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74
278화〉
신인류2
한스의 몸에 레오니가 바람의 실드를 둘렀다.
강도가 그리 높진 않더라도 스치는 공격이라면 몇 번 정도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다.
직격으로 꽂히는 해럴드의 공격이라면 한 발도 막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한스가 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부푼 근육에서 성난 마력이 열기처럼 흘러나왔다.
『흐하하! 용기가 가상할 따름! 감히 HMCS의 창에게 주먹을 들이밀 줄은 몰랐을 따름!』
해럴드는 흥에 겨운 듯 입술을 쭉 찢으며 랜스를 앞으로 내질렀다.
그의 기억은 해럴드가 맞지만, 현재 기억을 해석하는 몸의 주체는 그 누구도 아닐 것이다.
악마의 심장을 갖고, 악마의 피와 마족의 마기, 백작이 개발한 수많은 앰플에 절어 버린 몸뚱이는 이미 ‘해럴드 블룸’이라 부르기에 너무 멀리 와 버렸다.
그리고 그의 의식 또한 생 제르맹의 연금술 스킬로 생겨난 것이므로 해럴드의 자아는 만들어진 것인지, 발견된 것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단지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인류’의 자아는 점점 악마의 본성을 따라 피를 갈구하고 폭력적으로 변해 간다는 것뿐.
『흐하, 흐하하! 내게 덤빈 것들은 내장을 끄집어다 잘근잘근 씹어 줄 따름!』
해럴드의 악귀와 같은 표정을 보며 레오니와 베네딕트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를 아는 사람으로서, 해럴드가 안락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하고 적들에게 농락당하는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한스가 마력을 두른 주먹을 정면에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기류가 바뀔 만큼 강한 풍압이 일며 그의 강권에서 발(發)한 마력파가 새하얀 섬전을 휘감고 앞으로 쏘아졌다.
해럴드가 까만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초하이 랭커도 아닌 주제에 대단할 따름! 하지만 내게 닿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을 따름!』
그는 몸을 비틀어 공격을 흘려 낼 준비를 하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술식을 구현했다.
완성된 마법진에서 솟구친 장창이 마력파를 가격하며 진로를 꺾었다.
대인전을 수도 없이 치르며 쌓은 무시 못 할 경험치.
거기에 엄청난 마력이 덧대어지자 그 위력과 노련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비록 넷 모두가 전투 헌터는 아니라 할지라도 나름 잔뼈가 굵은 헌터들인데, 그들을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그의 강함을 대신 말해 주고 있었다.
『흐하하하! 이제 한 사람씩 그 심장을 랜스로 꿰뚫어 죽이고 창자를 에펠탑에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주렁주렁 걸어 줄 따름!』
해럴드는 새까만 눈에 더욱 짙은 광기를 내보이며 짐승과도 같은 살기를 내보였다.
한스는 뒤를 슬쩍 보며 일행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타이밍에 맞춰 레오니가 단전 가득히 마력을 끄집어 올리며 바람의 술식을 해럴드에게 있는 힘껏 퍼부었다.
맹렬한 태풍이 해럴드의 사위에 휘몰아치며 그를 하늘 높이 날려 버릴 듯 거세게 불어닥쳤다.
콰가가가가가가가!!
근처에 있던 자동차는 물론 지반이 통째로 떨어져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갔다.
해럴드는 랜스를 땅바닥 깊숙이 처박고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온몸에 힘을 가득 실었다.
“···흥! 힘은 더럽게 세시군.”
레오니가 마력을 퍼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저도 가세할게요.”
그리고 옆에 있던 라일라가 바닥에 손을 짚고는 자신의 모든 마력을 한꺼번에 퍼부었다.
쿠ㅡㅡㅡㅡㅡㅡㅡ웅
짙푸른 생을 품은 거대한 마법진이 초록빛을 뿜어내더니 수백 그루의 나무뿌리가 켜켜이 엉켜 오르며 해럴드의 몸을 칭칭 휘감았다.
콰드드드드드드득!!
옴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틈조차 허락하지 않는 초밀착의 감옥.
억센 뿌리가 그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바닥으로 끌어당겼다.
만약 이게 일반 사람의 육체였다면 죄어 오는 압력에 근육과 살점이 터지고 인대가 죄다 늘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해럴드는 인과를 거스른 망자.
그는 오로지 초인적인 힘으로 그 압박을 견뎌 낸 채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제가 붙들고 있을게요··· 삼촌, 얼른···.”
“잠깐만 버텨라. 베네딕트, 시작하자.”
“후··· 이거 긴장이 너무 되는데.”
안광을 빛낸 한스가 그대로 돌진했다.
해럴드는 뿌리에 감싸인 상태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한스가 지척에 다가오는 순간, 마기를 흩뿌려 좌우에 거대한 술식을 구축했다.
기이하게 뒤틀린 두 개의 마법진이 그려지며 수백 자루의 랜스가 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이 기회를 노려 해럴드의 몸을 구속했듯, 해럴드 역시도 기회를 노려 한스의 숨통을 끊으려 한 것이다.
현재 네 명의 헌터를 이끄는 구심점이자 가장 강력한 딜러는 바로 한스.
만약 한스만 없다면 해럴드가 공격에 당해 질 일은 전무했다.
『그대로 바늘투성이가 되어 뒈질 따름!!』
해럴드가 새까만 이빨을 드러내며 소리쳤다.
휘ㅡㅡㅡㅡㅡㅡㅡ잉.
기이한 바람이 불었다.
마치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는 것처럼 랜스가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더니, 술식이 하나하나 역산되고, 그 뒤에는 모든 것들이 본래의 마나 입자로 되돌아갔다.
해럴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렸다.
[시간 여행자 : 벌거벗은 임금님]아까부터 몇 번 마법을 무효화시킨 건 알았지만, 이만한 마기를 들이부은 기술조차 파훼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더블 캐스팅으로 자신의 스킬을 파훼했다.
“잘했다, 베네딕트.”
한스는 오른 주먹에 자신의 남은 모든 마력을 밀어 넣었다.
이제 상대에게 오롯이 전력을 퍼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럴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흐하하··· 흐하하하! 실로 놀라운 실력을 지닌 헌터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전력은 남아 있을 따름!!』
그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마기의 원천, 즉 악마의 심장을 원료로 사용해 마기를 쥐어짜 냈다.
날카로운 마기가 솟구치며 그를 옭아맸던 뿌리가 터져 나갔다.
해럴드는 마기를 랜스에 쏟아붓고 한스를 향해 내질렀다.
이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마지막 한 수가 될 터.
랜스의 뾰족한 끝이 공기를 가르고 한스의 심장으로 향한다.
해럴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건 공격이 성공할 것을 직감하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서ㅡㅡㅡㅡㅡㅡ거어억!!
그러나 랜스의 끝이 뒤틀리더니 반으로 갈려 한스의 몸을 스치고 지난다.
구현한 무기가 망가지는 경우는 없었다.
해럴드의 시선이 한스 너머로 향한다.
거기엔 마력 고갈 때문인지 코피를 쏟으며 웃고 있는 베네딕트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완벽히 졌을 따름!』
“모든 건 민시우의 미친 훈련 덕분이지.”
해럴드의 코앞에 다다른 한스가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대기를 찢는 마력파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아간다.
새하얀 섬광이 전방을 물들이며 해럴드의 육체가 먼지 한 톨 남지 않고 마력파에 산화되었다.
***
부르데오스는 마체테가 심하게 반짝이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곳에는 조금 전에 그가 내리쳤던 태양이 몇 배는 더 커진 상태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만약 그가 일반적인 육체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검날에 비친 눈부심 때문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를 진작 느꼈을 터.
하지만 그는 고통을 비롯한 다른 그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
『이 빌어먹을···! 이게 대체 뭔 지랄이야?!』
부르데오스가 태양을 보며 열받는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그는 마체테 손잡이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딱히 위기의식이란 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인간은 두려움을 상실하기 마련이고, 두려움을 모르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다.
부르데오스의 상태가 딱 그랬다.
그는 마체테에 마기를 밀어 넣고는 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찍어 올리듯이 휘둘렀다.
콰지지지지지지직!!
작은 태양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며 열기가 화르륵 끓어올랐다.
하지만 부르데오스는 눈부심 외에는 그 뜨거운 열기를 느끼지 못했다.
『하, 뭐야. 이 거지 같은 전등은?』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간다르바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그녀의 주먹이 발리스타처럼 부르데오스의 배에 직격했다.
폭탄이 터지기라도 하듯 마력이 응축했다 부풀며 부르데오스의 신형을 저 멀리 날려 버렸다.
간다르바는 씨근거리며 전신에서 용솟음치는 마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줄기줄기 흩뿌렸다.
격한 분노와 짓밟힌 ‘미스틸 테인’으로서의 자존심이 한데 뭉쳐져 사위로 피어올랐다.
“이 개자식이···!”
간다르바는 상대에게도 열이 뻗쳤지만, 그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다.
고작 이런 놈을 상대로 한순간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방심했다고는 하나 부르데오스가 강한 것도 사실.
당시에 초하이 랭커였던 하비에르를 쥐잡듯이 잡았고 혼자서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싸웠을 정도니 그 실력은 진짜 중의 진짜였다.
이러한 내용을 간다르바는 몰랐을 뿐이고, 그녀 자신이 여태껏 1 대 1 대결에서 진 적이 없는 무패의 전사라 자존심이 상한 터.
『아, 씨발! 이 쓰레기 같은 년이! 죽여 버린다!』
바닥에 처박혔던 부르데오스가 땅을 헤집고 나오더니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 역시도 시우에게 졌던 것을 제외하면 최강이었던 범죄자.
그는 간다르바를 노려보며 이빨을 빠드득빠드득 갈았다.
『죽여 버린다, 반드시 죽여 버린다!!』
그러더니만 몸에 있던 모든 마기를 한꺼번에 분출했다.
난폭하리만치 격렬한 마기가 폭포수처럼 솓아지며 부르데오스의 전신에 가공할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새까만 섬전이 뱀처럼 꿈틀거린다.
간다르바는 그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비틀었다.
“넌 ‘간다르바’가 뭐 하는 존재인지 모르는 병신이구나.”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 거지 발싸개 같은 계집애가?』
그녀는 두 손을 하늘 높이 뻗었다.
그러자 작은 태양이 간다르바에게로 천천히 내려가더니 그녀의 손바닥 위에 조그마한 공처럼 응축되었다.
부르데오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의 두려움도 갖지 않았다.
지금 자신은 무적이었다.
오히려 이 여자의 목을 얼른 쳐 내고 한시바삐 민시우를 죽이고 싶었다.
간다르바가 발을 박차고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크흐흐. 어리석은 년. 내 뇌격은 화염도 꿰뚫는다.』
부르데오스가 중얼거리며 들이닥치는 그녀에게 전격을 방사했다.
새까만 전류가 쏘아졌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방사된 전격이 그 태양에게 전부 빨려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주춤한 찰나.
간다르바가 부르데오스의 몸에다 그 구체를 있는 힘껏 때려 박았다.
와드드드드드드득!!
처음엔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르데오스는 끓어오르는 열기에 녹아내리는 하반신과 그 태양 속으로 구겨져 빨려 들어가는 상반신을 보았다.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참담할 줄은 몰랐다.
『잠깐만···! 이 빌어먹을···!』
부르데오스는 그 말을 끝으로 영영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스킬을 해제했다.
“정령인 ‘간다르바’의 주 임무는 태양을 실어 나르는 거다, 이 멍청한 새끼야.”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진 마체테를 반으로 부수며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
하늘 끝까지 치솟았던 불기둥 중앙을 통째로 베어 먹으며 지대한 마기가 폭발했다.
순식간에 화염이 사그라들더니 주위가 눅진하고 검은 그림자로 물들기 시작했다.
시우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단순한 마기 정도가 아니라 생 제르맹의 손에 변이된 다른 위험한 성분 같았다.
『당신이란 작자는 참 걸리적거리는군요. 육탄전이나 검술에도 능하면서 마법마저 위력적일 줄이야. 당신의 육체에 악마의 심장을 넣을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줘도 아깝지 않을 텐데 말이죠.』
새까만 마기를 켜켜이 휘감은 생 제르맹이 시우를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너 같은 버러지한테 조종당하기에는 내가 너무 강해서 말이지.”
시우가 상대를 노려보며 읊조렸다.
『후후후. 하지만 악마의 심장을 이식한 저를 이길 정도는 아닌 것 같군요. 지금과 같은 실력으로는 마왕은커녕 마왕의 권속도 이기지 못할 겁니다.』
“그래? 충고해 줘서 고맙군. 프레, 준비됐지?”
【음하하! 이 몸은 언제나 완벽한 것이다!】
“그럼 본 실력을 보여 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