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6
250화〉
화상회의
〈세계 헌터 협회〉의 샤를 드 베르나도테 후작 주최 정상 회의.
약 30여 개 국가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화상 회의로, 그들은 이번 랭커 사냥으로 비롯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다.
비공개 회의인 탓에 정상들의 어투는 조금은 날 서 있었고, 격앙되어 있었다.
특히 자기네 헌터들이 얼마만큼 당했는지를 피력할 때는 베르나도테 후작이 정숙을 요구해야 할 정도였다.
– 벌써 자국의 상위 헌터 4명이 죽었습니다. 〈HMCS 국제 총본부〉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럴 때를 대비해 그 많은 기부금을 낸 거 아닙니까!
– 맞소이다! 우리도 이번 주에만 3명이 죽고 7명이 다쳤소. ‘여섯 손가락’에 대한 정보만 얻으면 무얼 하오?! 잡으려는 의지가 있으시오, 에드워드 C. 블랙우드 백작?!
– 거, 말씀들이 지나치십니다. 이게 HMCS에만 탓을 돌린다고 될 문제입니까?
– 슈토프 총리. 블랙우드 백작을 너무 두둔하는 거 아니오? 책임을 물을 땐 물어야 합니다!
정상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질 희생양이 필요했다.
국민들은 물론이고 헌터들이 불안에 떨며 매일 항의해 오는 까닭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정상들이 많았다.
보통 수사 중인 범인을 잡지 못하면 일선 경찰 지휘부가 책임을 지듯이, 각국 정상들도 자신들 대신에 에드워드를 희생양으로 삼고 싶었던 것이다.
–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 교도소 관리를 못 한 각 정부 기관의 책임이 아니겠소?
심드렁한 목소리로 각 정상의 역린을 건드리는 사람.
울컥한 몇몇 정상이 그 소리에 따지고 들려는 찰나, 그들은 뒤늦게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깨달았다.
– 최대수 대통령···.”
한 국가의 원수임과 동시에 곧 헌터 최고의 정점인 ‘미스틸 테인’으로 승격하게 되는 괴물 중의 괴물.
조금 전까지 에드워드를 못 물고 늘어져 안달이던 정상들은 최대수의 한마디에 헛기침만 하며 눈치를 살폈다.
– 우, 우리도 블랙우드 백작을 몰아세우고 싶어 몰아세우려는 건 아니오. 하지만 그간 받아 간 보조금이나 사태의 긴급함을 생각하면 HMCS의 대처가 너무···.
– 그 HMCS로서도 설마 각 정부 기관의 보안이 이렇게 허술할지는 모르지 않았겠소.
– 뭐, 뭐요?!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최대수 대통령!
정상들이 최대수의 발언에 발끈하며 고성을 내질렀다.
몇몇 정상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로운 얼굴로 그들의 다툼을 관전했고, 몇몇은 치부를 들킨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군. 사실 아니오? 수백 명의 각성 범죄자가 교도소 밖으로 나가게 놔둔 게 그럼 HMCS 탓이란 말이오?
– ···크으.
– 한국도 똑같이 털리지 않았소이까!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 우리도 털렸지, 그래서 랭커 사냥에 일조한 꼴이 되었고. 따라서 이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누구 탓할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자 이거요. 지지율 관리한답시고 누구 잡아 족치려는 생각 좀 그만하시고.
최대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신경질적으로 시가를 재떨이에 비벼 끄자, 흠칫한 소수의 정상이 침을 꿀꺽 삼켰다.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백에 절로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그때 인도 총리인 아메드가 손을 들었다.
– 우리 인도의 보물인 샤말이 ‘여섯 손가락’ 중 하나를 잡았습니다.
– 그게 정말입니까?
– 역시 세계 최고의 헌터···! ‘여섯 손가락’ 중 누구였나요?
– 예전 ‘아랍의 혹한’을 일으킨 싸크르라고 하더군요.
각국 정상들은 그 이름에 치를 떨었다.
세계 최악의 전쟁 학살자, 싸크르.
– 그나저나 대단하군요. 아무리 샤말이라도 ‘여섯 손가락’을 1 대 1로 싸워 이기다니···. 놈들은 하나하나가 흉악한 병기 그 자체 아닙니까.
– 맞습니다. 샤말도 꽤 고생한 모양이더군요. 그래도 하이 랭커라면 이 정도 일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다섯 명만 잡으면 놈들도 기세가 꺾이지 않을까요.
아메드 총리는 샤말을 띄워 주는 듯하면서도 다른 나라의 하이 랭커들을 얕잡아 보는 듯한 말을 했다.
사실 이런 국제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하이 랭커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 ‘랭커 사냥’이라는데 있었다.
그 때문에 각국에서 하이 랭커들을 싸고도는 바람에 문제를 해결할 헌터가 없는 상황.
아메드 총리의 발언에 하이 랭커를 소유한 대통령이나 총리들이 인상을 구겼다.
물론 저 발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은 최대수와 에드워드 쪽이었다.
본인들이 하이 랭커이기도 하고, 또한 샤말보다 높은 급의 하이 랭커인 SSS급의 민시우를 보유한 대한민국과 HMCS의 수장이 아니던가.
아메드 총리는 내심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 우선 축하드립니다. 확실히 샤말 헌터가 능력이 좋군요.
이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 하하, 아닙니다. 하이 랭커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 사실 회의가 진행되는 중에 긴급한 연락이 하나 와서 그런데··· 화상 회의를 하나 더 연결해도 되겠습니까?
에드워드가 베르나도테 후작과 각국 정상을 둘러보며 물었다.
– 누군데 그러십니까?
– SSS급 민시우 헌터입니다.
– 어···.
– 괘, 괜찮지 않겠습니까?
– 저는 찬성입니다···.
어지간하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거절할 수도 있는 정상들이었지만, 세계 랭킹 0위의 이름 앞에선 선뜻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에드워드는 화상 회의에 시우를 연결했다.
화면에 그가 처음 뜨는 순간, 모든 사람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새하얗고 선이 날카로운 얼굴과 흰 와이셔츠에 가득한 핏물.
– 안녕하십니까, SSS급 헌터 민시우입니다.
시우는 전투의 여운이 남은 탓인지 날카롭게 치뜬 눈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 ···그···.
– 어··· 이게··· 대체···?
– 에, 에드워드··· 경?
각국의 정상들이 심히 당황스러운 얼굴로 시우와 에드워드를 번갈아 쳐다봤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그들의 시선을 외면했다.
– 주인님, 얼굴에 핏물을 닦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시우의 옆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백발의 여자가 물수건으로 시우의 얼굴에 튄 핏물을 닦아 냈다.
반마족의 왕이었다.
– 아, 다름이 아니라 급하게 보고를 해야 할 것 같아서.
– 무슨 일입니까, 민시우 헌터.
에드워드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 조금 전에 ‘여섯 손가락’ 중 두 명을 잡았습니다.
– 마, 말도 안 돼!!
인도의 아메드 총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반발했다.
– 왜 말이 안 되죠?
– 아, 아니. 놀라서 그랬습니다. 설마 HMCS와 반마족의 왕이 협공해서 잡은 것입니까?
– 아뇨. 저 혼자서 두 명을 잡았습니다.
– 거짓말···!!
– 내 주인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신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미르가 시우 대신에 노기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메드 총리가 우물거리며 사과하자 에드워드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 누구누구를 잡았습니까?
– 드미트리란 놈과 유우토라는 놈입니다.
– 생포했습니까?
– 뭐, 아직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시우는 핸드폰을 들어 자신 대신에 다른 공간을 비추었다.
– 크윽···!
– 저게 대체 뭔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유우토와 드미트리가 한쪽 벽면에 채집한 곤충처럼 기다란 쇠붙이에 박혀 있었던 것.
양쪽 손목과 발목을 비롯해 팔꿈치와 무릎, 단전 중앙을 꿰뚫고 있기에 도망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시우가 유우토에게 다가갔다.
– 아는 거 불어.
유우토는 텅 빈 눈으로 시우를 보더니 히죽 웃었다.
– 히히··· 당신 스킬··· 재밌네요···.
– 넌 아웃.
시우가 샷건을 구현하더 니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콰ㅡㅡ앙!!
아무리 비공개 회의라고는 하지만, 각국 정상들이 보는 회의에서 차마 있을 수 없는 무례함.
그러나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서 시우를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시우는 이어서 옆에 박혀 있는 드미트리에게 다가갔다.
– 아는 거 불어.
– 예, 옙!!
그러자 드미트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주저리주저리 불기 시작했다.
탈옥하는 과정부터 〈판데모니엄〉에게 임무를 받고 한국에 와서 시우와 맞닥뜨리게 된 순간까지.
그의 설명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설명이 끝난 드미트리는 다시 입을 꽉 다물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 옳지, 합격.
시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는 다시 핸드폰을 들어 자신의 상반신을 비췄다.
– 들었다시피 〈판데모니엄〉은 이번 랭커 사냥을 단순한 발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짜 목적은ㅡ 전쟁에 있죠.
그 발언에 좌중이 침묵에 휩싸였다.
유우토의 머리가 날아간 것보다도 저 전쟁이란 말이 주는 무게감이 더 컸던 탓이다.
– 하지만 고작해야 탈옥한 범죄자의 헛소리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HMCS에서 수사할 내용도 아닌 것 같은데···.
– 참고로 〈HMCS 국제 총본부〉에서는 민시우 헌터의 업적과 그의 활동을 고려해 ‘특급 요원’으로 진급시키기로 했습니다. 진급식은 나중에 하겠지만, 이미 특급 요원 직책이 되었으니 각국 정상 여러분들은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시우로서도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HMCS 전 지부를 따져도 특급 요원은 에드워드 한 사람밖에 없다.
그런데 준특급인 시우를 특급에 앉힌다는 것은 HMCS 회장과 맞먹는 권력을 시우에게 준다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였다.
– 내부 일은 제가 할 거고, 외부 일은 민시우 헌터가 할 겁니다. 혼자서 ‘여섯 손가락’ 두 명을 잡을 정도면 자격은 충분하지 않습니까?
– 그렇···죠.
최대수는 에드워드의 꾀를 보며 피식 웃음 지었다.
아마 저 내용은 HMCS 총본 내에서도 아직 회의가 진행 중인 사항일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시우가 각국 정상을 압도하는 등장과 함께 누구도 딴죽을 걸 수 없는 성과를 보이자, 이때다 싶어 확정지어 발표했을 것이다.
마족에 대항해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선 시우에게 보다 많은 지원과 권력이 필요했다.
에드워드는 그것을 알고 시우에게 힘을 실어 주었을 것이다.
“이참에 나도 한마디 하겠소.”
그때 베르나도테 회장이 손을 들었다.
“전쟁이란 건 미리 준비해야 되는 게 맞소.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 길이라고 생각하오. 따라서 나도 에드워드 백작과 논의한 결과 대비를 하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소.”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비상 대책으로 ‘전쟁 대응 팀’을 꾸릴 것이오. 모두 수평적인 구조이지만, 팀장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팀장은 민시우 헌터로 하겠소.”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떠들기 시작했다.
사태가 너무 긴급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새 인원을 회의에 부르겠소. ‘전쟁 대응 팀’의 주축이 될 인물들이오.”
베르나도테 협회장이 말을 마치자 회의 화면에 새 인물들이 연속으로 나타났다.
사실 그들의 소개는 필요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각국 정상들은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안녕하십니까ㅡ 인도의 샤말이라고 하오.
– 오랜만이야, 민시우! 나 간다르바야! 잊지 않았지?
– 어머나, 처음 뵙겠어요. 바바 야가라고 해요.
– 허허허허. 이 몸은 멀린이라고 하네.
무려 세 명의 ‘미스틸 테인’과 한 명의 초하이 랭커가 화면에서 시우를 보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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