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47
251화〉
화상회의2
“싸크르에 이어서 드미트리와 유우토까지 당했다고?”
보고받은 우커신이 이맛살을 구기며 상대를 향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싸크르는 샤말과 1 대 1로 싸워 그렇다 치지만, 드미트리와 유우토는 나미르와 2 대 1로 싸운 게 아니었나? 매복하고 있던 헌터들에게 기습이라도 당한 건가?”
우커신에게서 새빨간 노기가 넘쳐흐르며 공간을 짙게 물들였다.
그에게 보고하는 부하는 속으로 쌍욕을 퍼붓더니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을 이어 갔다.
“그게··· 나미르가 아니라 다른 헌터와 싸워 졌다고 합니다.”
“다른 헌터? 누군데?”
“민시우라고··· 이번에 SSS급에 오른 헌터입니다.”
“민시우? 처음 듣는데. 너희들은 아나?”
우커신이 고개를 돌려 다른 ‘여섯 손가락’에게 물었다.
“민시우라··· 아따 한국 이름이네잉. 나는 첨 듣는디?”
소파에 누운 진도화가 팝콘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대꾸했다.
곱상한 얼굴에 허리까지 오는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모습이 마치 조선 시대 기생오라비나 한량을 보는 듯하다.
우커신은 뒤이어 방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침대를 향해 다시 물었다.
“타이론? 너는?”
“허억ㅡ 허억ㅡ 허억ㅡ!”
“타이론, 너는?”
“허억ㅡ 후우··· 하아···!”
“타이론, 들어 봤냐니까?”
“이 씨발···!!”
커튼 너머에서 신음과 함께 숨을 헐떡거리던 타이론은 커튼을 잡아 찢듯이 젖히며 으르렁댔다.
“내가··· 여자랑 재미 볼 때는 말 걸지 말라고 했지? 혓바닥을 비틀어 뽑아 주랴?”
“네 괴상한 성벽에 맞춰 주고픈 마음 따윈 내게 없다. 그딴 건 네 부하한테나 요구해라. 민시우라는 이름 들어 봤냐고?”
타이론의 까만 팔뚝이 꿈틀거리고 그의 드레드 머리가 조금씩 떠오르듯이 움직였다.
파지직···!!
중화권 최악의 범죄자와 북미 최악의 범죄자가 서로를 노려보며, 공간에는 당장에라도 상대를 찢어 죽일 것처럼 살기가 뒤엉켰다.
“이제 ‘여섯 손가락’이 아니라 ‘한 손가락’이라고 불러야 쓰겄네. 잘들 지내라잉.”
진도화가 남은 팝콘을 입에다 다 쏟아 넣더니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났다.
“진도화, 어디 가는 건가?”
우커신이 먼저 살기를 거두었다.
타이론 역시 살기를 거두며 다시 커튼을 치고 하던 일을 마저 진행했다.
“여기 있으면 뭐 혀.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 암 짓도 않고 빙신 마냥 있는디. 내는 배까티 나갈란다. 니는 가심도 안 갑갑허냐.”
“이게 답답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인가. 〈마나의 맹세〉가 얽혀 있고,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니까 지키는 거지.”
“고거이 문제 아니겄냐. 그라믄 우리가 랭커들 싹 다 잡아다 바치믄 자유의 몸이 되기는 하고? 금마들이 빙신도 아니고, 니나 내나 잡힌 괴기 신세여.”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가?”
“어쩌긴 뭘 어쪄. 인제 알아서 하는 기재. 니도 엥가히 했으믄 알아서 살 궁리 찾아서 싸게싸게 움직여라잉. 그라고 있다가 정말로 모가지 날아가 뿐다.”
진도화는 평소처럼 얘지중지하는 술병 하나만 들고 어기적거리며 아지트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우커신은 혀를 찼다.
정말 ‘여섯 손가락’은 지지리도 단합이 안 되는 족속들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그래서 그 여섯을 대표로 뽑은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진도화, 그래서 어디로 가는지는 끝까지 비밀인가?”
우커신이 나가려는 그의 어깨에 대고 물었다.
딱히 대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여섯 손가락’은 서로에 대해 위계가 있는 관계도 아니었고, 이래라저래라 강제할 수도 없는 사이였으니.
“잉. 호랭이 잡으러 가는 겨. 존나게 큰 놈으로다가. 아그야, 가자.”
“””예, 형님!”””
전 [홍랑 길드]의 길드원이자 일평생 진도화를 따랐던 수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짐을 챙겼다.
“호랭이는 뒤져서 껍딱을 남기고, 사람은 뒤져서 이름 석 자를 남긴다고 혔던가.”
진도화는 수하가 걸쳐 주는 새까만 도포를 입고 기다란 담뱃대를 입에 물었다.
“형님, 드디어 하시는 겁니까?”
그의 오른팔인 망량이 물었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뭐, 이것도 랭커 사냥 아니겄냐. 누이도 좋으시고, 매부도 좋으시고. 하다가 적당히 기회 봐 가꼬 서약도 찢어 불믄 좋겄는디.”
“기회가 있을 겁니다, 형님.”
“그라믄 좋고.”
진도화가 알싸한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날씨가 궂다. 싸게 일하자, 아그들아.”
***
‘전쟁 대응 팀’만 남은 화상회의.
시우는 이상한 조합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간다르바를 제외하면 모두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듣던 전설적인 인물들.
최대수의 라이벌이자 중력을 거스르는 최강의 헌터, 샤말.
온갖 주술과 이능의 힘으로 ‘흑천락’ 최고의 마녀라 불린 바바 야가.
전 세계에서 마법으로는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다는 대마법사 멀린.
그리고··· 간다르바.
– 이렇게 만나 뵐 수 있게 되어ㅡ 영광이오. 싸크르를 제거한 지 얼마 안 되어 민시우 헌터님이 ‘여섯 손가락’ 두 명을 더 처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오. 한 명으로 허덕거린 내 자신이 부끄러웠소.
시우는 샤말의 얼굴과 그에게서 풍기는 마력 파장을 관찰했다.
아무래도 실제로 보는 게 아니다 보니 100% 정확한 건 아니었지만, 대충 어림짐작이나마 가능하긴 했다.
‘진심이긴 하네.’
“별말씀을. 한 명이건 두 명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몸 성히 나쁜 놈 잡았으면 된 거죠.”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오. 민시우 헌터님은 최대수 놈이랑 다르게 아주 교양이 있으시오.
샤말은 최대수와 엄청 가까운 사이든가 아니면 엄청 나쁜 사이임이 분명했다.
시우는 짐짓 그가 표현한 단어를 못 들은 척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바바 야가 님이랑 멀린 님도 소문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미스틸 테인’으로 계시면서 고생이 많으실 텐데 이번 ‘전쟁 대응 팀’에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머나, 친절하기도 하셔라. 편하게 바바라고 불러 주세요.
– 허허허. 나도 마찬가지일세. 그냥 멀린이라고 불러 주게나. 그리고 고생은 자네만 하겠나.
– 야! 뭐야?! 나는 왜 간다르바 님이라고 안 불러 줘?! 나도 간다르바 님이라고 불러 줘! 얼른! 나한테도 해 줘!
시우는 바바 야가와 멀린에게 가볍게 인사한 뒤에 간다르바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상하게 얘를 보면 한숨이 나왔다.
– 히히히. 얼른! 해 줘~! 간다르바 님
“간다르바············ 님.”
시우는 그녀의 이름과 님 사이에 3초 정도의 텀을 뒀다.
–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어···?
“언제까지 해 달라고 하진 않았잖아.”
– 그건··· 그렇지.
간다르바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지?”
– 그런가···? 바바 야가···?
– 후후후. 제가 볼 때는 시우 헌터 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간다르바는 바바 야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녀 또한 시우의 편을 들면서 간다르바의 바람은 꺾이고야 말았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최근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마족은 〈판데모니엄〉을 동원해 인류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랭커 사냥은 그 전초전에 불과하고요.”
–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오. 어쩌다 마족이 이렇게까지 손아귀를 뻗게 되었는지···. 〈판데모니엄〉을 진작 막지 못한 현직 랭커들의 불찰이오.
“사실 어쩔 수가 없었다고 봅니다. 과거에 대한 반성은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이제부터는 잘 대처해야겠죠.”
– 허허허. 민시우 헌터가 말씀을 잘하신 것 같소. 그러면 우선 도움이 필요한 사항을 말씀하시오.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걸 해 보겠소.
– 맞아요. ‘미스틸 테인’이기에 가능한 일이 있을 테니까요.
– 그래! 이 간다르바 님께서 특별히 도와줄게!
시우는 그들의 말에 잠시 고민에 빠졌다.
도움이 필요한 사항이라.
사실 지금 당장 떠보려 한 건 아니지만, 기회가 왔으니 부딪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다면 여러분들께 〈판데모니엄〉의 1위계 파악을 부탁해도 될까요?”
시우는 그 순간 스쳐 지나가듯이 변하는 상대의 눈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할 일이 줄지를 않는군.”
[광견 길드] 사장 직함에 〈HMCS 국제 총본부〉의 특급 요원, 비공식 ‘마족 대항 국제 전쟁 대응 팀’의 팀장까지.거기다 SSS급 헌터로서 세계 랭킹 0위의 위치를 고수한다는 건 꽤 번거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속했다.
매일 쏟아지는 각국 정상들과 최상위 부호들의 러브 콜.
단순히 시우와 인맥을 쌓으려는 연락도 있었지만, 어떤 경우엔 사적이거나 공식적인 의뢰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나마 랭커 사냥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은 양반이었다.
자기네 랭커를 보호해 주면 하루에 100억 단위의 돈을 주겠다는 대통령이나, 전속 경호원이 되어 주면 매년 1조를 주겠다는 부호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독재자는 유력한 경쟁 후보를 죽여 달라는 암살 의뢰를 하기까지 했으니.
안 그래도 바빠서 짜증이 솟구치는 시우 입장에선 직접 찾아가 죽빵을 꽂고 싶은 얘기였다.
결국 참다못한 시우는 자신에게 오는 모든 전화를 루안에게 돌려 버렸다.
능글맞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놈이었으니, 알아서 잘 대처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한참 서류와 씨름하고 있는데 나미르가 커피를 타 왔다.
“주인님, 너무 무리하면 몸 상하세요.”
“아ㅡ 고마워. 덕분에 한숨 돌리겠네.”
시우는 그녀가 타 운 커피를 마시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쌉싸름하면서 고소한 커피 향이 입 안 가득 풍기다 사라진다.
“그런데 커피 한 잔 더 타 와야 하는 거 아냐?”
입에서 잔을 뗀 시우가 나미르를 보며 물었고, 나미르는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하하. 역시 자기는 눈치가 빠르네요.”
그때 나미르의 뒤에서 흰색 로브를 걸친 크로우가 나타나더니 나미르를 꼭 껴안았다.
나미르는 화들짝 놀라며 크로우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로우ㅡ! 대체 언제 들어온 거예요?!”
“언니가 커피를 들고 눈에 하트를 뿅뿅 발사할 때부터?”
“저는 언제나 주인님께 하트를 발사하고 있어요.”
“ㅡ음, 놀리는 재미가 없네.”
크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나미르의 옆에 살포시 앉았다.
“언니를 잘 돌봐 줘서 고마워, 자기.”
“그만한 값어치를 해 주기로 했으니까. 그리고 네가 부탁하기 이전에 나미르는 내 소중한 동생이야.”
“아하하. 하긴, 나보다 둘 사이가 더 오래되긴 했지.”
크로우는 단발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해맑게 웃었다.
“그래서 〈판데모니엄〉의 아지트는 발견했어?”
“사실 하나 발견했는데. IZIZ 멤버들이 굳이 보고하지 말고 우리끼리 해결하자고 해서 쓸어 버리고 왔어.”
“하··· 혈기 왕성하군. 아지트 위치는? 1위계는 있었나?”
“티베트와 중국의 접경지대 산맥이었고, 2위계 로쿠텐이라는 녀석이 있었어. 1위계는 없었고.”
시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약 1위계를 마주했다면 크로우도 무사하진 못했을 것이다.
IZIZ 멤버 개개인의 실력이나 격은 알지 못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지고 봐도 ‘미스틸 테인’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이 흔한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이상한 게 있더라고.”
“뭐가 있었는데?”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족도 아닌? 물론 반마족은 절대 아니고.”
“악마는 아니었어?”
“악마를 만난 적은 없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생물 같았어. 이상한 시험관 안에 있었거든.”
“그래? 그 이야기 좀 자세히 해 봐.”
시우는 의자를 당겨 앉아 크로우에게 동굴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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