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1
235화〉
난적2
퍼어어어ㅡㅡㅡㅡㅡ억!!
주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류싱은 두꺼운 책에 맞아 터져 버린 벌레처럼 완전히 짜부라져서 형체조차 없는 죽음을 맞이했다.
〈판데모니엄〉 2위계의 죽음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보잘것없는 최후였지만, 시우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하, 거의 3 대 1로 싸운 기분이네.”
초반에 부르데오스와 잠깐 싸우다가 그다음엔 알케술이란 놈이랑 싸우고, 마지막에는 류싱이란 놈까지.
모두 한가락 하는 놈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피로도가 상당하다.
느낌으로는 거의 지오바니 같은 놈 셋이랑 싸운 기분.
시우는 남은 마력을 확인했다.
간당간당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남은 전투에서까지 버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도 얼마 전에 서왕모의 선도를 흡수해서 단전을 개선했기에 이 정도지.
안 그랬으면 알케술과의 전투에서 마력이 다 떨어져 진작 에테르를 사용했을지 모른다.
【좁밥, 밥통이 조금 커진 것 같은 것이다!】
“밥통··· 단전이라든가, 마나 용량이라고 해라.”
【알아들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프레는 푸르미르의 등에 올라탄 채 시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생각 같아선 잡아다가 여기 왜 왔는지 진득하게 물어보고 싶지만··· 그럴 타이밍이 아니지.’
시우는 알케술과 류싱의 주검을 응시하다 고개를 저었다.
우선 확실한 부분은 〈판데모니엄〉이 멕시코에 온 목적 중에 시우가 관계된 건 없다는 부분일 것이다.
류싱은 시우가 누군지도 몰랐던 데다가, 시우의 이름을 들은 뒤에는 무척 놀란 얼굴을 했었다.
이건 이번 목적과 시우가 전혀 관계가 없다는 뜻.
애초에 처음 보자마자 물어보았던 것도 부르데오스가 누구냐는 질문이었고, 베네노 카르텔이란 이름이 거론된 걸 보면 순전히 카르텔 문제 같기는 하다.
‘아무래도 〈판데모니엄〉이 뒤를 봐주는 카르텔과 시카리오 카르텔이 적대 세력이라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겠지.’
시우는 이번 작전으로 시카리오 카르텔을 정리하고 나면, 그 후에 베네노 카르텔이란 조직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은 부르데오스란 놈부터 처리하고 봐야겠지.”
그는 시카리오 카르텔의 아지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박찼다.
***
이곳은 신들의 세상, 천외천의 탈인간이 거주하는 부유 섬.
‘프로페테스’.
아니, 사실 실제 신들이 사는 곳은 아니다.
다만 일반 사람들이 경외와 질투, 비아냥을 적당히 섞어 그리 부르는 것일 뿐.
그 정체는 미스틸 테인에 속한 12명의 초인급 각성자들이 인도양 한가운데에 마법으로 띄운 인공 섬이었다.
말이 좋아 인공 섬이지, 그 안에는 12명 각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온갖 산해진미와 그들이 원하는 형식의 주거 형태, 술, 담배, 그리고 여자까지.
물론 사치와 향락, 여자를 원하는 자들은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으어~ 더럽게 심심하네.”
공동 회의실 겸 휴게실.
소파에 드러누운 그리스의 ‘케르베로스’가 기지개를 켜며 지루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회의 시간인데 자리에는 좀 앉아, 씹탱아.”
인도의 ‘간다르바’가 냅다 욕설부터 퍼붓자, 케르베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러는 거 한두 번이냐고~. 그리고 넌 여자애가 말버릇이 그게 뭐냐. 누가 건달패 아니랄까 봐.”
“이 개 대가리가 미쳤나!”
“꼬우면~ 한판 붙든가.”
“그만.”
간다르바의 몸에서 흉흉한 기세가 뿜어지려는 찰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들며 그들의 싸움을 만류했다.
“이런 시답잖은 싸움이나 할 거면 나는 돌아가겠다.”
케냐의 전사 ‘키플라갓’이 덤덤한 어조로 그들에게 말했다.
“키플라갓의 말이 맞네. 지금은 중요한 회의를 진행해야 하니 다들 자중을 좀 하게.”
영국의 대마법사 ‘멀린’이 기다란 수염을 쓰다듬으며 근엄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다들 알다시피 얼마 전에 랭킹전에서 좋지 못한 사고가 있었네. 〈판데모니엄〉 때문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게 됐지.”
“어머, 그런 일이 있었어요?”
러시아의 ‘바바 야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워하니, 케르베로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봐~ 나 같은 게으름뱅이도 그 정도 소식은 듣고 산다고. 너무 이 섬에만 갇혀 지내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섬 밖은 따분한걸요.”
“그래도~ 미스틸 테인의 한 축이라는 자가 세상 돌아가는 꼴은 알아야지.”
“어머나, 좋아서 미스틸 테인이 된 게 아니라고요.”
바바 야가는 어깨를 으쓱하며 변명 어린 투로 대답했다.
멀린은 잠시 그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두다가 이내 헛기침하고는 곧장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때 랭킹전에서 부득이한 사고와 더불어 굉장한 이슈가 하나 터졌네. 아는 사람이 더 많을 테지만, 바바 야가 같은 친구를 위해서 한 번 더 말하도록 하지. 세계 최초로 SSS급 헌터가 탄생했다네.’
순간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헌터들은 물론, 알고 있는 헌터들 조차도 멀린의 말에 호승심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
싸우면 안 된다는 걸 알아도 강자의 등장이란 항상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왔다.
“SSS급 헌터라니···. 상서로운 징조로다.”
미국의 타슝카 위트코, 일명 ‘성난 말’이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헌터가 우리의 동료가 되는 건가요?”
바바 야가가 생글생글 웃으며 멀린에게 물었다.
멀린은 수염을 쓰다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네.”
“아니~ SSS급 헌터면 실력에 이견이 없지 않나요? 웬 문제요?”
케르베로스가 궁금한 나머지 소파에서 일어나 질문을 던졌다.
“미스틸 테인에 들어오기 위해 재작년부터 랭킹에서 빠져 있던 헌터가 있어. 사실 이번 랭킹전이 끝난 뒤 곧장 그 친구가 여기 왔어야 했다네.”
“최대수 헌터 말씀이십니까?”
일본의 ‘이자나미’가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맞네. 대한민국의 최대수 헌터지.”
멀린이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에이 씨, 그럼 그냥 둘 다 넣죠? 미스틸 테인에 인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강해지면 좋은 건데.”
간다르바가 괜찮지 않Lf는 듯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몇몇은 인상을 찌푸렸고, 몇몇은 긍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다만 멀린은 조금 난처한 얼굴을 했다.
“사실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SSS급에 오른 헌터와 최대수 헌터가 같은 국가일세. 그리고 한 나라에서 복수의 미스틸 테인이 나온 경우는 딱 한 번이지.”
멀린은 ‘성난 말’과 처음부터 대화엔 전혀 끼지 않은 채 술만 마시고 있는 ‘빌리 더 키드’를 일별했다.
유일하게 한 국가에서 두 명의 미스틸 테인이 배출된 케이스.
만약 그 나라가 미국이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물론 미스틸 테인이 되는 순간 그 헌터는 특정 국가나 집단에 소속된 존재가 아니게 된다.
길드에 소속될 수도 없고, 사적인 이유로 게이트에 들어가거나 능력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모든 건 오직 ‘미스틸 테인’이라는 국제적 집단 속에서만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천외천을 배출한 국가는 사실상 국제 사회에서 꽤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영향력도 전보다는 훨씬 넓어지게 된다.
미스틸 테인은 대외적으로 아무런 힘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그만한 파급을 일으킬 수 있는 집단이었다.
따라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미스틸 테인 헌터들은 추가 동료를 뽑는 과정에 있어서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국가에 귀속된 존재가 아니라지만,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일말의 애국심도 없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어머. 그런데 우선 그 사람들의 생각부터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미스틸 테인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그때 바바 야가가 손을 들더니 살포시 웃으며 이야기했다.
“여긴 영광스러운 자리다.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성난 말’이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저도 처음에는 들어오고 싶지 않았는걸요.”
“바바 야가의 말도 그럴듯하군. 우선은 그들의 의사를 물어본 뒤에 정하는 것도 늦지 않을 듯하네. 이번 회의는 여기서 마치지.”
멀린이 그녀의 말에 동조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틸 테인의 다른 멤버들 또한 긴 회의가 지루했는지 하나씩 자리를 뜨며 회의장 밖으로 나섰다.
“어머나. 또 나들이 가시는 건가요?”
포털을 타고 섬을 나가려는 사람을 보며 바바 야가가 물었다.
“···낄낄낄. 개인적인 볼일이 생겨서.”
‘빌리 더 키드’가 카우보이모자를 손끝으로 매만지더니 걸음을 옮겼다.
***
“아이템은 다 썼냐?”
부르데오스가 한태치의 목울대를 움켜쥐며 물었다.
그의 몸에선 새빨간 전격이 튀며 다가오는 모든 것들에 위협적인 경고를 울리고 있었다.
“쿨럭···!”
한태치는 입으로 핏물을 토했다.
[오델로 : 어트랙션]을 사용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부르데오스에게 쏟아부었는데, 문제는 아이템이 폭발하는 타이밍보다 부르데오스의 전류가 더 빨랐다는 것이다.아이템이 터지기도 전에 그의 뇌격이 순식간에 사방을 휘감으며 모든 기계 장치를 폭파해 버렸다.
‘격이··· 다르다.’
한태치는 자신이 각성했음에도 부르데오스에게 전혀 대미지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자 격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심지어 혼자도 아니고 최강율과 둘이서 한 합공이었다.
“이번에 한국에서 온 놈들, 대통령이 고용한 놈들, 베네노 카르텔 놈들.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다.”
부르데오스가 눈깔을 희번덕거리며 짓씹듯 내뱉었다.
타ㅡ앙! 타ㅡ앙! 타ㅡ앙!
그 순간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부르데오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시카리오 카르텔 조직원을 제압한 [엘레판테 연합] 헌터들이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군. 지금 누구한테 총부리를 들이대고 있는 줄 알고 있나?”
“누구긴 누구야, 카르텔 두목이지.”
“투항해, 이 자식아 너 혼자 남았어!”
부르데오스는 한태치를 내팽개치듯이 던져 버린 뒤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더니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흐흐흐흐흐.”
“뭐, 뭐야 저거? 미친 건가?”
“그냥 쏴 버릴까요?”
“디에고, 어떻게 할까?”
그들이 망설이고 있는 찰나, 한 줄기 붉은 섬광이 전장을 쾌속으로 가로질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전격으로 신속화를 가한 부르데오스의 신형.
뒤늦게 피육(皮肉) 끊어지는 소리와 비릿한 피가 공중에 흩뿌려지고,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가 곳곳에서 흘러넘친다.
부르데오스는 마체테를 들고 아직 멀쩡한 헌터들을 향해 광소를 띠며 성큼성큼 다가갔다.
“으, 으아아악! 오지 마!!”
“재수 없는 헌터 새끼들, 모조리 찢어 죽인다.”
그의 마체테가 다시 피를 부르려는 순간, 느닷없이 나타난 누군가의 주먹이 부르데오스의 어깨에 내리꽂혔다.
“내 부하들 건드리지 말고 꺼져!!”
빠아아아아아악!!
수 미터를 날아간 부르데오스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상대를 노려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하비에르, 이 미친 새끼가···. 안 하던 짓을 하고 지랄이야.”
“으아아아아!!”
하비에르는 가쁜 숨을 헐떡이며 다시금 상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것으로 지난 잘못을 덮고 싶다거나, 자신의 죄를 청산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단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더 후회하지 않기 위한 발악일 뿐이다.
지금 있는 [엘레판테 연합]의 헌터들은 그를 정죄하기 위해 반드시 살아야 한다.
저 부르데오스의 손에 죽어 자신의 유죄를 눈감아 줄 것이 아니라, 반드시 살아 꼭 자신을 감옥에 처넣어야 할 사람들인 것이다.
“사람이 안 하던 지랄을 하면 뒈지는 법이지.”
그리고 하비에르의 마지막 발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부르데오스의 마체테가 그의 배 속을 깊게 파고들더니 피를 왈칵 쏟아 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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