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59
162화〉
던전 2
“들어온 놈들 다 뒤져라···.”
살벌하기 그지없는 비석의 내용에 일행의 대화가 일순간 끊겼다.
저런 말이 낙서의 개념으로 적혀 있다면 피식 웃어 버리고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부조로 각인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던전의 주인이 외부인에게 호의적이진 않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주위 공기가 몇 도는 내려간 기분이 들었다.
대체 어떤 함정과 덫이 발동할지 모르기에, 일행은 마력을 끌어 올려 주변에 대한 경계를 높였다.
“그런데 저 말투 꼭 스승님 같네요. 엄청 호전적이에요.”
분위기를 반전시켜 보려는 듯 강여화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난 저런 험한 말 할 줄 몰라.”
“에이~ 그런 농담은 안 통해요.”
“저런 상스러운 말은 루안 같은 애나 하는 거지.”
“···저도 스승께 배운 말투입니다만.”
“말투 험악해, 오빠.”
시우의 농담에 일행들이 미소를 지었다.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졌다.
“어차피 모든 던전은 외부인의 침입을 좋아하지 않는 법이니까, 너무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다.”
“그, 그렇죠? 저는 사장님만 믿습니다!”
한태치는 오소소 돋는 소름을 팔로 쓸어내리며 바싹 몸을 웅크렸다.
“저런 거 적혀 있으나 없으나 나는 들어갔을 테니까. 안 그러냐, 프레.”
【저런 환영 인사를 읽고도 들어가지 않으면 수컷이 아닌 것이다! 우중충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너무 상쾌한 것이다!】
프레는 시우의 어깨 위에서 몸을 방방 뛰었다.
“역시~~~ 대선생님! 그 호쾌한 결정은 대선생님만이 내리실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초 제자, 평생토록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오냐, 애제자여! 앞으로도 독일제 소시지와 맥주를 가져다 바치면 넌 평생 애제자 1번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 소선생님께도 소소하게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난 됐다. 너희들끼리 많이 먹어라.”
“반짝반짝 오빠 정신 사나워 ”
“오~~ 이 리틀 소녀에게도 소시지와 맥주를 가져다··· 악!”
시우는 놈의 헛소리에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때렸다.
“어린 애한테 맥주는 무슨. 너도 코코아 마시면서.”
“하이 랭커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루안이 시우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루안아, 너도 하이 랭커야.”
“저··· 저는 다릅니다, 스승. 물론 베네딕트는 조금 이상하지만···.”
“역시이~~ 저를 이해해 주는 건 루안밖에 없네요 우리 하이 랭커끼리 평생 친하게 지내도록 하지? 내가 나가면 코코아 사 줄게!”
베네딕트는 생글생글 웃으며 루안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내 어깨에서 손 치워라.”
“에이~~ 같은 선생님 아래 있는 제자들끼리 똘똘 뭉쳐야 하지 않겠어? 안 그렇습니까, 대선생님, 소선생님!”
“베네딕트 헌터, 조심하세요. 쟤는 마음에 안 들면 납치해서 방에다 가두는 놈이거든요.”
“···사매, 우리 지난 일은 잊는 것이 어떤가.”
“치렁치렁 오빠, 반짝반짝 오빠, 친구야.”
“···시온. 우리는 친구가 아닌···.”
“베프. 보기 좋아.”
시온이 둘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며 박수를 짝짝 치자, 루안은 어깨에 올려진 베네딕트의 손을 뿌리칠 수 없게 됐다.
쿠르르르···.
그때 안으로 진행하는 일행의 뒤에서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 사, 사, 사, 사장님?!”
“정신 사나우니까 한 번만 불러라.”
“마기 농도가 갑자기 치솟았습니다!”
“그런 말 하지 않아도 대충 보면 뭔지 알겠는데.”
시우는 자욱한 먼지 너머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형체를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쿠우웅! 쿠우우웅!
– 죽. 인. 다.
– 크웨에에엑!
그때,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더니 일행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루안은 시온의 몸을 감싸 안아 상체를 숙였고, 뒤이어 민시준의 마법이 상대를 향해 불을 뿜었다.
화르르르륵!!
– 크에에에엑! 크에에엑!
높다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적은, 일행을 바라보며 뱀처럼 샛노란 안광을 부라렸다.
“가고일이다!”
민시준이 놈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외쳤다.
“여화 시준 루안! 가고일을 맡아! 한태치는 아이템 준비하고! 베네딕트는, 앞에서 오는 괴물을 나랑 맡는다!”
시준의 외침을 들은 시우가 재빨리 일행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 스승님 아, 씨! 초장부터 가고일이 나오고 난리야!”
강여화가 혀를 쯧 차더니, 바람으로 이루어진 신궁과 화살을 구현했다.
가고일은 게임이나 영화에서 흔해 빠진 빌런으로 나오는 몬스터였으나, 실제로는 그리 단순한 상대가 아니었다.
강철보다 더욱 단단한 몸, 히포그리프를 능가하는 속도, 손톱과 발톱, 이빨, 꼬리 등 몸 전체가 뾰족한 무기인 것까지.
어지간한 전투 헌터나 마법 헌터로는 놈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었다.
특히 다른 몬스터는 팔을 자르든 다리를 부수든 하면 대미지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텐션이 떨어지는 게 보였지만, 가고일은 코어가 박살 날 때까지 똑같은 텐션으로 들이닥쳐 더 골치였다.
– 쿠웨에에에엑!
놈이 일행을 향해 하강했다.
그 순간에 맞춰 강여화가 활로 놈을 겨누다 이내 시위를 튕겨 살을 날렸다.
커다란 마법 회로에 마력이 들어차며 맹렬한 기운의 마법진이 활에 스며들었다.
[풍화랑 : 일발필중]화살을 둘러싼 문자가 섬전을 번쩍인다.
쏘아진 화살이 빛의 속도로 가고일의 심장을 깨부순다.
퍼거어억!
가고일의 몸이 휘청이더니 하늘에서 바닥으로 쿵,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역시, 대한민국의 신궁···.”
민시준이 감탄한 어조로 외치다가 뒷말을 흐렸다.
푸드드득. 푸드드득.
족히 스무 마리가 넘어 보이는 가고일이 어둠을 헤치며 그들에게로 날아오고 있었기 때문.
“시온, 내 뒤에서 꼼짝 말고 있어.”
루안이 머리카락을 몇 가닥 뽑아 입으로 후, 하며 날렸다.
마력을 흥건히 머금은 머리카락들이 섬전을 발하더니 술식과 함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미후왕 : 십이분신술]루안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한 열두 개의 머리카락이, 들이닥치는 가고일들을 향해 몸을 박찼다.
“오빠, 여러 명. 정신없어.”
시온이 신기한 장면을 바라본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
“···대선생님, 대체 저건 뭐랍니까?”
전방에서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괴물을 바라보며 베네딕트가 새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물었다.
【아주 귀엽게 생긴 것이다! 내 애완용 탈 것으로 데리고 다니면···.】
“야, 죽어도 안 돼. 꿈도 꾸지 마라.”
시우는 프레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 죽. 인. 다.
사람 말까지 하는 눈앞의 괴물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끔찍하게 생긴 어보미네이션, 플레시 골렘이었다.
다른 골렘들은 주로 자연의 원소를 통해 만들어진다.
금속, 광물, 화염, 얼음, 점토의 재료가 술자의 마법이 각인된 인공 코어에 뭉치며 그 형태를 이루는 게 대부분.
그러나 눈앞에 있는 플레시 골렘은 그 궤 자체가 달랐다.
녀석을 이루는 재료는 생물의 살과 뼈, 가죽, 고깃덩어리이기 때문.
– 죽. 인. 다.
플레시 골렘은 길이와 부피, 움직임, 색깔마저 죄다 다른 사지를 움직이며 시우와 베네딕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역겹기 그지없는 모습에 시우마저도 눈살이 찡그려졌다.
“대선생님! 저는 저런 골렘은 처음 봐요! 으악, 더러워! 제 마법이 닿는 것조차 안 될 것 같아요! 절대, 절대로 저는 못 해요!”
베네딕트는 헛구역질까지 해 가며 손사래를 쳤다.
“귀엽다고 했으니까, 네가 직접 상대하는 건 어때?”
【···나는 요즘 몸이 안 좋은 것이다.】
시우는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을 짓더니 오른손에 낀 반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베네딕트, 너는 녀석의 공격이 다른 일행에게 향하지 않도록 마법으로 막아.”
“으··· 알겠습니다. 코코아가 마시고 싶어.”
“한태치, 아이템 하나만 줘 봐.”
“여, 여깄습니다, 사장님!”
한태치는 방금 조립이 끝난 아이템 하나를 시우에게 건넸다.
시우는 씩 웃더니 반지에 마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번 몽골 원정이 끝난 뒤, 몽골 간투가 대통령에게 받은 몽골의 국보.
‘새파란 하늘의 갈기를 지닌 용맹한 말.’
하지만 시우는 저 이름이 길어 ‘청룡’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이름을 바꿨다.
“나와라, 푸르미르.”
마력을 한가득 베어먹은 잿빛 말이 푸른 털을 연기처럼 흩날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 히히히힝!
“옳지, 착하다.”
시우는 녀석의 이마와 목덜미를 쓰다듬은 다음 푸르미르의 등에 사뿐히 앉았다.
“이랴앗!”
시우의 명령과 함께 푸르미르의 발이 거세게 땅을 박차더니 플레시 골렘을 향해 내달렸다.
– 죽. 인. 다.
플레시 골렘은 인간도 몬스터도 아닌, 이상하게 짜깁기한 얼굴로 시우를 노려봤다.
그리곤 등에서 기다란 뼈를 끄집어내 손에 들고, 달려오는 푸르미르를 향해 거칠게 휘둘렀다.
콰가ㅡㅡㅡㅡㅡ아앙!!
엄청난 굉음이 일며 던전 바닥에 굵은 궤적이 파였다.
– 죽. 인. 다.
플레시 골렘은 자신이 쳐 죽였을 푸르미르와 시우의 사체를 확인하려 했다.
“나 찾냐?”
그러나 시우의 몸은 바닥이 아닌, 플레시 골렘의 뒤에서 나타났다.
발뭉이 푸르른 기운을 줄기줄기 피워 올리며 괴물의 몸을 사선으로 내리그었다.
뼈와 근육이 끊어지는 느낌이 검날을 타고 손끝으로 전해졌다.
시우는 놈의 몸을 벤 뒤에 곧장 푸르미르를 움직여 녀석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졌다.
콰과가가가가가!!
그러자 예상대로 시우가 서 있던 자리에서 수백 개의 뼈가 솟구쳐 올랐다.
모두 끝을 벼려 칼날처럼 뾰족한 상태였다.
“어쩐지 느낌이 더럽더라니.”
플레시 골렘은 찰흙처럼 다시 뭉쳐지며 모습을 복원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조금 전 시우가 베었던 상태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유치원생이 대충 주물럭거린 찰흙처럼, 플레시 골렘의 모습은 엉성하면서도 기괴했다.
“아무래도 코어가ㅡ 심장 쪽에 있을 것 같진 않네.”
일반적으로 골렘들은 코어가 심장이나 단전 부근에 있었다.
보통 핵을 중심으로 몸의 구성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체의 가장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몸이 뭉쳐질 때마다 마음대로 붙어 버린다면 코어의 위치가 진작 바뀌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
“이래서 발명품을 써야 하는 건가.”
시우는 푸르미르의 고비를 쥐고 몸을 숙였다.
질풍과도 같은 속도로 말이 내달린다.
– 죽. 인. 다.
플레시 골렘의 복부가 반으로 갈라지며 수백 개의 뼈가 이빨처럼 돋아났다.
그리고 먹이를 베어 물려는 동물의 입처럼, 복부의 근육과 뼈가 튀어나와 푸르미르의 몸통을 꿰뚫으려 했다.
파지직.
그 순간, 시우가 푸르미르의 현현을 해제했고, 재빨리 한태치가 건네준 아이템에 마력을 쏟아 골렘의 몸통에 처넣었다.
– 죽. 인. 다.
골렘은 자신의 위로 풀쩍 뛰어오른 시우를 향해 몸에 있던 수십 개의 뼈와 독이 가득한 핏물을 날렸다.
‘실드를 구축해서 회전시키면··· 사방에 다 튀어서 안 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
“어디서, 감히 대선생님에게!!”
베네딕트의 마법이 녀석의 공격과 시우 사이에 펼쳐지며 골렘의 공격을 멈춰 버렸다.
【역시 내 애제자인 것이다!!】
“나이스, 베네딕트.”
플레시 골렘이 당황해 멈칫한 그사이, 시우의 뇌격이 녀석의 벌어진 복부 사이로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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