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5
229화〉
칼과 총2
“시카리오 카르텔 놈들을 산 채로 잡아들이다니. 역시 세계 최정상 헌터는 다르십니다!”
“이 개자식들 면상을 보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저마다 보낸 시간은 다르지만,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째 시카리오 카르텔을 쫓고 있던 그들이었다.
실마리가 보이려 하면 사라지고.
놈들의 아지트를 찾았다 생각하면 도망치고.
게다가 역으로 공격당하거나 아군의 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도 부지기수여서 하루하루 견디는 것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벌써 그들 손에 목숨을 달리한 동료도 세 자릿수를 넘어가는 상황.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엘레판테 연합] 헌터들은 가정을 꾸리지도 않았고, 부모 형제와 연락조차 끊고 살아야만 했다.
혹시라도 가족의 정보가 카르텔의 손에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지옥이 시작될지도 몰랐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따라서 그런 헌터들에게 시카리오 카르텔 조직원 생포는 정말이지 짜릿한 쾌거 이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으니.
“그런데 이놈들 상태가 왜 이럽니까?”
“완전히 맛이 갔는데? 정보 토해 내기 싫어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닐까요?”
“우선 손가락부터 부러트려 볼까?”
수갑을 찬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시카리오 조직원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뭐지? 대장님, 얘들한테 약이라도 놨어요?”
“아니···. 민시우 헌터님이 심문하느라 그렇게 됐다.”
하비에르는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기분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방 안에서 겪었던 몇 시간은 그의 삶을 통째로 돌이켜 봐도 다신 없을 생지옥이었다.
비명이 더욱 커지고 끔찍해지자 나중에는 시우가 놈들 주위로 사일런트 마법까지 사용했고, 혀를 깨물어 자살 시도라도 하려 하면 웃으면서 상처를 수복시켜 버렸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살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고통의 향연.
결국 S급 헌터 이상의 실력을 가진 두 명의 암살자는 시우가 묻지 않았는데도 정보를 술술 불기 시작했다.
하비에르는 그 이후로 시우가 단순히 강한 사람이 아닌, 지독한 괴물로 보였다.
“심문했는데 이렇게 됐다고요···?”
“최면이라도 거신 겁니까? 상처 하나 보이지 않는데.”
“여기, 놈들에게서 빼낸 정보다.”
하비에르가 시카리오 조직원이 분 정보를 받아 적은 종이를 다른 헌터들에게 건넸다.
처음엔 음성 파일을 녹음해서 주려고 했었는데, 비명과 피륙을 찢는 소리가 난무해서 받아 적기로 한 것이었다.
“와ㅡ 민시우 헌터님은 혹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아니십니까? 어떻게 하루 만에 이런 정보를 다 얻으셨습니까?”
“야, 여기 놈들 현재 아지트도 적혀 있네. 미쳤다, 미쳤어.”
“이거 우리가 몇 달을 고생해도 못 얻을 정보들이 가득하네요. 진작 헌터님한테 도와 달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우는 피식 웃으며 한껏 좋아하고 있는 그들의 어깨를 두들겼다.
하지만 하비에르는 그 상황에서 혼자만 웃을 수 없었다.
‘미친놈들. 천사? 악마를 잘못 말했겠지.’
분명 민시우의 존재는 [엘레판테 연합]에게 엄청난 호재였다.
아마도 그가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함께해 준다면, 분명 시카리오 카르텔 놈들을 전부 잡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르데오스는···. 괴물을 능가하는 괴물인데. 나는 어떻게 해야만···.’
그는 문신 가득한 손으로 마른세수하며 골머리를 감싸 안았고, 그 모습을 시우가 멀찌감치서 바라보았다.
***
후아레스의 뒷골목.
한낮의 뜨거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옷깃을 잔뜩 여민 채 걷는 사람이 있었다.
피폐한 몰골의 남자는 점차 후미진 곳으로 가더니 클럽의 뒷문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한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군가 문을 벌컥 열었다.
“어떤 미친놈이 대낮부터 지랄이야!”
문을 연 상대는 험상궂은 얼굴로 문을 두드린 남자를 노려봤다.
“뭐야?”
“야, 야, 약을 사러···.”
“이 개자식아! 요즘은 단속 때문에 낮에 장사 안 하는 거 몰라?”
“히익··· 미, 미안···.”
피골이 상접한 남자는 잔뜩 쫄아 두 팔을 허우적대면서도 갈망 어린 시선으로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씨발, 뭘 쳐다보고 있어. 얼른 안 꺼져?!”
“하··· 하지만. 야, 약이 필요해. 조, 조금이라도 좋으니 파, 팔아 줘···.”
“그게 내 사정이야? 꺼져, 사지를 분질러 놓기 전에.”
“무슨 일이야?”
그때 가게 안쪽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며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별일 아닙니다, 부두목.”
“야, 야, 약을! 약을 사러 왔어!”
“아가리 닥치지 못해?! 누구 앞이라고 이 미친놈이!”
“그만.”
“더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대충 약 팔아서 보내. 오늘 중요한 손님이 오는 거 알지?”
“알겠습니다, 부두목. 너 이 새끼야, 운 좋은 줄 알아.”
“고, 고, 고마워!”
“뭐야? 돈부터 내놔, 인마.”
“내가 야, 약이 없어서··· 약을 먹어야 일, 일을 할 수 있어···.”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약을 팔려던 조직원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초췌한 남자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기껏 약을 팔아 주겠다는데 거기다가 돈도 없다고 외상으로 가져가려 하다니.
돈 떨어져서 물건 공짜로 달라고 하는 약쟁이는 가장 먼저 거래를 끊어야 하는 족속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결코 돈을 마련할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약을 끊을 수도 없으니, 약을 얻기 위해 별 미친 짓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
간혹 조직원을 죽이고 약을 강탈해 가는 놈도 있었고, 라이벌 조직에 찾아가 약을 받는 대가로 이곳의 마약 판매 루트를 부는 놈들도 있었다.
“부두목, 죽일까요?”
조직원은 더 귀찮아지기 전에 싹을 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죽일 수 있게 등 뒤로 손을 가져갔다.
바지 안쪽에 찔러 놓은 총을 꺼내기 위해서.
“···아니, 약을 줘라.”
“예? 하지만···?”
“대신에 그걸로 줘.”
부두목의 눈짓에 조직원은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창고 안쪽으로 가서 부두목이 말한 물건을 가져왔다.
‘손님’이란 자들이 새로 공급하기 시작한 약.
“새끼야, 여기 약 있다.”
“고, 고마워···. 도, 돈은 다음에 줄게···.”
“40페소짜리인데, 신약이라서 특별히 서비스로 주는 거야.”
“시, 시, 신약이라고?”
“그래. ‘룩스’라고 한다. 네 약쟁이 친구들한테 홍보 많이 해라.”
조직원은 별 모양의 알약 4개를 남자에게 건넨 뒤 바깥을 살피고 클럽의 문을 닫았다.
“부두목, 그 사람들은 믿을 만한 겁니까?”
“어리석은 놈. 우리 조직이 여기까지 온 건 전부 그들 덕분이다. 당연히 믿어야지.”
“저희야 두목과 부두목을 따를 뿐이죠. 그 사람들이 아니라.”
“너는 신경 쓰지 말고, 이제부터 ‘룩스’ 위주로 뿌리기나 해. 그 약이 곧 우리를 이 지역 최고의 카르텔로 만들어 줄 거다.”
현재 시우다드후아레스 지역은 패권을 장악한 조직이 없었다.
미국 엘패소와 국경을 맞닿은 곳이니만큼, 차지하기만 하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는 마약 루트 전체를 손에 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
하지만 그런 금싸라기 땅인 걸 모르는 카르텔은 없었고.
덕분에 후아레스의 패권은 길면 수년, 짧으면 수개월 단위로 바뀌고는 했다.
[베네노 카르텔]도 그 패권에 도전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갑자기 등장한 [시카리오 카르텔] 덕에 이 시장 전체가 흔들리면서 한 걸음 물러서야만 했다.‘빌어먹을 부르데오스 자식! 감히 우리 조직을 공격해?’
베네노 카르텔의 부두목은 입술을 짓씹었다.
지난달, 시카리오의 습격에 베네노 카르텔 두목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가고 말았던 것.
그 여파로 조직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고, 패권 경쟁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부두목은 하는 수 없이 물밑에서 그들을 후원해 주고 있던 ‘뒷배’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수익 정산율이 낮아지게 됐지만··· 상관없다. 시카리오 놈들만 정리하면 이 지역의 마약 시장은 다 우리 차지가 되니까.’
부두목은 주먹을 까드득 쥐고 결심을 다잡았다.
잠시 뒤, 손님이 도착했다는 부하의 연락에 부두목은 응접실로 그들을 맞이하러 향했다.
도움을 요청한 탓에 새로운 약을 강매하게 되었으나 부두목에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시우다드후아레스만 손에 넣게 되면 미국으로 가는 모든 약의 공급을 컨트롤할 수 있으니, 어마어마한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터.
‘투자라고 생각하자. 미래를 위한 투자.’
그는 응접실로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베네노 카르텔의 부두목, 알레한드로 미겔 로페스라고 합니다.”
알레한드로의 인사에 그들도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알레한드로 씨. 저는 알케술이라고 합니다.”
“이 몸은 류싱이라고 하외다!”
***
침대에서 몸을 뒤척이던 하비에르는 갈증을 느끼곤 눈을 떴다.
그는 잠에 취해 비틀거리며 주방으로 나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하아···.”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잠이 조금 달아나는 것 같다.
아직 캄캄한 새벽.
그는 치렁치렁하게 긴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둑어둑한 시선 너머, 누군가 침대맡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력을 끌어 올리려는 찰나.
“야.”
목소리를 들은 하비에르는 흠칫 놀라며 끌어 올리려던 기세를 멈줬다.
그때 각각 다른 곳에 있던 다른 그림자들이 나타나 하비에르의 팔을 꺾어 그를 강제로 무릎 꿇렸다.
“크억!”
하비에르는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어둠을 응시했다.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미세한 불빛이 상대의 버건디색 눈동자를 희미하게 밝혔다.
“너 뒈지고 싶냐?”
“부··· 부르데오스···.”
시카리오 카르텔의 두목, 부르데오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의 앞에 섰다.
“감히 네까짓 게 내 조직원을 잡아들여?”
“그, 그건 내가 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보낸 헌터가···.”
“닥쳐.”
부르데오스의 손가락이 하비에르의 어깨를 파고들었다.
파지지지··· 지지지직!
“ㅡㅡㅡㅡㅡ!!”
다른 조직원들이 비명을 내지르려는 그의 입에 두꺼운 천을 쑤셔 박았다.
부르데오스는 어깨뿐만이 아니라 몇 군데에 걸쳐 손가락을 쑤셔 넣고 전격을 내뿜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수건 빼.”
부르데오스가 명령하자 그림자가 하비에르의 입에 넣었던 천을 빼냈다.
천은 그의 입에서 쏟아진 침과 토사물, 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하비에르는 조직원들에게 붙잡혀 축 늘어진 채 코와 입에서 피를 뚝뚝 흘려 냈다.
“내 애들 풀어서 보내.”
“크호읍··· 나, 나한테 권한이··· 어, 없어···.”
“전기로 또 지져 줄까?”
그 섬뜩한 말에 하비에르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널 그 자리에 앉힌 게 누군지 확실히 아는 게 좋을 거야.”
“···쿨럭!”
“내가 랭커들 다 정리했을 때 널 살려 준 건, 네가 말 잘 듣는 개가 되겠다고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이야.”
부르데오스는 그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애들 안 풀어 주면, 다음엔 네 내장에다가 손가락을 박아 넣을 줄 알아.”
“크흡··· 쿨럭! 아, 알았···어.”
“그리고. 민시우라는 새끼 일거수일투족 나한테 보고해. 칼과 총 중에 뭐로 죽을지 고르게 해 줄 테니까.”
부르데오스는 하비에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이내 부하들과 함께 사라졌다.
혼자 남은 하비에르는 바닥에 흥건한 자신의 분비물과 피를 보며 입술이 찢어지도록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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