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73
277화〉
신인류
“하··· 저게 설마 HMCS 최고의 창이라는 해럴드 블룸이라니.”
레오니가 씁쓸한 얼굴로 정면에 선 남자를 보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녀 역시도 세계적인 하이 랭커이자 HMCS의 상급 요원.
해럴드 블룸은 HMCS의 자랑이자 수많은 헌터들의 우상이었다.
범죄자를 랜스로 처단하는 무소불위의 강자이자 물욕에도 흔들리지 않는 청렴결백한 의인.
그에게 목표는 오직 악인의 처단이고 범죄의 소탕뿐이었다.
그런 해럴드가 미친 연금술사의 노리개가 되어 저렇게 인간도 괴물도 아닌 형태를 한 채 마기를 풀풀 피우고 있자, 그를 아는 사람들은 참담한 심정을 내비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한 사람이 대체 이게 무슨 꼴인지···.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니까.”
베네딕트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애송이들이 나를 두고 안타까워하는 꼴이 우스울 따름. 나는 전성기 시절의 강함을 능가하기에 지금 너희들로는 애피타이저도 되지 않을 따름.』
해럴드가 꼬장꼬장한 얼굴로 그들을 일별하며 오른손에 2m가 넘는 핏빛 랜스를 구현했다.
그와 동시에 해럴드의 주위로 대여섯 개의 술식이 구축되며 마법진에서 장창 수십 개가 솟구쳐 공중에 떠올랐다.
“삼촌···!”
“레오니랑 라일라는 실드 구축해! 베네딕트는 나를 엄호한다!”
“으히힛! 라져!”
“알겠습니다~!”
땅에서부터 솟아난 굵은 뿌리가 여러 개의 방패를 이루며 전방에서 쏟아지는 장창의 공격을 막아 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뒤이어 레오니가 일으킨 강력한 바람이 날아드는 장창을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켜 공격을 무력화했고, 그 틈에 한스가 해럴드를 향해 몸을 박차고 달렸다.
해럴드는 랜스를 그에게 겨누며 자세를 취했다.
『감히 내게 돌진하다니, 그 용기가 가상할 따름!』
“내 주먹도 그리 만만하진 않을 텐데!”
한스의 강권이 해럴드에게 닥치려는 찰나.
무시무시한 마기가 그러모아지더니 랜스 끝에서 검붉은 섬전이 번개처럼 휘몰아치며 전방에 내리꽂혔다.
꽈ㅡㅡㅡㅡㅡㅡㅡㅡ과아아앙!!
땅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고 돌이 아무렇게나 튀어 올랐다.
만약 베네딕트가 뒤에서 [광대의 저글링]을 쏘아 해럴드의 공격을 비틀지 않았다면, 한스는 속절없이 죽었을 것이다.
“삼촌! 괜찮으세요?!”
라일라가 저 뒤에서 그를 향해 소리쳐 물었다.
지금 한스의 전력은 예전 전성기를 웃돌아 독일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해럴드의 현재 전력은 ‘미스틸 테인’에 버금가는 실정.
자칫 잘못 맞은 한 방에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흐하하! 운이 좋아 피했을 따름!』
흉흉하기 그지없는 마기를 줄기줄기 피워 올리며 해럴드가 랜스를 마구 내질렀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그야말로 무자비한 일격에 지형이 뒤바뀌며 주위가 삽시간에 마기의 여파로 가득 들어찼다.
스치기만 해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살갗을 물러 버리게 하기 때문에 공격이 치닫는 족족 라일라와 레오니가 실드로 막아 내야만 했다.
“이거, 시간을 끌어 봤자 우리한테 유리할 게 없을 것 같은데!”
베네딕트가 중간중간 상대방의 랜스를 파훼하며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사실 다른 무엇보다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
아무리 죽은 몸뚱어리라고는 하지만, 해럴드는 SS급의 초하이 랭커.
거기다가 악마의 심장마저 이식받은 탓에 그 위력은 더욱 막강해져 있었고, 다른 헌터들과 달리 HMCS 출신은 대인전에 익숙하기에 그 경험치마저 남달랐던 것이다.
한스는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일행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실패하면요?”
“내가 제일 위험하겠지. 그리고 시우가 얼른 생 제르맹을 처치하길 빌어야 할 테고. 혹은 간다르바나.”
“대단한 계획이시군요.”
베네딕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찬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라일라와 레오니도 별수 없다는 얼굴로 찬성을 던졌다.
“좋아. 시작해 보지.”
한스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앞으로 나섰다.
***
『크흐흐. 이 언니, 외모가 내 스타일이군. 어때, 내 여자가 되는 건?』
“아가리 닥쳐, 으깨서 개 먹이로 던지기 전에!”
간다르바가 부르데오스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발길질에 지반이 갈라지고 주변 건물이 터져 나갔다.
『와우! 언니, 대단한데? ‘미스틸 테인’은 다 이렇게 강한가? 확실히 천외천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것 같은데?』
“너 따위 입에서 ‘미스틸 테인’을 함부로 거론하지 마라! 그건 긍지와 신념의 상징이니까!”
『크흐흐. 아, 무슨 개소리인지. 그런 싸구려 긍지는 ‘시카리오 카르텔’의 이름으로 토막 쳐 주지.』
부르데오스가 등에 차고 있던 기다란 은빛 마체테를 꺼내더니 간다르바를 향해 내리그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발로 차서 칼을 날려 버리려고 했다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공격을 회피했다.
ㅡㅡㅡㅡㅡ서거어어어어억!!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땅바닥이 기다랗게 썰리며 지반이 벌어졌다.
어지간한 공격은 그녀의 피부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는데, 이 강격은 닿았으면 발이 잘려 나갔을 것이다.
검의 위력만 보자면 ‘미스틸 테인’ 최강의 검사인 치우와도 견줄 정도.
“이 썩은 눈깔 자식···. 마체테를 제법 잘 다루네.”
『크흐흐. 내 고향에서는 나보다 강한 놈이 없었다고. 그런데 저 민시우 빌어먹을 새끼가!! 쳐들어와서는 내 모든 비즈니스를 망치고 나를 병신으로 만들어 감옥에 처넣었단 말씀. 그러니 내가 열이 받겠어, 안 받겠어?!』
부르데오스가 시우를 노려보더니 거친 살기를 내뿜었다.
만약 간다르바만 없었더라면 지금 당장에라도 시우에게 뛰어가 그의 목에 마체테를 쑤셔 박을 기세였다.
간다르바는 부르데오스의 말을 듣더니 헛웃음을 흘렸다.
『뭐가 웃기지?』
“그러니까 결국엔 우리 시우한테 처맞고 진 루저입니다, 이 소리 아니야? 혓바닥이 길길래 웃었다, 이 새끼야.”
『···크흐흐. 이 씨발, 개같은 년이. 뒈지려고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리네. ‘루저’? 지금 나한테 루저라고 했냐?』
“어, 했다. 이 병신 패배자 새끼야.”
간다르바가 깐족거리자 부르데오스가 잠시 허공을 쳐다보며 턱을 바르르 떨었다.
콰드드드드드드득!!
그의 몸에서 끈적이고 역겨운 마기가 새까만 섬전과 함께 스파크를 튀기며 사납게 솟구쳤다.
간다르바가 이제껏 보아 온 그 어떤 기운보다도 강대하고 흉악한 기세.
부르데오스가 입을 괴상하게 찢으며 웃더니 간다르바를 향해 빛살 같은 속도로 몸을 날렸다.
“크으으윽!!”
콰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앙!!!
간다르바가 작은 태양을 구현해 부르데오스가 휘두른 마체테를 가로막았다.
『빌어먹을, 뜨겁잖아!!』
부르데오스는 태양을 향해 마체테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눈부신 섬광이 번쩍였다.
마치 불꽃에 날아드는 부나방처럼 맥락 없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간다르바는 그 틈에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는 다리에 마력을 가득 싣고 부르데오스를 향해 내려찍기를 했다.
투콰ㅡㅡㅡㅡㅡㅡㅡㅡ아아앙!!
한 줄기 빛이 수직으로 그어지며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굉음이 일었다.
땅바닥이 무참히 짓이겨지고 반경 수십 미터가 가루가 되며 일대가 그야말로 초토화되었다.
간다르바는 헐렁헐렁한 바지와 아티팩트 샌들을 툭툭 털어 냈다.
그녀의 날카롭고 맑은 적안이 피어오르는 흙먼지 사이를 뚫고 적의 모습을 살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그 순간 소름 끼치는 소리가 울리며 괴멸된 지반 아래에서부터 그녀를 향해 새빨간 뇌격이 솟구쳤다.
“끄으으으으으윽!!”
간다르바는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강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잠시 전신의 근육을 마비시킬 정도의 파워는 되었다.
“이··· 개···새···!”
그녀는 설마 자신의 발차기를 처맞은 상대가 바로 반격해 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탓에 잠시 방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르데오스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망자로 만든 인공 괴물.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핵과 연료만 있으면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칼질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간다르바는 경직된 팔다리를 움직이기 위해 마력을 강제로 순환시켰다.
마나맥이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크흐흐. 이제야 좀 얌전해졌네. 이러고 있으니까 여자처럼 보이는데?』
반파된 지반에서 올라온 부르데오스가 주저앉은 그녀를 보며 이죽거렸다.
『대가리를 쪼개 줄까, 아니면 목을 잘라 줄까? 죽고 싶은 방법 정도는 고르게 해 줄게.』
그가 마체테를 간다르바의 머리에 가져다 대더니 마기를 흠뻑 피워 올리며 물었다.
“좆···까··· 병신···아.”
『오케이. 대가리를 쪼개 줄게.』
부르데오스의 팔이 높이 들어 올려지더니 마체테가 빛을 받아 번쩍였다.
***
시우의 몸이 섬광처럼 뻗어 나간다.
격노와 살의로 점철된 마력이 그의 전신 구석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육체를 한층 더 강화시킨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땅이 꺼져 들어간다.
무라마사의 날이 한 줄기 빛살이 되어 사선으로 그어진다.
실로 전광석화와 같은 일격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리를 남기고 떠난 검기가 생 제르맹의 몸을 격침하듯 내려친다.
새까만 피 보라가 그의 벌어진 상처에서 안개처럼 분무한다.
시우는 무라마사에 다시 마력을 쏟아붓더니 위에서 아래로 검격을 내리퍼부었다.
사위를 시퍼렇게 얼려 버릴 것 같은 냉기가 그의 검격을 따라 생 제르맹을 사정없이 들쑤셨다.
콰지지지지지지직!!
생 제르맹의 전신이 혹한에 갇히며 꽁꽁 얼어붙었다.
시우는 새하얀 입김을 기다랗게 내뱉으며 무라마사를 검집에 넣었다.
『역시, 세계 랭킹 0위의 실력은 엄청나군요. 같은 ‘미스틸 테인’보다 당신이 한 수 위인 것 같아요.』
얼음 속에서 그르렁대는 목소리가 울린다.
그리곤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얼음을 부수고 생 제르맹이 침을 질질 흘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정도로 당신에겐 아킬레스건인가 보죠? 정민준이라는ㅡ』
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생 제르맹의 얼굴이 터져 나갔다.
0.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터진 머리가 수복되며 생 제르맹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암살 의뢰자 이름을 말할 거 아니면 너희 따위가 함부로 내 제자 이름을 부르지 마라. 더러우니까.”
『이런. 제자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군요. 지켜 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자책이라도ㅡ』
빠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우가 녀석의 배에 주먹을 힘껏 날렸다.
바닥에 수천 개의 기호와 문자, 도형이 술식을 구축하더니 새빨간 마법진을 이루었다.
[염화 : 불기둥]이윽고 하늘을 통째로 살라 먹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불기둥이 생 제르맹을 집어삼키며 이글이글 타올랐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그 시뻘건 열기에 주위에 있던 도로와 자동차, 벽돌, 집들이 불타거나 흘러 녹아내렸다.
시우는 염화에 마력을 더 퍼부었다.
마치 그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대신 말해 주는 것처럼 화염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끄흐흐흐흐흐, 크하하하하하!』
그런데 그 순간.
아무것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은 지옥의 염화 속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극악한 마기가 무자비한 기세로 폭발했다.
쿠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