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66
169화〉
비밀의 공간3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것.
시우의 어퍼컷에 스핑크스의 몸이 공중으로 들렸다.
『크거억···!』
난데없는 주먹질에 스핑크스의 정신이 빙글빙글 돌았다.
가격당한 턱이 얼얼하게 아려 온다.
“방금 네 발이었다가 지금은 두 발이지?”
시우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스핑크스를 바라봤다.
왕이 봉인 당한 이후 일평생 침소 앞을 지키고 있던 스핑크스는, 생각지도 못한 적의 조소에 소름이 돋았다.
그간 숱한 적을 상대해 왔지만 시우 같은 상대는 처음이었다.
보통은 스핑크스의 크기와 마기에 압도되어 도망가기 바쁜 게 정석이거늘.
인간이 자신의 턱을 후려갈겨 발을 뜨게 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건 왕의 침소를 능멸하려 한 마족들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저녁에는 세 발이니까.”
『자, 잠깐만··· 중지한다···! 이 싸움은 무효다···!』
“누구 마음대로?”
시우가 서늘한 미소를 짓더니 스핑크스의 한쪽 다리를 잡아 비틀어 반대 방향으로 분질렀다.
『크아아아악···!』
스핑크스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시우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자, 세 발로 바닥에 딛고 섰지? 퀴즈의 정답은 내가 맞혔다.”
『이 괴물 놈··· 이러고도 네놈이··· 무사할 것 같으냐···.』
스핑크스는 이를 드러내고 격양된 표정을 지었다.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눈빛이 살아 있었다.
“무사할지 말지는 패자가 정하는 게 아니지. 너야말로 눈깔 그렇게 뜨면 무사할 것 같아?”
시우가 혀를 차면서 스핑크스의 뺨을 툭툭 때렸다.
『어리석은 놈··· 정녕 죽고 싶은 게냐···?』
스핑크스는 시우의 되바라진 행동에 눈을 씰룩거리며 대답했다.
【얼른 문이나 여는 것이다! 좁밥은 내 부하이니, 좁밥한테 진 놈은 내 부하인 것이다!】
그때 앞주머니에 들어가 있던 프레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당차게 얘기했다.
“리신혁 동무. 저 쥐 밥알이 정말 조장이 맞는 것 같슴다.”
“역시 남조선 동무들, 미제 물을 먹어서 그런디 이해가 아니 가는구나야.”
“저분이 바로 대선생님이시다! 이 베네딕트 악커만이 애제자 1번이지!”
베네딕트가 금발을 찰랑거리며 자랑하자 리신혁이 그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다.
“뭐이간?! 미제 간나새끼는 말 걸지 말라우!”
“뭐야? 나는 미국인이 아니라 위대한 독일의···.”
“아새끼래 말이 많구나야! 개나리물 머리에 들인 것들은 죄다 미제 아이간? 작작 짤까닥거리라우!”
“리, 리신혁 동무! 베네딕트 악커만은 독일의 ‘괴물 잡이’가 맞슴다! 진정하시라요!”
소란스럽게 떠드는 일행을 둘러보던 시우가 스핑크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프레를 본 스핑크스가 당혹스러운 눈빛을 하더니 고개를 젓는 게 눈에 들어왔다.
『너는··· 설마···? 아니, 그럴 리 없다··· 분명···.』
마치 못 볼 걸 본 듯한 표정.
시우는 놈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다 입을 열었다.
“왕 안 깨우고 주변에 아이템이나 줍다 나올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지? 서로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스핑크스는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대답했다.
『뭔가 오해하고 있군···. 나는 왕의 평안을 지키는 자이다···. 왜인 줄 아나?』
“···글쎄?”
『왕이 깨어나면···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는 왕을 지키는 게 아니라··· 왕이 분노하지 않도록 침소에 다가오는 자들을 막는 역할이다.』
“왕이 분노하면 어떻게 되는데?”
『제사장과 그의 군대, 그리고 동시에 내가 덤벼도··· 어찌할 수 없는 분이시다···.』
스핑크스의 대답에 시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그런 얼굴을··· 하는 것이냐. 왕은 나 따위완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강하시다···. 왜 좋다고 웃는 것이냐?』
“신경 끄고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나 열어.”
시우가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형이 발동이 걸렸군.”
“스승님이 강한 상대가 있다는 말을 듣고도 그냥 넘어갈 리 없지.”
“···스승은 경계심이 너무 없다.”
제자들이 수군거리는 것도 모른 채 시우는 스핑크스가 안내하는 문으로 향했다.
***
스핑크스는 따라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어 주었고, 어지간하면 왕을 깨우지 않는 것이 목숨을 부지하는 방법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널따란 복도는 단 하나의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누가 보아도 왕의 방처럼 보이는 화려한 문이 복도 끝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색영롱한 보석과 황금으로 수놓아진 문의 장식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묘한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들어가겠나?”
시우가 리신혁을 보며 예의상 물었다.
느낌이었지만, 지금 이 공간은 확실히 북한의 영토에 있었던 것이다.
“아, 아니라우, 동무. 내래 남조선 동무가 아니었음 여기까지 오기나 했갔으? 불만 아니 가질 터이니, 먼저 들어가라우.”
“그래?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다.”
시우는 방문을 벌컥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갔다.
칙칙하고 캄캄한 어둠.
한태치의 아이템이 옅은 빛으로 사위를 밝혔다.
“커다란 감옥같이 생겼는데.”
그곳은 침소라고 하기엔 너무 삭막했다.
벽 쪽에 놓인 침대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가구도 없었다.
방은 무척이나 넓었는데, 천장은 특히 조금 전 스핑크스를 상대했던 공간보다도 더 높게 뻗어 있는 듯했다.
시우는 침대로 시선을 던졌다.
왕은 그곳에 없었다.
【방가운데 누가 있는 것이다.】
방의 정중앙으로 보이는 곳,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누군가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붉은 망토 차림의 남성은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과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기다란 검을 세워 그곳에 몸을 기댄 상태였다.
“서, 설마 살아있는 검까?”
류혁명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거이 말이 되간? 죽었디, 죽었을 끼야. 미동도 아니 하지 않니.”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함다.”
“아새끼래 겁은 많아서, 오뉴월의 개꿈 꾸니?”
리신혁이 핀잔을 주며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막았다.
“남조선 동무. 필요한 물건 있으믄, 날래 챙겨서 나가자우. 아새끼들 겁이 많아서 오래 못 있갔으.”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지.”
시우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인다, 오빠.”
그때 시온이 손가락으로 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
아주 옅고 미약한 숨소리.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왕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푸르스름하게 물든 망자의 피부색이 기다란 머리카락 사이로 엇비친다.
새까맣게 물든 눈이 시우 일행을 바라본다.
살가죽과 뼈만 남은 몸뚱이가 삐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오면서 마주쳤던 해골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허약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결코 예사롭지 않았다.
『······누가 짐의 단잠을 방해하는가.』
탁한 쇳소리.
다 죽어 가는 노인네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육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조용히 아이템만 챙겨서 나갈 건데, 그냥 자던 거 마저 자지 그래?”
시우가 갈무리했던 마력을 다시 끄집어 올리며 말했다.
『고얀 놈이로군. 짐에게 함부로 말을 지껄이는 걸 보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게야.』
“목숨이 아까운 건 그쪽 아닌가? 그러니 죽어서도 썩은 몸뚱이를 붙잡고 있지.”
일행은 시우의 이죽거림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자 감탄해 마지않았다.
‘저 남조선 동무는 목숨 줄이 여러 개라도 되는 거이니? 내 심장이 다 벌렁거리는구나야.’
『나는 왕으로서의 마지막 임무가 있다. 네놈의 목을 쳐서 오랜만에 핏물로 목욕이나 해야겠구나.』
쿠ㅡㅡㅡㅡㅡㅡ웅!!
왕의 몸에서 엄청난 기백이 쏟아졌다.
저릿저릿하게 솟구치는 격의 기세가 시우 일행을 향해 파도처럼 퍼부어졌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찢겨 나가는 것처럼 따갑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크흐윽!”
“쿨럭! 스승님!”
“사, 사장님, 조심ㅡ! 크억.”
일행은 다급히 마력을 끄집어 올렸다.
격의 차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왕의 모습에 숨이 가빠 왔다.
리치나 스핑크스의 위세는 왕과 비교하자면 어린애에 불과해 보일 정도.
“확실히 입을 놀릴 만하네.”
시우가 품에서 발뭉을 뽑아 들며 한쪽 입매를 비틀었다.
『각오해라, 짐의 안식을 방해한 자여.』
왕이 옆에 놓였던 기다란 대검을 들고 시우에게 들이닥쳤다.
그건 검이라기보다는 철판에 가까웠는데, 왕은 대검을 들고도 맹수처럼 재빨리 움직였다.
눈부시도록 빠른 일검이 짓쳐들어왔다.
시우는 발뭉에 있는 대로 마력을 때려 박아 놈의 강격을 막아 냈다.
콰과아아ㅡㅡㅡㅡㅡ!!
이제 한 합을 막은 것인데도 팔뚝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려 왔다.
“이 해골바가지 영감탱이가!!”
시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발뭉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콰과아아ㅡㅡㅡㅡ!!
검과 검이 맞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어 오르고 충격파가 일대를 뒤덮었다.
날붙이끼리 서로 잡아먹을 것처럼 으르렁대며 날을 세웠다.
『침입자 주제에 실력이 제법 있군. 네놈의 탱글탱글한 내장을 산채로 끄집어내 주마.』
“거, 염병할 소리 작작 지껄이지?!”
시우의 등 뒤에서 거대한 술식이 펼쳐지며 새파란 마법진이 구현됐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수백 개의 얼음 조각이 냉기를 뿜어내더니 왕을 향해 총알처럼 쏘아졌다.
콰가가가가가가!!
왕은 철판 같은 검을 역수로 쥐고 땅에 박아 그 뒤에 몸을 숨겼다.
얼음의 칼날이 검을 통째로 얼렸다.
『이따위 잔기술쯤이야.』
왕은 자신의 마기를 대검에 불어넣었다.
망자의 짙고 흉흉한 살기가 마기와 뒤엉키며 검에 새까만 섬광을 덧씌웠다.
『과연 짐의 진노를 네놈이 막아 낼 수 있을까.』
왕의 안광이 살심으로 번들거린다.
그의 검이 시우를 반으로 갈라낼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어어엉!!
시우가 쏟아부은 마력과 왕의 살기 어린 마기가 맞부딪치며 어마어마한 파열음을 토해 낸다.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날카로운 소음에 일행들은 귀를 틀어막았다.
쩌어어어어ㅡㅡㅡ엉!! 쩌어어어어엉!!
마기를 잔뜩 머금은 대검이 연거푸 치달을 때마다 시우의 입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장이 뒤틀리고 마나맥이 꼬이는 기분이다.
수백 년 동안 층층이 쌓아져 왔을 왕의 분노와 집착이 마기로 치환되며 더욱 끈적한 격이 닥쳐 왔다.
【좁밥,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는 것이다!】
주머니에서 꼬물거리던 프레가 말했다.
“크윽! 조금 이따가 필요하면 부탁하도록 할게!”
시우는 잇새로 흐르는 피를 닦아 낼 새도 없이, 쏟아지는 검 세례를 막아 내며 외쳤다.
마치 물컵에 검은 잉크가 방울져 떨어지듯, 그의 전신으로 마기가 한 방울씩 떨어져 단전을 어지럽히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것 같으냐. 공손히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 일격에 목을 쳐 내는 아량을 베 풀어 주마.』
“좀 꺼지시지? 죽은 놈한테 받는 아량 따윈 필요 없어!”
『역시, 짐의 안목은 틀리지 않는군. 죽어라, 인간이여.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 죽어라.』
왕은 저주와도 같은 폭언을 내뱉더니 자신의 팔뚝을 물어뜯었다.
새까만 피가 솟구치자, 왕은 그 피를 대검에 발랐다.
“후, 좀비 같은 게 힘은 더럽게 세네.”
시우는 단전에 남은 모든 마력을 발뭉에 쏟아부었다.
아릿하게 아려 오는 단전 너머, 시우는 코어에서 한 움큼의 에테르를 끄집어 전신에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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