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0
244화〉
제안3
라펠의 배가 갈라지더니 마치 거대한 입처럼 변하며 수십 개의 이빨이 돋아났다.
칠흑같이 새까만 입.
콰드드드드득!
거대한 입에서 순식간에 한 줄기 어둠이 뻗어 나가더니 반경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죄다 씹어 삼켰다.
와그작!! 와그작!!
충술사 로쿠텐은 당황했다.
“어···?”
분명 수십 마리의 벌레를 풀어놓았는데,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채 열 마리가 되지 않았다.
저 단 한 번의 이빨질로 자신의 아이들이 거의 다 먹혀 버린 것이었다.
“맘마가 어쨌다고요?”
칼레오가 중지로 안경 브릿지를 밀어 올리며 물었다.
“그··· 내, 내 아이들··· 맘마···.”
로쿠텐은 거대한 무언가에 물어뜯긴 것처럼 흉측하게 파인 땅바닥을 보며 중얼거렸다.
“라펠, 맛있나요?”
“맛이쪄염! 라펠 행복행!”
“다행이군요. 그럼 저 버러지 새끼까지 마저 다 드세요.”
그들의 대화를 들은 로쿠텐은 입에서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를 내더니 남은 벌레를 모조리 앞으로 내몰았다.
쩌어어어억.
라펠의 배가 갈라지며 다시 한번 거대한 어둠이 공간을 짓씹었다.
숟가락으로 케이크를 뜬 것처럼 순식간에 일정 반경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칼레오는 상반신 중 일부만 남은 로쿠텐의 사체를 뒤로한 채 라펠을 끌고 일행을 찾아 나섰다.
동굴 안에 있던 〈판데모니엄〉의 조직원들은 전부 죽은 듯 구울이 씹어 먹는 소리만 이따금 메아리쳤다.
“얘들아~ 여기 좀 와서 봐야 할 것 같은데.”
그 순간 갈시량이 일행을 불러 동굴 내부로 모이게 했다.
“대체 이게 뭘까?”
갈시량이 거대한 실험관 같은 것을 두드리며 물었다.
불투명하고 까만 액체 속.
인간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그곳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
“그러니까 정작 타깃이 어디 있는지, 그 지역을 못 찾겠단 말씀인 거죠?”
유우토가 맞은편 상대를 보며 하얀 낯으로 물었다.
상대는 유우토 팀의 정보 담당자.
그는 절단된 손목을 다른 손으로 감싸 쥔 채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뜨거운 피가 솟구치며 소매와 바닥을 계속해서 적셨다.
“이상하네요. 당신이 탐지형 각성자라고 알고 있는데. 거짓말이었나요?”
유우토가 일본도를 상대방 허벅지에 비스듬히 꽂으며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끄아아아악! 거, 거짓말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깟 도시 하나를 못 찾는 거죠? 일하기 싫어요?”
“저, 정말 위치가 아, 안 나와요! ‘술트 오드’는 가,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어 탐지가 부, 불가능한 곳이라고요!”
“에이.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요. 기합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기합을 좀 넣어 드릴까요?”
유우토는 정보 담당자의 혀를 잡더니 잘라 낼 준비를 했다.
그 옆으로 십수 명의 동료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유우토를 만류하거나 제지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저 실실거리는 낯짝 뒤에 숨겨진 지독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한 번이라도 마주하고 나면 다시는 덤빌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유우토와 팀을 이루는 사람들은 제각각 몸에 크고 작은 흉터나 절단된 신체 부위가 있었다.
모두 그와 팀을 이루다 생긴 것들.
“그, 그으으윽···!”
“혀 집어넣으려다 제 손이 다치면, 칼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갈 줄 아세요. 더 크게 아, 하세요.”
“그아아아아악···!”
“네, 기합을 넣어 드릴게요.”
유우토가 순진한 얼굴로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의 주머니에서 요란한 벨 소리가 울렸다.
“음··· 잠시만요. 이런 순간에 방해받는 거 싫은데.”
유우토는 인상을 조금 찌푸리더니 손에 묻은 침을 상대방의 옷에 닦았다.
“아, 드미트리 씨?”
– 유우토. 뭐 하고 있나?
“하하. 부하들이랑 같이 놀고 있었어요.”
– 설마 또 죽이는 건 아니겠지?
“아니에요. 다들 저와 같이 노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 나미르가 어디 있는지 찾았다.
“어라? ‘술트 오드’의 위치를 알아낸 거예요?”
그의 눈빛이 정보 담당자를 향해 흘깃 내려갔다.
– 아니, 거기 있는 게 아니더군. 다른 나라에 있었어.
“그래요? 멀리 있나요?”
– 자네도 잘 아는 곳일 텐데. 한국이라고.
“흐음, 옆 나라네요.”
유우토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 정해진 시간까지 한국으로 와.
드미트리와 통화를 끝낸 유우토는 앞으로 펼쳐질 전투가 기대되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눈빛을 빛냈다.
“반마족의 왕을 잡기 전에 옛 전우들이라도 보고 갈까요.”
그는 정보 담당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기회를 한 번 더 드리죠.”
“예··· 예?”
“일본의 20인방이 일본 어디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세요.”
“아, 알겠습니다.”
“1시간 드리죠.”
유우토의 살벌한 말에 상대는 새파래진 안색으로 지도를 펼쳐 들기 시작했다.
***
대통령 주재 긴급회의.
시우와 7명의 헵타그램 길드장, 최대수, 그리고 예외적으로 공로와 격을 인정받아 회의에 참석하게 된 루안까지.
총 10명의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최대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선 긴급한 안건부터 얘기하자면, 다들 알다시피 현재 전 세계적으로 랭커들에 대한 〈판데모니엄〉의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헌터들은 당분간 팀을 꾸려서 다니고,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해라.”
“그렇다면 급이 낮은 헌터들은 상위 랭커들이 지켜 줘야 할까요?”
이예지의 질문에 최대수가 시가 끝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젓더니 대답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위험한 건 상위 랭커들이다. 놈들의 목표는 S급 이상의 헌터들인 것 같으니, 오히려 B급 이하의 헌터들은 자유롭게 다녀도 좋다. 다만 어중간한 A급이나 A+급들은 몸을 사리라고 하도록.”
“얼마 전에 세계 16위인 니콜라스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탈옥수들이 전부 이 정도 수준인 겁니까?”
최성일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조금 있으면 전 세계적으로 배포가 될 예정이긴 하지만··· 특별히 주의해야 할 놈들의 리스트다.”
최대수는 시우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파일을 하나씩 돌렸다.
그곳엔 ‘여섯 손가락’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진작 경고했어도 부족했을 일인데, 소동이 일어날까 봐 〈세계 헌터 협회〉에서 머뭇거리는 모양이야. 랭킹전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터라 늙은이들이 겁을 내는 거지.”
최대수는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세계 헌터 협회〉의 원로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리스트를 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탄식에 가까운 헛숨을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게 여섯 명 전부 악랄한 것으로 유명한 세계적 범죄자였던 것.
일반인이나 헌터를 막론하고 그 리스트 내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여섯 손가락’의 범죄자들은 면면이 화려했다.
“이 중에서 S급 헌터가 1 대 1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이예지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하핫! 이거 옛날 생각이 나는군.”
그때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도경후가 술잔을 비우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예전에 여기에 있는 유우토라는 놈이랑 겨뤄 본 적이 있는데 말이야.”
“네? 도경후 헌터님이요?!”
“그래서 어떻게 되셨는데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그의 취중 고백에 놀라서 급히 되물었다.
도경후는 제멋대로 자란 수염을 손으로 쓱쓱 쓰다듬더니 히죽 웃었다.
“졌다네. 무참히.”
“아··· 1 대 1 대결이었나요?”
“아니. 3 대 1이었어.”
“그러면 져도 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 수적인 열세가 있는데.”
최성일이 그를 두둔하며 나섰다.
도경후는 술을 한 잔 가득 따르더니 입가에 가져다 대고 나직이 말했다.
“내가 3 그놈이 1이었네.”
“······!”
“아, 그래도 그때 입은 부상 때문에 머지않아 잡혔지. 그래서 교도소에 들어갔다고 하더군.”
도경후의 그 같은 말에 사람들은 낙담을 넘어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중에서 도경후보다 강한 사람은 최대수와 시우 정도뿐인데, 그런 사람이 ‘여섯 손가락’을 상대로 3 대 1로 싸워 졌다고 한다면 다른 S급 이나 S+급 헌터들은 어떻겠는가.
말 그대로 상대도 되지 않는 상황인 것.
“그리고 여기 있는 우커신. 이자도 위험합니다.”
덤덤한 얼굴로 앉아 있던 루안이 한 인물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암흑가 구룡채성의 주인이자 아시아 뒷세계의 보스였습니다. 전 세계 보스들의 보스였던 ‘크립’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크립? 크립이 누군데?”
시우가 물었다.
“사실 진짜 존재하는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사람입니다. 암흑가의 보이지 않는 신이라고 불리는데, 제가 ‘대성’으로 지냈던 시절에 편지를 한 번 받은 적이 있습니다.”
“편지? 뭐라고?”
“자신의 이름을 짊어지고 아래로 들어오라는 내용인데, 헛소리라고 생각해서 버렸습니다.”
“그 뒤로는 연락이 없고?”
“예.”
시우는 처음 듣는 ‘크립’이란 존재에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다.
“아무튼 경고는 이쯤에서 하고.”
이야기를 듣던 최대수가 중간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다른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다음 안건도 급한 거라서. 그간 우리나라 헌터 협회에 회장과 부회장 자리를 너무 오래 비운 듯하여 오늘 그 두 명을 선정하도록 하겠다.”
“으··· 난하기 싫은데.”
공연히 제 발 저린 한태치가 두 손을 모으더니 중얼거리며 자신은 되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회장에 도경후, 부회장에 최성일.”
“뭐어···?!”
“예에?”
도경후와 최성일 모두 처음 듣는 소식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놀라나?”
“내가 어떻게 그런 자리에 앉는단 말인가? 민시우를 시키지 않고?!”
“저놈은 HMCS라서 할 수가 없다. 길드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겸임하여도 좋으니 협회장을 하도록.”
“끄응···. 이봐, 최대수.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ㅡ.”
“참고로 협회장을 하면 최고급 술을 매달 공식 지원해 주도록 하지.”
“···협회장 자리가 너무도 마음에 드네! 크하핫!”
도경후는 최대수 집에서 맛보았던 술들을 생각하며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꿀꺽 삼켰다.
최성일은 도경후가 승낙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최대수는 마지막 안건을 입에 올리기 전에 시가를 한껏 들이마셨다.
예전에는 이 순간을 바라마지 않았었는데, 막상 닥쳐오니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내가 정식으로 ‘미스틸 테인’ 후보가 되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나는 곧 ‘프로페테스’로 입도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랭킹은 물론 전 세계 랭킹도 민시우가 가장 높으니, 앞으론 민시우를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 이상.”
최대수는 이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우리도 갈까···요?”
한태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미르가 들어오며 시우에게 말을 건넸다.
“주인님, 길드에 손님이 찾아오셨다는데요?”
“나한테?”
***
시우는 나미르만 데리고 길드로 향했다.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하니 웬 덩치 좋은 금발의 남자 하나가 등을 진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스?!”
단번에 알아본 시우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한스 슈뢰더가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
“얼마 만에 맞히나 보려 했더니 내기도 안 되겠군.”
“완전히 다 나아서는 장난부터 치는 거야?”
시우는 피식 웃으며 그와 정답게 껴안고 인사했다.
“아, 소개할게. 이쪽은 독일의 최정상 헌터 한스 슈뢰더. 그리고 이쪽은 술트 오드의 주인 나미르.”
“처음 뵙겠습니다.”
“이거···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스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소개에 조금 놀란 듯했다.
반마족의 왕은 직접 마주하기엔 무척이나 어려운 존재.
세상 밖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기에 지난 랭킹전에서 얼굴을 공개한 것이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이야? 롤프는 잘 지내고 있고?”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지. 안부를 묻는 걸 보니 습격 사실을 들은 모양이군.”
“요즘은 다들 그 문제로 시끄러우니까.”
한스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일은 아니고. 자네가 지금 세계 랭킹 0위 아닌가.”
“그래서···?”
“한 가지 의논을 하러 왔지.”
시우는 대답하지 않고 그의 얘기에 계속 집중했다.
“자네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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