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189
192화〉
실패한 계획3
“〈HMCS 국제 총본부〉 회장인 에드워드 C. 블랙우드의 이름으로 민시우 헌터를 준특급 요원으로 임명한다.”
시우는 이번 음모를 파헤친 공로로 표창과 훈장을 받고 상급 요원에서 준특급으로 특진했다.
수많은 사람이 강등당하고 처벌 및 구속 수사를 받는 와중에 유일한 승진이었다.
원칙대로라면 너무 빠른 진급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야 하겠지만, 그가 세운 공로는 단순히 범죄자를 잡은 게 아니라 HMCS 근간을 지켜 낸 것이기에 아무도 반발하지 않았다.
준특급은 총본 내에서도 그 수가 많지 않은 최상위 요원.
해럴드를 비롯해 도합 9명이 존재했고, 근 몇 년간 아무도 승진하지 못하고 있다가 시우가 열 번째 준특급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준특급 중에서 〈판데모니엄〉과 거래한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상급과 중급, 하급에서는 몇 명이 존재한 까닭에 증원이 필요한 상황.
이런 판국에 시우 같이 국제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헌터가 준특급으로 오른다면, HMCS에 대한 인식이 추락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준특급이 된 시우는 총본 근처에 집을 지원받았다.
언덕 위에 자리한 모던한 느낌의 2층 전원주택.
총본에 자주 출근시키기 위한 일종의 전략적 지원이지만, 공짜 집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기에 감사히 수락했다.
선선한 새벽 공기가 기분 좋게 얼굴을 감싼다.
“길드장님, 정말 제가 따라가도 괜찮겠습니까?”
마당으로 나와 몸을 풀고 있던 시우는 들려오는 질문에 고개를 들었다.
최강율이 어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되지. 〈HMCS 국제 총본〉 준특급 추천이랑 우리나라 대형 길드 네 곳의 추천을 받은 건데.”
“하지만··· 국내에 저보다 뛰어난 헌터들도 많이 있을 텐데···.”
“괜찮아. 네가 잘하니까 추천한 거다. 별로였으면 애초에 내가 추천 안 했을 거야.”
최강율은 시우의 적극 추천으로 이번 ‘세계 헌터 종합 능력 측정 대회’에 참여하게 됐다.
이전 랭킹이 없는 신인이니만큼 그 실력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당연지사.
보통 추천받고 대회에 나간 사람들은 저마다 그 재능을 뽐내 추천한 기관의 이름을 드높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여기서 두각을 보이지 못하면 해당 각성자도 추천한 기관도 부끄러워지는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의 성과는 꼭 필요했다.
대한민국에서는 최강율 혼자 추천받아 온 터라 그의 부담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뭘 그렇게까지야. 그냥 하던 대로 해.”
“그래서 말입니다만··· 랭킹전에 참가하기 전에 훈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긴 했는데. 루안에게 듣자니, 크롤을 한방에 때려눕혔다며?”
“그건 순전히 운으로···.”
최강율은 겸연쩍은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크롤 진압은 모두 루안의 계획이었다.
처음부터 루안과 최강율이 동시에 나타나면 상대가 필사적으로 도망칠 게 뻔한 일.
따라서 1 대 1 구도를 만들어 루안이 크롤의 힘을 먼저 빼놓고, 뒤이어 최강율이 나타나 제압한다는 시나리오였다.
계획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내가 알려 준 대로 마력 순환은 매일 하고 있어?”
“네, 그렇습니다.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고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러면 마력 실드부터 한번 짜 볼까?”
최강율은 단전을 개방해 마력을 뽑아 올린 뒤 촘촘하게 직조하기 시작했다.
마치 면제 배갑을 만들 듯 얇게 편 마력을 겹겹이 쌓아 그 무엇도 뚫지 못할 실드를 구축했다.
시우는 그 모습을 보고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그리곤 허리춤에 찬 발뭉을 꺼내 사선으로 번개같이 내리그었다.
써거ㅡㅡㅡ억!!
“아···.”
최강율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자신이 만든 마력 실드가 시우의 칼질 한 번에 반듯하게 썰리고 말았다.
심지어 발뭉에 두른 마력은 마력 실드를 구축한 것에 비교해 훨씬 적은 양이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실드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너무 정직하고 단조롭다, 그 구조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실드를 무조건 여러 장으로 겹치기만 할 게 아니라, 실드와 실드 사이에 갭을 만들어. 그리고 각각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켜 봐.”
시우는 자신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가 구축한 마력 실드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또 다른 실드를 만들어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켰고, 마찬가지로 한 겹의 실드를 더 구축해 새 방향으로 회전시켰다.
“한번 아무 공격이나 해 봐.”
“네, 알겠습니다.”
최강율은 주먹에 마력을 가득 실은 채 시우를 향해 있는 힘껏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한 줄기 섬전이 수평으로 번쩍였다.
쩌ㅡㅡㅡㅡ어어어엉!!
시우는 생각 이상으로 강한 일격에 헛웃음을 삼켰지만, 짐짓 티는 내지 않았다.
저렇게 시키는 명령을 우직하고 덤덤히 해내는 성격이 최강율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강율은 시우와는 다른 의미로 놀란 눈빛을 발했다.
아무 공격이나 하라고 해서 마력을 가득 싣고 주먹을 휘둘렀는데···.
“실드에 금조차 가지 않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우의 실드에서 느껴지는 마력량은 정말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정상적인 격돌이라면 금이 아니라 박살이 났어도 부족하지 않은 구도였을 텐데.
“모든 공격에 대응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실드를 선환시키는 것만으로도 마력 소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지.”
【이것만 할 줄 알면 좁밥 같은 공격은 다 막아 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가르쳐 준 기술인 것이다.】
“뭐··· 아이디어를 제공한 건 맞긴 하지만.”
시우는 탐탁지 않은 얼굴로 프레를 쳐다봤다.
【그러니 너는 좁밥보다는 나를 더 따라야 강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대회인지 뭔지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랭킹 1위는 아무나 하는 줄 아냐?”
【이 프레 님은 가능한 것이다! 안 그런 것이냐, 푸르미르!】
– 히힝!
쥐방울만 한 인형 둘이서 오밀조밀 노는 모습을 보자니, 시우는 왠지 텐션이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루안 헌터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아, 걔는 자기네 선수촌으로 갔지.”
“네···?”
“임시 특별 사면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실드 구축해서 회전시켜 봐.”
“네, 알겠습니다!”
최강율은 처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훈련에 임했지만, 시우의 본격적인 훈련은 죽기 전까지 가야 이루어진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깊이 후회했다.
***
음침하기 짝이 없는 칙칙한 폐던전.
이따금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터전을 잡은 박쥐 외에는 조용하던 이곳에, 얼마 전부터 비명 하나가 추가됐다.
마치 짐승이 내장을 토하는 듯한 뼈아픈 절규.
쇠사슬에 사지가 묶인 채 벽에 매달려 있던 디아칸은 느닷없는 통증에 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아악!!”
어찌나 울음을 토해 냈는지 목이 찢어져 피 맛이 왈칵 돌았다.
“내, 내, 아, 아이들이야. 마, 맛있, 게, 머, 먹어.”
피부를 뚫고 기어들어 가 생살을 파먹는 벌레들의 감각이 그의 정신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엄지손가락만 한 벌레들은 디아칸의 전신을 옮겨 다니며 제 역할에 충실했다.
“끄아아아악!! 제, 제발 그마아아아안!!”
“우, 우리, 아, 아이들이야. 마, 맘마, 맘마 먹자.”
곤충을 다루는 충술사 로쿠텐은 벌레를 손 위에 올려놓으며 흐뭇한 미소를 흘렸다.
그의 명령을 따르는 벌레들이 디아칸을 괴롭힌 지도 벌써 며칠째.
디아칸은 최근 연이은 실패에 대한 문책으로 고문 형벌을 당하는 중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다 미치거나 쇼크로 죽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버티기만 한다면 직책은 유지할 수 있었다.
“그만.”
그 순간 동굴의 어둠을 가로지르며 탁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네, 네, 그, 그만.”
로쿠텐은 손가락을 튕겨 디아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던 벌레들을 회수했다.
“끄아아아악!! 끄으으윽!!”
벌레가 파고들 때의 고통만큼이나 끔찍한 격통이 벌레가 빠져나가며 반복됐다.
디아칸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눈앞의 남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어리석고, 아둔한 것.”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웅혼한 격의 파도가 디아칸의 몸을 휩쓸 듯이 덮쳐 왔다.
“커허억···!”
고작해야 단순한 음성에 불과할진대, 디아칸은 상대의 짙은 기세에 빠져 잠식당하는 기분을 느 꼈다.
이대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분명 죽을 것이다.
“주, 주인이시여··· 사, 살려···! 크흡··· 수, 숨이 막···!”
“네놈 따위가 내 수족을 자처한단 말이냐. 이런 벌레만도 못한 능력을 가지고서?”
“죄송합니··· 부디 목숨만은··· 커헉···!”
“일이란 일은 모조리 망쳐 놓은 주제에. 목숨은 아까운 모양이구나. 이 더럽고, 역겨운 종자야.”
“허억···! 주, 주인이시여··· 부디··· 부디, 자비를···!”
주인이라 불린 자는 혀를 차더니 격을 거두었다.
디아칸은 숨을 꺽꺽 들이마시고는 감히 그를 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았다.
지금 그의 상태는 주인의 날 선 눈빛만으로도 명을 달리할 수 있었다.
“4위계 햇병아리들을 동원해 놓고 놈을 죽이지 못한 것도 모자라, 4위계 놈들을 다 잃고.”
“···예.”
“더군다나 그놈을 없애지 못한 까닭에, HMCS 총본을 얻지도 못하고.”
“죄, 죄송합니다···.”
“민시우란 놈 하나 때문에 〈판데모니엄〉이 입은 피해가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
4위계 놈들이 죽어 나간 것 자체는 조직에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노우볼이 굴러가듯 민시우라는 존재가 점차 커 가면서 조직이 입는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번에 HMCS 총본을 사수하지 못한 건 정말이지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그간 카길 후안과 그 옆에 있는 놈들에게 쏟은 시간과 돈이 얼마인데, 고작 한순간에 그 결과가 뒤집힐 줄이야.
그 때문에 현재 〈판데모니엄〉 내에서도 2위계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네깟 놈의 하찮은 능력이라도 믿어 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줬거늘. 감히 조직의 위신을 바닥에 처박다니.”
주인은 말을 하다가 도로 분노가 치밀었는지 기세를 끌어 올렸다.
빠가가각!!
디아카의 사지가 분질러지며 뼈가 박살이 났다.
“크하아악··· 끄아아아악···! 주, 주인이시여···!!”
그의 입에서 핏물이 튀어 흐르고 관절이 이상하게 꺾여 나갔다.
주인은 곧 손을 휘저어 기세를 거두었다.
“명심해라, 디아칸. 다음은 없다, 정녕 없을 것이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몸뚱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조건 성공시켜라. 내 말을 무겁게 여기는 게 좋을 것이다.”
“여, 여부가··· 쿨럭! 여부가, 있겠습니···까. 주인이시여···.”
“흥!”
주인은 새까만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구석에서 그림자 하나가 꿈틀거리더니 낯익은 형체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런이 런. 심 하게 당 했 군. 디 아칸, 죽 은건아니 겠 지?”
“쿨럭···! 페넬···슐···.”
“1 위 계의 노여 움 을샀 군.”
페넬슐이 공간 안에 남아 있는 마력을 읽어 내며 중얼거렸다.
주인이라 불린 자.
즉 〈판데모니엄〉의 1위계로서 조직에 군림하는 이의 분노가 마력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포 션을 가 져왔 네. 마 시도 록.”
페넬슐은 디아칸의 몸을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을 풀러 내고 입에 포션을 흘려 넣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끌 끌끌. 감 사인 사는 무 슨.”
“이번엔···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주 인께 서 노 하셨 으 니, 그럴 만 도했 지. 이제 자 네목 숨 은 풍 전등 화 야.”
디아칸은 초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얼마만큼 진행되었습니까···?’
“끌 끌 끌. 마 무리 단계 다. 9 9% 라 고할 수 있 지.”
페넬슐은 입꼬리를 기다랗게 올리며 희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