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
16화〉
파도가 친다
HMCS의 한국지부 운영팀.
〈HMCS 강북지부〉 – No.noname (LIVE 대기중)
“과장님, 누가 바디캠 라이브 켰는데요?”
이날 당직을 맡은 막내는 한쪽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이용구 과장을 불렀다.
“에이, 씨발. 어떤 병신이 또 라이브 버튼을 누르고 지랄이야.”
이용구는 라면을 우물거리면서 터벅터벅 막내에게 걸어갔다.
바디캠 라이브 방송.
〈HMCS 국제본부〉에서 대대적으로 기획한 것으로, HMCS 헌터의 범죄자 소탕 과정을 헌터 튜브와 연동시켜 라이브로 생중계하는 것이 목적인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거하게 말아먹은 계륵 같은 아이템이 되었으니.
문제의 원인은 라이브 그 자체.
얼마 전, HMCS에서는 바디캠을 국가별로 시범 운영하면서 라이브를 활성화했었다.
HMCS의 헌터들이 얼마나 힘들게 각성 범죄자와 맞서 싸우는지, 그리고 그들이 얼마만큼이나 강한지.
이런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송이었다.
말 그대로 ‘HMCS의 홍보’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 카우카우 : 여윾시 따라지들 모이는 집합소답죠?
-ㅇㅇ : ㅅㅂㅋㅋㅋㅋㅋ 이거 홍보 채널 맞냨ㅋㅋㅋ 고도의 안티 아님?
-SSS급헌터 : 내가 발가락으로 싸워도 쟤들보다는 잘 싸울 수 있음
-헌갤러 : 이거 홍보는 홍보네 확실히 이제 이 영상을 보고 그 누구도 hmcs에 안 들어갈 테니까 말야
-오크물알 : 이딴 거 볼 시간에 아이돌 헌터 유아이 영상이나 한 번 더 보겠다…
대중의 싸늘한 시선과 조롱이 헌터 튜브에 올라간 영상마다 달렸다.
조회 수는 처참했고, 심지어는 관련 내용이 뉴스를 타기까지 했다.
「무능한 HMCS, 각성 범죄도 길드에 맡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
결국, 반응이 괜찮은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라이브 기능을 무기한 중단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것은 한국 지부도 마찬가지.
따라서 현재 바디캠은 온전히 녹화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고, 녹화된 영상 중 괜찮은 것들만 편집해 HMCS 채널에 올리는 상황이었다.
“과장님, 전화 때릴까요?”
“기다려 봐, 시까.”
이용구 과장은 짜증을 내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어떤 얼빵한 자식이 녹화 버튼이 아니라 라이브 버튼을 눌렀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쓰바, 별것도 아닌 일에 누르기만 해 봐라. 해당 팀장한테 전화해서 지랄을··· 어?”
“왜 그러십니까?”
막내는 이용구 과장이 짜증을 내다 말고 말을 멈추자 의아한 듯 물었다.
그는 입까지 벌린 채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기만 했다.
“야, 이 사람 어디 소속이라고?”
“그게··· 강북지부 황정구 팀장 소속입니다.”
“이 바디캠 황정구 본인은 아니지?”
HMCS 한국지부에서 황정구의 이름은 꽤 알려진 편이었다. 투박하지만 강한 전투 방식 덕분에 각성 범죄자 사이에서도 그의 이름은 오르내리는 편이었고, 조금이지만 팬층도 있었다.
“네, 아닙니다. 접속 코드가 다른데 이 사람은··· 신입이라고만 적혀 있네요.”
“허. 황정구가 괴물을 하나 키웠네.”
이용구 과장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도 과장 짬밥까지 올라오면서 헌터들의 숱한 전투를 봐 온 사람이었다.
한국 HMCS에 속한 헌터들의 전투 장면은 전부 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헌터가 예사 인물이 아니란 걸.
“막내야, 라이브 돌려라.”
“예··· 예?? 라이브 꺼라가 아니고요?”
막내는 당황했다.
현재 한국지부의 라이브는 무기한 중단 상황.
영상마다 달린 욕을 지우다 지우다 못해 댓글 중지까지 시켜 놨는데.
아직 다 꺼지지도 않은 불씨에 기름을 끼얹겠다는 건가.
“야. 총대는 내가 멘다. 넌 그냥 내가 시켰다고만 해.”
이용구는 잘 익은 과일을 보는 표정으로 모니터 너머의 인물을 바라봤다.
물론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바디캠은 몸체에 달려 상대만 찍는 캠이었으니까.
막내는 우물쭈물 망설이면서도 이용구의 말을 따랐다.
<HMCS 강북지부〉 – No.noname (LIVE ON)
라이브에 초록색 불빛이 들어온다.
괴물의 눈초리처럼 무섭게 쏘아지는 기분이다.
"이제 켭니다··· 정말."
막내는 이용구의 눈치를 잠시 보더니 곧이어 헌터 튜브와 동기화를 시켰다.
달칵.
라이브 영상이 헌터 튜브에 올라가는 순간이다.
***
"라이브 조회 수 175명, 편집 후 올린 영상 조회 수 3만 2천이라. 좋아요는 900, 싫어요는 55."
HMCS의 한국지부 지부장인 백건호는 인터넷 기사를 보며 헌터 튜브의 영상을 확인했다.
조회수 3만 2천.
다른 사람이 볼 때는 굉장히 미비한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건호 지부장의 눈에는 절대 아니었다.
가능성.
그가 숫자에서 읽은 건 '라이브의 가능성'이었다.
먼젓번 처참했던 조회 수와 댓글에 비교하자면 이번 시도는 굉장히 고무적인 사건.
처음엔 조회 수가 몇백에 불과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HMCS의 채널을 구독하는 숫자도 적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지도와 관심이 부족했다.
아니, 관심조차 없었다.
– 하꼬헌터 : 야 이번에 거트가 우리나라 들어온거 앎? 내 동생이 헌협 다니는데 거트가 자기 가족 죽인 어떤 헌터 조지려고 한국 왔다더라
– 대마도사 : 그새끼 A급 헌터 아님?? 대체 어떤 병신이 A 헌터 가족을 건드리냐
– ㅇㅁㄹㄴ : 헐 이번에 hmcs에 라이브 영상 을라왔는데 누가 캡처 떴거든 근데 거기 나온 헌터가 거트랑 똑같이 생겼다 하드라?
– SSSSS급 : 나도 그 영상 봤는데 개쩔더라.. ㅁㅊ 암살자들 떡바르더니 나중에 나타난 거트도 순살시켜버림
– 탑랭커 : 내 생각엔 hmcs에서 인지도 올릴라고 헌터 하나 용병으로 데려와서 거트 묻은 것 같음 ㄹㅇ 그동안 봐왔던 hmcs 실력이 아녔음
하지만 라이브를 본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소문은 급물살을 타게 되고.
A급 헌터와 한국 HMCS의 전투라는 추측성 기사마저 올라오자 하루 만에 조회 수가 폭주한 것이다.
"3만 2천이라, 3만 2천. 거트라는 놈이 대단한가?"
백건호는 옆에 긴장한 채 서 있는 이용구 과장을 향해 물었다. 이용구는 영상을 올린 주범(?)으로서 해명을 위해 백건호가 직접 부른 것이었다.
"예? 아, 예, 그렇습니다! A급 헌터인데 홍콩의 3대 길드인 [적광길드]에서 1조 단장을 역임할 만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헌터입니다! 얼마 전 포츈지에서 선정한 헌터 유망주 100위 안에도 들었었고요."
"호ㅡ 그래? 생각보다 꽤 거물이구먼. 그런데 그런 잘나가는 헌터가 우리 HMCS 헌터 한 명에게, 그것도 암살자들까지 동원해서도 졌다 이거지?"
"예, 그렇습니다!!"
백건호는 그 사실이 기분 좋았는지 입꼬리로 짙은 호선을 그렸다.
"이 과장, 앞으로 이 친구 전담 마크해서 영상 올려보도록 해. 마케팅부랑 상의해서 HMCS 채널 리뉴얼도 좀 하고."
"버, 벌써 말입니까?"
이용구는 자신의 예상대로 들어맞았다는 짜릿함 반, 혹시나 망했을 때 자신이 뒤집어쓰진 않을까 하는 걱정 반으로 물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지금 사람들 반응 나쁘지 않잖아?"
"알겠습니다··· 우선 조만간 미팅 한번 해 보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용구는 큰 반박 없이 백건호의 말에 수긍했다.
사실 HMCS 한국지부를 키우고 싶은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라이브가 별로라고 해서 소속되어 있는 헌터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능력 있으면 길드를 가지, 누가 이런 곳에 들어올까. 돈도 명예도 별로인데.
이용구는 이것이 HMCS 한국지부의 마지막 홍보 기회라 생각하고 반드시 끌어 올리리라 스스로 다짐했다.
"아, 거트랑 싸워서 이긴 친구가 누구라고?"
백건호는 얼굴도 이름도 실려 있지 않은 기사를 보며 물었다.
"저도 아직 이름은 못 들었습니다. 아침에 황정구 팀장이랑 통화하려고 했는데 거기도 정신없는지 통화가 안 되네요."
"그래, 알았네. 비서 통해서 직접 듣도록 하지. 나가서 일 보게."
이용구가 밖으로 나가자 백건호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다대일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암살자들을 격파한 뒤 마지막 상대마저도 무리 없이 저지시키는 공격력.
"물건이군, 물건이야."
백건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네, HMCS 강북지부입니다!"
"그건 지부 방침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니요. 저희도 따로 들은 바가 없어서요."
"네, 여보세요!"
받아도 받아도 다시 울려 버리는 전화에 HMCS 강북지부 팀원들은 기가 질려 버렸다.
마음 같아선 전화선을 다 뽑아버리고 싶지만, 어디서 오는 전화인지 알 길이 없으니 차마 그러지도 못했다.
"네, HMCS 강북지부 팀장 황정구입니다. 네, 네. 안녕하십니까! 네, 맞습니다! 네, 저희 팀원이십··· 팀원입니다!"
시우는 커피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그 모습을 감상했다.
후르릅.
"오늘따라 커피가 쓰네."
"······."
"······."
그 작태를 보고 쌍욕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겠지만, 아무도 그럴 수 없었다.
HMCS 강북지부 팀원들은 모두 그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황정구가 고분고분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걸.
마력이면 마력, 스킬이면 스킬, 육탄전이면 육탄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일류 전투 헌터 그 자체였다.
심지어 아직 결과를 들은 건 아니라지만 그 A급 헌터 거트를 이겼다고 하지 않는가.
당사자한테 직접 물어볼 수도 없어서 눈치만 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ㅡ알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쇼! 후우."
전화를 끊은 황정구는 눈앞에서 한가하게 커피나 마시는 시우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분노조차도 일지 않는다.
"그··· 민시우님??"
"왜?"
시우의 뻔뻔한 표정.
얼굴에 철판이 아니라 비브라늄을 깔아도 저거보다는 얇을 거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설명을 좀···."
황정구는 새벽부터 걸려온 전화 줄다리기를 오후까지 하는 중이었다.
대부분의 통화 용건은 단순했다.
시우에 관한 질문.
어떤 헌터냐, 능력이 뭐냐, 몇 급이냐, 언제 각성했냐, 이런 헌터가 왜 지금에서야 알려지게 됐냐, 정말 강북지부에 속한 헌터가 맞냐, 같은.
"전화? 나야 무슨 일인지 모르지."
"아니 그게 아니라, 헌터 튜브에 올라온 영상 말입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황정구의 질문에 시우는 대충 기억나는 것들을 말했다.
물론 정민준의 연구소에 간 과정이나, 가서 뭘 했는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대충 제자의 연구소니 한번 들러봤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암살자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였는데 거트가 난입.
따라서 무력으로 제압하려 했고, 증거를 남기란 조언이 떠올라 버튼을 눌렀다는 것.
"아무래도 위쪽에서 민시우 헌터님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습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키워 보려는 것 같더라고요."
황정구는 시우의 이야기를 듣더니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현재 HMCS 내에 흐르는 분위기와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토대로 유추한 것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시우는 덤덤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괜찮으신 겁니까?"
"뭐 어때."
시우는 커피잔을 내려놨다. 그는 황정구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
"정구야, 파도는 피하는 게 아니라 타는 거야."
***
정갈하고 깔끔하게 꾸며진 커다란 방.
값을 매기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고려청자, 수묵화, 찻잔 따위가 군데군데 자리했고, 대리석 바닥과 한옥으로 꾸며진 천장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원목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은 세 명의 남자들.
달콤한 전자담배 향이 은은하게 피었다가 사라진다.
"이번에 멕시코 쪽이랑 협상하는 건은 잘 되고 있습니까?"
"예, 중간에 난항에 부딪히긴 했는데 북미 로비스트 Dr. 윤이 연결해 준 덕분에 중재가 잘 됐습니다."
"그렇군요.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계획에 차질 없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홍콩의 거트 헌터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그게 뭡니까?"
처음 들었다는 상대방의 태도에 말을 꺼낸 남자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진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홍콩 헌터 하나가 HMCS에게 피살됐습니다."
"우리 쪽 잘못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외교부 라인 통해서 처리하세요. '그분'이 이런 문제까지 다루시기엔 바쁘니까요."
말을 마치는 순간,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황급히 들어온다.
"VIP께서 들어오십니다."
그 한마디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에 몸이 뻣뻣하게 굳는다.
뚜벅. 뚜벅. 뚜벅.
190이 넘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분한 걸음걸이에도 주변의 공기가 바짝 팽창하는 기분이다.
"기다리게 했군."
투박하지만 무겁고 낮은 목소리.
현 대통령인 투신 최대수는 측근들을 바라보며 안광을 빛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