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85
289화〉
바바 야가
간다르바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두 주먹에 마력을 때려 박았다.
좀 전보다 더 커다란 태양이 솟구치더니 들이닥치는 마기와 격돌하며 새하얀 섬광을 사방에 내갈겼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사야콘의 눅진하고 드센 마기가 사위를 초토화하고 간다르바의 태양을 압착기로 짜내어 마셔 버릴 것처럼 격렬하게 뿜어졌다.
마기를 따져 보아도 그렇고 마력을 따져 보아도 그렇고.
간다르바는 지난 시간 동안 싸웠던 모든 적을 통틀어 보아도, 이렇게 강대한 기세를 가진 적은 처음이었다.
단순히 실력이 좋다거나 전투 센스가 특출난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닌 기운이 압도적으로 강했다.
간다르바는 상대가 부리는 마기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장갑에다가 마력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 맞섰다.
애초에 마력을 상회하는 개념이 마기이기 때문에 같은 양을 퍼부어도 불리한 쪽은 마력 사용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그니의 권능’의 추가 기능을 떠올렸지만, 그건 때를 봐서 사용해야 하는 기술.
아직 사용하기엔 이르다.
간다르바는 힘이 점차 부치는 것을 느끼며 다가오는 마기에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태양은 빛을 잃기 시작했고, 마기는 거품처럼 부풀어 올라 일대를 곧 뒤덮을 듯했다.
“미안하다냥. 30초가 넘은 것 같다냥.”
그 순간 아누비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간다르바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타박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늦어도 너무 늦어!!”
“숙여라냥!”
간다르바가 몸을 숙인 즉시, 거대한 모래 해일이 하늘 높이 솟구치더니 전방으로 들이닥쳤다.
쿠와아ㅡㅡㅡㅡㅡㅡㅡ!!
마기를 갈기갈기 헤집고 사야콘이 있던 자리마저 황폐하게 부숴 놓았다.
하지만 이 기술의 가장 무서운 점은 파괴력이 아니었다.
아누비스의 눈 주위가 검게 빛나며 마력이 그녀의 스태프를 따라 2차 술식을 부여했다.
서거거거거거거거걱···!!
모래에 닿은 모든 것들이 생명력을 잃으며 말라비틀어졌다.
죽은 자를 인도한다는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
그 전설처럼 그녀의 기술에 닿은 모든 것들이 호흡을 잃고 말라 가며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아누비스는 안광을 빛내며 사야콘에게 모래를 집중시켰다.
수많은 모래 알갱이들이 한 점에 모여들며 사야콘의 육체를 물어뜯듯이 파고들었다.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다냥!”
아누비스가 자신의 마력을 최대로 발산하며 소리쳤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그런데 파고들던 모래가 폭발하듯이 전부 흩어졌다.
그 안에서 사야콘이 무언가를 와그작 씹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네 덕분에 내 모든 구슬을 다 소비했다.”
사야콘은 아누비스를 노려보며 분노에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
아누비스의 강격이 효과가 있었던지, 그의 모습은 너덜너덜해진 상태.
약간의 공격을 퍼부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러나 아누비스는 모든 마력을 소비해 지금 당장 공격을 재개할 수가 없었다.
“간다르바, 일단 후퇴하는 것이 어떠냥?”
아누비스가 그녀를 향해 소곤거리며 말했다.
“아니, 딱 한 방··· 한 방은 때릴 수 있어.”
간다르바는 팔찌에 마력을 불어 넣어 ‘아그니의 권능’의 다른 기능을 활성화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
요하네스버그의 상황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부터 세계적으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었던 데다가 개미굴에서 나오는 개미처럼 좀비가 나오니 헌터들이나 군인들이나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룩스를 투여하지 않아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 범죄자가 많이 섞여 있어 군대와 충돌하기까지 했다.
“후우ㅡ”
최대수는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양손에 묵빛 건틀렛을 구현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한 쌍의 건틀렛이 흉흉한 기세를 뽐내며 주변에 소리 없는 위협을 가했다.
그는 좀비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옆에 있던 가로등 하나를 뽑아 옆으로 있는 힘껏 휘둘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꽈아아아아아아앙!!
한 번에 십수 마리의 좀비가 산산이 조각나며 핏물이 반원을 그렸다.
그를 발견한 좀비들이 다시 떼거지로 몰려들었고, 최대수는 가로등이 휘어져 부서질 때까지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하, 더럽게 많군. 설마하니 ‘미스틸 테인’이라는 작자가 민간인을 좀비로 만들 줄이야.”
사실상 아비규환인 사태에 그는 피곤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괴물이나 범죄자를 때려잡는 건 유쾌의 유무를 떠나서 보람찬 일이었다.
남는 게 있었고, 문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이 밀려들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인이 휘말린 사건은 찝찝함 그 자체였다.
며칠이 지나도 불쾌했으며, 손끝에 남은 감각이 계속 따라다녀 입맛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이 좀비 사건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빌어먹을 바바 야가년 내가 싸웠으면 환웅의 청동검을 박아 넣을 텐데.”
물론 바바 야가를 죽인다고 이 좀비 떼가 멈추리란 보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주술은 시전자를 죽임으로써 더욱 강해져 위험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민시우 놈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최대수는 가로등을 집어 던져 다가오는 좀비의 대가리를 터뜨렸다.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땅이 무섭게 울리며 묘한 기운이 멀리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최대수는 이게 무슨 일이지, 잠시 생각하다가 흠칫 놀라며 기운이 시작된 곳으로 발을 박찼다.
요하네스버그의 몬테카시노 수도원 정문.
그곳에 얌전히 있던 리버스 게이트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몬스터를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기랄, 본 게임은 이제 시작이로군.”
리버스 게이트를 본 최대수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것도 잠시.
검은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며 마기를 드리웠다.
최대수는 곧장 격을 개방하고 마력을 전신에 순환시켰다.
쿠ㅡㅡㅡㅡㅡㅡㅡㅡㅡ웅!!
그 즉시 주위에 있던 수십 마리의 좀비가 바닥에 짜부라져 터져 나갔고, 게이트 밖으로 나왔던 몬스터들도 휘청거리며 바닥에 몸을 처박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강함.
최대수는 곧장 게이트에 다가가 몬스터의 머리를 건틀렛으로 내리찍었다.
어마어마한 굉음이 울리며 몬스터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혼자서 커버 가능한 수준이다.
이 이상 숫자가 늘거나 위력이 천정부지로 강해지거나 하면 다른 헌터들의 도움이 필요할 테지만, 아직까진 혼자 막을 수 있으니 최대한 막을 수 있을 만큼 막아야 한다.
괴물들의 위력을 가늠해 봤을 때, 몬스터 한 마리를 상대하려면 S급 헌터 한두 명 정도는 필요해 보였다.
“이게 초반에 나오는 괴물이란 말이지.”
최대수가 몬스터의 피로 얼룩진 건틀렛으로 시가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이미 그의 주위로는 벌써 십여 마리의 괴물이 갈가리 찢겨 나간 채 널브러져 있었다.
모조리 한 방에 나가떨어진 즉사.
“게이트 허트를 가진 놈이 얼른 나오길 바라야겠군.”
이렇게 운 좋게 ‘미스틸 테인’이나 초하이 랭커가 있는 리버스 게이트는 그나마 사정이 낫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몬스터가 나오는 순간부터 초를 다투는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그나마 민시우가 ‘미스틸 테인’을 비롯해 초하이 랭커까지 인구 밀집도를 고려해 적재적소에 보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아직도 멀린의 손아귀에 놀아나 회의만 주야장천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
“일단 놈이 바바 야가를 먼저 잡고, 좀비가 어떻게 되는지가 관건이겠는데.”
인류의 혼란을 바라고 한 계획이라면, 이번 작전은 〈판데모니엄〉의 성공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시우가 바바 야가를 체포하려다 룩스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이기는 했지만, 체포가 늦어졌다면 룩스가 더 많이 퍼져 그만큼 피해자도 늘게 됐을 상황.
리버스 게이트가 마무리되지 않은 타이밍임에도 멀린과 바바 야가를 잡으려 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기에 할 수밖에 없던 조치였다.
이렇게 좀비로 만들어 버릴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이제 전쟁까지 또 한 걸음 다가섰군. 〈판데모니엄〉을 격퇴하고 나면 다음으로는 본진에서 나오려나.”
최대수는 시가를 깊게 빨아들이며 게이트를 노려봤다.
***
바바 야가는 사라진 시우의 신형을 쫒으려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미스틸 테인’인 그녀로서도 시우의 속도는 감히 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콰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앙!!
그 순간 등 뒤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지며 방어 주술이 몇 개나 박살이 났다.
“꺄아아아아악!!”
바바 야가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했지만, 그 즉시 스태프를 휘둘러 시우를 향해 주술을 난사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수십 개의 마법진이 동시다발적으로 반응하더니 시우에게 각기 다른 주술을 퍼부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한 번 맞기만 해도 시신경을 몽땅 망가트리는 술식부터 단전을 곪게 만드는 저주까지.
그 다양한 마법이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렸지만, 시우의 신형은 조금 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몸이 아주 잽싸군요!”
그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미스틸 테인’인 동시에 〈판데모니엄〉으로 살아오면서 멀린처럼 자신이 최강이란 마음으로 살아오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약하다고 여기며 살아오지도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 누구라도 죽이고 올라설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되었다.
〈흑천락〉이라는 이능들의 집단을 이끄는 일은, 그저 그런 실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란 소리.
사람은 각자 자신 있는 분야나 자신 있는 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바바 야가에게는 이 고성이 그랬다.
여기엔 그녀의 온갖 주술과 연구 결과들이 그려져 있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서는 멀린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민시우란 자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난공불락인 그녀의 아지트에서 거침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칼질을 하고 있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시우를 쫒아 끊임없이 주술을 퍼부었다.
단 하나의 저주, 단 하나의 술식이라도 좋다.
스치기라도 해서 발목을 잡는다면 다른 저주가 이어 모든 것을 꿰뚫고 엉망진창으 로 휘저어 놓을 것이다.
그때 천천히 목을 취해도 늦지 않을 터.
그러나 시우는 그 스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온갖 마법이 뒤섞인 채 쏟아진 탓에 바닥은 독액에 절인(전) 것처럼 녹아내렸다.
그녀는 씨근거리며 입술을 짓씹었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시는군요. 제대로 상대하겠다고 하더니, 그럴 용기는 없으신가 보죠?”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그 찰나 바바 야가의 머리맡에서 기함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강격이 내리꽂히며 그녀의 마법진 여러 개가 붕괴되었다.
그녀는 옆에서 빙그르르 돌고 있던 포션 중 몇 개를 들어 입에 쭉 들이켠 뒤에 시우가 있는 곳을 향해 다시 내뿜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저적···!
암녹색 얼음이 순식간에 사위를 얼려 버렸다.
단순히 얼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갇힌 것들을 독액으로 죄다 녹여 버리는 지독한 강격.
“후후후. 이번에는 분명히 피할 수 없었겠죠? 반경에 있는 모든 걸 얼렸···.”
하지만 그녀는 말을 다 잇지 못했다.
바바 야가의 눈에 시우의 돌려 차기가 슬로 모션으로 보이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무지막지한 굉음이 일며 바바 야가의 몸이 저만치 날아가 처박혔다.
시우는 작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가 날아간 곳을 유심히 노려봤다.
“대단···하군요. 대단해요.”
바바 야가가 부서진 돌 틈을 헤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부딪힌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것도 이 고성에서.”
“별거 아니던데.”
“후후후. 자존심이 정말··· 처참하게 무너져 내리는군요”
바바 야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좋은 소식 하나와 나쁜 소식 하나를 들려드리죠.”
“뭐지?”
“좋은 소식은 룩스 프로젝트를 지금 중단할 겁니다.”
“그래? 나쁜 소식은?”
시우가 되묻자 바바 야가가 자신의 등 뒤에서 움직이고 있던 거대한 마법진을 멈춰 세웠다.
“나쁜 소식은 당신이 그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 즉시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던 좀비들의 모든 마기가 그녀에게로 흠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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