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5
158화〉
마족
우지직.
아래턱뼈와 교근이 통째로 뜯어지며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으거거거거···!!”
사쿤은 불에 타는 것 같은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질러지지 않았다.
그는 하나 남은 손으로 뜯어진 턱께를 부여잡았다.
뜨끈하고 끈적한 피가 꿀렁거리며 손을 타고 흘렀다.
“그거어어억···.”
“나는 내 거 건드는 걸 제일 싫어해.”
시우가 놈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얼음장처럼 서늘한 말투로 읊조렸다.
조금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쿤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시우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턱이 나갔기 때문에 긍정적인 대답도, 부정적인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너는 오늘부터 내 노예다. 알았어?”
“으걱거거거거···.”
“뭐라고 하는 거야. 대가리 움직여서 끄덕거려.”
사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주인님···.’
나미르는 시우가 싸우는 모습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녀가 시우를 주인으로 인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시우의 강함이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절대적 강자의 위엄.
근 1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시우의 무위는 그녀의 잔잔했던 피를 뜨겁게 달구기에 충분했다.
그때였다.
“사, 사, 사쿤 님? 도, 도, 도와드릴게요!”
“우히히히. 이상한 놈 있다. 죽인다. 우히히.”
바닥에 짓눌려 잠시 기절했던 17번과 22번이 붙잡혀 있는 사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본 나미르가 기세를 올려 놈들을 죽이려 했다.
이렇게 된 거 놈들을 죽이고 〈술트 오드〉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게 좋을 터.
그런데 시우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
“주인님??”
“나미르, 넌 가만 있어.”
나미르는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고 곧장 물러났다.
그녀는 지금껏 시우의 말을 거슬러 행해 본 적이 없었다.
17번과 22번이 마기를 끌어 올리며 시우를 향해 스킬을 구현했다.
먼저 22번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시우의 뒤에 나타나 마기를 내갈겼다.
시르케의 양팔을 잘랐던 그 기술이었다.
터더덩ㅡㅡ!!
“어, 어, 어떻게?”
그러나 22번의 기술은 시우가 친 마력 실드에 막혀 맥없이 튕겨 나갔다.
뒤이어 전방에서 17번의 스킬이 들이닥쳤다.
상대의 몸을 내부에서부터 뒤트는 기술이었다.
“우히히. 이것도 막아 봐. 우히히.”
17번은 비웃음을 머금으며 시우를 도발했다.
사실 그의 기술은 실드로 막아 낼 수 없는 것이었다.
‘가장 처음 닿은 생명체’에 반응하는 스킬이었기에 마력 실드 같은 방어는 무용지물.
시우는 놈의 싸구려 도발에 한숨을 내쉬었다.
터억.
“크, 크, 컥!”
그는 곧장 22번의 목울대를 붙잡고 인간 방패처럼 그를 앞에 세웠다.
“크, 크켁, 머, 멈추ㅡ!”
17번이 내갈긴 스킬이 22번의 몸에 적중하더니 그의 내부를 회오리처럼 뒤틀어 산산이 찢어 갈겼다.
“우히히···. 22번 죽었다···. 내 책임 아니다.”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시우가 발뭉을 뽑아 놈의 뒤통수에 쑤셔 박았다.
17번은 눈을 까뒤집더니 피를 한 움큼 토해 내고 쓰러져 죽었다.
“으거거거걱···.”
사쿤은 자신의 부하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저 2:1 의 상황이니 최소한 시간은 벌어 줄 것이라 믿었던 것.
그는 그 틈에 포션을 꺼내 부상을 회복하고 이곳에서 달아나려 했다.
히카탄 님에게 얼른 이 상황을 보고해 반기를 든 놈들을 모조리 참수해서 〈술트 오드〉 정문에 걸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17번과 22번이 시간을 벌어 주긴커녕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죽어 나자빠지는 통에 그 계획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야.”
시우의 날카로운 안광이 사쿤에게 내리꽂힌다.
“으거걱···.”
“눈깔 보니까 헛생각을 잔뜩 한 모양인데. 하나 파 줄까?”
“으거거걱, 거거거걱···!”
사쿤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시우는 놈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기세나 격을 해방하지 않았음에도, 사쿤은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거대한 압박감에 몸이 짓눌리는 기분이었다.
“내 얘기 잘 들어.”
“으걱거···.”
“이제부터 〈술트 오드〉는 내 구역이다.”
“으걱···?”
“여기 들어와서 개짓거리하는 놈들은 곱게 안 죽여. 한 번만 더 쳐들어오면, 내가 직접 마계에 가서 모조리 멱을 딸 거다.”
사쿤은 대체 이 인간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강한 것도 맞고, 자신 정도의 마족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란 것도 알겠다.
그런데 자신의 ‘구역’이라니.
감히 제2계 마왕의 권속인 히카탄 님에게 맞서겠다는 뜻?
고위 마족에게 반기를 드는 행위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지, 이 인간은 정녕 모르는 것인가.
게다가 직접 가서 멱을 딸 거라니···.
마족을 상대로 저런 이야기를 지껄이는 사람은 이제껏 없었던지라, 사쿤은 정말 히카탄 님께 이 대화를 고스란히 전해도 될지 의구심이 들었다.
“가서 네 윗사람에게 전해, 불만 있으면 〈술트 오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시우한테 먼저 오라고.”
“거··· 으거걱···.”
“알았으면 이 새끼들 목 들고 얼른 꺼져.”
시우의 엄포에 사쿤은 고개를 끄덕인 뒤 수하들의 목을 챙겨 달아났다.
침묵이 일었다.
시우는 사위를 둘러보았다.
광장은 침묵과 공포, 두려움 따위의 감정으로 혼란한 듯 보였다.
어린 애들은 한껏 움츠려 무서움에 벌벌 떨었고, 나이가 있는 자들은 조만간 벌어질 끔찍한 일을 상상하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반마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연자실했다.
제2계 마왕의 권속이라는 고위 마족이 이곳을 영토로 삼겠다 했으니,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얄팍한 저항을 하거나, 고분고분 그들에게 복종하거나.
반마족들은 광장 중앙에서 나미르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를 흘깃 쳐다봤다.
저 남자가 누군지는 모른다.
마족을 물리쳐 준 것은 아주 감사한 일이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는 건 앞으로 끊임없이 닥쳐올 마족들의 공격이었다.
인간은 마족의 편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반마족의 편도 아니었다.
“여러분, 침착하세요.”
그때 나미르의 잔잔한 음성이 광장의 소란을 진정시켰다.
반마족들은 〈술트 오드〉의 여왕이자 주인인 그녀의 음성에 귀 기울였다.
지금껏 마족과 인간의 침략을 겪지 않고 이만큼이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녀의 노력 덕분이었기에, 그들은 나미르의 말엔 무조건적인 존중을 보내었다.
“모두 당황스러우실 것, 너무도 잘 압니다. 하지만 진정하고 이분의 말씀을 먼저 들어 보세요.”
나미르가 시우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자는 ‘인간’이 아닙니까.”
그 순간, 걸걸한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반마족들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장로님.”
“장로님들이다.”
나미르를 보좌하며 〈술트 오드〉를 관리하는 ‘세 장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소란에 대한 보고가 늦어 이제야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뒤늦게 나타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했다.
“괜찮습니다. 장로님들이 무사하셨으니 다행입니다.”
“우리의 왕께서 걱정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장로들 중 영향력이 가장 센 중년의 남성이 대답했다.
“이야기는 오면서 대강 들었습니다. 저 남자가 마족들을 대신 무찔러 줬다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페노릭.”
“감사한 일이군요. 저자가 대신 피를 묻혀 줬으니, 이제 그를 내보내고 우리는 닥쳐올 위험에 대비하면 되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나미르가 미간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
“왕이시여. 우리 반마족은 지난 수십 년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저희를 도와줄 자들은 없을 겁니다. 마족도 인간도 저희를 이용하려 들 뿐이니까요.”
“그래서요?”
“IZIZ를 불러들입시다. 우리가 그들의 소속으로 들어가면, 경계심이 들어서라도 마족이 한동안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페노릭의 강경한 발언에 좌중이 웅성거렸다.
그는 반마족으로 살아오며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종은 소수를 배척한다.
반마족은 소수 중의 소수였고, 그들을 도와줄 조직이나 존재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껏 왕께서 우리를 보호해 주신 것에는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마족이 본격적으로 우리를 다스리겠다 마음먹으면 왕 혼자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분께서···.”
“인간이지 않습니까. 우리에게서 뭔가 뜯어낼 게 있으니 도와준 것이겠죠.”
페노릭은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얼굴에 튄 마족의 피를 닦아 내는 중이었다.
“도와준 건 감사하네만, 자네는 이제 여기서 떠나···.”
말을 하던 페노릭의 말이 멈췄다.
‘왜 낯이 익지?’
“늦게 온주제에 말들이 많네.”
“뭐야?”
“어허! 어린 친구가 말이 엄하군! 지금 여기는 〈술트 오드〉의 영역인 걸 모르나?!”
“페노릭, 지셀, 아카브라.”
남자가 세 장로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자 그들은 흠칫 놀란 얼굴을 했다.
“어떻게 우리 이름을···?”
“오랜만에 목검 들고 피 터지게 훈련이나 해 볼까?”
검게 튄 핏물을 다 닦아 낸 시우가 얼굴을 드러냈다.
“어······.”
“시우 님?”
페노릭, 지셀, 아카브라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왜 그렇게 멍때리지.”
“어··· 예?”
“대가리 안 박아?”
***
“편하게들 앉아, 편안하게.”
가장 상석에 앉은 시우가 다른 이들을 보며 말했다.
“저는 이 자세가 제일 편합니다···.”
“저, 저도 마찬가지여요.”
“흐허허. 저도입니다.”
페노릭, 지셀, 아카브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무릎 위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대답했다.
“그래. 편한 자세를 잊지 않아서 다행이네.”
시우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작은 호흡에도 세 장로는 몸을 움찔 떨어야만 했다.
아주 오래전 시우와 함께했던 기억이 몸에 각인된 탓이었다.
“내가 나미르 잘 보호하고 지내라 하지 않았었나?”
“자, 잘 보호하고 지냈습니다!”
“왕이시여! 시우 님께 말씀 좀 올려 주십쇼!”
“죄송합니다. 저는 주인님의 말씀에 말대꾸하지 않아요.”
나미르는 시우 옆에 앉아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 노크와 함께 시르케가 들어왔다.
“여기, 군것질거리를 가져왔습니다.”
“고마워요, 시르케.”
“아닙니다. 그리고 시우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녀는 평생 팔을 쓸 수 없을 거라 여겼다.
지하 도시 〈술트 오드〉에도 힐러나 치료 포션이 있었지만, 잘린 신체를 붙일 수 있을 정도의 의료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우가 팔을 잘린 단면에 대더니 스킬을 구사해 1초 만에 완치시켰다.
그 광경을 목도한 수많은 반마족이 시우를 찬양하며 처졌던 분위기가 반전된 건 덤.
‘설마 다 계산하고 한 일은 아니시겠지.’
시르케는 간식과 과일이 가득 담긴 접시를 시우 앞에 내려놓았다.
【오ㅡ 눈치가 빠른 것이다!]
주머니에서 곤히 자고 있던 프레가 음식 냄새를 맡더니 뽀르르 빠져나왔다.
“넌 마족이 있을 때도 처잤으면서, 음식이 입에 넘어가냐.”
【네 허락 없이 마법을 썼더니 몸이 고단해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어중간한 마기는 내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이다.】
프레는 그런 것도 모르냐는 듯 혀를 날름 내밀더니, 곧장 음식을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저··· 시우 님. 저희가 절대 게으름을 피우다 늦게 나간 것은 아니옵고··· 보고가 늦어서···.”
“그래? 그럼 늦게 보고한 놈을 죽이면 되나?”
“아, 아닙니다!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세 장로는 진땀을 흘리며 시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그래, 보고가 늦은 건 둘째 치고.”
“예? 예, 예!”
“너희 요즘 수련 안 하나 보다? 마력이랑 마기가 제멋대로 나오는데.”
“저··· 시우 님??”
“놈들에게 맞서겠다고 했었지? 일어나, 오늘부터 다시 한번 굴러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