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6
189화〉
선거3
“이, 이건 조작이야! 나처럼 생긴 사람을 데려다 앉히고 찍은 조작 영상이라고!”
카길 후안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지난 평생 이만큼이나 호흡이 가쁘고 머리가 어지러운 순간은 없었다.
마피아 카르텔에 있을 당시, 상대 조직에게서 총부리가 겨눠질 때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진행자! 이런 조작물을 공개적인 회의에 틀어도 되는 건가?! 영상을 얼른 내리게! 이건 명백히 나를 겨냥하고 만든 네거티브 자료지 않나!”
“그거 이상하군. 브랜든이 제기한 자료는 옳은 의혹이고, 민시우 헌터가 제기한 자료는 네거티브 선동 자료인가?”
“이보십시오, 블랙우드 경! 저를 음해하려고 해도 유분수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가짜 영상을 만들어 선거 전에 트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카길 후안이 버럭 소리치며 에드워드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냈다.
에드워드는 어깨를 으쓱 올리며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영상을 가리켰다.
“저 영상에 나온 서재. 제가 예전에 방문했던 당신의 서재와 똑같이 생겼는데요. 아마 여기 있는 몇몇 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크흠!”
“맞습니다, 저도 본 기억이 있군요.”
“아뇨··· 미묘하게 다르지 않나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에드워드의 의견에 동조한 사람도 있었지만, 몇몇 사람은 카길 후안의 눈치를 살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카길 후안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는 영상과 시우를 번갈아 노려봤다.
해리가 올 줄 어떻게 알고 저 영상을 찍은 것일까.
아니면 해리가 자신을 배신하고 시우에게 붙은··· 그런데 저 영상은···.
그는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인고하며 참고 지내왔던가.
“흐하하. 민시우 헌터의 입장은 잘 들었습니다. 암살 시도라니 마음이 아프군요. 하지만 증인이나 증거가 더 있습니까? 혹 저 암살범을 데려올 수는 있습니까? 아니, 동네 양아치를 데려다 놓고 위증을 시켰을지 어떻게 압니까!”
카길 후안은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열변을 토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건 상대의 주장에 트집을 잡아 논점을 흐리고 의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거다.
진실이 9할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거짓을 한 스푼 첨가하면 전체가 흐려지게 된다.
사람들은 남은 진실보다는 첨가된 거짓에 흥분하기 마련.
“그리고 저 영상도 그렇습니다! 진위가 불분명한 주장만큼이나 그 증거라는 것도 조작이 쉬운 영상이지 않습니까? 민시우 헌터! 이런 조작으로 내 명성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는 좋았네. 누가 시켰는지는 몰라도 대단하군, 대단해.”
그는 교묘하게 말끄트머리를 비틀어 논점을 ‘암살 사주’가 아니라 ‘카길 후안에 대한 네거티브’로 바꾸려 했다.
프레임만 잘 씌울 수 있다면, 의혹의 대상보다 의혹을 폭로한 자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것도 가능했다.
그때 에드워드 진영에 있던 헌터 하나가 그에게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후안 씨. 브랜든이 민시우 헌터에 대한 안건을 발의하려 했을 땐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까? 조작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은 일인데요.”
“그렇게 되나요? 그 점에 대해선 사과하겠습니다. 하면, 이 두 사항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추후에 다시 논의하는 게 어떻습니까. 서로 증인이나 증거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화하는 건, 피차간에 고성만 오가게 될 뿐인 것 같습니다만.”
카길 후안은 조금 전까지 자신의 진영에서 민시우를 공격했다는 사실은 싹 묻어 둔 채 이 문제를 뒤로 가져가기로 했다.
이런 일은 회장으로 임명되기만 하면 윗선에서 뭉개 자신은 슬쩍 빠져나가고 민시우에 대한 의혹만 부풀리면 된다.
“증인이 있으면 되는 겁니까?”
민시우가 카길 후안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회의장에 있는 모든 이의 이목이 시우에게 향했다.
“증인··· 설마 암살자를 데려왔다느니 뭐니 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공신력이 없는 자를 데려와 봐야 논란만 가중될 뿐일세.”
“공신력이 있는 자라면 어떤 사람을 뜻합니까?”
“글쎄··· 신원이 분명하고 신뢰도가 있는 사람이어야겠지.”
해리 같은 뜨내기 범죄자가 나타나서 카길 후안을 배후로 지목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돈 몇 푼에 매수될 수 있는 자들의 말을 대체 누가 신뢰한단 말인가.
“그렇군요. 그럼 HMCS 총본 내에 있는 헌터 정도면 되겠습니까?”
“뭐···?”
“증인은 앞으로 나와 주시죠.”
시우가 원탁의 너머로 누군가를 바라보며 말하자 두 명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HMCS 총본 하급 요원 마르코입니다.”
“모두 안녕하십니다! 하급의 HMCS 요원, 마르티네즈입니다!”
“너, 너희들···.”
카길 후안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야 말았다.
그의 동공으로 비릿하게 웃는 시우의 모습이 맺혔다.
***
시간을 거슬러 시우가 처음 HMCS 총본에 왔을 때.
마르코와 마르티 네즈가 찾아와 함께한 술자리에서 시우는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는 마법을 사용했다.
“무슨 중요한 이야기길래 스킬까지 사용하는 거야?”
마르코가 주위를 힐끔 살피며 물었다.
“저기 구석진 테이블에 앉은 놈. 킬러다.”
“오ㅡ 씨우, 죽을 수 없다! 아미고, 너를 보호한다!”
“진정해, 마르티네즈. 놈은 내가 눈치챘다는 걸 모르니까.”
“씨우, 어떻게 합니다? 우리 의견 듣습니다, 당신의.”
“이대로 나는 취한 척 호텔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놈을 통해서 의뢰인을 파악할 건데ㅡ 음.”
시우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에 말을 이었다.
“내가 HMCS 상급 요원이 되는 날 히트맨이 붙었다는 게 석연치가 않거든.”
“친애하는 내 친구여, 그렇다면 자네의 암살 의뢰자가 HMCS 내부에 있다는 소리인가?”
“아마도. 그래서 말인데, 너희들한테 부탁할 게 있다.”
마르코와 마르티네즈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시우를 바라봤다.
“앞으로 누군가 접근할지도 몰라. 추측건대 에드워드의 반대 세력이겠지.”
“오케이, 알아들었네. 이중 스파이를 해 달라는 거지?”
마르코의 말에 시우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술자리가 파한 뒤 시우는 객실에 올라 예상대로 히트맨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카길 후안’이라는 이름을 마르코와 마르티네즈에게 전달했고, 머지않아 그들이 잠입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게 됐다.
시우는 에드워드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 고지식한 놈은 회장직을 두고 정정당당하게 투표로 이겨 내려 하겠지만, 시우의 생각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더티 플레이는 저쪽이 먼저 했으니까, 정당방위라고 생각해야지.’
자고로 누군가를 죽이려 마음먹었다면, 역으로 죽는 것도 받아들여야 하는 법.
그리고 시간이 흘러, 회장 선거가 임박한 때.
시우는 투표가 예정된 순간 수하들을 곧장 미국으로 보냈다.
한편으로는 바디 캠으로 찍었던 해리와 샤라키, 아킬라의 얼굴을 토대로 아술, 아밍, 볼크를 분장시켜 카길 후안에게 직접 접촉을 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적귀와 루안을 시켜 카길 후안이 접촉하는 모든 사람의 명단을 파악하고 그들과의 거래를 추적하게 했다.
시우의 수하들은 모두 지하 조직에 몸담았던 몸이니만큼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은 증거란 증거는 죄다 모아 원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편집한 뒤 공항에 입국하는 시우에게 건넸다.
이 모든 계획의 실행은 시우가 HMCS 총본에 첫 입성하는 순간부터 이루어졌다.
***
“증인들은 앞에 나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르코와 마르티네즈는 손을 들어 양심 선언을 맹세한 뒤 카길 후안에 대한 모든 일을 폭로했다.
“암살자들이 서재에 들어왔습니다. 카길 후안은 이미 안면이 있단 투로 얘기했고, 암살자들에게 다시 의뢰를 부탁했습니다.”
“암살 대상이 누구라고 하던가요?”
“예, 민시우 헌터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마르티네즈 헌터에게는 무엇을 하라고 지시했죠?”
“오ㅡ 신이시여. 저에게는 그 암살자들을 따라다녀, 시켰습니다. 무서웠다, 나는. 그들은 엊저녁에도 방문했습니다, 카길 후안의 대저택. 똑똑히 보았다, 두 눈.”
마르코와 마르티네즈의 연이은 폭로에 회의장은 그야말로 시장판이 되었다.
특히 카길 후안 측 사람들은 카길 후안을 보며 이 사태에 대해 해명하라고 소리쳤다.
카길 후안은 손을 덜덜 떨면서 앞에 나온 두 사람을 노려본 채 횡설수설 소리쳤다.
“나, 나는··· 이건 모두 음모, 음모야! 그래, 이건 모두 에, 에드워드 쪽에서 벌인 짓이라고!! 저 하급 요원들 말이 위증이면 어떻게 하겠나!!”
그러나 마르코는 그의 말이 일말의 가치도 없다는 듯 씩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하지 마십쇼, 카길 후안.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부터 이 자리에 있기 전까지의 모든 내용은 다 촬영됐으니까요.”
“마, 마르코··· 자네가 내게 어떻게··· 이 빌어먹을 쥐새끼가!! 으아악!!”
카길 후안은 비틀거리며 나가 그의 멱살이라도 틀어쥘 것처럼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 시우가 나서서 그의 팔목을 비틀더니 바닥에 패대기쳤다.
콰아아앙!!
“크허억!! 끄어어억! 이, 이 새끼가 사람 죽인다!!”
“죽을 것 같으면 치료해 드리죠. 그리고 진행자님, 암살 의뢰에 대한 건 외에 추가적인 제보가 있습니다만.”
“또 뭡니까··· 민시우 헌터.”
진행자가 불안하단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카길 후안이 〈판데모니엄〉과 유착 관계가 있더군요. 덧붙여 이 회의장 안에 있는 간부들과 헌터들 중에도 그들의 돈을 먹은 자들이 있고요.”
“뭐··· 그게 사실입니까?!”
“당장 출입구를 폐쇄하고 범죄자들이 밖으로 도망 못 가게 막으시죠.”
시우의 말에 진행자가 어리바리한 태도를 취하자, 대신 에드워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헌터들을 향해 소리쳤다.
“준특급 요원들은 출입구를 막고, 상급 요원들은 회의장 내의 모든 이를 감시한다! 혹 마력을 사용하는 낌새가 있다면 즉결 처분해도 좋다!”
“예,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요원들은 에드워드의 말에 곧장 몸을 움직여 마력 감지를 펼쳤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에드워드··· 아니 블랙우드 경 저희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저 카길 후안을 지지했을 뿐입니다!”
“맞습니다! 돈을 조금 받긴 했지만··· 모두 토해 내겠습니다! 아니, 벌금을 몇 배로 내도록 하겠습니다!”
카길 후안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기 시작했다.
장내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 몰래 도망치려다 잡히는 사람이 속출했고, 준특급 요원을 상대로 몸싸움을 벌이려다 치명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이거 개판이군··· 네놈 때문이다.”
에드워드가 머리를 감싸 쥔 채 시우를 흘깃 노려봤다.
“원래 정치판이 이런 거 아니겠어?”
“이 드래곤 이빨에 낀 오크 살점 같은 자식아, 얼른 사태 수습이나 해라.”
“그거야 아주 쉽지.”
시우는 진행자 대신 USB에 있던 다른 자료를 열었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판데모니엄〉과 결탁한 HMCS 내의 모든 인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톡톡 건드려 본 후 입을 열었다.
“모든 귀빈 여러분, 자리에 앉아 주시고요. 증거는 차고 넘치니까 반항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 에드워드 부회장님. 거짓말 탐지 헌터를 지금 이 자리에 불러 주시겠습니까? 바로바로 처리하도록 하죠.”
“그건 어렵지 않다만··· 〈판데모니엄〉은 어떻게 되는 건가?”
“그쪽엔 이미 제 사람을 보내 놨으니 괜찮을 겁니다.”
***
볼티모어 힐에 있는 비즈니스 호텔.
루안은 한 객실 앞에 서더니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꽈아아앙!!
“하ㅡ 제기랄. 어디서부터 걸린 거지.”
크롤은 손에 들고 있던 사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찜찜하다 했더니만 일이 이렇게까지 틀어질 줄이야.
그는 출입구에서 나타난 사람을 노려보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낯이 익은 것 같은··· 설마 나 잡으러 세계 18위가 온 건 아니지?”
루안에게서 피어오르는 범상치 않은 기세에 크롤은 헛웃음을 삼켰다.
진짜다.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데.’
크롤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피며 물었다.
“어차피 다 들킨 마당이니 물어보는 거지만, 대체 민시우는 언제부터 내 계획을 알아챈 거지?”
“글쎄다. 스승은 모르는 게 없으니까.”
루안이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크롤을 노려보았다.
“우리 대화로··· 해결해 볼 수는 없겠지?”
“없다, 〈판데모니엄〉.”
“그렇군. 상대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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