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50
254화〉
아이템
“이 마기로 얼룩진 놈들! 이 자리에서 처단해 주마!”
“족장님 같이 도망치셔야 합니다!”
“나는 남아서 싸우겠다! 츄프렛, 너는 얼른 도망치거라!”
그렇게 외친 부족장 타스드마는 상대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쇠사슬을 휘둘러 원심력으로 그 끝에 달린 거대한 쇳덩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다.
무게만 해도 자그마치 300kg가 넘는 쇠공은 타스드마가 마력을 부어 세게 휘두르면 그 위력이 몇 곱절은 넘었기 때문에 수 톤의 트럭과 맞먹었다.
쩌ㅡㅡㅡㅡㅡㅡ억!!
분명 일반적인 헌터였다면 납작하게 짜부라져 형체가 남아나지 않게 되었을 테지만, 상대는 달랐다.
“아이, 씨발. 자꾸 사람 빡치게 하네.”
비딱한 시선으로 담배를 꼬나문 금발의 남자는, 고작 한 손으로 자신을 내려찍는 쇠공을 막아 세운 채 타스드마를 노려봤다.
“빌어먹을··· 너희들은 저게 무슨 물건인지도 모르면서 탐을 내는 것이냐?!”
“정확히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윗사람들이 탐을 내지.”
“어리석은 놈들···! 이건 자칫 잘못하면 세상을···!”
“거, 그런 개소리는 부족 꼬꼬마들한테 하시고. 내가 씨발 아저씨 새끼요?”
류지환은 헝클어진 금발을 쓸어 올리며 쇠공을 바닥에 내던지고 그 위에 발을 올렸다.
타스드마는 쇠사슬을 잡아당겨 쇠공을 빼내려 했지만, 류지환의 발힘이 어찌나 좋은지 쇠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크롤. 아티팩트는 저기 도망가고 있는 놈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죽이고 뺏어 와.”
“내가 네놈 부하냐.”
“대신에 내가 이 아저씨 붙들고 있잖아.”
“어련하시겠어.”
크롤은 투덜거리면서도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츄프켓을 향해 스킬을 구사했다.
[마르스 : 수중 감옥]부그르르르!
순식간에 바닥에서부터 치솟은 새파란 물방울들이 큼지막한 주택 크기로 뭉쳐지며 물의 감옥을 이루었다.
“그르르르륵···!”
물 안에 갇힌 츄프켓은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헤엄을 쳤지만, 헤엄치는 방향으로 수중 감옥 또한 움직였기 때문에 소용없었다.
헤엄이 점차 허우적거림으로 변했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기포가 불규칙적으로 올라갔다.
“츄프케에에에엣! 이 개자식들아!!”
타스드마는 죽어 가는 자신의 아들을 보며 크롤을 향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그의 두 눈은 분노와 살의로 가득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크롤은 뒤를 돌아 방어한다거나 놀라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퍼거거거걱!!
이글거리는 불의 창 일곱 자루가 타스드마의 상반신을 꿰뚫고 땅에 처박혔다.
“쿨럭···. 그어억···.”
“어이, 아저씨. 그러게 처음부터 아이템만 넘기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좋잖아. 꼭 사람 손에 피를 묻혀야 되겠어?”
류지환이 쪼그리고 앉아 타스드마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타스드마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너희는 절대··· 제명에 죽지 못할··· 고통에 몸부림···.”
“낄낄낄. 항상 받는 축복이지만, 받을 때마다 기분이 짜릿하단 말이지.”
류지환은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웃더니 창을 하나 더 구현해 상대의 심장에 꽂아 넣었다.
타스드마의 몸이 잠시 바르르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자비심이 넘치네.”
크롤이 류지환을 보며 말했다.
“나는 남 고문하는 취미는 없거든.”
“그래? 처음 알았네. 하긴 고문 좋아하는 건 ‘여섯 손가락’ 같은 애들이던가.”
“같은 범죄자라고 해도 급이란 게 있지. 그 새끼들은 단순한 쾌락 살인마에 불과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타이론이나 유우토는 미쳐도 단단히 미친 새끼들이니까.”
류지환이 한쪽 입술을 비틀며 그들의 이름을 거론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IZIZ에 영입하려고 접선을 한 적이 있었나 봐?”
“한 번씩은 다 있지. 그런데 우리도 아무나 받아들이진 않거든. 통제가 안 되는 것들은 사양이지.”
“이상하네. IZIZ의 목표와 딱 어울리는 놈들인 것 같은데.”
“뭘 모르네, 이 테니스공 대가리가. IZIZ의 목표가 뭔 줄은 알고 떠드는 거야?”
“테러리스트니까··· 다 부수는 거 아니야?”
“그럼 〈판데모니엄〉의 목적은?”
“우리는 마왕의 세계 통치지.”
류지환은 크롤을 바라보다가 다 피운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비벼 껐다.
“잘 들어. IZIZ의 목표는 정제된 혼돈이다.”
“그게 뭔데?”
“마족이건 인간이건 모든 시스템을 다 무너트리는 거지. 그리고 처음부터 새로 만들 거다.”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그래. 전부.”
“···그러냐.”
그 같은 마음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크롤은 잘 알고 있었다.
“야, 쟤 죽었다. 감옥 해제해.”
“그래, 알았다.”
츄프켓의 시신에 가까이 다가간 류지환은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손으로 눈꺼풀을 쓸어 감겨 주었다.
그리곤 혀를 차더니 시신의 옷을 뒤져 손바닥만 한 아이템을 찾았다.
아이템은 일종의 펜던트로 보였고, 아프리카의 한 부족이 대대로 지키고 있던 유물답게 엄청난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흠. 영감탱이가 준 리스트에 있던 것과 비교하면··· 맞네.”
홀로그램을 띄워 리스트에서 그림과 비교해 보던 류지환은 일치하는 아티팩트가 나오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데 이게 뭘까?”
그때 크롤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물었다.
“···넌 박사한테 들어서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니. 이번에는 나도 못 들었는데. 류지환, 넌 알아?”
“나야 씨발, 당연히 모르지.”
확실히 류지환도 의문이 들긴 했다.
공격용 아티팩트라면 전쟁을 대비한다는 명분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는데, 문제는 그들이 훔친 아티팩트 중 그 어느 것 하나 공격에 관한 아이템은 없었단 점이었다.
심지어 그 용도나 사용법마저 소유주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대체 이 아티팩트의 목적이 무엇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새끼들 죽이지 말고 물어나 볼걸.”
“난 네가 일부러 나한테 말을 안 해 주는 줄 알았지.”
“아 염병···. 대체 뭐길래 〈판데모니엄〉 3위계한테도 말을 안 해 주고 심부름을 시키는 거야, 이 씨발 영감탱이가.”
류지환이 인상을 와락 구긴 채 아티팩트 리스트를 다시 한번 훑어 내려갔다.
***
미국 메릴랜드주.
공항에 도착한 시우 일행은 마력 검문소에서 더 엄중한 짐 검사를 받았다.
마법 공학 방위 산업체의 최선두 기업인 록히드 마틴사를 방문하기 위해 온 만큼 챙겨 온 아이템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예 록히드 마틴사에서 나온 연구원들이 한태치의 짐을 함께 검사하는 상황.
“시간이 꽤 걸리겠군요.”
루안이 조금은 노골적으로 따분하단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볼일 있으면 따로 행동해도 돼.”
“그런 게 있겠습니까. 사매가 올 때 기념품 좀 사다 달라고 하더군요. 요즘 자기만 빼고 다니는 것 같다면서.”
“하긴. 깡화 데리고 다닌 지 오래되긴 한 것 같네. 그렇다고 다른 길드의 길드장을 함부로 데리고 다닐 수도 없잖아. 너나 한태치는 [광견] 소속이니까 그런 거고.”
【으··· 광견이고 나발이고 멀미 때문에 죽는 것이다···.】
시우의 어깨 위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온 프레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멀미가 아니라 숙취라고 하는 거다. 이 밥통아.”
시우가 한심하다는 말투로 프레를 나무랐다.
【저 여자는 악마인 것이다··· 분명 같이 마셨는데··· 왜 저 여자는 멀쩡··· 우읍!!】
“야! 너 어깨 위에다 토하면 죽어?!”
시우는 프레를 잡고 화장실로 뛰어가 거꾸로 쥐고 그를 탈탈 털었다.
프레의 입에서 물방울이 뚝뚝뚝 변기로 떨어져 내렸다.
【으에에에엑!!】
“다 쏟았냐?”
【어지러워 죽는···.】
시우는 해롱거리는 프레의 몸을 잡아 못난이 인형을 갖고 놀듯이 꾹꾹 쥐었다 피며 남아 있는 것들을 다 토해 내게 했다.
【꾸아아앙!!】
“아 드러···.”
그리곤 세면대에서 행주 빨듯이 프레를 빨아서 페이퍼 타월로 물기를 꾹 짠 다음에 어깨 위에 잘 펴서 데리고 나왔다.
특별 입국 수속을 마친 나미르가 시우에게 다가오더니 화사하게 웃었다.
“주인님, 짐 검사가 다 끝났다고 해요. 그런데 어깨 위에 그 걸레는 무엇인가요?”
“이거? 프레야.”
“아, 프레 님이군요. 덕분에 비행기 안에서 오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갈 때 또 마시기로 해요, 우리.”
【······.】
나미르가 프레를 톡 건드리며 말했지만, 프레는 기절한 것인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때 일련의 무리가 시우에게 다가오더니 아주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민시우 헌터님. 미리 연락을 주셨으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전부 생략해 드렸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이자 마법 공학부 최고 연구원인 하워드 굿맨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하워드라고 불러 주십시오.”
“안녕하세요, 민시우라고 합니다. 절차를 간소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워드 굿맨은 중년의 남자로 통통한 외형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
시우 일행은 하워드를 따라 곧장 본사로 방문했다.
마법 공학을 활용한 1등 방위 산업체답게 본사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4중, 5중 이상의 철통같은 보안과 경비는 물론이고 방대한 연구소의 크기와 연구 인력 및 최첨단 장비들은 마치 미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할 정도였다.
특히 한태치는 천국에 온 사람처럼 황홀경에 젖은 얼굴로 연구소를 둘러보았다.
“이쪽으로 오시죠.”
하워드는 연구소 내부의 한 실험 공간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아이템에 대한 설명은 공항 마력 검색을 도우러 갔던 직원들한테서 대강 들었습니다. 마기 원소에 반응하는 아이템이라고요?”
“맞습니다. 혹시 시범을 보여도 될까요?”
“네, 물론이죠. 하지만 저희 쪽에는 보유한 마기가 없어서··· 가지고 계신 게 있나요?”
“네, 그럼요.”
한태치가 건넨 아이템을 받아 든 시우는 나미르에게 슬쩍 눈짓했다.
“주인님의 명이시라면.”
그녀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뻗어 나간 마기가 실험실의 중앙에서 번쩍거리며 검은 불꽃을 일으킨다.
시우는 아이템에 마력을 불어넣더니 그녀의 검은 마기가 뭉쳐진 곳으로 집어 던졌다.
파지지지지지직!!
마기에 닿은 아이템이 격한 반응을 일으키며 마력이 전격으로 뒤바뀌었다.
“이거는···?!”
하워드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단순히 마기에 반응해 마력이 다른 원소 마법으로 변환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마법이 마기를 몰아내고 있었기 때문.
“일반적으로 마력은 마기의 하위 호환이라고 알려져 있죠.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아이템은 마기를 일정량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일도 합니다. 하위 호환을 넘어 상위 호환까지는 안 되지만, 적어도 ‘상쇄’는 할 수 있다는 소리죠.”
“대단합니다···. 혹시 마법 회로를 볼 수 있을까요?!”
사실 하워드의 이 같은 요구는 조금 무리한 것이었다.
다른 발명품으로 따지자면 설계도를 보자는 것과도 같은 요구였으니.
하지만 시우는 하워드의 눈빛에서 한태치와 같은 ‘연구 덕후’의 성질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요구에 어렵지 않게 응할 수 있었지만 그 전에 한태치에게 눈짓을 보내 그의 의사를 물었다.
한태치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시우가 개량하고 발전시킨 공동 창작물이었으니 그의 동의가 필요한 건 당연지사.
한태치는 시우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시우 역시도 하워드에게 봐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게다가 시우는 하워드가 마법 회로를 훔쳐 록히드 마틴의 발명품으로 만들 거란 의심을 품지 않았다.
세계 랭킹 0위인 헌터의 발명품을 날름 낚아채서 자기들이 발표한다?
모르긴 몰라도 죽음 이상을 각오해야만 하는 미친 짓이었다.
소식을 들은 최고 등급 연구원들마저 몰려들어 실험실 안은 꽤 북적거렸다.
그들은 커다란 벽을 통째로 채운 어마어마한 마법 회로를 보며 한태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자기들끼리 이미 무기에 관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런 술식에는 아무래도 총기류가 낫지!”
“이 무식한 화기 덕후 새끼! 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 레이저 대신에 총이 웬 말이냐!”
“로봇의, 의, 의수··· 로봇의, 의, 의족···.”
“로봇에 미친놈, 또 지랄이네! 멀쩡한 사람 팔다리를 왜 자꾸 기계로 바꾸려고 난리야!”
시우는 일이 잘 풀린 것 같은 느낌에 그들을 보며 씩 웃음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