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2
246화〉
전초전2
실험관 안에 있던 것은 괴물이었다.
괴물이란 표현은 너무 상투적이지만, 그 외에 달리 형용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불투명하고 까만 액체 속에서 꿈틀거리던 그것은 어느 순간에 실험관을 박살 내더니 밖으로 튀어나왔다.
갈시량은 눈을 날카롭게 뜬 채 바닥에 착지한 녀석을 바라봤다.
걸쭉하고 냄새나는 액체에 푹 젖은 반라의 남성.
하지만 인간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무언가.
갈시량을 비롯한 IZIZ 멤버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잔뜩 긴장하며 상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했다.
“저거 사람 아닌 것 같은데. 마족일까?”
“마족치고는 기운이 조금 다르지 않나.”
그렇게 서로 의문을 표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그때.
“배···고···프···.”
남자의 입이 벌어졌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발음과 비틀거리며 걷는 걸음걸이가 마치 학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아이를 연상케 했다.
“얼른 피하거나, 해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칼레오가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비정상적인 마기에 입술을 씹으며 말했다.
지금껏 봐 왔던 그 누구의 마기보다도 짙은 마기가 놈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IZIZ 중 가장 많은 마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반마저 압도하는 엄청난 수치.
“···해치운다.”
크로우가 눈짓했다.
명령이 떨어지자 칼레오가 재발리 남자에게 뛰어가 몸에 폭탄을 장착했다.
“이···거··· 무···?”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남자의 상반신이 터져 나갈 정도의 충격적인 폭발이 일었다.
콰아아아아아앙!!
IZIZ 멤버들은 마력으로 실드를 구축해 폭발의 충격과 파편을 막아 냈다.
시체 타는 냄새도 아닌, 타이어가 타는 것처럼 구역질 나는 냄새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웠다.
“나가자.”
크로우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로브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 냈다.
그 순간.
사방으로 날아갔던 남자의 파편이 기다란 궤적을 남기며 소용돌이처럼 한 곳으로 다시 모여들었다.
쩌저저적···!
기묘한 광경이었다.
놈은 폭탄이 터지기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하게 수복한 채 그들을 천천히 노려보았다.
“호저랑 비슷한 능력인가···?”
“호저도 저렇게 빨리는 안 돼. 그리고 상반신이 날아갈 정도면 호저는 죽었을걸.”
갈시량의 의문에 크로우가 대신 대답했다.
저 남자가 보인 기행에 가장 가까운 능력을 갖춘 건 IZIZ의 호저.
그녀 역시도 팔다리가 잘리건, 심장이 멈추건, 머리가 날아가건 부활할 수 있었다.
다만 마력과 마기를 그러모을 수 있는 단전이 무사하다는 조건에서만 말이다.
하지만 저 남자는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갔었기 때문에 사실상 호저보다 더한 악조건 속에서도 부활했다는 뜻이 된다.
이건 일반적인 인간의 능력으로는 절대 가능할 수가 없다.
“아···프···.”
그때 남자의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몸이 기이할 정도로 크게 부풀었다.
“피해!!”
크로우가 외쳤다.
다른 멤버들이 몸을 피신하는 찰나, 비카타울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ㅡㅡㅡㅡ앙!!
상대의 몸이 반쯤 터져 나갔다.
“죽···인···.”
남자는 한쪽으로는 터진 몸을 수복함과 동시에 남은 몸은 사방으로 아무렇게나 내질렀다.
콰르르르르릉···!!
동굴 내벽이 하나씩 무너지고, 사위의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크···아···아···!!”
비카타울은 남자의 몸에 끊임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살이 터져 나갔지만, 놈의 몸은 빠르게 수복되었고 그럴 때마다 더욱 크게 부풀었다.
“라펠! 먹어 치워!!”
크로우가 라펠에게 명령했다.
라펠의 배가 갈라지며 새까만 입이 남자의 몸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와드드득!!
“아···프···.”
“이건 수복이 안 되나 보네.”
아무래도 파편이든 뭐든 흩어진 부위가 있어야 다시 원 상태로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만약 폭발이든 불길이든 살점을 다 태워 버린다면 회복이 될까? 아마 안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시간만 괜찮다면 실험을 더 해 보고 싶으나···.’
크로우가 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누님, 위험하지 않겠어요?”
갈시량이 그녀를 만류하며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솔직히 우리가 다 덤빈다고 해도 단장 한 명한테 못 이기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말려야지. 단장이 당하면 우리 다 죽으니까.”
“···그렇군요.”
칼레오의 딴죽에 갈시량이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놈에게 가까이 다가간 크로우의 발아래에서 수백 개의 술식이 정렬하며 섬전을 내뿜었다.
그녀가 손바닥을 내뻗었다.
“크···아···아···!”
남자는 그녀에게서 기이한 감각을 느꼈는지 사방으로 주먹질하며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동굴이 흔들거린다.
크로우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커다란 눈을 남자에게서 떼지 않았다.
마치 동굴을 부술 것처럼 점점 커다랗게 부풀던 남성의 몸에서 짙은 마기가 빠져나가더니, 그녀의 손바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기가 텅텅 바닥난 남성이 해골처럼 뼈만 남은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비카타울에게 맞아 파괴되는 부분을 회복하지 못한 탓.
크로우는 빨아들인 마기를 천천히 몸에 순환시키며 비지땀을 흘렸다.
타인의 마기를 흡수할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
하지만 반마족인 까닭에 받아들인 모든 마기를 백 퍼센트 활용할 수는 없었고, 마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고통이 동반하기 때문에 크로우는 이 능력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녀가 느낄 고통을 짐작만 할 뿐인 칼레오는 크로우를 부축하며 동굴 밖으로 향했다.
***
드미트리는 전직 용병답게 짧은 머리와 군용 패션을 유지했다.
그는 시간관념에 예민했다.
항상 전자시계를 차고 다니며 분 단위 스케줄을 소화했고, 임무가 아니더라도 정해진 시간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이 필수인 교도소 생활이 드미트리에겐 오히려 즐겁기까지 했다.
“조금 늦는 것 같은데.”
드미트리가 담배꽁초를 바닥에 비벼 끄면서 시계를 확인했다.
그의 발밑에는 벌써 20개비가 넘는 담배꽁초가 필터만 남은 채 버려져 있었다.
고작 몇 분 사이에 전부 그가 피워 댄 것들.
“아무래도 밀입국하는 작은 선박이다 보니 시간이 지연되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부하가 그의 심기를 달래기 위해 말을 걸었다.
“밀입국하는 브로커라도 약속 시간은 지켜야 하지 않나.”
“마, 맞는 말씀입니다.”
드미트리가 유우토처럼 부하들을 함부로 때리거나 죽이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대신 엄격한 성격을 가진 탓에 부하들은 드미트리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
“저기 배 하나가 보입니다!”
누군가 멀리서 다가오는 선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드미트리는 그들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오랜만이네요, 드미트리 씨.”
육지에 발을 내디딘 유우토가 다른 사람들의 속도 모른 채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24분 17초.”
“네?”
“네가 늦은 시간이다.”
“하하. 그랬나요? 이래 봬도 최대한 빨리 온 거라고요.”
“딴짓 안 했나?”
“···흠.”
드미트리는 유우토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의 부하들이 흠칫 놀라며 둘 사이에 큰 문제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식은땀을 흘렸다.
저 둘이 싸우면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막는 건 고사하고 싸우는 순간 전부 휘말려서 으깬 두부처럼 죽어 나간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킁킁. 킁킁.
그러나 주먹이라도 올려붙일 줄 알았던 드미트리는 주먹 대신에 얼굴을 가까이 대더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피 냄새가 더럽게도 많이 나는군. 세 명은 죽였나 본데.”
“···세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에요. 한 명은 워낙 질긴 사람이라서.
유우토가 졌다는 듯이 두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드미트리는 유우토의 어깨에 두툼한 팔을 두른 뒤 투덜거렸다.
“흥. 어벙한 네 얼굴을 볼 때마다 내 부하로 삼아서 그 근성부터 싹 다 뜯어고쳐 주고 싶다니까. 어때, 이참에 ‘여섯 손가락’에서 물러나고 내 부하로 들어오는 게?”
“하하. 참아 주세요, 드미트리 씨. 저는 체력이 약해서 안 돼요.”
“그러니 체력을 키워야지. 군인처럼 생활하면 너도 2년 안에 나 같은 근육을 가질 수 있어.”
“에이, 설마요. 그런데··· 한국에 SSS급 헌터가 있다면서요?”
유우토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살기가 피어올랐다.
강자를 떠올리자 발생한 일종의 호승심.
“너도 소식이 좀 늦는 편이군.”
“저야 뉴스 같은 거엔 관심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묻나? 놈이랑 싸우고 싶어서?”
“하하하. 그거야 당연하죠. 하지만 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유우토가 드미트리를 보며 웃었다.
그 역시도 유우토와 마찬가지로 호승심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던 것.
“후, 나를 너무 자극하지 마라. 임무가 더 중요하단 건 알고 있지?”
“아무렴요. 늘 주어진 임무는 지키면서 놀고 있는걸요.”
“그러면 다행이고. 그런데 어쩌면 반마족의 왕을 잡으면서 SSS급을 마주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될지도 몰라.”
“······?”
유우토가 무슨 뜻인지 몰라 그를 쳐다보자, 드미트리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대답했다.
“반마족의 왕, 나미르가 SSS급 헌터 놈이 구해 준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더군.”
***
으슥한 밤공기를 타고 흐르는 잔잔한 살기.
드미트리와 유우토는 정보원의 정보를 토대로 나미르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우리 ‘여섯 손가락’ 중에서 두 명이 함께 움직인 경우가 있었나?”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초하이 랭커들을 상대로는 〈판데모니엄〉도 날을 세울 수밖에 없는 모양이죠.”
“개인적으로는 나미르가 아니라 최대수와 싸우고 싶었는데. 놈이 곧 ‘미스틸 테인’으로 승급하거든. 아주 좋은 사냥감이지.”
“하하. 하나씩 순서대로 가시죠.”
우선 〈판데모니엄〉의 타깃인 나미르를 죽인다.
이건 반마족에 대한 경고이자 하이 랭커들에 대한 선전 포고가 될 것이다.
우두머리를 잃은 반마족들은 다시 마족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다음은 세계 각지에 있는 초하이 랭커들을 죽이게 될 테고, 유우토와 드미트리는 한국에 있으니 겸사겸사 최대수나 시우를 죽이면 될 터.
사실 SS급 헌터는 유우토에게 있어 그리 큰 자극이 되지 못했었다.
물론 SS급 내에서도 큰 격차가 존재하고, 상성에 따라, 능력에 따라 많이 다를 테지만, 지난번 니콜라스 같은 경우엔 실망스러울 정도.
‘SSS급은 저를 설레게 해 줄지 기대가 되네요.’
그 때문에 유우토는 시우를 떠올리면서 묘한 흥분에 젖어 들었다.
그와 싸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 집인가?”
인적이라고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허허벌판.
그곳에 집 한 채가 조용한 불빛을 비추며 외로이 있었다.
“주변에 마정석이 몇 개 박혀 있네요.”
유우토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날카로운 기감을 발휘했다.
“보나 마나 쓸모없는 마법 몇 개 걸어 놓고 작동하는 방식이겄!지. 경보 같은 거 아니겠어?”
드미트리가 새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음···. 그런 것 같긴 하네요. 공격용 마법은 아닌 것 같고. 방어 마법이나 결계 계열로 보이는데요.”
“예리하네.”
순간 낯선 목소리 하나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드미트리와 유우토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잡초가 무성한 벌판.
그 한복판에서 웬 남자 하나가 일어서더니 그들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후우ㅡ. 누구냐?”
드미트리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상대에게 물었다.
“남한테 물어보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곧 뒈질 놈이 혓바닥이 길군. 설마 네놈이 나미르는 아닐 테고. 용병이나 경비 같은 건가?”
“그런 거라고 해 둘까?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웬 시커먼 새끼들이 쳐들어온다고 해서 말이야.”
“같은 용병 출신으로서 안타깝군.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 개죽음이라서.”
드미트리가 살기를 거두지 않은 채 상대에게 걸음을 내디뎠다.
“하하. 제 차례인가요.”
그 순간 유우토의 칼이 번쩍이며 드미트리의 목을 지났고,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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