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82
286화〉
룩스
시우가 바바 야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수사의 종지부를 찍는 그 순간.
멀린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간다르바가 그의 마력이 지팡이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멀린에게 멈추라고 입으로 경고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로 올라가 박차고 달려 그의 머리 쪽으로 발을 내갈겼다.
어차피 시우가 바바 야가뿐만이 아니라 멀린에 대한 증거마저도 찾아냈기에 걱정이 없었다.
단지 수사 결과를 토대로 바바 야가를 먼저 처리한 것일 뿐.
파ㅡㅡㅡㅡㅡㅡ앙!!!
분명 대가리를 힘껏 걷어찼을 터인데 마치 허공을 찬 것처럼 공기 터지는 소리만이 울렸다.
설마 멀린이 그 짧은 시간 내에 피했을 리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간다르바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내리려는 찰나 웬 이상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그녀를 마기로 들쑤시려고 했다.
“위험하다냥!”
아누비스가 고양이처럼 튀어 오르며 적을 발로 걷어찼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부탁하지.”
그 혼란한 틈 사이에서 멀린이 짤막한 한마디를 남긴 채 마법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멀린, 이 자식아!!”
간다르바는 당장 놈을 추적하고 싶었지만, 멀린이 남기고 간 이들이 보통내기가 아니라 아누비스에게 전부 떠넘기고 갈 수가 없었다.
“저 새끼들은 뭐지?!”
“갑자기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냥!”
사실 그들은 크라켄이 멀린의 호위를 맡긴 경호원들이었다.
평소엔 그림자에 숨어 지내다가 대상이 위험해지면 싸우는 상위 마족
그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간다르바와 아누비스에게 위협적인 살기를 내뿜었다.
“나는 야콘.”
“나는 사콘. 너희는 적. 죽인다.”
야콘과 사콘은 각자 무기를 뽑아 들더니 짙은 마기와 뒤섞으며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휘둘렀다.
한쪽은 언월도, 다른 한쪽은 두 개의 곤봉을 쇠사슬로 엮은 편곤이었다.
아누비스는 기다란 금색 스태프를 구현해 강격을 막아 냈고, 간다르바는 돌려차기로 사콘의 공격을 튕겨 냈다.
마기가 짙은 탓에 속에서 구역질이 치밀었다.
그 순간 바바 야가 쪽에서 암녹색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모습이 사라졌다.
그녀마저도 공간 이동으로 자취를 감춘 것.
“이 제기랄!! 시우야, 멀린 이 새끼도 도망갔어!”
“우리가 이놈들을 붙잡고 있을게냥!”
작전이 실패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간다르바가 잠시 초조해하던 그때.
시우가 키드에게 바깥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지시했고, 키드는 낄낄 웃더니 곧장 뛰쳐나갔다.
그리고 바바 야가를 쫓아가려던 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간다르바와 아누비스를 보며 말했다.
“잘되고 있으니까, 너희들은 이 새끼들 잡아 죽이면 돼. 믿는다.”
시우의 뒷모습을 보며 간다르바는 그제야 마음 편히 웃음을 지었다.
“이제 집중을 좀 할 수 있겠네.”
“나도 아까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신경이 쓰였다냥.”
간다르바가 천천히 호흠을 갈무리했다.
“이 휴게실, 그래도 정들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냥. 그만 생각해라냥.”
“배신자 새끼들 다 죽이고 새로 짓자고 해야겠어!!”
간다르바가 마력을 그러모으더니 사콘을 향해 번개처럼 내달려 뒤돌려차기를 했다.
꽈아ㅡㅡㅡㅡㅡㅡ앙!!
사콘의 몸이 휴게실 벽을 꿰뚫고 저 멀리 나가떨어졌고, 그 틈에 아누비스가 야콘에게 술식을 전개했다.
그녀의 스태프에서 마법이 구축되더니 금빛과 흑빛의 섬전이 뒤섞이며 바닥에서부터 거대한 낫이 생성돼 야콘을 순식간에 반토막 내었다.
보통이라면 그 둘의 강격을 받아 내고 일어서는 일 따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사콘과 야콘은 본래 크라켄의 경호 업무를 맡았을 정도로 뛰어난 마족 전사들.
그들은 금세 몸을 수복한 뒤에 각자 상대를 향해 덤벼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순식간에 십여 합의 공방이 오가고, 휴게실이 본 모습을 찾기 어려울 만큼 하나둘씩 부서지고 있었다.
아누비스는 짧게 혀를 차더니 스태프를 놈들에게 겨누며 이맛살을 찌푸린 채 말했다.
“간다르바, 30초만 시간을 벌어라냥!”
“뭐?! 30초가 뉘 집 고양이 이름이냐?”
“그래서 못 하겠다는 말이냥?”
아누비스가 되묻자 간다르바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런 곳에서 개시하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는 양 손목에 찬 팔찌에 마력을 가득 실었다.
마력을 머금은 팔찌가 간다르바의 손에 딱 맞는 아티팩트로 변한다.
시우가 록히드 마틴에 의뢰해 그녀에게 새롭게 맞춰 준 기계식 장갑이 모습을 드러낸다.
“30초가 아니라 3분도 혼자 씹어 먹을 수 있지.”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
***
멀린은 ‘프로페테스’ 섬의 가장 외곽으로 이동했다.
다급하게 마법을 시전하느라 그리 먼 곳으로 갈 수가 없었다.
바바 야가는 본인의 몸에 미리 주술을 여러 개 각인시켜 놓은 모양이지만, 멀린은 그런 쪽의 재주는 썩 좋지 않았다.
‘마력 감지로 보아하니, 바바 야가는 부유 섬을 떠난 모양이군. 설마 민시우가 이렇게 빨리 감을 잡고 덮칠 줄은 몰랐어. 일정이 다 틀어졌으니 계획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겠는데.’
그는 서둘러 바닥에 공간 이동 술식을 새겼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리버스 게이트가 시간을 얼마나 끌어 줄 수 있을지, 차원의 문 프로젝트가 무사히 시행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류를 배신하면서까지 시행한 프로젝트다.
실패는 절대 있을 수 없었다.
ㅡㅡㅡㅡㅡㅡ탕타아앙타아아앙!!
그 순간 매서운 격발음이 연속으로 울렸고, 멀린은 본능적으로 전방에 마력파를 방사했다.
지반에 균열이 가며 온 사방에 돌무더기가 튀어 오르고 강대한 마력과 마력의 격돌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멀린은 지팡이를 치켜든 채 상대를 향해서 일갈을 날렸다.
“이 사리 분별도 못 하는 애송이 같으니라고! 〈판데모니엄〉의 제안을 거절하고 고작 한다는 짓거리가 민시우 자식한테 붙어먹는 것이냐!!”
“낄낄낄. 거, 말씀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영감님. 남이사 민시우하고 손을 잡든, 누구하고 손을 잡든 내 마음이지.”
“닥쳐라! 그래도 너를 귀히 여기고 있었는데···! 언젠가는 우리 쪽으로 올 거라고 믿으면서···!”
키드는 모자챙을 고쳐 쓰면서 피식 웃었다.
“사실 나는 누구랑 손을 잡든 상관없어. 〈판데모니엄〉이 됐든, HMCS가 됐든, ‘미스 틸 테인’이 됐든 큰 상관이 없단 말이지. 나는 그냥 나거든”
“그런데 어째서 민시우랑 손을 잡은 거냐!”
멀린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따지듯 물었다.
키드는 시우가 선물로 준 총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금색 장식이 들어간 검은색의 복고풍 리볼버.
“당신네들이 처음에 내게 접근했을 때 그랬지. 힘을 주겠다, 권력을 주겠다, 돈을 주겠다. 대신 〈판데모니엄〉은 마왕을 섬겨야 한다고.”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판데모니엄〉의 목표인데.”
“뭐, 나쁘다는 건 아니고.”
키드는 손사래를 쳤다.
그리곤 시우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시우는 만나서 내게 뭐라고 했었냐면···. ‘미스틸 테인’이 아니라 ‘크립’을 원한다고 하더군. 난 태어나서 그런 부탁은 처음 들어 봐. 낄낄낄!”
그는 빌리 더 키드라는 ‘미스틸 테인’으로서가 아닌, 악의 한 축으로서 진심을 다해 웃었다.
“영감, 상상이 가?! HMCS 특급 요원께서 ‘미스틸 테인’에게 와서 한다는 말이 같은 ‘미스틸 테인’의 작업장을 뒤집어엎어 조사하고 여차하면 죽여 달래! 이해됐어? 이게 내가 민시우를 선택한 이유야!”
키드는 자신이 지닌 정체성 중에서 ‘크립’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다.
그가 생각한 ‘크립’은 어둠의 중심이고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으며 권력에 지배당하지 않는 존재였다.
〈판데모니엄〉은 이를 무시했으나, 시우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려 들었다.
키드가 시우와 손을 잡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같은 식구에게 총구를 들이밀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기쁨도 있었지만 말이다.
키드의 총구에서 또다시 불이 뿜어졌다.
그의 마력이 가득 담긴 탄환이 공기를 가르며 멀린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피가 흩뿌려지고 멀린의 몸이 휘청거린다.
키드는 짜릿한 손맛을 느꼈다.
죽진 않았을 테지만, 대미지가 없진 않을 터.
“···이 고얀 놈.”
멀린은 이마에서 피를 뚝뚝 흘려 내며 키드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내가 몸을 숨기기 전에 네놈의 목은 끊어 놓고 가야겠구나.”
그리고는 지팡이 끝에 담아 놨던 방대한 마력을 풀어 술식을 구축했다.
순식간에 지면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법진이 형성되었고, 키드 역시도 양손에 든 총구 가득 마력을 그러모았다.
철컥.
***
시우는 바바 야가의 마력을 따라 공간 이동을 몇 차례 반복했다.
보통 상대의 마력흔을 관찰해 사용한 마법이나 주술을 파악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어도, 공간 이동 마법의 도착지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우에겐 나름의 방법이 있었는데.
“그래서 어디로 이동했냐? 좌표 좀 찍어 봐.”
【싫은 것이다. 나는 초과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어디서 또 이상한 말은 배워 가지고. 얼른 하고 집에 좀 가자, 어?!”
【초과 근무에 대한 수당을 주지 않으면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이다! 너는 악덕 고용 주인ㅡ 꾸앙!】
시우는 프레의 이마를 검지로 툭 밀어서 날렸다.
그리고는 프레의 날개를 잡아 들어 올려서 저번에 사 줬던 금속 골무와 귀이개를 압수했다.
【으앙! 줬다 뺏는 게 어딨는 것이냐!】
“악덕 고용주라 그런다. 어딨는지 좌표 안 찍으면 갖다 버린다, 이거?”
프레는 입이 댓 발 나와서는 투덜거리며 마법으로 좌표를 계산했다.
시우는 이런 방식으로 바바 야가의 마지막 공간 이동 장소까지 따라갈 수 있었다.
【오···. 여기는 분위기가 새로운 것이다.】
그곳은 어슴푸레한 건물 내부였다.
그것도 아주 높고 웅장한 것이, 그 규모가 상당해 보였다.
최대수가 급습한 고성과 맞먹는 크기의 성으로 추측되었다.
“기어이 따라왔군요”
시우가 마력 감지를 펼쳐 바바 야가를 찾으려는 찰나, 그녀의 목소리가 내부를 울렸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판데모니엄〉은 다 잡아 죽일 거라고.”
“후후후. 그랬었죠. 그 당시엔 그냥 흘려들었던 말인데, 이렇게 다 이루게 될 줄은 몰랐네요”
“내가 빈말은 안 하거든. 앞으로도 마족과 연관된 것들은 모조리 다 죽일 거다.”
“대단하시네요, 그 결심이.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그 힘이.”
바바 야가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주위로 펼쳐진 수십 권의 마도서와 형형색색의 포션이 둥둥 떠서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장신구가 화려하군.”
“어머나, 감사해요. 여자에게는 치장이 중요하니까요.”
“설마 평소에도 그것들을 다 사용하나?”
“후후후. 아니요, 그럴 리가요. 저도 한 번의 전투에서 이 모든 것들을 준비해 보긴 처음이랍니다. 영광으로 생각하셔도 좋아요.”
바바 야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빨간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태프가 움직이며 공중에 암녹색 마법진이 드리워지더니 바닥에서 굵은 나무뿌리가 솟구쳤다.
시우가 발을 박차고 공중으로 올랐다.
바바 야가는 포션 하나를 입에 머금더니 그를 향해 내뿜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초록색 불길이 시우가 뛴 방향으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시우는 마력 실드를 구축한 뒤에 바바 야가가 있는 곳으로 샷건을 발사했다.
콰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앙!! 콰ㅡㅡㅡㅡㅡㅡ앙!!
잘게 나뉜 마탄이 그녀를 향해 쇄도한다.
그에 맞춰 바바 야가의 주술이 발동하며 전방에 키메라들이 자동 소환되기 시작한다.
– 끼에에에엑!
키메라들은 마탄을 대신 맞고 쓰러져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시 일어나 시우를 향해 덤벼들었다.
“징그러운 걸 만들고 다니는군.”
“어머나, 실례되는 말씀이네요. 저에게는 아주 귀여운 아이들인걸요.”
“이게 귀엽다고? 취향이 의심되는데.”
【나도 아주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넌 좀··· 시끄러워!”
시우가 프레를 안주머니에 구겨서 넣었다.
바바 야가는 피식 웃으며 마도서 한 권을 눈앞으로 가져왔다.
“미안하지만, 미완성이라도 작전을 실행해야 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