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베스티아
그러한 밝은 광채 사이로 수백여 개의 날카로운 형상이 총탄처럼 튀어 나간다.
마정석을 가공해 만든 일종의 마력 수류탄.
HMCS만 독자적으로 쓸 수 있는 가공 무기였다.
콰과과과곽!
그리고 이름만큼이나 위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거나 마력을 둘러쓴 이들이 있는 반면, 속수무책으로 몸을 노출한 자들도 있었다.
호저는 눈알을 뚫고 간 파편에 즉사.
퓨마는 팔로 막은 탓에 큰 부상을 입었다.
“빌어먹을!”
“우선 마력으로 몸을 감싸!”
뒤늦게 다들 방비하려는 찰나,
투콰아앙!!
어디선가 날아온 연이은 공격에 티그르와 울버린의 몸이 날아갔다.
큰 위력은 아니었어도 혼동을 주기엔 충분한 타격.
“못 봐주겠군.”
그때 사수귀 중 하나인 그리즐리가 마력을 부풀렸다.
곰처럼 거대한 몸뚱어리에서 마법 술식이 배열되며 스킬이 형성된다.
쩌적!
동굴 표면의 돌덩이들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오더니 침입자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각이 진 돌은 그냥 맞기만 해도 꽤 위력적으로 생겼다.
게다가 마력까지 둘러쓴 것들이기에 직격으로 맞는다면 단순히 아프다는 것으로 끝나진 않을 터.
“흐압!”
하지만 누군가의 기합과 함께 돌들은 갈 방향을 잃고 사방에 아무렇게나 꽂혔다.
그리즐리는 사나운 얼굴을 찌푸리며 이를 갈았다.
스킬 자체는 별 볼 일 없어도 위력까지 낮춰 볼 기술은 아니었다.
그런 스킬의 궤도를 전부 틀어 버릴 정도의 [염동] 능력이라면···.
“황정구인가.”
HMCS 서울지부의 한 축을 담당하는 A급 전투 헌터.
스킬이 아닌 [염동]이라는 기술 하나로 수많은 범죄자를 소탕한 노련한 사냥꾼.
황정구는 완전 무장한 자세로 놈들을 노려봤다.
양손에는 팔뚝 길이의 헌터 나이프까지 든 채로 말이다.
“흐햐햐햣! 저게 소문으로 듣던 황정구란 말이지!”
사수귀인 앨리게이터가 기쁜 듯 손톱을 세웠다.
“비켜, 악어 새꺄!”
그때 티그르가 로브를 벗어던지며 인상을 구긴 채 다가왔다.
짧은 갈색 머리의 날카로운 인상.
“흐햐! 황정구한테 처맞고 날아갔었냐?!”
앨리게이터의 빈정거림에 티그르는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황정구가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자식이다!”
“흐햐햐? 옆에?”
“멍청, 멍청아! 황정구 옆에 한 명 더 있잖아!”
어두침침한 탓에 앨리게이터가 못 알아보자 호크아이가 타박하듯 말했다.
“과연. 황정구랑 비슷한 격이 느껴진다.”
그리즐리의 동의가 이어지고.
티그르는 단전에서 마력을 뽑아 올리며 단장을 바라봤다.
“다 죽여도 되지?”
“음~ 그래야 하지 않을까.”
크로우의 웃음기 섞인 대답.
베스티아의 핵심 전력들이 침입자를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
황정구는 공동 회의장에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가 지나왔던 길에 경비가 별로 없던 것도 있지만, 오랜만에 전력을 발휘한 덕분이기도 했다.
장비를 통해 문 너머를 분석한 결과 이미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같이 있던 적귀나 볼크만 하더라도 꽤 강한 편임을 알 수 있었는데, 그들보다 강하다는 사수귀는 하나하나가 괴물일 터.
그는 우선 인원이 모이기를 기다렸다.
‘한 명 정도 더 오면 좋을 텐데. 어그로가 끌리는 볼크나 추하민으로.’
적귀 영감은 강하긴 하지만 황정구와 포지션이 비슷한 서포터 역할이라 같이 들어가긴 애매했다.
민시우는 좋지만···.
‘선배님 옆에서 내가 보조를 맞출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민시우가 들어간 입구는 다른 곳보다 세 배는 더 기다란 곳이라고 한다.
아마 다른 이들보다는 더 늦게 도착할 듯싶었다.
그러던 찰나 황정구의 뒤에서 누군가 인기척을 냈다.
황정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추하민.
[백사자 길드]의 아수라.일대일로 붙으면 자신조차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전투의 귀재.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안 왔나?”
추하민의 물음에 황정구는 고개를 저었다.
“사조님은 괜찮으실 테고. 다음 계획은 뭐야?”
“일단 우리끼리라도 들어가려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때?”
수상함을 느끼고 놈들이 대응하기 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적진을 휘저어야 효과가 있다.
헌터 싸움은 1초의 방심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마런이다.
베스티아는 개개인이 너무 강한 탓에 뭉쳐지지 않는 눈송이와 같은 조직.
약간의 힘만 가해도 와해시킬 수 있다.
황정구는 자신의 능력이라면 시우가 오기 전까지 충분히 판을 흔들고 놈들을 잡아 놓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큭큭큭.”
추하민은 황정구 말에 숨죽여 웃었다.
“나와 같은 생각이군. 우리끼리 먼저 하지.”
상대의 긍정에 작전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황정구는 군용 백팩에 넣어 온 마력 수류탄을 꺼냈다.
사실 이런 소규모 인원을 상대로 하는 무기는 아니다.
대테러 진압 같은 용도에 쓰이는 마석공학의 정수.
그러나 놈들은 테러 단체와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음 같아선 두세 개 정도 터뜨리고 싶지만, 이 한 개도 팀장이라는 권한 덕분에 가지고 나온 것.
황정구는 자신의 주특기인 [염동]을 사용해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마력 수류탄을 이동시켰다.
정확히 테이블 한가운데서 터지는 섬광과 공격용 마력.
그들은 곧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눈에 띄는 적들을 공격했다.
그 타격에 두 명의 적이 날아갔다.
‘젠장, 꼴랑 하나 죽었군.’
황정구는 테이블을 보고 혀를 찼다.
폭탄 하나면 어지간한 각성 범죄자 열댓 명은 중상이나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놈들은 대부분 가벼운 경상에 그치고 말았다.
“흐햐햐 먼저 잡는 놈이 임자!”
“이 시발 악어 새끼가!”
앨리게이터가 먼저 발을 박찼고, 이어서 티그르가 뒤따르듯 움직였다.
“지하에서 노는 쥐새끼들이 HMCS 상대로 미쳤군.”
황정구는 자신의 품에서 8개의 쇠구슬을 꺼냈다.
[염동]으로 각기 다르게 쇄도하는 구슬을 필두로, 황정구는 헌터 나이프를 든 채 앨리게이터와 맞섰다.카아앙!
나이프와 두꺼운 손톱이 맞물리며 격한 마찰음이 울린다.
황정구는 쇠구슬을 뒤에 있는 퓨마에게 날렸다.
저 중에서 가장 부상이 심한 놈처럼 보였기 때문.
“감히 나를 뭐로 보고!!”
퓨마는 허리춤에 있던 팔시온을 꺼내 쇄도하는 구슬을 쳐냈다.
순식간에 세 개의 구슬이 목표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반격까지 할 수 없었다. [염동]이 어찌나 강한지, 손끝에 전해지는 묵직함이 생각 이상이었다.
“큭큭. 내 상대는 너인가.”
추하민은 전신에 흐르는 마력을 피부에 덧씌웠다.
문자의 배열 속에 붉은 마법진이 복합적 형상을 구체화시키고,
[아수라 : 금강난무]무형의 갑주가 점차 드러나더니 곧 형체를 띠었다.
시우의 가르침 덕에 더욱 견고해진 금강난무.
추하민은 자신을 향해 맹렬히 달려오는 티그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앙!
가히 무술의 경지에 다다른 권술가가 뻗은 주먹처럼, 추하민의 주먹은 소리보다 빨리 적의 가슴팍에 꽂혔다.
“크아아아아악!!”
그러나 티그르는 온몸으로 있는 힘껏 마력을 내뿜더니 그 주먹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니, 충격을 흡수했다고 해야 하나.
“과연! 꽤 괜찮은 공격이군!”
티그르는 핏줄이 불거진 목을 천천히 돌리며 웃었다.
“···사수귀는 다르다 이건가.”
“히히. 당연한 소리를 하네.”
그때 추하민 곁에서 들리는 앳된 목소리.
흠칫하며 가드를 올렸는데,
투콰아아앙!
그보다 먼저 상대의 공격이 추하민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뻐근한 느낌이 엄습한다.
추하민은 본능적으로 재빨리 물러났다.
“뭐냐, 울버린. 내 먹이에 손대지 마라.”
“그렇지만 단장이 얼른 끝내라고 하는걸. 히히.”
그녀가 들고 있는 건 본인보다도 커다란 워 해머.
금강난무를 둘렀음에도 옆구리에 시큰함이 느껴질 정도의 충격.
간단히 끝날 싸움 같지는 않다.
한편, 황정구는 나이프 두 개를 [염동]으로 띄워 총 네 개의 나이프로 앨리게이터와 맞섰다.
“흐햐햐햐! 내 손톱을 막으려면 네 개로도 벅찰 텐데!”
다부진 떡대의 앨리게이터가 미친듯이 팔을 휘두른다.
그때마다 황정구의 나이프에선 금속 파열음과 불꽃이 튀었다.
단 한 순간의 방심이 죽음으로 직결될 터였다.
“거, 괴물 새끼가 말이 많네!”
앨리게이터의 팔이 크게 돌자 황정구는 틈을 노려 [염동]을 가득 실은 나이프를 쏘아 던졌다.
채앵!
그러나 [염동]으로 날린 나이프는 무언가에 막혀 허무하게 공중을 빙글빙글 돌았다.
“멍청 멍청아! 보면서 뛰어들어야지!”
호크아이가 저 멀리서 잔소리처럼 종알댔다.
그녀의 손에는 기다란 활이 들려있었다.
“흐햐햣! 병아리가 도움이 될 때도 있군.”
“후우··· 2 대 1은 좀 비겁하지 않냐.”
사냥감을 유인해 가까스로 치명상을 유도했는데 허무하게 막혔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든데.
“흐햐햐햐! 그리즐리와 블랙맘바가 끼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라! 사수귀가 누구를 상대로 함께 덤빈 역사는 없거든!”
“그거참, 다행이네!”
황정구는 단전에서 마력을 쏟아 냈다.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건 자신과 추하민이었다.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타다닥!
곧이어 공중에서 내리꽂듯이 두 나이프를 수직으로 휘두르는 황정구.
앨리게이터의 날카로운 손톱이 그 속격을 막아내고,
“멍청 멍청이!”
호크아이의 화살이 마력을 머금은 채 공기를 가른다.
피이잉ㅡ
황정구의 허벅지를 뜯어먹을 것 같은 화살.
“어??”
그러나 그 공격은 웬 손에 가로막혔다.
“흐햐햣. 이거 이거 새끼 늑대가 나타났구만.”
“뭐래, 씨발.”
회색 늑대, 셰리 볼크가 자신의 옛 동료들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
“히히. 이얍!”
콰아아앙!
워 해머가 휘둘러진 빈틈을 티그르의 주먹이 메꾼다.
압축된 마력 파동이 지나간 자리엔 저릿한 충격파가 발생하고.
“크으으윽!”
추하민은 여기저기 금이 가 버린 [아수라] 스킬에 이를 악물었다.
저 망할 연격을 파고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훌륭하군. 우리 둘을 상대로 이만큼 싸우다니.”
“농담 마시지, 버티는 것도 한계인데.”
만약 시우에게 금강난무 술식을 다시 배우지 않았다면, 애초에 스킬이 파훼됐을 것이다.
추하민은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먹잇감을 사냥하는 일은 항상 즐겁지. 그 쾌감 때문에 암살을 하는지도 몰라.”
“그래? 그럼 반대로 당해 보는 건 어때!”
다시 한번 마력을 끌어올린 추하민이 음속을 능가하는 속도로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앙ㅡ! 파아앙ㅡ!
질긴 채찍을 휘두르는 듯, 무시무시한 소리가 상대에게 짓쳐들어왔다.
티그르는 그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비켜 내며 맹수처럼 눈빛을 빛냈다.
“우아ㅡ 오빠 튼튼하네! 이얍!”
순간 울버린의 워 해머가 추하민의 등 뒤로 날아왔다.
추하민은 이를 까드득 물고 등과 오른팔에 마력을 그러모았다.
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다!
쿠우우우웅!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격통이 뇌를 뒤흔든다.
당장이라도 내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이딴 개같은 것도 작전이라고 짠 자신이 원망스럽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흐아아아압!”
울버린의 공격을 추진력으로 삼아 추하민의 몸이 순식간에 티그르의 앞으로 날아갔다.
마력으로 꽉 찬 정권이 상대의 얼굴에 직격한다.
티그르도 본능적으로 주먹을 내뻗는다.
콰아아아아아아!!
두 강격이 서로에게 거대한 충격파를 선사하며 공동을 뒤흔들었다.
땅이 움푹 꺼지고 천장에서 돌가루가 후드득 떨어진다.
강한 풍압이 공동의 끝까지 불어닥친다.
먼지가 피어오르는 곳,
추하민은 공동 벽에 거대한 크레이터를 남긴 채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했다.
그리고 티그르는,
“크으으··· 찢어 죽이겠다···.”
얼굴 절반이 으깨져 피를 줄줄 흘려 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틀비틀 추하민에게 다가갔다.
갑옷을 갈기갈기 찢은 다음 온몸의 살점을 난도질할 것이다.
사수귀에게 도전한 자의 최후를 딥웹에 올려 다른 이들에게도 경고할 것이다.
티그르는 추하민의 목을 잡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커억··· 컥.”
“크르르. 사지 중 어디를 먼저 잘라 줄까?”
티그르의 손이 추하민의 한쪽 팔을 잘라 내려는 순간,
“끌끌. 애송이가 많이 컸구나.”
붉은 화염이 티그르의 몸에 꽂히며 그를 불 싸질렀다.
느닷없는 공격에 티그르는 쥐고 있던 추하민의 목을 놔 버렸다.
적귀의 서릿발 같은 눈빛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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