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55
259화〉
미스틸 테인
시간은 조금 거슬러 진도화와 타이론의 습격이 일어나기 1시간 전.
“미행하기 더럽게 까다로운 상대네요. 중간에 들킬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요. 이거 보스한테 위험 수당이라도 더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그 입 좀 다물어, 갈시량.”
“이예엡.”
크로우가 나직한 목소리로 꾸짖자 갈시량이 민망한 얼굴로 대꾸했다.
“단장. 그런데 이쪽에서 가지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실하지는 않지 않습니까. 조금 불안하긴 합니다만.”
“괜찮아, 칼레오. 의뢰인 쪽에서도 알아본 적 있는데 이쪽에서 소유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했었어.”
“그렇습니까. 어느 쪽이든 힘든 상대긴 하지만··· 무섭군요,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존재라는 것은.”
칼레오는 산맥 중턱에 자리한 고성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현재 IZIZ 멤버들은 의뢰를 받아 한 인물을 미행하는 중이었다.
미행 상대는 〈흑천락〉의 수장이자 ‘칠흑의 마녀’인 바바 야가.
지금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고성이 바바 야가의 숨겨진 아지트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지트라기보다는 바바 야가의 개인 실험실이나 주술 연구소라고 보는 게 맞겠지만 말이다.
“누가 〈판데모니엄〉 아니랄까 봐 마계 근처에다가 아지트를 구해 놨네. 안 그래도 상위 격이라서 미행하느라 힘들어 죽을 뻔했는데, 장소마저도 거지 같은 곳이야.”
“으아~ 갈시량은 말이 너무 많아.”
“호저. 너도 나중에 결혼하려면 나 같은 남자를 만나야 해. 지금은 과묵한 남자가 좋은 것 같지? 천만의 말씀이다. 화가 났는지, 기분이 나쁜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표현을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 비카타울, 네 얘기하는 건 아니야.”
“······.”
비카타울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평소처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들 준비됐지?”
“단장. 차라리 바바 야가가 자리를 비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물건만 가지고 나오는 게 어떻습니까?”
칼레오의 질문에 크로우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조금 있으면 의뢰인이 약속한 시각에 다다르거든. 그리고 성에 주인이 자리를 비우면 보안이 강화되는 주술이 걸려 있을지도 몰라. 우리에게 시간이 없어.”
“하긴··· 그렇군요. 지금이 아니면 또 바바 야가가 다시 아지트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때가 되면 우리 의뢰인은 이미 죽고 없을 수도 있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멤버를 일별했다.
“살아서 보자.”
IZIZ 멤버들은 크로우의 명령에 흰 가면을 쓴 채 성의 내부로 돌입했다.
***
“후후후. 손님이 왔네.”
의자에 앉아서 마도서를 읽던 바바 야가가 허공에 떠오른 경보 술식을 보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미행을 열심히 하길래 그냥 놔뒀더니···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나.”
그녀는 CCTV 너머로 보이는 흰색 로브에 흰색 가면을 쓴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판데모니엄〉에도 적대적이고, 인간들에게도 적대적인 기이한 조직.
“한번 느긋하게 차라도 마시면서 담소라도 나누고 싶지만, 후후후. 아무래도 무리겠지?”
바바 야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금고에 자신의 마력을 불어넣어 비밀 통로의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어두운 적막을 깬다.
– 크르르르.
– 캬, 캬, 캬.
촤르르르륵. 철컹.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뭔가 많은 것이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사람이 아닌 생물의 호흡 같은 것이 느껴진다.
바바 야가의 붉은 안광이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난다.
그녀가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입에 머금었다.
그리고 그것을 후ㅡ 불어 내자 초록색 연기로 이루어진 술식이 허공에 구축되며 그녀의 주술을 사방에 퍼뜨렸다.
“자, 얘들아. 손님이 오셨으니까 마중 좀 나가 줄래?”
바바 야가의 달콤한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수많은 ‘것’들이 사방으로 쏟아져 어둠 너머로 향했다.
“후후후. 명색이 ‘칠흑의 마녀’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가만히 당해 줄 수는 없잖아요.”
***
우커신은 상대가 내뿜는 밑도 끝도 없는 기세에 짓눌러지는 것 같았다.
그 또한 아시아의 암흑가를 섭렵했었고, 전 세계 초하이 랭커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실력자였는데.
‘미스틸 테인’이라는 천외천의 존재는 우커신의 상식을 벗어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크흐읍···!!”
“내가 요즘 심기가 무척 더러워. 그것도 아주 더러워. 얼마 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사람도 없지.”
키드는 새까맣고 기다란 가죽 재킷에 챙 넓은 모자, 가죽 부츠를 신은 채 복도를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에게선 매캐한 화약 냄새와 독한 담배 냄새가 뒤얽혀 끔찍한 향이 풍겼다.
“멕시코 좋아해? 난 아주 좋아해. 텍사스와 비슷한 날씨에다가 분위기도 비슷하거든. 그 건조함이 매력적인 곳이지.”
키드가 볼에 난 수염을 매만지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데 거기서 운영하던 모든 작업장이 초토화됐어. 낄낄낄. 믿어져? 과장이 아니라 정말 초토화가 됐다고. 그것도 한 사람 때문에 말이지.”
“···SSS급 헌터···?”
“빙고!”
키드가 손가락을 딱, 튕기더니 집게손가락으로 우커신을 가리켰다.
“아, 성질 같으면 찾아가서 대가리에 총알을 수십 발 박아 넣고 싶은데. ‘미스틸 테인’의 입장상 주목받는 헌터에게 손대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ㅡ 다음 기회에 죽이리라 다짐했지.”
“그렇다면··· 당신도 혹시··· 〈판데모니엄〉인가?”
현재 랭커들을 적극적으로 죽이려는 진영은 인류와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판데모니엄〉밖에 없었다.
‘여섯 손가락’이라고 해도 〈판데모니엄〉의 모든 조직원, 특히 1위계를 아는 게 아니었기에 우커신은 상대가 〈판데모니엄〉일 것이라 추측한 것이다.
하지만 키드는 그의 추측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입꼬리를 길게 찢으며 비웃었다.
“낄낄낄. 웃기고 있군. 나쁜 놈들은 전부 〈판데모니엄〉의 아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
“······.”
“나는 그냥 나다. 나는 ‘악당’으로서 살고 싶은 것뿐이야. 그리고 너는 내 성에 침입해서 말썽을 피운 불청객인 거고.”
우커신은 상대의 표정에서 많은 것을 읽어 낼 순 없었다.
잘 웃고 다채로운 표정을 보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전부 계산적이고 위장된 모습.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구룡채성의 현 주인이자 전 세계 암흑가의 왕인 ‘크립’은 지금 우커신의 횡포를 매우 불쾌해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해 곧 그를 죽일 것임을.
“크윽···!!”
우커신은 판단을 끝마친 즉시 단전에서 모든 마력을 끌어 올려 전신에 순환시켰다.
몇 시간 동안 도끼를 휘둘러 사람들을 토막 낸 자의 기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격이 사위를 아울렀다.
“이야ㅡ 아시아 뒷세계를 주름잡던 자라더니, 허세가 아니었네.”
“아무리 ‘미스틸 테인’이라 할지라도 내 목은 그렇게 쉽게 내어 주지 않는다!”
우커신이 포효하듯 외치며 날쌘 맹수처럼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단숨에 들이닥치는 신형에서 폭발적인 힘이 느껴진다.
키드는 짧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렇다면 실력 좀 볼까?”
그는 오른손에 리볼버 한 자루를 구현하더니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6연발을 발사했다.
우커신은 번개와 같은 반사 신경을 발휘해 날아오는 총알을 도끼로 쳐 냈다.
팅ㅡ! 터ㅡ엉! 퍼ㅡㅡㅡㅡ엉!!
그런데 첫 탄환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두 번째 탄환은 둔탁하게 느껴지더니, 세 번째 탄환에 이르러선 마치 폭탄이라도 쳐 내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묵직했다.
게다가 세 번째 탄환을 쳐 낸 도끼날이 터져 버린 것을 보면 절대 일반적인 총알이 아니었다.
‘크윽ㅡ! 막아 내는 게 아니라 피해야 한다!’
우커신은 그다음에 이어지는 총알을 피해 낸 다음 키드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키드는 자신에게 치닫는 도끼날을 보면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음, 피하면 안 되지.”
그제야 우커신은 이 총격 자체가 그의 스킬이란 것을 깨달았다.
“빌어먹을!!”
우커신이 뒤돌아본 순간 되돌아온 총알이 그의 눈앞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그는 도끼에 마력을 듬뿍 실어 총알을 향해 휘둘렀다.
꽈ㅡㅡㅡㅡㅡㅡㅡㅡ앙!!
“크아아아아아악!!”
한쪽 팔이 통째로 날아간 우커신이 바닥에 쓰러졌다.
“내 총알은 뒤로 갈수록 파괴력이 두 배씩 늘어나거든. 첫 탄환에 내 마력을 얼마만큼 담았나에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탄환의 파괴력도 달라지지.”
“끄으으으윽···!”
“그리고 아직 너한테는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총알이 도착 안 한 것 같은데?”
우커신의 눈이 크게 떠졌고, 바로 그 순간 한 발의 총알이 그의 미간을 꿰뚫고 지났다.
털썩.
“낄낄낄. 미안하지만 그건 보통 마력탄이었어.”
키드가 죽은 우커신의 시체를 보며 모자챙을 고쳐 썼다.
“보스. 시체들은 어떻게 할까요?”
그때 구룡채성의 간부들이 다가와 그에게 인사하며 물었다.
“뭘 어떻게 해. 피 한 방울까지 아껴서 팔아야지. 각성자 장기는 비싸게 받으니까 살살 다뤄라. 일부러 내장 안 다치게 죽인 거니까.”
“예, 보스.”
“약은 요즘 어떻게 팔고 있냐?”
“아직까지도 ‘룩스’가 제일 잘 나가고 있습니다.”
“쯧. 직접 제조해서 팔려고 해도 똑같은 게 만들어지질 않으니.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직도 못 찾아냈어?”
“상대도 여간내기가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키드가 볼에 난 수염을 쓸어내리며 부츠로 땅을 쿵쿵 굴렀다.
뒷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일 중에 자신이 알아내지 못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가 ‘둘 중 하나’만 아니라면 말이다.
‘〈판데모니엄〉에서 만들었거나, 아니면 미스틸 테인 중 하나가 만들었을 수도 있겠군.’
“어떻게 할까요, 보스?”
“일단은 약 받아서 팔기만 해.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알아본다.”
***
타이론은 〈판데모니엄〉과 거래를 했었다.
만약 자신이 누군가의 손에 죽게 된다면, 단순히 죽임당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마저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대신에 그는 ‘마나의 맹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그 대가로 〈판데모니엄〉의 실험 대상이 되었다.
시우의 주먹으로 타이론의 목숨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꺼졌다.
본래라면 사그라졌을 생명이지만, 그의 소망대로 등불엔 다시 불이 타올랐다.
이전과는 다른 새까만 불로.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우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재빨리 마력 실드를 펼치고 몸을 뒤로 날렸다.
분명 터져 죽었을 타이론의 몸뚱어리가 한곳으로 모여들더니 그 주위로 수십 개의 마법진이 연달아 떠올랐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모두 하나같이 어둠의 마법을 근간으로 하는 위험한 주술들.
놈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마력과 마기가 휘몰아치며 묵색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치더니 건물을 층층이 박살 내기 시작했다.
콰과가가가가가가가가!!
“별 지랄을 다하는군.”
시우가 손을 앞으로 내뻗어 술식을 구현했다.
수백 개의 기호와 문자가 정렬하며 마법진을 이루고, 곧이어 푸른 섬전과 함께 거센 칼바람이 묵색 회오리를 향해 진격했다.
그들이 있는 층의 모든 것이 빨려 나가고 바람과 마력파에 휘말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놈을 몰아내려는 찰나, 묵색 바람이 한곳으로 순식간에 모여들더니 뿔 달린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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