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75
279화〉
신인류3
시우의 마력을 듬뿍 머금은 프레가 술식을 전개했다.
시우도 즉시 양손에 각기 다른 술식을 전개했고, 눈앞에 커다란 세 개의 원이 교차하며 수천 개의 기호와 문자, 그리고 그들을 잇는 회로의 선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세 개의 마법 술식은 교집합으로 겹쳤다 뿐이지 서로 호응하거나 마력이 순환하는 건 아닌 상태.
시우는 마법 회로의 획을 비틀고 기호와 문자를 고치며 술식끼리 조응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간섭했다.
보통 마법진을 구축하면 술자가 손을 대는 일은 거의 전무했다.
거기다 더블 캐스팅도 아니고 트리플 캐스팅을 해 놓고서 그 세 개의 마법 회로를 뜯어고쳐 세 개의 서로 다른 술식을 하나로 연결하다니.
생 제르맹은 이런 방식의 마법 구현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세계 최고의 대마도사라 일컬어지는 멀린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할 수 없다는 게 맞는 표현일 터.
대체 누가 전투 중에 마법 회로의 술식을 고쳐서 다른 마법 회로와 합칠 생각을 하겠는가.
너무도 비효율적이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사실상 쓸데없는 일.
하지만 시우는 그 일을 밀리세컨드 단위로 모두 이루었다.
단순히 빠르다는 말로는 표현키 힘든 초속의 연산 과정과 마법에 대한 광활한 이해, 무엇보다 섬세한 마력 운용이 이 모든 것들을 가능케 했다.
생 제르맹은 코앞에서 벌어진 이 모든 과정을 보며 저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시우가 구축한 술식들이 서로 공명하더니 하나의 마법으로써 순환한다.
[신창 : 궁니르(Gungnir)]하늘의 신을 참살해 떨어트린다는 오딘의 신기가 시우의 손에서 묵빛으로 타오른다.
『대단하군요. 이게 바로 당신이 끝까지 숨겨 온 필살기 같은 것인가요? 실로 어마어마하네요.』
생 제르맹이 어마어마한 마력을 머금고 흉악한 기세를 내뿜는 궁니르를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언제 이게 필살기라고 했지?”
하지만 시우는 그의 말에 냉소 섞인 대꾸를 했다.
『여전히 발뺌이신 건가요? 이만한 스킬이라면 분명 그 누구도 견제를···.』
“발뺌이고 지랄이고 필살기는 아니라고.”
생 제르맹의 대답을 묵살한 시우가 에테르의 힘을 끌어 올렸다.
단전 가득히 새파란 잉크가 차오른다.
전신의 마나맥에 깨진 유리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격통이 시작되고 온 혈관이 시리도록 아려 온다.
시우는 제2 코어의 문까지 연 순간 곧장 기술을 펼쳤다.
‘반룡(半龍)의 술(術).’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시우의 두 팔에 드래곤의 비늘 같은 단단한 외피가 돋아나며 그에게서 끝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격의 파도가 쏟아져 흘렀다.
『······!!』
생 제르맹은 숨을 쉴 수 없었다.
그건 스킬도 아니었고 특별한 기술도 아니었다.
그저 시우가 발한 살기와 순수한 마력의 기세.
단지 그뿐임에도 생 제르맹을 비롯한 주위의 헌터들은 감히 시우 근처에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특히 충격을 받은 것은 간다르바였다.
그녀도 시우가 강하단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렴풋한 짐작이었지, 정확히 그의 강함을 느껴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 최초로 SSS급이라고 했으니 ‘미스틸 테인’과 견주었을 때 그중에서 최상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추측 정도는 했었다.
그러나 지금 시우가 뽑아낸 에테르의 힘과 반룡의 술은 그녀의 예측을 훨씬 웃돌고도 남았다.
사실상 그녀가 봐 온 사람 중에서 시우보다 강한 사람은 단연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미스틸 테인?
그중에서 시우와 맞붙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그녀 역시도 지금 시우가 발한 기세에 정면으로 맞부딪쳐 싸워서 이겨 낼 자신이 조금도 없었다.
턱.
그때 시우가 팔을 어깨를 뒤로 젖히더니 궁니르를 앞으로 힘껏 쏘아 냈다.
에테르의 힘으로 강화한 신체에 반룡의 술까지 덧댄 시우의 육체는 이미 초월자를 능가하고도 남았다.
그래서였을까.
평소 시우가 마력 강화한 상태로 쏘아 낼 때하곤 다르게, 궁니르가 힘에 겨운 듯 비명을 내지르는 게 느껴졌다.
시우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 탓이었다.
궁니르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사위의 모든 것을 태우고 상대에게 날아갔다.
생 제르맹은 다급하게 메스를 쥐더니 자신의 가슴팍을 절개했다.
그의 스킬이 구현되며 끈적한 핏물에서 순식간에 수 마리의 호문쿨루스가 탄생해 몸을 부풀리더니 방패처럼 생 제르맹의 앞을 가로막았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궁니르가 모든 것을 번개의 힘으로 지져 버렸다.
호문쿨루스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생 제르맹은 반쯤 짓이겨진 몸으로 검은 피를 토해 냈다.
『후흐··· 그 마력은 대체 무엇···.』
그러나 그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어느새 눈앞에 들이닥친 시우가 생 제르맹의 양팔을 잡아 비틀어 뽑았다.
콰드드드드드득!
그리고는 왼쪽 옆구리를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꽂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소닉붐이 일며 어마어마한 섬광이 폭발했다.
마력파가 주변에 휘몰아치며 생 제르맹의 상반신이 갈기갈기 찢겨 날아갔다.
마기가 다시 신체를 그러모아 수복하려 했지만, 현재 시우의 파괴력이 너무 강해 수복력이 파괴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대체 이런 힘이 어디서ㅡ』
게다가 생 제르맹이 느끼기에 시우가 사용하는 힘은 그의 마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마기가 마력을 웃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됐다.
그런데 대체 이 힘은 무엇이길래 마기를 상쇄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그의 질문에 시우가 대답할 의무는 없었다.
시우는 녀석의 입에 왼쪽 주먹을 날렸다.
빠가아아아아아아아악!!
턱이 박살이 나면서 놈이 휘청거렸다.
생 제르맹은 다급하게 연금술과 연구했던 앰플을 꺼내 시우에게 대항하려 했지만, 시우의 움직임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시우가 한 줄기 섬전을 가르며 생 제르맹을 내려찍었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억!!!
지반이 죄다 부서지고 일대에 어마어마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그는 걸레짝이 된 생 제르맹에게 다가가 머리카락을 잡아끌어 올렸다.
악마의 심장을 이식받은 몸뚱이가 아니었다면, 진작 죽고도 남았을 것이다.
시우가 그의 귓가에 속삭이듯 물었다.
“이제 대답해라. 정민준, 누가 암살 지시했는지.”
생 제르맹은 다 죽어 가는 몰골로 몸을 비틀며 웃었다.
『강···하시군···요 후후···. 약속은 약속이니··· 알려 드리도록··· 하죠.』
그는 시우의 귓가에 소곤거리며 누군가의 이름을 말했다.
“확실한 거지?”
『후후··· 거짓말하는··· 취미는 없습니다. 신께서··· 좋아하지 않거든요.』
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프레를 쳐다봤다.
“먹어라, 이제.”
【오랜만에 먹는 마기인 것이다.】
프레를 중심으로 새까만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 까마득한 어둠 안에서 새까만 손이 튀어나오며 생 제르맹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뒤적거리는 손을 보면서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 이게 무엇이죠? 신기하군요! 연구하고 싶어, 실험하고 싶어···. 대체 이 생물의 정체는 무엇ㅡ』
그 말을 끝으로 악마의 심장이 뽑히자 생 제르맹은 입을 다물고 영원한 침묵 속으로 잠겼다.
일말의 동정도 연민도 안타까움도 느껴지지 않는 최후.
“맛있냐?”
【악마의 심장이라 그런지 괜찮은 것이다. 원하면 너한테도 조금 주는 것이다.】
“···필요 없으니 너 많이 먹어라.”
시우는 놈의 말라 빠진 주검을 들고 무너진 지반에서 기어 올라왔다.
엉망진창이 된 도로 위에서는 이미 전투가 끝난 그의 일행이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소선생님.”
“고생했다, 그대.”
베네딕트와 라일라가 먼저 다가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들은 전투가 끝나자마자 마력 포션을 마시고 상태를 회복한 모양이었다.
간다르바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시우에게 다가왔다.
“너, 그런 큰 힘을 사용하고 괜찮은 거야? 누가 보더라도 너무 무리한 힘 같던데···.”
시우는 생 제르맹을 죽이자마자 에테르의 힘을 거두고 힐로 전신의 모든 부상을 수복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 반동은 쉽게 사그라지는 게 아니었다.
지난번에 김은주와 싸웠을 때도 며칠 동안은 후유증 때문에 힘들었으니 말이다.
“괜찮아. 상처는 다 치료했으니까.”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간다르바가 되물었다.
이런 쪽으로는 의외로 눈치가 빠른 모양이다.
시우는 굳이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네 말마따나 큰 기술이라 다 낫는 데 시간이 좀 걸려. 며칠은 지나야 해.”
“쯧. 그럴 줄 알았으면 네가 아니라 차라리 내가 백작 새끼랑 싸우는 거였는데.”
그녀는 시우의 상태가 마음에 걸렸는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내가 싸운 덕분에 좋은 정보도 얻었거든. 그나저나 이 시체는 HMCS에 보고하면 되려나.”
시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생 제르맹의 시체를 가리키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 그건 내가 처리할게! 에드워드가 엄청 좋아하겠다. 그 대신에··· 광장이 초토화됐지만, 인명 피해는 최소화 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HMCS 독일 지부의 협회장인 레오니가 시우 대신에 보고해 준다며 시체의 처리를 맡았다.
“이제 〈판데모니엄〉 1위계는 2명 남았네?”
“그렇지. 놈들 죽이고 나면 그다음은 마족이다.”
간다르바의 질문에 시우가 대답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최소한 〈판데모니엄〉이라는 전력은 없애 놔야 한다.
놈들이 하려는 짓이라고는 인류에게 도움 되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시우야, 다음은 뭘 할 거야?”
간다르바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다음에도 같이 싸우게?”
“당연하지! 우리 같은 ‘전쟁 대응 팀’이잖아.”
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같이 돌아갈까.”
***
생 제르맹 백작이 죽었다는 뉴스는 곧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프랑스의 축제가 엉망이 되었다는 기사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불과 몇십 분 뒤에 뜬 속보였다.
SSS급 헌터인 시우와 간다르바의 합동 공격.
이 의외의 조합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생 제르맹이 고국에 한 테러와 그의 악마처럼 변한 외형에 수많은 사람이 분노했으며, 마족에게 혼을 판 배신자라는 추악한 낙인이 찍혔다.
프랑스는 테러를 당한 입장이었지만, 동시에 테러의 가해자가 프랑스 출신인 전직 ‘미스틸 테인’이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미스틸 테인’은 생 제르맹을 처리한 시우에게 모두 감사 인사를 표했고,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 장서기로 했다.
물론 이 모든 사태의 결과를 가장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은 〈판데모니엄〉이었다.
“신인류로 변한 생 제르맹이 쪽도 못 쓰고 죽을 줄이야···!”
멀린이 지팡이를 땅바닥에 내리찍으며 분노를 간신히 억눌렀다.
바바 야가는 헌터 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몇 개 훑어서 그중에서 시우의 전투 장면이 나온 클립을 시청했다.
“어머나, 이게 대체 무슨 모습이람. 백작이 상대조차 되지를 않는데요. 민시우가 이렇게 강했나요?”
“그게 문제라는 걸세. 비록 우리가 생 제르맹보다는 강하다 할지라도, 신인류로 개조한 그보다 강할지는 알 수 없지 않은가.”
“그거야 그렇죠. 싸워 본 적이 없으니.”
“그런데 민시우 놈이 완전히 압도하는 모습을 보자니, 대결하려는 것 자체가 무지의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멀린은 자신의 강함에 자부심을 가진 자였다.
적어도 같은 인간 중에서는 그와 견줄 수 있는 자가 세 손가락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것도 비등비등하게 말이다.
하지만 민시우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만약 그와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채 2분을 넘기지 않을 터.
“그렇게 어떻게 하시게요?”
“나는 박사와 한 실험을 이번 달 안에 개시하려고 하네.”
“어머나. 그거 아직 미완성···?”
“상관없어. 자네도 그냥 시작하게나.”
멀린은 바바 야가를 보며 세상의 종말을 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