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5
269화〉
프로페테스
시우는 헌터 튜브에 생 제르맹의 영상을 올렸다.
그의 실험실에 있던 수많은 시체와 그가 벌인 난잡한 기행, 마지막에 마기를 사용해 시체를 일으켜 시우에게 덤벼들게 하는 모습까지.
영상은 삽시간에 엄청난 화제를 끌어모았고, 사람들은 ‘미스틸 테인’의 변절과 그의 괴이한 모습에 큰 관심을 보였다.
– ㅆㅂ 백작 눈깔 돌아간 거 보소 예전부터 정상이 아닌 것 같더라
– 솔까 미스틸 중에 젤 존재감 없지 않았냐?
– 개쌉 오타쿠짘ㅋㅋㅋㅋ
– 와 근데 마지막에 뽕 맞고 모습 변하는 거 ㄹㅇ 지린다
– 미친 SSS급이랑 맞다이를 뜨네 그 누가 더 대단한 거지??
– 먼저 쫄아서 튄 새끼가 진 거 아님?
– ssaume joggachi hane
거기다가 HMCS 특급 요원 및 전 세계 랭킹 0위로서 모든 하이 랭커에게 생 제르맹에 대한 수배 안내서를 날리고, 국제 헌터 협회와 각국의 모든 길드에게도 협조 요청을 보냈다.
전 ‘미스틸 테인’인 그를 생포하거나 죽이라는 것도 아니고, 목격하면 바로 HMCS로 연락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생 제르맹이 맨얼굴을 드러내고 다닐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단순 목격 신고도 포상금이 두둑했기에, 빈민가에서조차 몸을 숨기는 게 녹록지 않을 터.
시우의 예상으로는 또 다른 〈판데모니엄〉의 실험실로 갔거나, 아니면 마계로 넘어갔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생 제르맹을 찾는 일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제보나 신고로 찾으면 좋겠지만, ‘미스틸 테인’씩이나 됐었던 사람이 그렇게 쉽게 꼬리를 밟히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강경책을 사용한 건 일종의 경고였다.
〈판데모니엄〉에 협력한 자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
하물며 그자가 현재 헌터들의 정점이자 우상인 ‘미스틸 테인’이라 할지라도 용서하지 않겠다, 는 살벌한 메시지.
물론 어느 정도는 멀린이나 바바 야가에게 던진 선전 포고 측면도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1위계로서 활동하는 데에 큰 제약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헌터가 떠받드는 ‘미스틸 테인’으로서만 지내왔을 것이나, 그 ‘미스틸 테인’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 SSS급 랭커가 마음먹고 패악질을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 줄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밑밥도 미리 뿌려 두었다.
“자, 어떻게 나오나 봅시다.”
시우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으앗! 너 지금 웃는 거 악당 같은 것이다!】
“······.”
【완전 흑막 그 자체인 것이다!】
“···좀 닥쳐.”
***
천외천의 존재가 모인 부유섬, ‘프로페테스’.
그곳에 수년 만에 새로운 ‘미스틸 테인’이 입도했다.
모든 ‘미스틸 테인’의 멤버가 그의 입도를 축하할 겸 회의를 하기 위해 공동 휴게소에 모였다.
“다들 최대수의 얼굴은 알 거라고 믿네. 아주 오랫동안 최상위 랭커에 올랐었고, 얼마 전까진 한국의 대통령을 역임했었지.”
가장 연장자이자 주로 회의를 이끄는 멀린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최대수. 아니 이제는 ‘야차’라고 불러야 하겠습니다.”
옆에 앉은 이자나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도 오랜만이신 거예요. 무척 반가우신 거예요.”
무표정한 얼굴로 테이블에 머리를 기댄 여자가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중국의 ‘구려지왕 치우’였다.
“나도 반갑다. 이자나미, 치우. 둘 다 오랜만이군.”
최대수가 불이 붙지 않은 시가를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든든한 자가 새 동료로 들어왔도다.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군.”
미국의 ‘성난 말’이 팔짱을 낀 채 최대수를 보며 눈빛을 빛냈다.
이 중에서 과거에 한두 번 정도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이 ‘미스틸 테인’으로 승급하기 전에 헌터로서 활동하던 시절에 말이다.
이자나미나 치우, ‘성난 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에이. 나는 민시우가 오는 게 더 좋았는데.”
그때 테이블에 벌렁 엎드린 간다르바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뾰로통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어머나, 우리 간다르바가 민시우에게 완전히 빠졌네.”
바바 야가가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민시우가 더 강하고, 더 재밌어. 저 아저씨는 재미없어···.”
“낄낄낄. 최대수를 아저씨라고 표현하다니, 웃기는군.”
옆에서 듣고 있던 키드가 간다르바의 말이 재밌었는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미안하군, 민시우 대신 내가 와서. 하지만 민시우 놈은 어딘가에 묶여 있는 걸 싫어한다.’
“어머, 그래요? 그런데 지금 HMCS에 묶여 있지 않나요? 거기나 ‘미스틸 테인’이나 비슷할 것 같은데.”
바바 야가가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HMCS에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럴 거다. ‘미스틸 테인’에 들어오면 할 수 없는 일도 있거든.”
“그게 무슨 일인데요?”
“가령··· 〈판데모니엄〉에 넘어간 배신자를 처단하는 일 같은 거지.”
최대수가 입을 여는 순간 휴게실 테이블에 싸한 분위기가 퍼졌다.
아무래도 ‘미스틸 테인’ 내에서 〈판데모니엄〉에 붙은 배신자가 나온 것이 그들로서도 큰 치부인 것 같았다.
“본래라면 13명이 모여야 하지만, 알다시피 한 명이 빠졌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멀린이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마 이 내부에 그런 자가 있을 줄은 몰랐네. 진작 알았으면 우리 선에서 처리했을 것을.”
“본래부터 이상하고 섬뜩한 자였소. 사특한 기운이 있다고 조상신이 내게 속삭이셨지.”
케냐의 키플라갓이 목에 건 목걸이 중 하나를 귀에 대고는 읊조렸다.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우리 이미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거 알아? 그 덕분에 민시운지 뭔지 하는 놈은 인기 좋더라.”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그리스의 케르베로스가 투덜대듯이 말했다.
사실 ‘미스틸 테인’의 인기는 언제나 꾸준히 높은 편이었다.
인류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아예 국적마저도 분리해 그들만의 섬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 주고 지내게 해 줄 정도니,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그들에 대한 불만도 함께 쌓여 있었다.
‘미스틸 테인’이라는 화려한 직책은 걸어 놓고 정작 별다른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부유섬이라는 큰 혜택 안에서 사는 모습이 많은 사람에게 불만이었던 것.
그러던 찰나 이번 생 제르맹 사건이 생각 이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만 것이다.
인터넷은 여론을 따라 쉽게 좌지우지되는 공간.
평소 ‘미스틸 테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 이때다 싶어 성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 의견에 하나둘 동조해 나가며 지금은 ‘미스틸 테인’에 대한 호감도가 바닥을 찍고 있었다.
“와~ 우리 시우가 인기가 좋아?!”
“얼씨구~? 간다르바, 민시우랑 사귀냐?”
“우, 웃기지 마! 사귀긴 누, 누가 사귄다고!”
간다르바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케르베로스에게 버럭 소리쳤다.
케르베로스의 말처럼 ‘미스틸 테인’의 신뢰도와 인기가 떨어진 대신, 시우의 인기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최초의 SSS급 랭커이면서 동시에 현 세계 랭킹 0위인 데다가, HMCS 특급 요원이라는 위치가 사람들에게 큰 지지를 불러일으킨 것 같았다.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소. 단순한 인기나 인지도 때문이 아니라, 이건 우리의 수치요.”
키플라갓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에요. 우리는 대책이 필요한 것이에요.”
치우도 손을 들더니 나른한 목소리로 호응했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뚜렷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히ㅡ 우리가 생 제르맹이랑 다른 〈판데모니엄〉 1위계를 잡으면 되지 않을까?”
그때 로키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방법인 것 같군. ‘미스틸 테인’이 너무 문제들을 방관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입도하기 전까진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이참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게 어떤가.”
최대수가 로키의 말을 이어받으며 의견을 덧대었다.
“우와! 나는 찬성! 그 빌어먹을 사이코 새끼, 직접 잡아다가 반 죽여 놔야지!”
뒤이어 간다르바도 로키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지며 회의장의 분위기가 급속도로 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시우가 미리 설계한 덫이었다.
로
키와 최대수, 간다르바에게 이런 흐름으로 대화하도록 사전에 부탁한 것이다.
“낄낄낄. 나쁘지 않은 것 같군. 나도 찬성이야.”
“괜찮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뿌린 씨앗이라면 우리가 거두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판데모니엄〉 1위계는 무엇입니까?”
이자나미가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군. 위계는 〈판데모니엄〉 내의 계급이다. 생 제르맹이 1위계로 그 안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었지. 그리고 생 제르맹 말고 몇 명 더 1위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최대수가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1위계도 생 제르맹만큼이나 강하겠습니다?”
“아, 듣기로는 나머지도 ‘미스틸 테인’이라고 하더군.”
그 순간 섬뜩하리만치 날 선 기류가 테이블을 넘어 부유섬 전체에 짙게 깔렸다.
최대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앞에 놓인 커피를 들고 차분히 마셨다.
“그 이야기는 그냥 듣고 넘길 수 없어냥~.”
이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이집트의 아누비스가 최대수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왜지?”
“우리를 무시하는 발언이니까냥~.”
“그게 왜 무시하는 발언이지?”
“마치 우리가 모두 배신자인 것처럼ㅡ”
“그렇다면 너희 ‘미스틸 테인’은 〈판데모니엄〉에 맞서 얼마나 싸웠나?”
최대수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판데모니엄〉이 S급 게이트를 열었을 때 달려온 자가 있었나? 아니면 리버스 게이트를 열었을 때는? 아시아에 게이트 대란이 일어났을 때는? 랭커전에 습격이 일어났을 때는?”
최대수는 분노하거나 성내지 않았다.
따지는 것도 아니었다.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리고 〈판데모니엄〉의 1위계가 ‘미스틸 테인’으로 이루어졌다는 정보는 저 모든 사태 때마다 목숨을 걸고 〈판데모니엄〉과 싸운 민시우가 말해 준 정보다.”
그저 그들에게 조용히 상기시킬 뿐이었다.
최대수는 결국 참았던 시가에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휴게실에 피어올랐지만,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다시 묻지, 아누비스. 왜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그······.”
“이 알량한 테이블에 앉아서 국제 문제라 개입이 어렵다느니 어쩌느니 떠들기만 하고 그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주제에, 현장에서 발로 뛰며 얻은 정보를 무시하고 있는 건 자네라고 생각한다. 내 말이 틀렸나?”
아누비스는 한참의 침묵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수는 시가 연기를 허공에 내뿜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미스틸 테인’에게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 이 안에 〈판데모니엄〉 1위계가 있다. 우리는 생 제르맹을 포함해 그 1위계도 잡아야 한다. 동료를 의심하란 말이 아니다.”
“허허허. 이렇게 이간질을 시켜 놓고는 동료를 의심하지 말라고 한단 말인가?”
멀린이 엷은 조소를 머금은 채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그렇습니다. 동료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판데모니엄〉은 애초에 동료가 아니라 배신자 바퀴벌레니까요.”
최대수가 그를 노려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