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8
212화〉
숨겨진 목적2
흉측한 마기가 사방에서 모여든다.
백호에게 주먹질을 남발하던 최대수는 갑자기 느껴지는 더러운 감각에 흠칫하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안 그래도 디아칸과 상성이 맞지 않는 판국인데, 마력과 마기의 상성은 그보다 더 최악이었으니 말이다.
“소용···없습니다···.”
디아칸은 왜소한 육신에 가득 모은 마기를 분출해 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어둡고 칙칙한 마기가 주변 일대를 뒤덮으며 그 위세를 자랑했다.
‘이 위력이 고작 3위계란 말이지.’
최대수는 놈들의 계급 체계를 잘 알진 못했지만, 적어도 놈이 하이 랭커와 견줄 정도가 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3위계의 실력이 이 정도라면 2위계나 1위계는 놈보다 더 강하다는 소리인데.’
그는 마력 감지를 게을리하지 않은 채 디아칸을 관찰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마력을 바탕으로 한 스킬과 마기를 바탕으로 한 스킬은 마법 회로, 즉 술식에서부터 그 구성이 달랐다.
쓰이는 에너지가 다르다 보니 회로를 구성하는 획과 기호, 문자가 다를 수밖에 없을 터.
특히 마기의 무서운 점은 일반 마력을 상회하는 힘과 무겁고 단단한 밀도에 있었다.
“제가 감히··· 세계 랭킹 0위를 쓰러트릴 순 없겠지요···. 하지만 무척 곤란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군요ㅍ.”
디아칸은 분출한 마기를 술식에 쑤셔 박았다.
거칠고 육중한 마기가 획을 따라 돌며 순식간에 마법진이 구현되었다.
[세상의 틈 : 어둠의 포자]어둠을 흩뿌리는 당구공만 한 알갱이 수십여 개가 사위에 잔뜩 깔리더니 흑색 광채를 번쩍인다.
최대수는 흠칫 놀라며 마력 실드를 견고히 구축했다.
‘전후좌우에 모조리 깔렸군. 마력 실드로 방어가 가능하려나.’
마치 그의 길목을 차단하기라도 한 것처럼 [어둠의 포자]가 최대수의 주위에 빼곡히 몰려들었다.
“후후후··· 무리하게 뚫는 걸 추천하진 않습니다···. 만약 억지로 길을 여신다면··· [어둠의 포자]는 마력에 반응해 터진다는 것만··· 알려 드리지요.”
디아칸은 마기를 다 소진해 지친 듯한 얼굴로 설명했다.
최대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판데모니엄〉에서 확실히 가장 상대하기 껄끄러운 타입을 자신에게 보냈다는 판단이 들었다.
최대수에게 가장 편한 상대는 힘으로 들이박아 강하고 약함을 구분 짓기 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디아칸은 철저하게 방어 일변도인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최대수는 자신의 역량을 쉽게 발휘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창과 방패의 싸움.
‘나에 대해 너무 잘 파악하고 있다. 내 전투 성향을 분석하고 온 듯한 느낌이야.’
게다가 놈은 방패로서 맞붙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창과 방패 중 누가 더 강한지 부딪쳐 보기라도 했을 텐데, 디아칸은 최대수의 공격을 흘려 낼 뿐이었다.
어찌 보면 최대수의 발을 붙잡아 놓겠단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면··· 백호와 저는 이만··· 다른 곳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랑 더 노는 게 아니라?”
“후후후···. 당신은 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에··· 한동안은 여기에 계십시오. [어둠의 포자]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입니다···.”
디아칸은 백호에게 손짓했다.
잠시 최대수를 향해 으르렁대던 백호는 디아칸의 손짓에 다른 지역으로 가기 위해 높이 도약했다.
“후ㅡ.”
“표정이 편해··· 보이시는군요.”
“음? 아아. 대충 올 때가 됐거든.”
“뭐가··· 말입니까?”
“시간을 끌고 있던 게 나인지 너인지 모르겠군.”
“그게 무슨 말인···.”
ㅡㅡㅡㅡㅡㅡㅡㅡ콰아아앙!!
디아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순간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에 고개를 돌렸다.
하늘 높이 도약했던 백호가 바닥에서 산산이 터져 나간 몸을 재생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대체 누가···.”
디아칸은 다급히 적을 파악하기 위해 주위를 일별했고, 일순간 그의 시야가 뒤집혔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억!!
비 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먼저 머릿속이 빙글 돌았고, 그다음에야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커허억···!!”
디아칸의 입에서 핏물이 왈칵 쏟아지며 배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격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했다.
“너는···?”
“민시우다, 이 개자식아.”
시우는 놈의 면상을 발로 후려갈겼다.
빠가아아아악!!
둔탁한 굉음과 함께 디아칸의 몸이 십여 미터를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등장 한번 화려하군.”
최대수는 시가를 빨아들이며 인사 아닌 인사를 건넸다.
“웬 병신 같은 거에 갇혀 있어?”
“마력에 반응해 폭발한다고 하더군. 덕분에 느긋하게 네놈을 기다릴 수 있었지.”
사실 최대수는 이곳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미국 HMCS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몇 분 뒤에 민시우를 포털로 보낼 계획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민시우의 송환 위치를 백호의 발생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HMCS 본부로 요청했다.
살짝 도박성에 가까운 짓이긴 했지만, 먹혀들어 갈 것이라 예상했다.
“보아하니 도심지라서 격을 완전히 개방하고 싸울 수가 없었나 본데. 그래서 날 기다렸냐.”
시우는 싸운 흔적을 토대로 그들의 전투를 유추했다.
만약 최대수가 마음먹고 격을 한껏 열어 싸웠다면, 이 일대는 초토화되어 먼지 한 톨 남지 않았을 것이다.
저딴 백호 정도야 최대수한테는 요깃거리밖에 되지 않았을 테고.
“괴물 막겠다고 도심지를 다 박살 내면 내 지지율이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저 두 놈을 ‘붙잡고’ 계셨군. 나더러 해치우라고.”
“뭐, 그런 셈이지.”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대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가 무식하게 힘만 센 헌터인 줄 아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우는 지금까지 싸워 본 헌터 중에서 최대수만큼이나 영악하고 노회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단순하기로는 도경후가 제일이었고, 최대수는 한 수 한 수가 의도한 작전이라고 할 만큼 치밀한 자였다.
“닥치고 얼른 빠져나오기나 하시지.”
“내가 너처럼 힐이라도 쓸 줄 아는 줄 아나. 마법이라도 쓸 줄 알았다면 나갔을 거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엄살은.”
시우는 입매를 비틀더니 양손에 마력을 가득 실었다.
각기 다른 두 개의 커다란 술식이 떠오른다.
맹렬히 뿜어지는 마력들이 각 술식의 회로에 차오르고 획과 획을 가로지른다.
두 개의 술식에 교집합이 생기며 서로 다른 마법이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기세가 끓어오른다.
[삭풍: 용오름] [물의 숨결: 격랑]바닥에서부터 솟구친 마력의 파도가 사위를 휩쓸 듯 무서운 속도로 방출됐다.
새파란 파도는 디아칸의 까만 포자들을 게걸스럽게 쓸어 담았다.
그 즉시 마력에 반응한 포자들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물과 결합한 시우의 삭풍이 폭발을 회전시켜 물 밖으로 뿜어 나가지 않게 했다.
수십 개의 어둠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외부의 파괴로 이어지는 것 없이 시우의 마법에 휘말려 전소되었다.
최대수는 마력 실드 안에서 그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다.
‘마법 컨트롤이 더 대단해졌군.’
다른 사람이 봤다면 그저 광범위한 마법을 쏴서 디아칸의 포자들을 쓸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최대수가 보기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저 [악마의 포자]는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지닌 마기 덩어리였다.
생각 없이 마법을 난사했다간 마력과 반응한 포자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해당 마법과 어우러지며 일대가 쑥대밭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피해 없이 쓸어버리는 게 가능했던 건 순전히 시우의 세밀한 마력 운용력 덕분.
거기다 그 중심에 있던 최대수에게는 작은 피해조차 없었다.
‘날이 갈수록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만약 시우가 아닌 다른 헌터였다면 최대수는 결단코 이런 시도를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꺼내 줬으니까 밥값 해라.”
시우는 조금의 잘난 척도 없이 최대수를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저쪽 놈을 상대하라는 제스처였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이제 몸을 완전히 복구한 백호가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대고 있었다.
“잔챙이는 내 몫이라 이건가?”
“너랑 저 뼈다귀랑은 상성이 안 맞잖아.”
“큭큭큭, 알았다. 1분 뒤에 보지.”
“1분도 너무 길어. 30초.”
최대수가 건틀렛에 마력을 듬뿍 주입한 뒤 백호에게로 발을 박찼다.
시우는 어깨를 휙휙 돌리다가 디아칸이 날아간 곳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꽈ㅡㅡㅡㅡㅡ앙!!
그 짧은 찰나, 시우의 신형이 움직여 도망가는 디아칸을 발로 내려찍었다.
“커허억···!”
디아칸은 으깨진 지반 한가운데 처박혔다.
“쥐새끼처럼 어딜 도망가.”
“크윽··· 미국에서··· 죽었어야 할··· 당신이 어째서···?!”
“작전도 작전인데, 뉴스는 보고 살아야지.”
“분명··· 지오바니 님이 당신을··· 제거하신다고···.”
“걔 뒈진 지가 언제인데.”
시우의 대답에 디아칸은 눈을 홉뜨고 그를 노려봤다.
“당신··· 지오바니 바르베리니가 누구인지··· 모릅니까?!”
“알아, 세계 랭킹 2위인 느끼하게 생긴 놈.”
“당신이 강하다는 건 알지만··· 지오바니 님의 상대는··· 안 될 텐데요.”
“너 진짜 뉴스 안 봤구나. 하긴, 그래 봐야 몇십 분 전이니.”
시우는 한쪽 입꼬리를 길게 올리며 짓궂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세계 랭킹 0위가 누구게?”
디아칸은 입을 뻐끔거리며 흔들리는 동공으로 최대수 쪽을 바라봤다.
세계 랭킹 0위 최대수.
그의 뒤를 잇는 샤말과 지오바니, 나미르.
이 공식이 유지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땡.”
시우는 품에서 발뭉을 뽑아 들었다.
“정답은ㅡ.”
【바로 나님인 것이다!!】
프레가 시우의 안주머니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네까짓 게 무슨 0위야.”
【너는 내 식량이고, 나는 식량의 주인이니 내가 너보다 높은 것이다! 네가 0위면 나는 마이너스 1위인 것이다!】
“시끄러워,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서는.”
시우는 검지로 프레의 이마에 살살 딱밤을 먹였다.
딱콩.
【꾸아앙!】
나뭇잎처럼 팔랑팔랑 날아가는 프레를 뒤로하고, 시우는 다시 디아칸을 보며 입을 열었다.
“쟤가 스포를 해 버렸네.”
“당신이··· 설마··· 0위라는 말씀입니까?”
“어.”
시우는 발뭉의 검 끝을 디아칸의 목덜미에 들이밀었다.
날카롭게 벼린 발뭉의 날은 종이를 올려놓기만 해도 반으로 갈라질 듯 매섭게 번쩍였다.
디아칸은 침음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술식을 구축했다.
하지만 저런 수법은 그보다 하수인 사람에게나 먹힐 작전.
시우는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발뭉을 번개처럼 휘둘렀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하기조차 어려운 상황.
디아칸은 자신의 양손이 허전하단 것을 깨닫고 시선을 돌렸다.
“끄흑··· 크어어어억!!”
“다음엔 발목 두 개를 자른다.”
“크흐윽··· 죽, 죽이십시오!”
시우는 어이없단 얼굴로 디아칸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리를 쭈그려 앉더니 녀석을 보고 친절히, 나긋한 어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왜 너를 죽여?”
“예···?”
“너처럼 훌륭한 정보원이 어디 있다고 죽여.”
그는 디아칸의 머리채를 움켜쥐더니 빙긋 웃었다.
평온해 보이는 그 웃음에, 디아칸은 턱을 딱딱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너는 알고 있는 거 다 토해 낼 때까지 죽고 싶어도 못 죽어.”
“하악··· 학···.”
디아칸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린다.
시우는 디아칸의 로브를 쭉 찢더니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이빨 나가니까 이거라도 꽉 깨물어.”
“흐으읍···! 흐읍···.”
“말은 언제 하냐고? 죽고 싶어질 때 떠들게 해 줄게. 그때까진 좀 참아.”
시우는 단검을 꺼내 놈의 눈알에 갖다 대며 중얼거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