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6
270화〉
프로페테스2
생 제르맹과 남은 〈판데모니엄〉 1위계를 ‘미스틸 테인’이 잡는단 주장에 모든 멤버가 찬성표를 던졌다.
외교와 중립성 이야기를 꺼내 문제를 흐지부지하게 만들려던 멀린조차 이 흐름에는 차마 반대할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먼저 자신이 운을 떼고 슬며시 흐름을 가져왔을 테지만, 이번에는 로키의 갑작스러운 제안과 다른 이들의 빠른 동의, 무엇보다 최대수가 ‘미스틸 테인’을 비판하며 〈판데모니엄〉과 싸우도록 자극한 게 컸다.
게다가.
“응? 멀린과 바바 야가는 당연히 동의할 거지?”
간다르바가 먼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멀린이랑 바바 야가는 갑자기 왜 들먹거리냥~?”
아누비스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사실 ‘전쟁 대응 팀’ 리더가 우리한테 미리 부탁했던 게 있었거든. 〈판데모니엄〉 1위계를 파악해 달라고.”
“간다르바의 리더면 민시우인 것이에요?”
“맞아 우리 시우 엄청 똑똑하지 않아?! 여기에 〈판데모니엄〉이 있다는 건 나한테 말해 주지 않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찾아내서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지!”
“얼씨구~ 너희들 간다르바가 이러는 거 전에 본 적 있냐? 이러다 곧 결혼한다고 하게 생겼다.”
“누, 누가 겨, 결혼을 한다고! 이 똥개 같은 게!!”
간다르바가 소파에 엎드려 있던 케르베로스를 덮치며 둘이 한동안 티격태격했다.
저런 가벼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멀린은 화제를 돌릴 수 없었다.
최대수와 몇몇 멤버가 대답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
“후우ㅡ 민시우가 먼저 부탁했었다면 대화가 더 빨리 진행되겠군요. 혹시 이의 있으십니까, 멀린?”
“···허허허. 그런 게 있을 리 있겠나. 생 제르맹이 〈판데모니엄〉인 걸 진작 알았다면, 민시우 헌터에게 일찌감치 보고했을 걸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안건은 모두 찬성하는 것으로 하죠.”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멀린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 공간 이동 포털을 통해 또 다른 망망대해 상공으로 이동했다.
그 무엇도 없이 오로지 끝없는 바다만 보이는 곳.
멀린은 스태프를 앞으로 겨눈 뒤 마력을 그러모아 사방에 내갈겼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ㅡ!!!
바닷물이 수십여 미터 이상 솟구치며 사방으로 물보라를 일으켰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멀린은 목에 핏대가 설 만큼 악다구니를 질렀다.
잔잔했던 바다는 거친 풍랑이라도 만난 것처럼 거세게 출렁였고, 파도가 수십, 수백여 미터 이상 높다랗게 솟구쳤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그는 자신의 마력이 거의 바닥을 보일 때까지 쉴 새 없이 바다에다 분풀이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몇십 분이나 있었을까.
“크으으··· 흐으··· 흐읍.”
멀린은 거친 호흡을 가다듬더니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후후후. 또 화풀이를 하다 오셨군요.”
어느새 와 있었는지 바바 야가가 테이블에 앉아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멀린은 다른 사람은 없는지 주위를 힐끔거렸다.
“저 혼자 들어왔어요.”
“어쩌자고 위험하게 혼자 찾아온 것인가. 안 그래도 오늘 회의 내용도 뒤숭숭한데.”
“어머. 그래도 감이 좋은 사람은 눈치챈 것 같던데요?”
“···누구 말인가?”
“글쎄요, 최대수라든가.”
그녀의 대답에 멀린은 지팡이를 바닥에 쾅 내려찍었다.
“그 빌어먹을 놈···! 진작 민시우와 함께 죽였어야 할 놈이거늘···! 너무 안일했어!”
“이번에는 여론이 너무 안 좋았어요. 핑계 댈 구실도 없었고.”
“민시우 그 자식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설마 우리가 1위계라는 걸··· 이미 다 알고 있는 건가?!”
“만약 그랬다면 최··· 그러니까 ‘야차’한테 다 말했겠죠. 그래서 야차가 눈치챈 것처럼 굴었던 걸 수도 있고요.”
바바 야가는 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이거 아무래도 준비를 서두르는 편이 좋겠구먼.”
“그런데 생 제르맹은 어디로 피신했어요?”
“본인이 숨겨 놓은 실험실 중 하나로 간 것 같네. 당분간은 절대 나오지 말라고 해야겠어. 자네도 몸조심하게나.”
“후후후. 네, 당신도요.”
바바 야가는 찻잔을 내려놓은 뒤 ‘프로페테스’ 안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멀린은 흔들의자에 앉아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생 제르맹의 신인류 프로젝트. 바바 야가의 룩스. 그리고 내가 준비하는 이계의 문···.’
그는 지팡이를 바닥에 툭툭 두드리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원래라면 저 세 가지를 같은 시기에 터뜨렸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를 맞추기가 어렵게 되었다.
‘미스틸 테인’이 서로를 감시하게 된 지금, 바바 야가와 그의 프로젝트가 같은 타이밍에 이루어 지는 건 더욱 불가능해짐은 물론 연구 자체가 미뤄지게 생긴 것이다.
‘아무래도 생 제르맹의 신인류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고 그 뒤에 연구를 진행해야겠어.’
멀린은 머릿속으로 민시우를 떠올리면서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해 보이리라 다짐했다.
***
악마들은 게이트에서 나타나기도 하지만 마계 근처나 마기가 짙은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보름달이 뜨는 밤 그들이 좋아하는 숫처녀의 피와 싱싱한 사슴의 심장, 그리고 겨울을 세 번 보낸 곰의 발바닥을 나무에 걸어 두면 악마가 찾아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캐나다 북부의 시골.
세차게 불어닥치는 바람과 어슴푸레하게 비치는 달빛 사이로 나무들이 힘겨운 소리를 내고 있다.
끼이익. 끼이익.
눈 덮인 시골의 밤은 춥다.
특히 그곳이 황량한 숲이라면 더더욱.
푸드드덕.
그때 거대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실루엣이 하늘에서부터 땅으로 내려왔다.
검은 뿔이 달린 악마였다.
『숫처녀의 피 냄새다.』
『사슴의 심장도 느껴져. 누군가 걸어 놨다.』
『우리에게 바치는 공물인가? 요즘 같은 때에 대단하다.』
그들은 새까만 안광을 한곳에 집중하며 긴장도 하지 않은 채 숲속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곰 발바닥이다. 겨울을 세 번 보냈다.』
『아아. 처녀의 피다. 침이 쏟아진다.』
악마들은 홀린 것처럼 먹을 것을 향해 다가가더니 나무에 걸린 것들을 하나하나 입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후루룩.
입가에 핏물이 흐르고 살점이 사방에 튀었다.
그들은 뒤에 누군가 나타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음식에 취해 있었다.
뒤에 나타난 남자는 메스로 그들의 경동맥을 빠르게 그었다.
촤ㅡㅡㅡㅡㅡ악!!
목을 지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주된 혈관인 경동맥이 끊기자 피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쿨럭!』
『어떤 놈이냐!」
악마는 목을 감싸 쥐며 뒤늦게서야 상대를 향해 경계 태세를 취했다.
“신께서 제게··· 필요한 실험체를 인도해 주셨군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생 제르맹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슬픈 눈물을 흘렸다.
『이 어리석고 하찮은 벌레가 감히 악마종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뼘 단위로 씹어서 삼켜 주마.』
그들에게서 무시무시한 마기와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숲이 파르르 떨고 땅에 쌓인 눈이 푹푹 꺼져 들어갔다.
그리고 악마들이 생 제르맹에게 돌진하려는 찰나,
『커허어어억!』
『우웨에에에에엑!』
갑자기 그들이 자리에 주저앉더니 새까만 피를 끊임없이 토해 냈다.
그냥 토하는 정도가 아니라 장기까지 딸려 올 기세로 쉴 새 없는 토혈을 하는 것.
“음식··· 맛있게 드시더군요···.”
생 제르맹이 악마를 향해 측은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금술을 하다 보면··· 육체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게 되죠···. 그리고 육체를 공부하면··· 약을 알게 되고··· 약을 알면··· 독을 알게 됩니다.”
그는 두 악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몇 번’ 실험해 봤는데, 마족이나 악마나··· 독이 듣는 건 비슷하더군요. 장기 구조는 다르지만··· 마기와 마력을 쓰는 부분이 비슷해서 그런 걸까요.”
생 제르맹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다시 메스를 그러쥐었다.
살기와는 결이 다른, 축축하고 끈적한 느낌의 기운이 악마들의 목덜미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제 실험체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은 훌륭한··· 신의 피조물로 거듭나실 겁니다.”
생 제르맹의 광기 어린 안광이 빛나며 광활한 숲속에 피비린내가 풍겼다.
***
시우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한국에 있는 헌터들을 데리고 수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대상은 S급 이상 전원과 추가로 황정구와 추하민, [광견 길드]의 헌터들이었다.
처음에 이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헌터들은 너무나 좋아했다.
SSS급 헌터의 가르침이었다.
이건 억만금을 주고도 감히 받을 수 없는 특혜 중의 특혜였다.
다만 루안, 강여화, 민시준은 밀려드는 불안감에 밤잠을 설쳤고, 수련장에 가면서도 어두운 낯빛을 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광견 길드] 특수 수련장.
도경후, 길리온, 한태치, 최강율, 최성일, 이예지를 비롯해 적귀, 볼크, 아술, 아밍, 시온, 황정구, 추하민이 모였다.
“크하하핫! 대한민국에서 이만한 사람을 모이게 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을 거다, 들개!”
“시끄러워. 서로 잘 아는 사이도 있을 테고, 잘 모르는 사이도 있을 테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오늘부터 개같이 구르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길 거니까.”
“···예?”
사람들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물론 몇 명은 불안이 확신이 되었기에 체념의 눈빛을 했지만.
“포기하고 싶으면 중간에 언제든지 가도 좋다. 대신에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내게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
“혹시 중간에 아, 아프거나 크게 다치면···?”
한태치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물었다.
“루안, 네가 대신 대답해 줘라.”
“···예전에 스승님과 겨루기를 하다가 뇌진탕이 오고, 늑골 8대가 부러지고, 장기 파열 및 척추가 손상된 적이 있었는데··· 스승님이 고쳐 주셨다.”
“헐···.”
“···그리고 바로 이어서 겨루기를 다시 진행했다.”
“허어어얼···.”
한태치는 겁이 아니라 절망 가득한 얼굴이 되어 시우를 바라보았다.
“들었지? 내가 가르칠 땐 아무도 안 죽고, 아무도 안 다쳐. 걱정 안 해도 돼.”
시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일단 기본 훈련은 이렇다. 각자에게 과제를 하나씩 내줄 거다. 그리고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나와 대련할 거고, 그동안 다른 사람들은 주어진 과제에 맞게 훈련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훈련 시간이 너무 길지 않겠습니까?”
최성일이 손을 들고 순진한 얼굴로 질문했다.
“훈련 시간을 얼마나 잡고 계시죠?”
“한 사람당 대련 시간을 15분씩만 잡아도··· 3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요.”
옆에 있던 이예지가 대신 시간을 계산해서 대답했다.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사람들을 일별한 뒤에 입을 열었다.
“아마 12분마다 대련 시간이 돌아올 겁니다. 한 사람당 1분씩 저와 싸운다고 보시면 됩니다.”
“예??”
“장담하건대, 그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실 겁니다. 전력을 다 쏟아 내지 않으면 죽습니다, 두 분.”
시우가 최성일과 이예지를 보며 말했고, 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과제를 하나씩 부여할 테니··· 모든 사람은 단전 열고 마력을 몸에 두릅니다. 실시.”
시우의 명령에 사람들이 단전을 개방한 뒤에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ㅡ!!!!
수련장에 새파란 마력이 거대한 물결처럼 가득 들어찼다.
시우는 한 사람씩 다가가 현재 부족한 부분을 말해 주고 필요한 과제를 내주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과제를 내준 다음, 시우는 가장 먼저 한 사람을 콕 집어 불렀다.
“최성일 헌터, 대련 시작하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