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36
240화〉
랭커 사냥2
한국에 돌아온 시우는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연락을 받았다.
대부분은 그가 멕시코에서 활약한 것에 대한 축하와 평범한 안부 인사에 가까웠지만, 몇 통은 조금 심각한 내용이었다.
“랭커 사냥이라고?”
양치질하던 시우가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물었다.
– 그래. 얼마 전엔 독일의 롤프 방겐하임, 일본이 하야카와 세이겐 같은 사람이 습격받았었다고 한다. 둘 다 너랑 친분이 있잖아.
“친분이 있긴 하지. 두 영감 다 쉽게 당할 사람들이 아닌데?”
– 다행히 방겐하임은 한스 슈뢰더가 도와줬고, 세이겐은 무카이 류지가 도와줘서 무사했다고 하네.
에드워드의 말에 시우는 흠ㅡ 소리를 내더니 입에 있던 치약을 물을 머금어 뱉어 냈다.
– 예의 없기가 트롤 팬티에 묻은 똥가루 같은 놈이군. 상사와 통화하는데 그르륵거리며 입을 헹구고 싶나?
“퉤에!”
– 말을 잘못했군. 고블린 공중변소에서 키우는 땅돼지도 너보다는 고결하고 매너를 잘 아는 동물일 거다. 이 천하의···.
“카르텔에서 압수한 돈 일부를 HMCS에 기부하려고 했는데.”
– ···지혜롭고, 용맹하며, 고귀한 전사의 혼을 지닌 내 벗이여. 나는 그대의 양치질뿐 아니라 샤워하는 소리마저 오케스트라의 선율처럼 들린다네.
시우는 입을 헹구다 말고 에드워드의 말에 헛웃음을 삼켰다.
이 정도의 뻔뻔함은 있어야 한 기관의 우두머리를 할 수 있나 보다.
“예전에는 돈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높은 자리 앉으면 원래 다 그렇게 되냐?”
– 흥, 웃기는군. 기관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알고 있나? 수많은 인건비는 둘째 치더라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파괴되는 건물이나 각종 물리적 피해도 우리한테 보상을 요구한다고.
“그래? 그건 처음 듣는 내용이네. 그럼 HMCS는 어디서 수입을 얻냐?”
– 해결한 사건을 근거로 각 국가의 수장을 쥐어짠다.
“···음.”
– 우린 국제기구야. 당연히 적합한 세금과 기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아무튼 그 랭커 사냥은 어떻게 됐어?”
양치질을 다 마친 시우는 대충 입을 닦고 의자에 앉았다.
– 전부 파악하기는 어려운데, 현재 세계 300위 안에 드는 랭커 중 스무 명 정도가 습격받은 것 같더라고. 사망자는 다섯. 전체 헌터로 따지면 지난주에 죽은 헌터가 서른다섯 명.
“평소보다 높은 수치야?”
– 높지. 두 배쯤.
에드워드는 수화기 너머에서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골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갑자기 헌터들이 공격을 받을 만한 일이 있었나? 아니, 애초에 그만한 규모의 조직이라면··· 〈판데모니엄〉인가?”
시우의 추측에 에드워드가 힘 빠진 목소리로 대꾸했다.
– 맞아. 지난번에 〈판데모니엄〉이 교도소를 습격한 일이 있었지? 랭킹전 연회 진행했던 시각에. 세계적으로 꽤 많은 교도소가 털렸거든. 그때 탈옥했던 죄수들이 전부 〈판데모니엄〉에 들어갔나 봐.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일 거다.
시우는 채우담이 교도관을 죽이고 죄수들을 몽땅 풀어서 데려갔던 사건을 떠올렸다.
최대수가 꽤 많은 수의 죄수들을 때려잡았지만, 가장 높은 등급의 죄수를 비롯해서 대부분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도주 중인 상태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랭커 사냥도 〈판데모니엄〉의 지시로 이루어지고 있겠네?”
– 그렇지. 몇 놈을 잡아서 심문해 보니 〈판데모니엄〉의 지시로 습격한 거라고 진술했어.
“랭커를 노리는 이유는 뻔하겠고. 이건 오히려 대응이 더 어렵겠는걸.”
– 정확해. 놈들이 앞으로 누굴 노릴지 모르는 이상 대응책을 세울 수가 없어.
헌터들에게 둘 혹은 셋씩 짝을 지어 다니라고 해 봤자 놈들이 롤프를 칠 때처럼 여럿이서 덤비면 상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나 잠을 자는 순간을 노려 급습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성가시겠군. 놈들의 아지트는 모르고?”
– 말단은 임시 아지트에서 지내는 모양이야. 임무가 끝나면 또 다른 곳으로 옮기고. 다만··· 죄수 중에서도 〈판데모니엄〉 정식 멤버가 된 놈들이 있대.
‘그래? 몇 놈이나?”
– 총 여섯 명인데, 조직 내에서 그들을 ‘여섯 손가락’이라 부른다더군. 그런데 그 죄수들 이름을 들어 보니··· 왜 그들을 정식 멤버로 뽑았는지 알겠더라고.
“왜?”
시우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그 어느 때보다 깊고 낮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 인류 최악의 범죄자들이야.
***
“내가 세계 랭킹 16위인 걸 알고도 시비를 거는 거냐?”
자신의 집 뒷마당에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던 니콜라스가 침입자들을 향해 물었다.
“네, 맞아요. 니콜라스 씨.”
침입자들 가운데 가장 앞서 나와 있는 남자가 가느다란 눈매로 웃으며 대답했다.
니콜라스는 담배 연기를 후, 내뱉더니 옆에 놓인 캔 맥주를 따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는 턱수염에 묻은 맥주 거품을 대충 훔쳐 내고는 다시 담배를 꼬나물었다.
날카롭기 짝이 없는 시선.
“그러고 보니··· 요즘 랭커 사냥인가 뭔가가 유행이라고 했던 것 같지, 아마. 협회에서 주의하라고 했던 것 같아. 후우ㅡ 설마 그게 너희들이냐?”
“네, 아마도 저희 동료인 것 같습니다.”
“이딴 빌어먹을 개짓거리를 왜 하는 거지?”
“하하. 저희도 명령에 따라 하는 거라서요. 안 하면 죽거든요.”
니콜라스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상대를 노려봤다.
놈의 뒤에 있는 다른 자들은 인상이 전부 험악하고 마력도 거친 것이 전형적인 각성 범죄자로 보였지만, 눈앞의 이 상대는 달랐다.
“네놈 이름이 뭐냐?”
“저는 유우토라고 합니다.”
순하게 생긴 인상의 왜소한 동양계 청년.
니콜라스가 본 유우토는 고등학교나 이제 막 대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을 나이대였다.
그만큼 여리게 생긴 외모였던 것이다.
“생긴 거하고 다르게 노는 건 좀 험했나 보군. 아시안 갱에라도 들어갔었나? 징역 5년? 10년?”
유우토는 가느다란 실눈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웃으며 대답했다.
“음ㅡ 이것저것 했더니 꽤 많이 나오더군요.”
“허, 그래? 얼마나?”
“징역 1,200년 정도요.”
“···뭐?”
니콜라스는 혼잣말처럼 되물었다.
그의 이마와 등허리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꿀꺽.
유우토의 눈은 아직 웃고 있다.
과연 당황한 것을 눈치챘을까?
어지간하면 그의 포커페이스를 읽어 내진 못했을 테지만, 괜한 두려움이 앞선다.
니콜라스는 아주 미약하게 거칠어진 호흡을 천천히 내뱉었다.
그의 손가락이 조금씩 허리춤에 있는 채찍으로 다가간다.
니콜라스의 전용 무기이자 아티팩트급 아이템.
일단 손에 쥐기만 하면 최소한 이 자리에서 도망칠 수는 있을 것이다.
“음ㅡ 니콜라스 씨?”
갑작스러운 상대의 부름에 그가 흠칫 놀랐다.
“옆에 맥주, 쏟아졌는데요?”
“어···.”
니콜라스는 불안해진 표정을 최대한 감추며 맥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
맥주는 멀쩡했다.
니콜라스의 등 뒤로 기다란 일본도를 든 유우토의 신형이 서 있다.
대체 언제 움직인 것일까.
니콜라스는 입을 벌리려 했다.
그 순간,
푸ㅡㅡㅡㅡㅡㅡ슉!!
그의 팔다리가 조각나더니 땅바닥에 와르르 쏟아졌다.
“끄아아아아악!!”
“하하, 맥주 이야기는 뻥이었어요.”
유우토는 칼을 휘둘러 핏물을 털어 냈다.
“그렇게 똥 마려운 개새끼처럼 초조한 기색을 보이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 안다고요. 응? 아티팩트, 발견!”
그는 니콜라스의 채찍을 집어 들더니 마력을 불어넣고 그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해 보는 채찍질이 제대로 될 리가 만무.
“에이, 제대로 안 맞네.”
“혀, 형님 저희들도 맞습니다! 제기랄, 진정하세요!”
그때 그를 따라나섰던 다른 죄수들이 유우토를 향해 불만 섞인 어조로 항의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요?”
“네···? 아니, 저희도 채찍에 맞으니까 그만두시라고요.”
“당신들이 맞는 것이 저하고 무슨 상관이죠?”
“하··· 진짜 씨···.”
유우토는 늘 이런 식이었다.
‘여섯 손가락’ 중에서 가장 이기적이고, 가장 따르는 사람이 없는 리더.
그 때문에 그가 ‘여섯 손가락’ 중 하나에 뽑혔을 때 꽤 많은 반발이 일었었다.
오히려 덜 강하더라도 리더십이 있는 자로 뽑아 달라 간청했지만, 〈판데모니엄〉의 1위계는 그 의견을 묵살.
모든 건 실력으로 정해지니, 실력으로 대답하라고 했다.
“씨발,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당신은 대체 우리를 부하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한 거요?!”
“하하. 그럼요. 그러니까 데리고 다니죠.”
“그렇다면 부하의 뜻은 알고나 있습니까?”
그 같은 물음에 유우토는 곤란하다는 듯 볼을 긁적이더니 다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총알받이 같은 거 아닌가요?”
“크크크. 어이가 없네. 이 개같은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유우토의 대답에 화가 치밀 대로 치민 죄수들이 마력을 일으키더니 그에게 덤벼들었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후. 이래서 혼자 다니겠다고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하지만 유우토는 태연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그들을 보며 스킬을 구사했다.
수천 갈래의 빛살로 갈라지는 은빛 예기.
ㅡㅡㅡㅡㅡㅡㅡ!!
유우토를 공격하기 위해 몸을 날렸던 죄수들은 시간이 길게 늘어지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선으로 움직이는 빛의 춤을 보았다.
그것은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들은 주마등 대신 칼이 추는 춤을 본 것이다.
죄수들은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수만 조각의 퍼즐처럼 잘게 조각나 바닥에 나뒹굴었다.
짙은 혈 향이 피어오른다.
“예전보다 무뎌졌네요. 사람을 상대로 연습이 더 필요하겠어요.”
유우토는 죽어 나자빠진 부하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자신의 칼날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네, 유우토입니다.”
– 나, 드미트리다.
“오랜만이네요, 드미트리 씨.”
– 부하들은 잘 있나?
“그럼요, 아주 잘 있죠.”
– 설마 이번에도 부하들을 죽인 건 아니겠지?
유우토는 난감하다는 듯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음··· 하하. 드미트리 씨에게는 못 당하겠어요.”
– 이 병신···! 됐다. 다음 타깃이 정해졌다.
“그래요? 누구죠?”
유우토의 작은 눈이 반짝였다.
– 반마족의 왕, 나미르라고 한다.
***
늦은 시각.
시우는 [광견 길드] 안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혼자 자료를 읽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보내 준 전 세계 탈옥수들의 리스트였다.
거기엔 ‘여섯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자들의 이름도 따로 체크되어 있었다.
‘미국의 타이론, 시리아의 싸크르, 한국의 진도화, 러시아의 드미트리, 중국의 우커신, 일본의 유우토.’
모두 하나같이 살벌한 죄명에 처벌도 다양하다.
각성자가 지은 죄는 일반인이 지은 죄와는 다르게 그 처벌 수위가 센 편이었다.
“그나저나 여긴 웬일이야?”
시우는 태블릿 PC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갑자기 나타난 손님에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하하. 당신은 여전히 눈치가 빠르네. 어떻게 알았어요?”
“그거야 내 마력 감지는 24시간 작동하고 있으니까.”
“빈틈이 없는 남자네.”
“그런 소리 자주 들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우리 눈이라도 마주치며 얘기할래요?”
시우는 태블릿 PC를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흰색 로브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외모.
“이제 됐나, 크로우?”
“아하하. 얼굴 보니까 좋네요.”
그녀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농담이나 하러 온 건 아닐 테고, 용건이 뭐야?”
“당신,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요?”
뜬금없는 그녀의 말에 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부탁?”
“당분간 언니를··· 이곳에 머무르게 해 줬으면 해서.”
“랭커 사냥 때문이군.”
시우의 대답에 크로우는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가 가라고 하면 되잖아?”
“언니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안 들어. 당신이 아니면.”
“그렇군.”
“그래서 대가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크로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가 놈들의 아지트를 찾아서 알려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