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0
163화〉
던전3
“나와라, 여의.”
루안의 명령에 분신들이 제각각 여의를 구현해 손에 쥐었다.
악마의 형상을 한 가고일 무리가 단단한 몸을 끌고 지상으로 쇄도했다.
– 쿠웨에엑!
– 크르르르그!
흉측한 송곳니를 드러낸 녀석들이 기다란 손톱과 발톱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누나! 주먹으로 쳐서 부숴 버려!”
“야, 민시준! 쟤들 몸 딱딱한 거 안 보여?”
“비켜라, 사매.”
루안의 분신들이 앞으로 나서더니 가고일의 공격을 여의봉으로 막아 냈다.
콰아아아아앙!!
마치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것처럼 뾰족한 파열음이 귀청을 울렸다.
콰아아아앙!! 꽈아아ㅡㅡㅡ!!
뒤이어 수십 마리의 가고일과 열두 개의 분신이 서로가 가진 무기를 휘두르며 무지막지한 굉음을 일으켰다.
“오, 너 좀 하네?”
“사매, 사형에게 너라는 표현은 좀···.”
“그럼 뭐? 이 새끼, 라고 해 줄까?”
“···아무래도 ‘너’라는 표현이 제일 낫군.”
루안이 체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아직 전투 안 끝났거든요?!”
민시준이 어이없다는 듯 그들을 바라보며 스태프를 전방으로 쳐들었다.
가공할 마력이 스태프 끝에 달린 마정석으로 응집되더니 이내 거대한 원형의 마법진을 소환했다.
쿠ㅡㅡㅡ웅!
각종 기호와 도형이 어지러이 배열된 술식에 마력이 덧칠된다.
민시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형에게 배운 마력 운용법으로 세밀한 컨트롤을 이어 나갔다.
새빨간 섬광이 뿜어져 나온다.
[염화 : 타오르는 창]뜨거운 열기를 한가득 품은 수십여 개의 불타는 창이 구현된다.
“가라.”
미사일처럼 쏘아지는 창들이 공중을 선회하며 시준이 타겟팅 한 목표물을 향해 궤적을 틀었다.
민시준은 스태프를 통해 그 모든 움직임을 오차 없이 운용했다.
스킬이 가진 능력을 통해 과녁을 향해 알아서 날아가도록 하면 편할 순 있겠지만, 거기에 따른 마력 낭비는 이후 전투에 불리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력은 한 톨도 낭비하지 마라.’
형이 제자들을 가르칠 때 늘 하던 말이었다.
단순히 말로 끝내는 교육이 아니었다.
마력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어마어마한 벌칙이 따르게 했다.
‘네가 그렇게 마력이 많아? 그래서 낭비하는 거야? 오늘 단전에 있는 마력 텅텅 비울 때까지 한번 놀아 볼까?’
그 이후는 지옥의 시작이다.
모든 제자의 단전이 고갈될 때까지 훈련이 반복되는데, 놀랍게도 시우의 단전은 반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끝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 짓을 거의 매일 반복하다 보면 마력 아까운 줄 알게 되고, 마력에 대한 세밀한 운용력도 생기게 된다.
콰가가가가가가가!!!
날카로운 창날이 가고일의 몸을 꿰뚫고 응축된 열기를 발산했다.
보통 돌이나 암석 계열의 몬스터에게는 화염 계통의 마법이 잘 먹히지 않는 법이었으나, 민시준은 적들의 코어 근처까지 마법이 가닿게 해 2차 폭발을 유도했기에 큰 상관이 없었다.
“시준아.”
“왜, 누나?”
“너 이렇게 할 수 있었으면서 나한테 주먹으로 돌덩이 부수라고 했던 거야?”
“어···?”
“누나 손은 박살 나도 괜찮다는 거지?”
“혀, 형보다 누나가 격투술을 잘하잖아. 그치?”
민시준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루안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하지만 루안은 민시준을 흘깃 바라보더니 그의 손길을 외면했다.
“형?”
“···나는 아직 남은 가고일을 죽이고 오겠다. 시온을 부탁한다.”
“혀, 형! 나도 같이 가!”
“시준아. 너는 누나랑 대화하고 가야지.”
“얼굴 하얘, 오빠.”
시온이 민시준을 가리키며 키득키득 웃었다.
***
파지지지직ㅡㅡ!!
플레시 골렘의 벌려진 복부로 매서운 전격이 퍼부어졌다.
적을 태워 버릴 듯한 기세로 들이친 샛노란 섬광이 뼈와 근육, 내장을 따라 괴물의 전신으로 뻗쳐 나갔다.
– 주기기기기기긴!!
골렘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몸을 바르르 떨며 턱을 다다다닥 부딪쳤다.
“사장님! 피하셔야 합니다!!”
상황을 지켜보던 한태치가 손을 동글게 말아 입에 대고 소리쳤다.
째깍, 째깍, 째깍.
뚝.
골렘의 몸속에 처박았던 아이템의 타이머가 다 돌아간 순간,
꽈ㅡㅡㅡㅡㅡ아아앙!!
마기에 반응한 아이템이 무시무시한 폭발을 일으키며 플레시 골렘을 고기 조각으로 만들었다.
애초에 생긴 것 자체가 온전한 생명체 같지는 않았지만, 산산이 조각난 모습을 보니 더욱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었다.
마력 실드를 둘러싼 덕에 피 한 방울 튀지 않은 시우는, 대신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일행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사장님!”
“무슨 소리야! 대단한 건 우리 대선생님이시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대선생님!!”
“잉? 하지만 방금 공격은 사장님께서 전부 다 하셨는···.”
【에헴! 내가 이 식량이를 움직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아니면 식량이는 진작 죽은 목숨인 것이다!】
– 히힝!
프레는 소형화한 푸르미르의 몸에 타서는 우쭐거리며 말했다.
한태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프레를 향해 몸을 굽신거렸다.
“헉! 그렇다면 라따뚜이의 실사판 같은 것이군요! 이제 알았습니다! 존경합니다, 부사장님!”
【옳지, 옳지! 나를 더욱더 존경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우는 ‘덤 앤 더머’였던 프레와 베네딕트에서, 한 명이 더 는 것 같은 기분에 혀를 찼다.
“가고일은 다 쓰러트렸네?”
“네, 스승님 시준이랑 쟤가 다 했어요.”
“찰랑찰랑 머릿결. 오빠 강해.”
“···사매, 최소한 스승 앞에선 사형이라 부르는 게 어떤가.”
“아, 그럴까? 시준이랑 저 새끼가 다 했어요, 스승님.”
“······.”
시우는 피식 웃으며 루안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가고일 스무여 마리에 플레시 골렘 한 마리라.
던전 초입치고는 과한 것 같기도 하면서, ‘다 뒤져라’라고 한 것 치고는 약한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계속 들어가 보자. 생각한 것보다 재밌는 곳이긴 하네.”
***
던전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어두워지고 습해졌다.
아공간 성질상 답답하거나 폐쇄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저 무척이나 넓고, 방대하다는 생각이 들 뿐.
이런 던전을 탐색할 땐 기본적으로 맵을 파악할 줄 알거나 탐색을 잘하는 헌터를 대동해야 하는데, 일행 중에서는 시우가 두 능력 모두 출중했기에 걱정할 필요 없었다.
“그런데 여기는 용도가 뭘까요? 일종의 신전이었을까요?”
강여화가 반복되는 내부 구조를 관찰하며 물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일정 집단이 모이면 숭배의 대상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조각된 내용을 전부 알긴 힘들지만, 신을 기다린다는 내용이 있는 것 같아.”
한태치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감탄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 신을 기다리는 그들의 열망이 엄청난 것 같아요! 규모를 보면 독일의 커다란 성만큼은 되는 것 같거든요! 어지간한 대성당은 비교도 안 되겠는데요?”
베네딕트의 말대로 벽면에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든 부조가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으깨진 조각상들이 어마어마하게 즐비했다.
그들이 던전 입구에서부터 들어와 걸은 시간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게다가 천장에 있는 저 조명등, 엄청 비싸지 않아요?”
“나도 가질래, 언니.”
높다란 천장에 달린 조명등을 가리키며 시온이 눈을 반짝였다.
“헉! 사, 사장님! 이거 해골인가요?”
그때 흥분감에 여기저기 둘러보던 한태치가 흠칫 놀라며 시우에게 보고했다.
“해골 맞네. 그런데 인간의 유골 같지는 않고··· 머리에 뿔이 달린 거 보면 마족이나 악마인가.”
시우는 한태치가 발로 밟은 뼈를 관찰하며 중얼거렸다.
“스승님··· 백골들이 저 너머에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루안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더니 복도 끝 쪽, 어두운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 마이. 갓. 수십의 마족이 한 번에 당할 정도로 강한 마물이 있는 걸까요? 대선생님! 저는 어떻게 할까요?!”
【애제자여! 첫 번째 명령을 내리마! 너는 나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명령이랑 뭐가 다른 거지?”
시우가 뻔뻔해진 작디작은 프레의 미간을 검지로 꾹꾹 눌렀다.
【악! 아픈 것이다! 감히 나를 때리는 것이다!】
“시끄러워. 내가 먼저 앞장설 테니까, 나 다음으로 베네딕트가 선다. 맨 마지막에는 루안이 서고.”
“예~~ 베네딕트가 뒤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스승.”
시우는 그들의 대답을 뒤로한 채 먼저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었다.
이전의 길과는 다르게, 복도의 폭은 좁아지고 천장의 높이는 한층 낮았다.
물론 그래도 여러 사람이 넉넉히 지나갈 정도의 공간은 되었다.
시우는 사방에 나뒹구는 백골을 유심히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여기 분위기가 아주 좋은 것이다! 아늑한 것이 마치 고향의 요람이 생각나는 것이다!】
– 히힝!
손바닥만 한 푸르미르의 등에 탄 프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기쁜 듯 소리쳤다.
“그렇게 좋으면 여기서 평생 살지 그러냐.”
【그러고 싶지만 내가 없으면 좁밥이 얻어터지고 다닐 테니 참을 것이다!】
“내가 누구한테 얻어터ㅡ!”
투콰카카칵!
그때 복도 끝에서 기계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쇠꼬챙이가 날아왔다.
시우는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전방에 마력 실드를 펼쳤다.
“스승님!!”
강여화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매섭게 치달은 쇠꼬챙이가 시우의 실드를 박살 내고 그의 몸까지 꿰뚫으려 했다.
터ㅡ엉!!!
그러나 마력을 휘감은 오른손이 너무도 쉽게 쇠꼬챙이의 창날 부분을 잡아냈다.
“반응 속도가 느린 애들은 죄다 죽었겠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장창보다 기다란 쇳덩이가 무식하게 날아오면 찔려 죽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우는 쇠꼬챙이의 날 부분이 위로 가게 잡은 다음 어깨를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힘껏 내던졌다.
츠츠츠ㅡ 꽈아아아앙!!
공기를 찢는 마찰음이 이어지더니 무언가가 박살 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가자.”
시우는 손바닥을 툭툭 털며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어··· 스승님, 어디 안 다치셨어요?”
“응? 그럼. 이런 거에 다치면 헌터 그만둬야지.”
“그렇죠···?”
“헌터 그만둬? 언니?”
시온이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묻자, 강여화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 소리를 냈다.
한참을 걸으니 이번엔 커다란 동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 개념처럼 많은 인원이 모였던 집회 장소라기보다는, 다른 통로로 이어지는 허브 같은 역할의 공간처럼 보였다.
“여기는 유독 조명이 어둡네. 한태치.”
“네,사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한태치는 아이템 가방에서 주섬주섬 필요한 장비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마기와 반응하는 전구입니다! 안에는 마기를 마력으로 바꾸는 회로와 마정석이 들어 있죠!”
그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시우를 향해 열심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발명품이 별로라고 여겨서 시우가 지원을 끊으면 아주 곤란해지기 때문.
“자, 불을 밝히겠습니다!”
그가 마력을 주입해 아이템을 공중에 띄우자, 은은한 빛이 사방을 밝게 물들였다.
“···스승.”
“그래, 나도 보고 있다.”
“오 마이 갓··· 대선생님, 저희가 아무래도 카타콤에 온 것 같습니다!”
일행은 긴장 가득한 얼굴로 사위를 천천히 관찰했다.
공동이라 생각했던 곳은 수만 구의 망자들로 이루어진 뼈의 무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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