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09
213화〉
숨겨진 목적3
스치기만 해도 살이 저며질 것 같은 건틀렛이 백호의 얼굴과 복부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
– 크르르릉!
놈의 날카로운 이빨과 묵직한 앞발이 연거푸 닥쳐온다.
최대수는 그때마다 간발의 차로 회피하거나, 방패를 구현해 공격을 흘려 내고는 곧장 놈의 품으로 들어가 주먹을 휘갈겼다.
마력으로 신체를 강화한 주먹질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데, 아티팩트 건틀렛마저 장착하자 그 파괴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대했다.
주먹질 한 방에 백호의 턱이 뜯겨 나가고, 다른 한 방에 어깨가 짓이겨진다.
육신이 없어 마력으로 다시 복구된다고는 하나 고통마저 없는 것은 아닐 터.
소환수는 자신의 공격이 먹혀들질 않고, 오히려 상대의 주먹질에 마력이 계속 깎여 나가니 잔뜩 위축된 상태였다.
“도심지가 아니면 더 좋았을 텐데.”
최대수는 몸이 덜 풀려 찌뿌둥한 듯한 느낌에 아쉬워했다.
시속 450km인 스포츠카를 제한 속도 60km짜리 도로에서 달리게 한 거나 마찬가지인 격.
물론 사람들을 대피시켜 놨으니 어느 정도는 건물이 부서져도 괜찮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부숴도 좋은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지지율은 둘째치고 재건하는 데 드는 물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게 더 싸지.’
최대수는 국가의 이익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다만 애국자라기보단 본인의 탐욕이 국가의 이익과 일치하는 자였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야욕적 인물이기도 했다.
“이제 약속한 30초가 다 되어 가는군. 슬슬 끝내도록 할까.”
최대수의 몸에서 한 움큼의 격이 풀려 나왔다.
공간을 장악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라는 걸 보여 주려는 듯 무겁고 억센 기세.
백호는 마력으로 이루어진 영수답게 그 변화를 누구보다도 빨리 알아차렸다.
상대에게서 뿜어지는 기운을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고, 그대로 하늘 높이 솟아 달아났다.
“큭큭큭, 귀여운 방법을 쓰는군.”
최대수는 멀리 도망치고 있는 백호를 보며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건틀렛을 해제한 뒤 다른 아티팩트를 구현해 냈다.
‘록히드 마틴’에서 세계 랭킹 0위인 최대수를 위해 개발해 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블랙 아이.
적외선이나 자외선으로 목표물을 추적하는 일반 지대공 미사일과는 달리, 내장된 술식으로 마력을 감지하는 헌터 전용 아이템이다.
최대수는 블랙 아이를 어깨에 견착한 다음 안테나로 목표물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사정거리 안에 백호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루에 한 발이 끝이지만, 어쩔 수 없지.”
마력을 방대히 소비하는 아티팩트이기도 하거니와, 블랙 아이 자체 내에서 미사일을 구현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 24시간의 쿨타임이 필요했다.
대신에 그 위력만큼은 보장했으니.
최대수는 아티팩트에 자신의 마력을 쏟아 냈다.
다른 아이템에 비해 서너 배에 달하는 마력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위이이잉ㅡ!
커다란 엔진이 돌아가듯 맹렬히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술식으로 구현된 미사일이 불을 뿜더니 하늘을 향해 번개처럼 솟구친다.
ㅡㅡㅡㅡㅡㅡㅡㅡ!!!
저 멀리 백호가 점이 되었던 곳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난다.
최대수는 놈이 격추되었음을 알고 아티팩트를 해제했다.
***
“그 걸레 조각은 뭐냐.”
최대수는 시우의 발아래 있는 넝마 덩어리를 보며 물었다.
“뭐긴 뭐야. 디아칸인가 뭔가 하는 놈이지.”
“용케 안 죽고 살아있군.”
“얘가 안 죽은 게 아니라, 내가 안 죽인 거야.”
피투성이가 된 디아칸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실성한 건가?”
“질문 몇 번 했더니 저렇게 됐네. 살살 물어봤는데.”
“큭큭. 차라리 내 손에 죽는 게 저놈한테는 행운이었을 뻔했군. 이래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처지가 됐으니. 별다른 정보는 없나?”
최대수는 시가를 새로 꺼내 불을 붙였다.
조금 전에 피우던 시가가 백호와 싸우던 와중 그 앞발에 갈가리 찢겼기 때문.
시우는 질문을 듣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별한 정보는 없다. 그나마 들었던 건 이번 작전을 주도한 놈이 따로 있다는 거였는데ㅡ 페넬슐이라고 하는 이름이었어.”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군. 그렇다면 디아칸이라는 놈은 페넬슐의 수하인 건가?”
“아니, 둘이 같은 위계인데 디아칸이 실수를 하는 바람에 징계 받고 작전에서 모두 하차했대. 그래서 페넬슐을 돕는 중이고.”
시우의 설명을 듣던 최대수는 시가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들끓었던 감정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에게 있어 〈판데모니엄〉이란 조직은 단순한 적 이상이었다.
감히 자신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테러를 자행하고, 무고한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다니.
‘빌어먹을 새끼들.’
최대수가 대의를 위해 살아가듯 그들도 대의를 위해 살아간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대의는 마왕을 위해서지만, 최대수의 대의는 자신을 위해서였다라는 것.
“디아칸이 진행했던 작전은 알아낼 수 있었나?”
“대강? S급 게이트는 다 이놈이 지시했던데. HMCS 장악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놈이고. 물론 자세한 건 기억을 읽어 봐야 하겠지만.”
“후ㅡ. 마음 같아선 이 자리에서 대가리를 터뜨려 버리고 싶군.”
최대수는 그간 몇 차례 일어난 게이트 사건 때문에 치른 사회적 비용과 헌터들의 희생을 떠올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저 등신 같은 마왕 신봉자 자식들 때문에 죽은 헌터들이 수백은 될 것이다.
“우선 남은 사방신부터 처리하고 다시 떠드는 게 좋겠다.”
“그러도록 하지. 네놈은 어느 방향으로 갈 거냐?”
“글쎄. 그러면 내가 이쪽, 네가 저쪽으로 가라.”
시우는 대충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강 가리킨 것처럼 보여도 마력 밀도가 높은 두 곳을 콕 집은 것이었다.
“알았다. 일이 끝난 뒤에 보도록 하지.”
“그러든가.”
시우는 디아칸의 멱살을 틀어쥔 채 다리를 박찼다.
‘볼품없게도 가는군.’
최대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자신 역시도 남은 사방신을 처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
“거, 둘이 싸우기라도 했어요? 분위기 더럽게 안 좋네.”
추하민은 고개를 뒤로 돌려 다른 이들에게 물었다.
이예지는 여느 때처럼 차가운 얼굴로 입을 다물고 있었고, 황정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게 아니긴 뭐 그런 게 아니야. 황 헌터 얼굴에 표가 나는데.”
“아, 글쎄···.”
황정구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기 싫다는 듯 대화를 얼버무렸다.
“싸웠는지 뭔지는 몰라도, 작전에 지장은 없게 하쇼. 다들 한가락 하는 분들이니 감정 때문에 일 그르치진 않겠지만.”
“알았다고, 추 헌터.”
“그러죠.”
황정구에 이어 이예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녀는 황정구 쪽으로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고, 황정구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저 영수와 싸울 방법 같은 건 있습니까? 이예지 헌터가 지휘하면 저나 황 헌터가 따르죠.”
“글쎄요. 일단 핵을 파괴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 보이네요.”
“그건 그렇죠. 황 헌터는 원거리 서포터에 가깝고, 저도 탱커와 근접 딜러 중간쯤이라서.”
추하민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그는 인간형 괴수나 여럿을 상대로 한 전투에선 괜찮았지만, 저런 덩치 큰 몬스터를 상대로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핵에 가까운 부위로 공격해 주시겠어요? 그 뒤에는 제 인형을 보내 녀석의 핵까지 닿도록 폭발시켜 보이죠.”
“흐음. 아무래도 그 방법이 제일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어때, 황 헌터?”
“···괜찮은 것 같아.”
“오케이.”
추하민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작의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
‘저 정도 거리면 능력을 발휘한 다음 달려가도 괜찮을 것 같네.’
그는 몬스터와의 거리와 주변 지형을 고려하며 전황을 한눈에 담아내려 했다.
“그럼 저희가 시선을 돌릴 테니 한 박자 뒤에 인형을 보내십쇼.”
추하민은 단전을 열어 마력을 끄집어 올렸다.
[아수라 : 금강난무]마법진과 함께 마력으로 이루어진 새빨간 갑주가 그의 몸을 둘러싸며 견고한 형태를 이루었다.
“나 먼저 간다, 황 헌터.”
주작은 웬 자동차 위에 올라가 부리로 깃을 고르고 있었다.
추하민은 지반을 박차고 화살처럼 쏘아져 놈에게로 향했다.
한 줄기 붉은 빛살이 들이닥치자 주작은 재빨리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추하민의 움직임이 그보다 먼저였다.
콰아아아아앙!!
내갈긴 주먹이 주작의 몸통에 꽂히며 엄청난 소리를 냈다.
– 크와아아악!!
주작은 생각보다 커다란 타격에 놀란 건지 인상을 와락 구기며 비명을 질렀다.
그저 소리를 지른 것뿐인데, 마력이 담긴 탓인지 귀에 통증이 일었다.
“이 망할 새 새끼가!”
뒤이어 달려온 황정구가 품에서 나이프 여섯 자루를 꺼내 녀석에게로 날렸다.
마치 뱀처럼 구불거리며 사방의 방해물을 피해 날아간 나이프가 주작의 몸 여기저기를 들쑤셨다.
연계가 잘 먹힌 것을 본 추하민이 다시 한번 들이받으려는 찰나,
화르르르르륵!!
주작을 중심으로 거대한 화염이 타오르며 황정구의 나이프를 새까맣게 태워 버렸다.
“젠장, 그게 얼마짜리인데!”
황정구는 녹아 버린 나이프 대신 주위에 부서진 차량 파편을 움직여 주작에게 쏘아 날렸다.
놈에게 공격의 주도권이 넘어가게 해선 안 된다.
시선을 최대한 끌며 놈이 방어할 수밖에 없도록, 그래서 이예지의 존재를 잊고 오직 방어에만 마력을 쏟아 내게 해야 한다.
염동력으로 놈에게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붓는 황정구를 보며, 추하민은 불길이 가장 약한 부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저기가 그나마 제일 약하군.’
그는 갑주에 마력을 물씬 주입한 뒤 그곳을 향해 몸을 박찼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몸에 달라붙었지만, 찰나에 불과.
추하민은 불의 장벽 너머에 있는 주작을 마주한 순간 온 힘을 다해 녀석에게 강권을 쑤셔 박았다.
빠아아아아악!!
거대한 풍압에 불길이 사그라들며 주작의 반쯤 허물어진 몸이 눈에 들어온다.
움찔.
그 즉시 추하민은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주작의 분노한 안광과 높다란 격이 그를 짓누르고 숨조차 쉬지 못하게 만든 것.
주작의 거대한 발톱이 추하민의 배를 꿰뚫고 그를 저 멀리 날려 버린다.
황정구는 기함을 내지르며 주작을 향해 몸을 박찼다.
솟구치는 분노가 그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러나 그의 공격이 채 닿기도 전에 주작의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황정구를 거세게 후려갈겼다.
놈에게 잘 맞서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1초 동안에 두 헌터가 나가떨어졌다.
이예지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래도 놈의 몸이 반쯤 허물어진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그녀는 미리 구현해 놓은 인형들을 조종했다.
인형들이 총알처럼 쇄도하더니 주작의 몸에 달라붙었다.
[인형사 : 해방]ㅡㅡㅡㅡㅡ쿠ㅡㅡㅡㅡㅡ웅!!
마력과 마력이 격돌하며 일대를 반파시킬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추하민은 혼미한 정신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꿰뚫린 배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지만, 우선은 임무의 결과가 중요했다.
그런데.
죽었을 것이라 여긴 주작의 몸이 다시 수복되고 있었다.
“빌어먹을··· 핵에 닿지 못했나···.”
추하민은 피를 울컥 토하며 끊어질 것처럼 말을 이었다.
완전한 계산 착오.
지원이 대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녀석의 시선을 끌 사람이 없어지면, 주작은 사방을 휘젓고 다니며 파괴를 일삼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작을 조종하는 배후가 있을 시, 민간인들이 대피한 셸터를 습격하라고 할 수도 있을 터였다.
주작의 몸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끓어오르며 사위의 지대를 삽시간에 녹여냈다.
추하민은 황정구와 이예지를 찾았다.
얼른 상황을 다시 파악해서 배수의 진이라도 쳐야 했다.
그런데 그런 추하민의 눈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여긴 어쩐 일로?”
“후ㅡ.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
최대수가 기다란 장창을 어깨에 걸친 채 그에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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