있었을 때 시우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마기와 마력이 뒤섞인 ‘반마족’이었기에 몬스터의 짙은 마기 속에서 바로 알 수가 없었던 것.
그래서 괴물의 몸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고, 소속을 물어본 이유는 IZIZ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함이었다.
“어라? 그런데 반마족이라는 이유로 IZIZ라 짐작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나요? 어떻게 아셨지.”
“덩치가 입고 있던 로브.”
“예?”
“크로우랑 라펠이 입었던 거랑 똑같던데.”
“아하아···.”
갈시량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크로우 님이 말씀을 종종 하셔서, 비카타울이 싸워 보고 싶다고 했거든요. 죄송합니다.”
“됐어. 어차피 선 넘으면 둘 다 죽이려고 했으니까.”
시우의 말은 진심이었다.
에테르까지 사용했다면 반드시 죽였을 것이다.
크로우와 서로 정보 교환을 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덤벼 오는 조직원들까지 봐줘야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네, 그 점은 저도 느꼈습니다. 정말 말려야 하나 싶었거든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면 됐어.”
갈시량은 시우의 실력을 가늠해 보려 했다가 오히려 더욱 가늠하기 어려워지자 웃음이 나왔다.
‘부단장이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니까.’
그는 비카타울에게 로브를 건네며 사람들을 향해 고개 숙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민시우 헌터님, 그리고 시르케 님. 물의를 빚어 죄송합니다.”
시르케라 불린 여자가 알았다는 듯 머리를 까딱였다.
갈시량과 비카타울이 자리를 뜨자, 그녀는 몸을 돌려 시우를 바라보더니 허리를 숙이고 주먹과 손바닥을 마주해 다시 정식으로 인사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사막의 관리인이자, 주인의 시종인 시르케라고 합니다. 주인께서 민시우 헌터님을 공손히 모셔 오라 명하셨습니다.”
“그래, 가자.”
“더··· 안 물어보십니까?”
시르케는 시우가 바로 긍정하자 오히려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 모셔 오라고 했다며. 그래서 가겠다는데 왜.”
“저희가 이상한 자들이면 어떡하려고···? 주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그녀의 말에 시우는 피식 웃었다.
“그 주인 만나러 온 거니까 안내해.”
***
고비 사막 아래 지하 도시, 〈술트 오드〉.
을지바타르와 산사르는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평생 몽골에 살았지만, 이런 지하 도시가 사막에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게다가 그 지하 도시의 규모는 일반 도시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높다란 천장엔 태양과 달, 그 중간의 밝기로 빛나는 마력구가 있었고, 길거리엔 좌판이나 시장, 가게들이 있었다.
사람들도 많았고 거리엔 활력이 넘쳐 났다.
일반 도시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여기 있는 자들이 전부 ‘반마족’이라는 것뿐.
“시르케 님···.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을지바타르가 물었다.
“15년은 족히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생길 때부터 온 건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주인께서만 아십니다.”
“주인이란 자는 누구신지···?”
“가 보시면 압니다. 아, 물론 주인께서 허락하신 분만 만날 수 있습니다.”
시르케는 시우를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은 처음부터 여기에 올 목적이셨습니까?”
“뭐, 그렇지.”
“이곳에 도시가 있는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여기 만들 때 내가 있었으니까.”
“예?”
“네?”
을지바타르와 시르케가 동시에 의문 가득한 눈빛을 했다.
“너희 주인이란 사람이 말 안 해?”
“주인께선··· 저희 앞에서··· 감정 표현이나 본인의 생각을 말씀 안 하십니다. 과거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시니까요.”
때문에 시르케는 처음 이 명령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 곧 있으면 지상에 손님이 올 테니 마중을 나가거라.
대관절 손님이라니.
거기다 그 말을 했을 때 주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환한 모습이었다.
생전 입지 않던 드레스를 입고 화장까지 한 건 덤.
‘대체 이자가 누구길래 주인께서 그리 좋아하시지.’
시르케는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주인에게 평소 안 하던 질문까지 했다.
– 손님이 누구시냐고? 모셔 오면 나중에 말해 주마. 반드시 정중히, 예를 다 갖춰야 한다.
저 IZIZ 놈들을 마중 나갈 때도 그런 언질은 하지 않으신 분이었거늘.
시르케와 무장 병력이 시우 일행을 데리고 거리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실 외견만 봐서는 반마족과 일반인을 구분할 수 없었다.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각성자들이나 구분할 수 있는 것이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시우 일행을 보고도 호기심 어린 눈빛만 던질 뿐이었다.
“주인께선 이곳에 계십니다.”
그녀가 안내한 곳은 모든 건물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단단해 보이는 3층짜리 저택이었다.
“우선은 민시우 헌터님만 모셔 가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여기서 대기해 주십시오.”
“형님, 괜찮으시겠습니까?!”
“형오빠님! 혹시 위험한 일 생기면 우리 불러!”
시우는 그들의 말에 싱긋 웃으며 시르케를 따라 들어갔다.
저택 내부는 단아하고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다.
지하 도시엔 없을 달콤한 꽃내음이 복도 가득 풍겨 왔다.
시르케는 2층으로 올라가 커다란 문 앞에 서서 시우를 바라봤다.
“저는 문밖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녀가 문손잡이만 돌리더니 한 걸음 물러서서 시우를 안내한 뒤 다시 문을 닫았다.
시우는 안쪽에 난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습니다···. 주인님.”
백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시우를 보더니 깊이 허리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