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70
274화〉
생 제르맹
스무 명의 현상금 사냥꾼 헌터들이 한 건물을 앞에 두고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폐가와 다름없는 고층 건물.
“어이, 리더. 이곳에 진짜로 놈이 있는 거야?”
누군가 담배 연기를 기다랗게 내뿜으며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
리더라고 불린 남자는 텁수룩하게 자란 콧수염을 소매로 닦으며 코를 훌쩍였다.
“확실해. 그 돈만 밝히는 탐지 헌터 년이 여기라고 했으니까. 고작 이 장소 하나 알려 주고 1억 을 뜯어 갔어, 돈에 환장한 년 같으니라고.”
리더는 씨근덕대듯이 말하고는 건물을 노려봤다.
이 안에 타깃이 있다.
생 제르맹 백작.
그냥 발견해서 위치만 알려 줘도 상금이 짭짤했지만, 놈을 죽이거나 생포하면 그 액수는 몇 곱절이 뛰었다.
그러나 액수만큼 상대가 너무 위험했다.
단순한 범죄자라면 모를까, 전직 ‘미스틸 테인’을 상대로 객기를 부리고픈 생각은 그 누구에게도 없을 터.
따라서 평소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들을 전문적으로 잡는 사냥꾼 세 팀이 합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세 팀 중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사람이 리더를 하기로 하고, 현재 위치 파악이 끝난 건물 앞에서 완전 무장한 채 전부 모인 것이다.
“이 중에서 ‘미스틸 테인’이랑 싸워 본 사람은 없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리더가 물었다.
다들 어이가 없다는 듯 낄낄대며 웃었다.
“그랬으면 여기 있겠습니까? 대궐 같은 집에서 쭉쭉 빵빵한 미녀들이랑 살거나, 아니면 어디 이름도 없는 곳에 묻혀 있겠죠.”
팀원 중 누군가가 보드카를 쭉 들이켜더니 대꾸했다.
“그런데 생 제르맹 백작은 ‘미스틸 테인’ 중에서도 유명한 헌터는 아니지 않나? 보니까 업적도 거의 연구나 실험 쪽이던데.”
“나도 그렇게 들었어. 솔직히 간다르바나 케르베로스라면 애초에 시도조차 안 했을 텐데.”
“케르베로스보단 키플라갓이나 멀린이 더 강하지 않나?”
“이 새끼들, 빌리 더 키드 싸우는 거 못 봤냐? 그 새끼가 진짜 괴물이야.”
팀원들은 갑자기 어떤 ‘미스틸 테인’이 더 강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리더는 굳이 그 말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잠깐의 대화로 긴장을 녹일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이, 이제 일할 시간이다.”
시간을 확인한 리더가 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느덧 시간이 새벽 3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피곤해서 졸든지 잠깐 눈을 붙이든지 하고 있겠지.”
“낄낄. 상금 받으면 집이나 한 채 사야겠다.”
“나는 와이프가 애 유학 보내자고 난리야. 너네는 결혼하지 마라.”
“왜?”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이 새끼야!”
“쉿, 지하실로 들어간다.”
리더가 입술에 검지를 올리며 그들을 제지했다.
어두침침한 지하는 코를 찌르는 악취와 각종 약품 냄새로 가득해 머리가 깨질 것처럼 욱신거렸다.
‘이 씨발, 생 제르맹 미친 새끼 이건 그냥 썩은 내가 아니라··· 시체 썩는 냄새다. 대체 이 아래에서 뭔 짓을 하고 있던 거지.’
리더는 코를 킁킁거리다가 헛구역질을 참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현상금 사냥꾼으로 다년간 살아오면서 숱한 범죄자를 만나 왔고, 당연하게도 그 과정에서 시체도 여러 번 마주했다.
이 지독한 악취는 틀림없는 시취(屍臭)였다.
민시우가 올린 생 제르맹과 싸우는 영상에서 원래라면 수많은 시체도 드러나야 했지만, 헌터 튜브의 자체 검열로 시체가 모자이크 처리되었다.
그 때문에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생 제르맹이 어떤 실험을 하는 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하는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너무 어두웠다.
마력 감지를 펼치며 들어온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시우만큼 예민하고 정확한 감지 능력을 갖춘 건 아니라서 방향을 잡고 장애물을 피하는 정도였다.
‘이상하다? 들어오기 전까지 있던 마력 반응이 지금은 안 느껴진다. 분명 거대한 마력이었는데.’
리더는 마력 감지에서 생 제르맹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자 당황한 듯 자리에 서서 주춤거렸다.
그가 멈춰 서자 뒤따라오던 팀원들이 의아한 얼굴로 따라 멈춰 섰다.
드르륵.
그 순간 바퀴가 바닥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이 어둠 속에서 들리는 소리치고는 영 생뚱맞은 소음.
만약 이게 비명이거나 날붙이의 마찰음 같은 것이었다면 헌터들의 반응 또한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뜬금없는 바퀴 끄는 소리에 리더는 미간을 좁히고 어둠을 응시했다.
드르륵.
다시 다른 방향에서 소리가 들렸다.
리더가 고개를 휙 돌리며 그쪽으로 무기를 겨눴다.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흐른다.
이마와 등줄기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긴장으로 호흡이 가빠진다.
다른 팀원들 역시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무기를 겨눈 채 불안한 시선을 던졌다.
범죄자가 S급만 넘어가도 긴장되기 마련인데, 전직 ‘미스틸 테인’이니 그 초조와 염려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
드르륵.
그 순간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고, 가장 가까이 있던 팀원이 참지 못해 플래시를 켰다.
달칵.
원형의 빛이 어둠을 살라 먹은 곳.
옅은 회색 피부를 가진 남자가 링거 폴대에 링거를 주렁주렁 매단 채 그 안에 서 있었다.
그건 괴기스럽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했다.
“아···.”
플래시를 비춘 헌터가 탄식도 비명도 아닌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회색 피부를 가진 남자가 입을 크게 벌리더니 날카로운 이빨로 그의 목덜미를 덥석 베어 물었다.
푸슉ㅡ
마치 잘 익은 과일에서 과즙이 흘러넘치듯 피가 사방으로 튀고 플래시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빛이 사방을 어지럽게 비추었다.
“으, 으아아아아!”
“저게 뭐야! 저게 생 제르맹 맞아?!”
“리더! 씨발, 제대로 찾은 거 맞는 거야?”
“일단 다들 마력부터 둘러싸!!”
리더의 다급한 명령이 내려졌고, 헌터들은 끔찍한 충격 속에서 우선 살기 위해 마력 실드를 구축했다.
우적, 우적, 우적.
상상하고 싶지 않은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그들은 불빛이 비치지 않는 어둠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몽 같은 현실에 턱을 딱딱 부딪쳤다.
털썩.
바닥에 큼지막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놈이 ‘먹을 걸’ 먹고 나머지를 버린 모양이다.
“거, 겁먹지 마라! 어차피 생 제르맹은 한 명이고 우리는 스무 명이다! 분명 저것도 스킬로 변한 거거나 진도화처럼 환각 같은 걸 거야!”
리더가 다른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후후후.』
그때 전신을 옥죄는 듯한 웃음이 들려오더니 어마어마한 마기가 지하실 빼곡히 들어찼다.
단순히 강한 것이 아니라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짙고 탁한 농도.
사람들은 목을 틀어쥐며 눈을 홉뜨고 사위를 두리번거렸다.
이제는 썩은 시체 냄새나 엄청난 상금도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지고 말았다.
그저 이곳에서 무사히 나갔으면 하는 바람뿐.
『왜 다들 말이 없지?』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처럼 귓가에 어른거리는 목소리가 헌터들의 신경을 간질였다.
“히, 히이이이!!”
누군가 참지 못하고 허공에다 마력이 담긴 총을 난사했다.
투다다다다다!
푸ㅡㅡ욱!!
그런데 순간 회색 빛깔의 뾰족한 손날이 그의 배 속을 파고들더니 그를 공중으로 치켜들었다.
『아아아.』
회색 피부의 남자가 입을 벌린 채 고개를 들었다.
뚫린 배에서 피가 콸콸 쏟아지며 그의 입과 얼굴을 적셨다.
그건 마치 고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회색 피부는 급기야 수박을 통째로 먹듯이 아예 얼굴을 몸통에 파묻고 쩝쩝 소리를 내 가며 뜯어먹었다.
“씨발··· 이, 이건 꿈이야.”
누군가가 덜덜 떨더니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아, 아아··· 신이시여.”
그 순간 회색 피부의 남자가 움찔하더니 파묻었던 얼굴을 천천히 들고 그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당신도 신께서 내게 보낸 선물이군요.』
“네, 네??”
인간의 음성 같지 않은 깊고 낮은, 그러면서도 아득한 목소리에 헌터가 되물었다.
『신께서 제게 두 번째 삶을 주셨습니다. 당신도 그 일부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해 드릴게요.』
“자, 잠깐만요!”
와그작!
이윽고 지하실에서 광란의 피비린내가 동이 틀 때까지 피어올랐다.
“심장 이식은 잘된 것 같군. 연료가 필요한 시기에 때마침 이런 놈들도 와 줬고 말이야.”
박사가 피와 살점으로 흥건한 바닥을 지나치며 중얼거렸다.
“어떤가, 몸 상태는? 이 세상 유일한 반인반마가 된 소감이 궁금하군.”
생 제르맹은 피 칠갑이 된 나신의 상태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뜯어 먹는 중이었다.
『좋군요. 날아갈 것 같아요. 마치···.』
그는 손가락에 묻은 핏물을 입에 넣어 쪽 빨아 낸 다음에 말을 이었다.
『신에게 한 걸음 다가간 기분입니다.』
***
시우는 한스 슈뢰더와 1분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이전 독일 랭킹 1위에 오를 정도로 막강한 헌터였던 한스지만, 시우와 같은 급으로 논하기엔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는 대련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한스의 강격은 그야말로 한 방 한 방이 미사일과도 같아서 한번 내지르면 직선으로 길이 날 정도로 강했는데, 시우는 그 같은 강격을 중첩한 실드를 빠르게 회전시켜 파훼했다.
“하아악··· 하악···.”
한스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손으로 훔쳐 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단전이 고갈될 정도로 마력을 끄집어 올려 퍼부었다.
심지어 그가 이 정도 공격을 내갈기면 현재 독일 내에서 그 누구도 무사할 수가 없는데, 시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그 모든 공격을 태연히 흘려 냈다.
격의 확연한 차이.
“보아하니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시우가 여느 때처럼 느긋한 어투로 말했다.
“어어. 마력이 바닥난 참이다.”
“공격이 끝났으면 방어에 집중을 해야겠지.”
말을 마친 시우가 섬광 같은 속도로 한스를 향해 질주했다.
한스는 본능적으로 전방에 어퍼컷을 날렸다.
시우가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시우는 그 공격을 가볍게 회피한 뒤에 한스의 복부에 라이트 스트레이트 펀치를 휘둘렀다.
빠ㅡㅡㅡㅡㅡㅡ악!!!
시멘트 덩어리가 폭발하듯이 무시무시한 굉음이 일었다.
한스는 입으로 피를 한 움큼 토해 냈다.
주먹질이 두세 차례 더 이어졌지만, 한스는 그 공격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시우는 기절한 그에게 힐을 구사한 뒤에 깨워서 자리로 돌려보냈다.
얼추 몇 바퀴가 돌았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시우는 훈련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쯤 죽은 얼굴을 하고 있단 것을 깨달았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좋은 변화였다.
그런데 그 순간, 시우의 마력 감지를 파고드는 어마어마한 기세가 공중에서부터 날아들었다.
뒤늦게 기세를 눈치챈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마력을 피워올렸다.
쿠ㅡㅡㅡㅡㅡㅡㅡㅡㅡ웅!!!
흙먼지가 비산하며 돌가루가 마구 튀어 올랐다.
시우는 혀를 차며 손으로 흙먼지를 날려 보냈다.
온다고 아주 광고를 하면서 다니는구나.
희뿌연 흙먼지 속에서 강대한 마력을 줄기줄기 흩뿌리며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우리 시우 오랜만이야!! 그동안 나 안 보고 싶었어?”
간다르바가 배시시 웃으며 시우의 팔뚝을 툭툭 때렸다.
“다음부터는 좀 조용히 와라.”
“응? 지금··· 시끄러웠어? 평범하게 온 건데.”
그녀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긁적였다.
“여긴 무슨 일인데?”
“아, 뭐 좀 물어보려고 왔지! 으하하핫!”
“전화로 물어보지 그랬냐?”
“······.”
간다르바는 차마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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