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68
272화〉
1분의 훈련2
음침하고 어두운 지하실.
한쪽 벽에 세워진 소너스 파베르의 과르네리 오마주 스피커에서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나왔다.
“흠~ 흠흠~ 흠~ 흠흠흠~ 흠~.”
남자는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정적인 선율에 맞춰 손을 움직였다.
메스가 휘둘러질 때마다 새까만 피부가 벗겨지고, 근육과 장기, 혈관, 뼈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흥미롭군, 흥미로워. 신이여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실험체를 제공해 주시다니···.”
생 제르맹 백작은 환희에 찬 눈으로 악마의 시체를 머 리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해부해 나갔다.
악마는 날개와 뿔이 달렸고, 다리가 솟과 동물처럼 관절이 반대로 되어 있으며, 발굽이 둘로 나뉘어 있는 특징이 있다.
눈은 산양이나 고양이, 늑대처럼 악마마다 제각각이고 뿔 개수와 모양, 날개의 모양도 저마다 다 다르다.
피부는 대체로 희거나 검거나 붉다.
장기의 모양이나 구조, 형태, 위치 또한 인간과 많이 달랐다.
특히 악마의 심장은 마기를 담아 두는 코어 역할을 하는 곳이었는데, 보통 인간의 심장보다 두 배 이상 크고 색깔도 새까맸다.
이번에 죽인 악마들은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숨을 거뒀기 때문에 마기가 온전한 상태라 그 색이 더욱 짙었다.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아주 아름답게 생긴 심장이야.”
생 제르맹은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심장을 얼굴에 비볐다.
마음 같아선 키스하듯이 게걸스럽게 물고 뜯고 빨고 싶었다.
밤새도록 심장에다 입을 맞추고 싶었다.
이건 수많은 종(種)의 몸을 갈라 본 경험으로써 그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찬란함이었다.
그는 심장에다 코를 박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타르처럼 걸쭉하게 농축된 마기가 비강을 타고 머릿속을 흔드는 기분이었다.
“흐아아아···.”
생 제르맹이 황홀경에 젖은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신이 더욱 선명해진 모습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손만 뻗으면 닿을 것처럼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말이다.
생 제르맹은 허공을 향해 천천히 손을 올렸다.
“미친 새끼. 또 지랄 염병을 하고 자빠졌군.”
그때 쇠를 긁는 듯이 걸걸한 목소리가 지하실의 어둠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이곳엔 무슨 일인가요, 박사.”
생 제르맹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대꾸했다.
조금 전까지 환희에 가득 차 있던 표정과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낮게 까라진 모습이었다.
“그렇게 대놓고 싫은 티 내지 마라, 백작. 나도 너랑 같은 공간 안에 있는 것 자체가 구역질 나고 싫으니까.”
“그렇다면 안 오면 되는 일 아닌가요···. 신께서도 당신이 오는걸···.”
“닥쳐! 나도 멀린의 명령이 아니었으면 오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네놈이랑 같이 연구하라고 하는데, 별 뾰족한 수가 없지 않냐!”
박사가 인상을 와락 구기며 소리치듯이 대꾸했다.
생 제르맹은 그의 그런 태도가 익숙한지 어깨를 으쓱하더니 피가 덕지덕지 묻은 입가를 소매로 닦으며 다시 해부를 이어 나갔다.
박사는 빈 테이블 위에다가 자신이 가져온 짐과 음식을 올려 두고 생 제르맹이 메스를 들고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수술대 위를 비추는 무영등 아래, 낯익은 것 같으면서도 낯선 무언가의 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구의 악마 시체.
“허······.”
박사는 할 말을 잃었다.
〈판데모니엄〉이 숭배하는 건 마왕이고 때문에 마왕이 거느리고 있는 마족도 어느 정도는 공경한다.
하지만 악마는 조금 애매한 위치였다.
그들은 마족이 아니었고, 엄밀히 말하면 마족과 동맹을 맺은 다른 종족이었다.
듣기로는 예전에 다른 종족에 맞서 싸울 때부터 함께 힘을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판데모니엄〉에게 악마는 마왕처럼 숭배의 대상은 아니지만, 적어도 존중의 대상이기는 했다.
“백작··· 설마 이 악마들 자네가 직접 죽인 건가?”
“맞습니다, 박사. 역시··· 한 번에 알아보시는군요.”
“암만 〈판데모니엄〉 1위계라고는 해도 그 정도가 지나치군. 신인류 프로젝트를 위해 악마를 죽여?!”
박사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생 제르맹을 보며 다그치듯 물었다.
하지만 생 제르맹은 그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상대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묻고 싶군요. 제게 연구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말라고 가르쳐 준 건··· 교수님, 당신입니다.”
“그 빌어먹을 주둥아리 다물어! 난 너 따위 제자 둔 적 없어!”
“아니요···. 난 당신한테 배웠습니다, 박사.”
박사가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생 제르맹을 노려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기세를 받아 냈다.
여전히 최고급 하이엔드 스피커에서는 바이올린 선율이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먼저 물러난 것은 의외로 박사였다.
그는 대놓고 혀를 차더니 생 제르맹이 해부한 악마의 몸을 찬찬히 관찰했다.
“신기하게 생기긴 했군. 설마 정말로 신인류 프로젝트 때문에 악마를 잡아다 죽인 건가?”
“뭐··· 그런 셈이죠···. 인간의 육신과 마기에 절여진 심장··· 악마의 피···. 그 밖에도 많이 필요하긴 한데, 역시 악마가 있으면··· 여러 문제가 해결되거든요.”
“나중에 발각되면 상위 악마들이 널 가만두지 않을 거다.”
박사가 경고의 의미로 말했다.
악마는 다수의 하위 악마와 소수의 상위 악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발록이나 오로바스, 그리고 지금 수술대 위에서 해부되고 있는 놈들이 하위 악마에 속했다.
그러나 상위 악마는 이런 놈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강했다.
마왕에게 비견할 만큼 강하다고 했으니, ‘미스틸 테인’급의 실력이라 할지라도 상위 악마에게는 견줄 수 없을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는 전 세계적으로 수배받고 있는 몸. 아마 이번 실험이··· 제 마지막 작전일 것이니까요.”
생 제르맹이 침착한 말투로 대꾸했다.
“그래, 나도 들었다. 민시우 놈이 단단히 벼르고 있다지? 그 개자식은 새파란 싹이었을 때 죽였어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 거물이 되어 버렸어.”
“강하더군요···. 제 실험체가 되어 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SSS급은 저보다 강한 것 같았습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멀린이나 바바 야가도 조심해야 하겠군. 인간으로 상대하지 못하면··· 마왕의 권속 중에서나 상대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크라켄이나 바블레너면 되겠지.”
박사는 옆에 있던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자신도 악마의 사체를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지적 호기심이 끓어올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왕의 권속이라면··· 가능하겠죠. 하지만 이번에 제가 신인류를 만들게 되면··· 그 신인류가 민시우를 죽이게 될 겁니다.”
“그렇게 자신 있나?”
“때마침 신께서 악마 둘에다가··· 시체도 둘을 준비해 주셨기에··· 실험 조건은 너무 좋습니다.”
“좋아. 나도 거들어 주지. 게이트 실험이 막바지긴 하지만, 이쪽 연구도 재밌어 보이는군.”
박사가 두꺼운 돋보기안경 너머로 주름진 미소를 지었다.
***
시우는 이번에 독일로 향했다.
한국을 제외하고 아는 헌터가 가장 많은 곳이 독일이었기 때문이다.
공항에 도착하자 반가운 얼굴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대, 오랜만에 보는군.”
라일라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라일라도 오랜만이네. 잘 지냈고?”
“그대 덕분에 잘 지냈다. 삼촌과 다른 사람들이 다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독일 최고의 길드인 [나흐트 길드]의 수련장이었다.
참고로 이 길드의 길드장은 베네딕트 악커만이었다.
수련장 안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우! 어서 오게, 이 친구!”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스 슈뢰더와 〈독일 헌터 협회〉 협회장 롤프 방겐하임이 그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네, 한스, 롤프.”
“으히힛! 이거 내 얼굴은 안 까먹었는지 모르겠네. 오랜만이야!”
“오래간만입니다, 민시우 헌터님.”
뒤이어 〈HMCS 독일 지부〉의 지부장 레오니 폰 빈터와 〈독일 헌터 협회〉의 부회장 필릭스 리히터가 인사했다.
레오니는 ‘베를린 국제 아티팩트 습격’ 사건 이후에 잠시 대면했던 사이였고, 필릭스는 한국에서 있었던 ‘강원 S급 게이트’ 때부터 봐 온 사이였다.
다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시우는 가장 시끄러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서부터 바보의 기운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 선~~~ 생~~~ 님~~~!!!”
【애~~ 제~~ 자~~ 야~~!!】
그리고 시우의 품 안에 있던 바보가 그 목소리에 화답하며 밖으로 나와 서로 얼싸안았다.
“대선생님!! 못 본 사이에 더욱 용맹해지셨습니다! 이 갑옷과 무기는 무엇입니까!!”
【내가 대마법사에서 대마검사로 전직했느니라! 저 좁밥도 나한테 검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역시 우리 대선생님!! 이 불초 제자도 대선생님께 검을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시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안정감이 드는 스스로가 조금 싫어졌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다들 알고 있지?”
“전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나.”
한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고,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코앞에 닥쳤지. 하지만 대다수는 위기의식조차 없다. 이번 생 제르맹의 배신으로 조금의 긴장이라도 느꼈으면 싶은데, 뜻대로 안 되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여기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있습니다.”
롤프가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로 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시우는 그 말이 고마워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해 주면 고맙고. 아무튼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훈련밖에 없어서 시간이 되는대로 당신들을 가르치도록 할 거야.”
“으히힛! 세계 랭킹 0위가 가르쳐 준다면 우리야 영광이지!”
“저도 소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ㅡ!”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시우가 말한 훈련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말이다.
일단 ‘기초 트레이닝’을 위해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훈련 및 대련을 번갈아 진행하기로 했다.
시우에게는 이 훈련이 가장 기초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1 대 1로 맞춤형 상황을 설정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 된다.
우선 시우는 각 사람에게 훈련 내용을 알려 준 다음 제일 먼저 베네딕트를 불렀다.
“공격할래, 방어할래?”
시우가 물었다.
“음··· 둘 다 섞어 사용하긴 하지만, 비율로 따지면 방어가 더 높긴 하죠?”
“상대방 스킬을 무효화시키는 능력이니 사실 공격도 방어도 아니겠지만. 훈련이니 둘 중 하나라고 치자고.”
“예, 이해했습니다!”
“이제부터 내 스킬을 무효화시켜.”
시우가 마력을 그러모으며 술식을 구현하고 마법진을 구축했다.
곧바로 베네딕트가 스태프를 지휘봉처럼 휘두르더니 자신의 스킬을 펼쳐 시우의 마법을 마력 입자로 되돌렸다.
설명으로는 정말 간단하지만, 이 과정은 베네딕트에게 무척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내용들이었다.
상대가 펼친 스킬의 마력량을 계산하고, 구축한 마법진의 좌표를 특정 지어야 하며, 상대의 마법이 펼쳐지기 전에 자신의 스킬이 먼저 발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야말로 엄청난 계산과 속도를 요하는 작업.
“역시, 전장의 지휘자답군.”
“감사합니다, 소선생님!”
【우하하하! 역시 내 애제자인 것이다!】
“이제 50초 남았다.”
말을 마친 시우가 이번엔 양손에 술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더블 캐스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