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28
232화〉
시카리오2
“시카리오 카르텔···.”
헌터들은 해골 마스크를 쓴 자들을 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그러나 잡고 싶었던 놈들의 면상을 이제야 본 것에 대한 분노와 그놈들이 제 발로 나타난 것에 대한 당혹스러움이 뒤섞여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무엇보다 이 상황은 [엘레판테 연합]의 의도와 맞물린 것이 아니라, 시카리오 카르텔의 역습이었으므로 주도권이 놈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설마하니 허탕 치고 돌아가는 중간에 기습받을 줄은 몰랐다.
말 그대로 제대로 허를 찔린 것.
게다가 작전이 실패한 것과 스파이에 관해 떠들어 댄 것 때문에 헌터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놈들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사기가 더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엘레판테 연합]의 미묘한 분위기를 읽어 낸 시카리오 카르텔 조직원들은 낮은 웃음을 흘리며 무기를 겨눴다.“우리 두목은 대단하단 말이지. 작전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걸 보면.”
“쿠하하. 이게 다 저쪽에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친구’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어?”
“소중한 우리 정보원 다치지 않게 조심히 하자고.”
“그 친구가 이번에 동료 목을 선물한다고 했었지, 아마?”
헌터들은 저 말들이 노골적인 비아냥과 흔들기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성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감정으로 느끼는 것 사이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고.
‘빌어먹을··· 정보원이라고?’
‘설마, 아니겠지. 우리 중에 그런···.’
‘놈들에게 정보를 팔 만한 사람이 누가 있지?’
의심은 마치 눈덩이와 같아서 한 주먹 크기로 시작해도 굴리는 순간 어마어마한 기세로 불어나게 된다.
그들은 뒤에 선 동료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돌변해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밀진 않을까 염려되기 시작했다.
불안이 곰팡이처럼 그들의 연대를 좀먹을 무렵.
“[광견 길드]의 최강율이라고 한다.”
느닷없이 최강율이 앞으로 나서며 시카리오 카르텔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너희들을 전부 쓰러트리고 구속하겠다.”
“쿠하하. 방금 우리가 한 얘기를 듣지 못했나? 그렇게 우리만 보고 있다가 정보원에게 뒤통수라도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
“상관없다.”
최강율이 기세를 피워 올리며 한결같은 눈빛으로 놈을 노려봤다.
“난 눈앞의 적을 상대할 뿐이다.”
“호오ㅡ 어리게 생긴 놈이 하는 짓은 제법 당차군. 그렇다면 진짜 현실을 가르쳐 줘야겠지.”
시카리오 카르텔의 부두목인 하이메가 콜트 리볼버 두 정을 꺼내 들어 최강율을 향해 격발했다.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아아앙!
예고도 없이 들이친 공격이었지만, 최강율은 시우에게 배웠던 대로 실드를 견고히 구축해 총탄을 전부 흘려 냈다.
그는 공격을 튕겨 낸 즉시 술식을 전개해 마법진을 구축했다.
[자청비 : 일곱 개의 꽃 이파리]청록의 섬광이 최강율의 전신을 빼곡히 감싼다.
하이메가 상대를 향해 총알을 마구 발사했다.
시끄러운 격발음이 귓가에 울린다.
아무렇게나 쏜 것처럼 보여도, 사실 마력 밀도가 낮은 곳만을 노려 쏜 것이기 때문에 어쭙잖은 실드 정도는 금방 깨 버릴 수 있었다.
‘이 자식, 풋내 나는 애새끼인 줄 알았더니!’
하지만 하이메는 최강율의 실드가 생각 이상으로 견고하단 것을 깨닫고 곧장 시미터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최강율이 몸을 박차며 돌진해 왔다.
역발산기개세의 웅혼한 힘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진다.
하이메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자리를 피했다.
쩌ㅡㅡㅡㅡㅡㅡ엉!!
최강율의 내려찍기가 그가 있던 자리를 파고들더니 지반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그야말로 천지를 뒤집는 맹수의 괴력.
“너 이 새끼야ㅡ 쓰러트리고 구속하겠다며? 이게 사살이지 구속이냐?”
“괜찮습니다. 어떡해서든 몸뚱이만 데려가면 되니까요.”
최강율의 덤덤한 말투에 하이메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이놈은 위험하다. 만약에라도 놓치면 나중에 엄청난 후환이 될지도 몰라. 조직의 걸림돌이 되기 전에 여기서 무조건 죽인다.’
그가 시미터에 마력을 듬뿍 실어 담았다.
오감이 예민해진다.
사방이 시끄럽다.
최강율의 선제 공격 덕에 정신을 차린 [엘레판테 연합] 헌터들과 시카리오 카르텔 조직원들의 전투가 사방에서 치러지는 중이었다.
최강율은 새파랗게 물든 하이메의 시미터를 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차분해지고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 갔다.
‘길드장님의 조언을 되새기자. 검을 든 적과 상대할 때는 상대의 어깨를 보며ㅡ.’
그는 시우의 가르침을 이미지화해서 실시간으로 전투에 적용했다.
시미터의 날카로운 검날이 최강율의 급소를 노리고 뱀처럼 들이닥친다.
실드를 둘렀다고 해도 검날에 두른 마력 밀도가 높아 찌르는 공격엔 속수무책일 듯했다.
최강율은 상대의 어깨를 유심히 관찰하며 날아오는 검날의 방향을 유추해 공격을 회피했다.
처음엔 생각만큼 되지 않은 탓에 군데군데 생채기가 생겼지만, 합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그의 회피율도 올라갔다.
“이 쥐새끼 같은 새끼가!”
하이메는 씨근덕거리며 최강율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그는 얼른 이놈들을 처리하고 시간에 맞춰 부르데오스에게 연락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그 지랄 맞은 성격에 무슨 화풀이를 할지 모를 일.
하이메는 초조함이 커지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점점 무리한 공격을 감행해 갔다.
‘갈수록 공격 패턴이 단순해지고 있다.’
최강율은 상대의 조급함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유인한 뒤 빈틈을 노려 주먹을 내질렀다.
뻐ㅡㅡㅡㅡㅡㅡㅡ억!!
하이메의 몸이 십여 미터를 날아가더니 건물 외벽에 부딪혔다.
“빌어먹을··· 애송이가 봐주니까···!”
날아갔던 하이메는 자신의 모든 격과 마력을 방출하더니 최강율을 향해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
“네놈들은 뭐냐.”
갑자기 나타난 놈들을 향해 부르데오스가 서슬 푸른 눈으로 물었다.
흘러나오는 마력량도 그렇고 풍기는 기세가 보통이 아닌 놈들이다.
부르데오스는 찰나의 순간 그들에게서 느껴진 역량을 가늠하며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혹시 당신이 부르데오스 씨인가요?”
“그렇다면?”
“반갑습니다, 저는 알케술이라고 합니다. 베네노 카르텔의 음··· 일종의 일일 알바 같은 거죠.”
“일일 알바이외다!”
알케술은 가느다란 눈매로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베네노 카르텔··· 알레한드로, 그 병신이 기어이 너희 같은 어중이떠중이도 불러들였나.”
“하하하. 어중이떠중이라니요. 말씀이 심하시군요.”
“그놈이 시카리오 카르텔 두목에 대한 얘기는 안 해 주든?”
“했죠. 자기 사업을 방해하는 잡종 같은 자식이라고요.”
“크흐흐흐. 오늘은 죽여야 할 놈들이 많군. 저승이 많이 붐비겠어.”
부르데오스가 마체테를 놈에게 겨누며 으르렁 대듯이 마력을 발산했다.
알케술이 허여멀건 낯빛으로 그를 보더니만 옆에 있던 류싱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너한테 양보할게.”
“그렇다면 놈의 수급은 내가 차지하는 것이외다!”
류싱은 용 자수가 화려하게 새겨진 검은 도복을 너풀거리며 부르데오스에게 걸음을 옮겼다.
“이 몸은 류싱이라고 하외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어 들었다.
송나라식 도검으로, 끝이 뾰족한 게 아니라 도끼처럼 넓적한 형태로 되어 있는 무거운 대도였다.
“네놈의 이름 따위는 필요 없어!!”
부르데오스는 마체테에 마력을 실어 류싱에게 휘둘렀다.
카ㅡㅡㅡㅡㅡ앙!!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날카로운 파열음이 섬전처럼 번쩍인다.
류싱도 지지 않고 맞서며 상대의 관절 부위와 급소를 향해 도검을 휘둘렀다.
“오ㅡ 부르데오스, 생각보다 잘 싸우는데? 알레한드로 같은 주둥이만 산 녀석인 줄 알았더니.”
알케술은 히죽거리며 그들의 공방을 재밌다는 듯 바라봤다.
“넌 뭐야?”
그때 시우가 녀석을 향해 인상을 쓰며 물었다.
“헤에. 아직도 있었네요? 어차피 당신도 부르데오스 씨 죽이려고 했던 것 아닌가요?”
“그래서?”
“저희가 대신할 테니 그냥 가세요.”
“하.”
알케술의 실실 웃는 낯짝을 본 시우는 소드 오프 샷건을 들어 녀석에게 격발했다.
콰ㅡㅡㅡ앙! 콰ㅡㅡㅡ앙!
연달아 들이친 총탄에 알케술은 재빨리 마기를 펼쳐 강격을 막아 냈다.
“어라? 제 말을 못 들으신 건가요?”
“들었어. 죽여 달라며.”
“하하하··· 재밌는··· 분이네요.”
그는 웃음기를 슬쩍 거두더니 품에서 기다란 강철 부채를 꺼냈다.
“재수 없는 웃음기가 사라지니 훨씬 낫네.”
“정말이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당신의 일을 우리가 대신해 준다고 하는데, 어째서 쓸데없는 상황을 자초하시는 거죠?”
“네놈들한테서 나오는 마기가 짜증 나서.”
시우는 다시 놈을 향해 총탄을 내갈겼다.
거칠게 토해 내는 격발음이 공기를 찢고 알케술의 미간으로 향한다.
“쯧!!”
알케술은 부채를 펼치더니 마기를 듬뿍 담아 좌우로 흔들었다.
순간 일대를 날려 버릴 듯한 어마어마한 바람이 부채에서 솟구치더니 시우를 향해 불어닥쳤다.
콰가ㅡㅡㅡㅡㅡㅡㅡㅡ아!!
시우는 갑작스럽게 날아드는 돌풍을 보며 마력 실드를 삼중으로 구축했다.
마력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외부를 향해 견고한 방어를 직조한다.
바람이 시우를 감싸며 휘몰아친다.
알케술은 상대의 마력 실드가 튼튼하단 것을 깨닫고 바람에 마기를 더해 부채질을 가속화했다.
콰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실드가 갈기갈기 찢겨 나가고 주변의 돌무더기가 아무렇게나 날리며 시우에게 향한다.
【좁밥, 또 얻어터지는 것이냐!】
그때 프레가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준비하고 있던 술식을 전개했다.
수천 개의 기호와 문자, 도형이 시우의 발아래서 그려지며 순식간에 마법진을 구축하고 묵색 섬광을 내뿜었다.
[철의 노래 : 파각룡]단단한 쇠로 이루어진 거대한 흑룡이 솟구치더니 주위에 날아들던 돌무더기를 모조리 씹어 삼켰다.
“인마··· 적당한 방어 마법으로 준비하라고 했더니.”
【최고의 방어는 최고의 공격인 것이다!】
시우의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가며 파각룡이 알케술을 향해 발리스타처럼 쏘아진다.
칼날처럼 벼린 이빨과 손을 대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비늘이 공기를 찢어발긴다.
알케술은 어금니가 시리도록 턱을 악다물었다.
자신의 스킬과 상성이 맞지 않은 공격에 당혹스러움이 먼저 든 것.
그는 부채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까지 자신의 마기를 가득 쏟아부었다.
“고작 이따위 기술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까!”
알케술은 온 힘을 다해 부채를 휘둘렀다.
그의 마기를 게걸스레 빨아먹은 부채에서 가공할 질풍이 뿜어지듯 불어왔다.
마치 바람의 신인 우라칸이 포효를 내뿜는 것처럼 천지가 뒤틀리고 지반이 송두리째 뒤집히기 시작한다.
이 예측할 수 없는 강대한 위력에 한참 싸우고 있던 부르데오스와 류싱마저 전투를 멈추고 멀찌감치 피신했다.
“하하하! 이 바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땅으로 떨어져 죽으시죠!”
알케술은 부채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엄청난 마기를 출력한 탓에 마나맥이 견디지 못해 신경 마디마디가 끊어지는 것 같았지만, 공격을 끝까지 강행했다.
꽈가가가가가가가가강!!
돌풍과 파각룡이 맞부딪치며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강대한 마력과 마기의 격돌에 섬전이 번쩍거리고 주변 건물이 들썩거린다.
하비에르는 구속된 시카리오 조직원 둘을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가만히 있다가는 말려들어 죽기 십상.
“파각룡이 뚫을 수 있을까?”
【놈의 마기가 생각보다 강한 것 같다. 상성이 안 맞는데 이 정도면 대단한 것이다.】
시우는 혀를 쯧 차더니 품에서 발뭉을 뽑아 들었다.
“이제 근접전으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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