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86
290화〉
바바 야가2
“대단한 위력이군, 인간 암컷.”
사야콘이 외눈을 번뜩이며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야콘은 가지고 있던 모든 구슬을 씹어 삼켜 가까스로 목숨만은 건질 수 있었던 것.
아누비스의 모래 강격이 엄청났던지라 그의 몸은 만신창이 그 자체였지만, 뿜어지는 마기의 기세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조심해라냥··· 마기가 아직도 보통이 아니다냥.”
마치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볼품없는 풀처럼.
사야콘은 거적때기 같은 몸으로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을 지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던가.
이빨이 다 닳아 빠졌다고 해도 포식자는 포식자.
사야콘은 벼린 기세를 내뿜으며 한 걸음씩 간다르바를 향해 내디뎠다.
“정말 도망가지 않을 거냥?”
“엄호를 부탁해!!”
간다르바가 적을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렸다.
아누비스는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단전을 쥐어짜내 남은 마력을 깡그리 긁어 냈다.
“죽으려고 용을 쓰는군.”
사야콘이 자신의 마기를 한곳으로 압축시켰다.
뾰족하게 날 선 마기가 점차 응집하며 그의 커다란 입에 가득 모였다.
간다르바가 어깨를 뒤로 젖히고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먹이 불을 뿜으려는 찰나 사야콘의 입에서 엄청난 마기가 쏟아져 전방으로 치달았다.
간다르바는 전처럼 맞서지 않고 피해 냈다.
아누비스는 그 찰나의 빈틈을 노렸다.
저 모든 마기를 전부 막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다 막을 수도 없고 말이다.
“잠깐 닥치고 있으라냥!”
아누비스가 일갈하더니 모래로 사야콘의 입을 틀어막았다.
갈 곳을 잃은 그의 마기가 전신을 들쑤시고 여기저기에 구멍을 냈다.
사야콘은 갑작스러운 통증에 괴로운 듯 몸을 뒤틀며 폭주하는 마기를 잠재우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늦은 상황.
“끝났어, 이 새끼야!!”
간다르바의 외마디 욕설과 함께 한 줄기 섬전이 일자로 뻗어진다.
샛노랗게 타오르는 불길이 주먹을 오롯이 감싼다.
이글거리다 못해 사위를 한 줌 재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화염이 로켓의 불꽃처럼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간다르바는 자신이 지닌 모든 마력을 장갑에 쏟아 냈다.
깨끗하고 선명한 마력파가 뒤늦게 피어오른다.
발치에 다다른 그녀의 샛노란 주먹이 사야콘의 온몸을 통째로 불살라 버렸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태양의 불길이 마기에 반응하도록 한 장갑의 기능.
그녀의 스킬이 너무 강한 탓에 상시 작동시키지는 못하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만 반응할 수 있게 해 놓은 옵션이었다.
간다르바는 ‘아그니의 권능’을 해제하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력은 보통 마기를 상회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력이 마기에 반응하도록 원소의 술식을 뒤튼 이 기술은 그 역학을 뒤집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력이 완전하게 마기를 압도했다 정도는 아니었다.
“대등한 정도라면, 최소한 해 볼 만하지 않겠어?”
간다르바는 샛노란 불길에 잡아먹혀 잿더미가 되어 가는 사야콘을 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이지··· 내가 다 긴장했다냥.”
“아누비스, 엄호 땡큐.”
“왜 너는 갈수록 미친 짓을 더 하는 거냥. 얌전히 싸우면 어디가 덧나는 것이냥?”
아누비스가 툴툴거리며 그녀의 옆에 따라 앉았다.
사야콘은 분리되어 있을 땐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으나, 하나의 모습일 땐 크라켄의 경호까지 맡았던 마족.
‘미스틸 테인’이라 할지라도 버거울 수밖에 없던 상대였다.
“그런데 싸우면서 이상한 기운을 느끼지 않았냥?”
“어, 느꼈어. 부유 섬에서 느낀 엄청난 기운이랑 전 세계로 뭔가 뻗어 나가는 이상한 능력 같은···?”
그들은 기세를 내뻗지도 않은 크라켄의 존재감과 바바 야가가 발동한 룩스 프로젝트를 전투 중에 알아차린 것이다.
확실한 건 둘 다 인류에게 호의적인 기운은 아니란 사실.
“아누비스, 포션 찾아서 마시고 각자 맡은 리버스 게이트로 이동하자.”
“알았다냥. 그런데 포션이 어딨냐냥?”
“다른 애들 집 뒤져 보면 나오지 않을까.”
“···나중에 혼나면 네 책임이다냥.”
***
최대수는 움찔하며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요하네스버그를 빼곡히 채우던 수천, 수만 마리 이상의 좀비 군단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벌어진 일.
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허수아비처럼 나자빠진 좀비들을 일별했다.
리버스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몬스터를 때려잡고 있던 최대수는 멀찌감치서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좀비들도 유심히 살피는 중이었다.
당연히 그는 좀비에게 물린다고 죽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바바 야가의 주술이 어떤 식으로 작동되는지 모르니 물리지 않기 위해 주의를 했던 것.
그가 관찰하기로는 물린 대상을 감염시키거나 하는 전파력까진 없어 보였다.
그러나 마력을 지닌 헌터에게만 발동하는 저주가 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렇게 한참 리버스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때려죽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사방에서 암녹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좀비에게서만 흘러나간 그 빛은 하늘로 치솟더니 특정 방향을 향해 조용히 날아갔다.
단순한 섬전이 아니었다.
“좀비에게서 느껴지던 미약한 마기가 하나도 보이질 않는군.”
최대수는 방금 보았던 그 빛이 좀비들에게 있던 마기를 빼앗아 날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바바 야가가 죽었거나 단순히 주술이 해제된 것이라면, 이런 복잡한 과정이 다시 벌어질 리가 있었을까.
그는 턱수염을 슬며 못내 찜찜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바바 야가가 죽은 게 아니라··· 이 힘을 거두어들인 거라면 이야기가 대충 맞을 것 같은데.”
좀비들에게 사람을 죽이게 해서 그들이 가진 마기를 증폭시키게 한 뒤 다시 그 힘을 하나로 모아 가져간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최대수의 추측이었다.
다만 〈흑천락〉이라는 이능의 집단이 모인 곳에서 수장을 할 정도의 능력이라면, 이런 짓도 가능할 것 같았다.
그는 마기가 빠져나간 좀비의 맥박을 확인했다.
“···죽었군.”
룩스라는 마약을 먹은 시점에서 이들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고 한다면, 좀비가 사라졌기에 이제 헌터들은 리버스 게이트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때 리버스 게이트 너머로 또 다른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부터는 쉽지 않겠는데.”
그는 눈앞에 나타난 신화적 존재 바실리스크(Basilisk)를 보며 침음을 삼켰다.
***
콰ㅡㅡㅡㅡㅡㅡㅡㅡ앙!!
바바 야가가 드높은 천장을 부수더니 식물의 뿌리를 키워 천장에 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누가 누구보고 약삭빠르다고 하는 건지.”
그 모습을 본 시우는 발아래 바람 마법을 구사해 그녀를 따라 천장 구멍을 통과했다.
그들이 올라간 곳은 바깥이 바로 보이는 성의 외부였다.
지평선 아래로 눈부시게 새하얀 설원과 듬성듬성한 산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친다.
대한민국의 한겨울 고지대에서나 느껴 볼 법한 혹한의 추위가 이 성의 위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그 순간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짙은 초록색 빛줄기가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영락없이 이 지역을 온통 새파랗게 물들일 것 같은 초록의 빗물은 중간에서 서로 휘감기더니 바바 야가의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기운들···?”
“후후후, 맞아요. 룩스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제가 조금씩 뿌려 두었던 씨앗들입니다.”
“그래서 표현을 그렇게 했었나.”
“맞아요, 보조 배터리라고 했었죠.”
바바 야가는 여유를 되찾은 듯 입꼬리를 길쭉하게 올리며 시우를 차갑게 노려봤다.
그녀에게 있어서 룩스 프로젝트의 좀비들은 두 가지 역할을 했다.
하나는 마족과 멀린의 바람대로 세상에 혼란을 주고 사람들을 죽이는 일.
다른 하나는 마기를 천천히 쌓아 나가다가 그녀가 필요할 때 그 모든 마기를 바치는 일이었다.
프로젝트를 가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렇게 빨리 힘을 거두어들일지는 몰랐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의 역할은 충족한 상황.
바바 야가는 마법진 가득 들어찬 마기를 느끼며 주술을 읊었다.
드르르르르륵!!
그러자 마법진이 빙그르르 돌아가더니 마기가 그녀의 몸에 주입되기 시작했다.
“후후후, 이제는 후회해도 늦었어요. 압도적인 공포 앞에 죽기를 바랄게요.”
스태프가 휘둘러진다.
시우가 마법 실드를 구축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투두두둑.
실드의 윗부분에서 기묘한 파열음이 울린다.
시우의 어깻죽지가 반절 정도 잘려 나가며 피가 얼굴을 흠뻑 적신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를 스치고 지난 강격이 뒤쪽의 성벽을 완전히 반파시켰다.
시우는 재빨리 힐을 구사해 상처를 수복시키며 다시 날아드는 그녀의 공격을 무라마사로 막아 냈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엉!!!
어마어마한 파공음이 사방을 찢어발길 것처럼 울려 퍼지며 시우의 몸을 몇 미터나 뒤로 밀쳐 냈다.
시우는 부러지고 터진 손가락과 손바닥에 힐을 쏟아부었다.
과연 본인 입으로 ‘압도적인 공포’를 운운할 만큼의 실력이 되었다.
아니, 그 이상이다.
전신에서 줄기줄기 피어오르는 무지막지한 마기와 그것과 어우러지는 마력, 그리고 섬세한 주술 컨트롤까지.
그 무엇 하나 빠질 게 없는 빼어난 실력에 한 합 한 합을 막아 낼 때마다 근육이 터 지고 내장이 뒤틀리는 기분이다.
단순한 강함의 영역을 넘어선 괴물의 구역.
“아하하하핫! 조금 전의 경거망동은 어디로 간 것인가요! 더 날뛰어 보세요! 제게 더 덤벼 보시라고요!”
바바 야가는 황홀경에 젖은 얼굴로 시우를 향해 주술을 구사했다.
그녀의 주위로 수십 개의 주술진이 동시에 펼쳐지더니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는 마기를 난사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굉음과 함께 성이 초토화되며 거대하고 아름답던 성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바바 야가는 공중에 떠서 그 광경을 오연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후후후, 아하하하하핫! 그러게 제가 뭐라고 했던가요? 당신은 제 손에 죽을 거라고 했죠? 이 ‘칠흑의 마녀’는 생 제르맹처럼 멍청하지 않답니다.”
그녀는 짙은 눈매로 호선을 그리며 사위가 떠나가라 웃었다.
그리고는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스태프를 사방에 마구 휘둘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가가가가가가가!!! 콰아아아아아아앙!!
이미 부서진 성은 완전히 가루가 되도록 부서졌고, 사방에 흙먼지가 비산하며 돌무더기가 여기저기 마구 튀어 올랐다.
바바 야가는 그걸로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스태프에 포션을 뿌려 주술을 전개했다.
무너진 지반과 성의 잔해를 뚫고 수천 그루의 굵은 덩굴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분명 시체가 어디 있을 텐데···.”
그녀는 덩굴 여기저기를 살피며 시우의 시체를 찾으려 했다.
그자는 시체를 찾기 전까지는 결코 죽었다고 단정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바 야가는 날카로운 눈으로 여기저기를 살피다 굵은 덩굴 뒤에 시우의 옷이 보이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재빨리 그곳으로 날아가 시우를 향해 스태프를 겨눴다.
“아하하하핫! 숨어 있었군···요.”
하지만 그 곳엔 덩굴에 걸쳐 둔 그의 겉옷뿐이었다.
반룡(半龍)의 술(術).
그 순간 바바 야가는 등 뒤에서 성난 용의 이빨이 드리워진 것처럼 날 선 한기를 느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주술들이 동시에 빛을 내뿜었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에 맞서 시우가 용의 비늘이 덮인 주먹을 힘차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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