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87
291화〉
바바 야가3
한 줄기 섬광이 두 사람의 틈에서 번쩍인다.
막강한 격과 격이 마찰을 일으키며 중심에서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쿠과아ㅡㅡㅡㅡㅡㅡㅡㅡㅡ앙!!!
쓰나미처럼 덮쳐 오는 마력파에 수십 미터 이상 자랐던 굵은 덩굴들이 종잇조각처럼 찢겨 흩어진다.
땅이 갈라지고 성의 잔해가 송두리째 흙먼지가 되어 버렸다.
단 한 번의 경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여파.
바바 야가는 마기로 온몸을 둘러싸 충격에서 최대한 버텨 냈다.
그녀의 등 뒤에서 느껴지던 그 감각은 이제껏 겪어 본 적 없던 무시무시한 기운이었다.
“대체 그 느낌은···..”
바바 야가는 아직도 어른거리는 서늘한 감촉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일반적인 사람이 내뿜을 수 있는 기세나 기운이 아니었다.
악마나 마족, 게이트에서 볼 수 있는 몬스터.
그런 인외(人外)에서나 느낄 법한 포식자의 감각.
그녀 역시도 한 명의 ‘미스틸 테인’으로서, 그리고 헌터 출신으로서 수많은 적과 마주했었고 몬스터를 사냥해 왔었다.
단언컨대 그건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마력이 아니다.
평생 주술을 연구하고, 그 연구를 위해 〈판데모니엄〉에 가입한 그녀였기에 단언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순간 바바 야가의 사각에서 시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그녀가 아닌 사방에 떠 있는 마법진이었다.
시우의 주먹이 그녀의 커다란 술식과 맞닿으며 요란한 굉음을 퍼뜨렸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방어용 대결계술이 고작 주먹질 한 방에 반으로 으깨졌다.
“크으으윽!!”
그녀는 헛숨을 들이켜며 마기를 스태프에 담아 시우에게 겨눴다.
투두두두두두두두둥!!
다시 수십 개의 마법진이 연이어 생성되더니 그가 있는 곳으로 저주를 난사했다.
시우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녀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그가 있을 법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공격 속도가 빠르고 사각을 노린다는 점도 위험하지만, 가장 큰 위험은 일격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힐 만큼 강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패턴으로 시간을 끌면 불리해지는 건 그녀 자신.
바바 야가는 공중에서 지상으로 마력 감지를 펼치며 언제라도 주술을 발동할 준비를 갖췄다.
워낙에 방대한 마기를 좀비들에게서 얻어 낸 덕에 그녀는 대미지도 거의 없었고, 마기도 차고 넘쳤다.
지금 기분 같아서는 3박 4일이라도 내리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바닥을 훑어도 시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파지지지지··· 지지··· 지지지직!!
창공 너머.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소름 끼치는 전뇌의 꿈틀거림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마치 수만 마리의 말벌 떼가 동시에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
바바 야가는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 가득히 샛노란 전격을 내뿜으며 수직으로 들이닥치고 있는 장창의 모습이 보였다.
[신창 : 궁니르(Gungnir)]묵빛으로 타오르는 오딘의 무기가 금색 뇌격을 흩뿌리며 공기를 찢어발겼다.
바바 야가는 저도 모르게 덜덜 떨리는 손끝으로 토해 내듯 마기를 하늘로 방사했다.
쩌저저저저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정!!!
궁니르가 솟구쳐 올라오는 마기를 갈가리 흩트려 놓더니 그녀의 몸에 정통으로 내려 꽂혔다.
“커헉ㅡㅡ!!”
한 줄기 벼락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소닉붐이 몇 차례 일며 땅에 커다란 폭발음을 일으킨다.
ㅡㅡㅡㅡㅡㅡㅡ콰가가가가가가가가광!!!
산맥에 쌓인 눈들이 무너져 쏟아지고 곳곳에서 눈사태가 일어났다.
바바 야가를 끌고 수십여 미터를 파고 지하로 들어간 신의 무기, 궁니르.
그녀는 주술로 덩굴을 구현해 순식간에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그녀의 모습은 초췌하게 변해 있었다.
산발한 머리카락에 피투성이가 된 낯짝, 여기저기 찢기고 뜯긴 옷까지.
마찬가지로 지상에 착지한 시우는 그녀의 모습을 훑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에 봤을 때랑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군.”
뿌드득.
바바 야가가 어금니를 짓씹으며 시우를 매섭게 노려봤다.
아직도 마기는 많이 남아 있었지만, 문제는 그녀의 체력과 마력이었다.
인간의 몸으로는 마기를 온전히 다룰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흑마법사는 육체를 대가로 지불하고 마기를 사용하는 것이었고, 반마족은 인간도 마족도 아닌 것이었으며, 생 제르맹은 악마의 심장을 이식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천외천급의 체력과 방대한 마력을 바탕으로 마기를 뒤섞어 사용했었으나, 시우의 강격을 막아 낸 뒤로는 몸의 상태가 이상해졌다.
에테르가 마기의 상위 호환이란 걸 모르는 그녀로서는 컨디션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당연지사.
그녀는 시우를 지그시 노려봤다.
양팔에 돋아난 드래곤의 비늘 같은··· 단단한 갑주? 혹은 건틀렛···?
“그 우스운 꼬락서니는 무엇인가요? 생 제르맹과 싸울 때도 보았던 것 같은데. 설마 당신도 이능의 소유자였나요?”
바바 야가는 호기심 반, 상황을 타개할 생각 반으로 시우의 관심을 다른 곳에 돌리려 했다.
시우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능이라. 이능이라면 이능이겠지. 정상적으로 얻은 능력은 아니니까.”
“후후후. 일평생 주술과 마법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궁금해지는 대답이군요. 그 몸의 변화가 지금 당신에게서 흐르는··· 이상한 마력과도 연관이 있는 건가요?”
그녀는 도통 저 마력의 정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시우에게서 저 마력이 뿜어진 뒤로 그녀가 그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있었다.
“글쎄, 안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그러나 시우는 바바 야가에게 그 어떤 여지도 희망의 씨앗도 주지 않았다.
또한 설령 알려 준다고 한들, 그가 말한 것처럼 달라지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머나···. 참 냉정하신 분이군요. 그래도 힌트 정도는 주실 줄 알았는데!!”
그녀는 시우의 표정에서 단호함을 읽었고, 그 즉시 스태프에 마기를 그러모아 전방에 내갈겼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짙고 선명한 충격파가 시우를 꿰뚫고 나아간다.
바바 야가는 내친김에 남은 포션을 전부 입에 털어 넣고 힘껏 내뿜었다.
암녹색의 불길이 화염 방사기처럼 무시무시한 기세로 쏘아졌다.
독으로 이루어진 불꽃은 살갗에 닿기만 해도 치명적인 맹독을 퍼뜨려 극심한 통증을 가하게 된다.
인류 최악의 무기라는 백린탄보다 몇 배는 고통스럽다는 지옥의 불길.
그런 공격에다가 마기를 한가득 뒤섞었다.
바바 야가는 활활 타오르는 화염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죽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푸ㅡㅡㅡ욱!!
이글이글 솟구치는 암녹색의 불꽃 속에서 튀어나온 칼날이 그녀의 가슴께를 꿰뚫었다.
“쿠허어어억···!!”
바바 야가가 놀라 뒷걸음질 치며 입에서 피를 쏟아 냈다.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전방을 노려봤다.
그곳엔 아주 멀쩡한 모습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시우가 있었다.
“존나 뜨겁고 아프더라.”
시우는 화염 속에서 끝없이 상처를 수복해 가며 그녀가 방심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녹아내리고, 독액이 신경을 파고들어 뇌가 하얗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지만, 이 한 번의 공격을 위해 참고 또 참았다.
그래 봤자 고작 몇 초긴 하지만 말이다.
시우가 바닥에 침을 퉤, 하고 내뱉자 새까만 핏물이 눈밭을 적셨다.
“이제 스태프 들고 휘두르는 짓거리는 못 할 거다.”
“쿠후후··· 큽! 지랄 마세요.”
바바 야가가 스태프를 휘둘렀고, 시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스태프보다 시우의 칼질이 몇 배는 더 빨랐다.
서ㅡㅡㅡㅡ거 억!!
“꺄아아아아아아악!!”
설원 위에 고운 손 하나가 털썩 떨어졌다.
그녀는 남은 손으로 잘린 손목을 쥔 채 한참을 뒤로 물러났다.
수없이 많은 핏물이 흰 눈 위에 붉은 꽃을 만들어 갔다.
“전 ‘미스틸 테인’이자 현 〈판데모니엄〉 1위계인 바바 야가. 수많은 사람을 살해하고 인류를 배신한 죄로 널 즉결 처분한다.”
시우가 멀리 떨어진 그녀를 향해 날 선 눈빛으로 읊조렸다.
“후후···후. 아까 말···했죠? 지랄하지 말라고!”
바바 야가가 흘러내리는 핏물을 매개체로 지니고 있던 모든 마기를 하나의 주술에 그러담았다.
흑마술사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사용하는 것처럼 그녀도 자신의 육체를 제물로 바쳤다.
“당신은 반드시 죽일 거야···!”
순식간에 바바 야가의 몸에서 대량의 피와 두 눈,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사라졌다.
그것들이 있던 곳은 마치 원래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사라진 부위가 반들반들한 상태가 되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
그녀의 입에서 불길하기 짝이 없는 저주가 실타래처럼 풀려 나오며 허공에 새까맣고 흉흉한 주술을 그려 냈다.
그건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기이한 형태의 술식이었다.
“하··· 이건 대체 어떻게 하지.”
시우가 얼굴을 와락 구긴 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사실 시우 역시도 몸이 성한 상태가 아니었다.
에테르의 힘을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반룡의 술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과부하에다가 더 큰 과부하를 주는 상태였으니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제2 코어의 문까지 연 덕에 에테르의 유속과 정순함은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덕분에 그의 마나맥은 갈가리 찢기기와 수복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었다.
동반되는 끔찍한 통증은 덤.
“야, 프레···.”
시우가 심각한 얼굴로 프레를 불렀다.
【왜 그러냐, 좁밥.】
“힐을 최고 단계로 계속 돌려.”
【뭔 짓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냐?】
프레가 주머니에서 얼굴을 삐죽 내밀고 물어봤다.
보통 저런 부탁은 미친 짓을 할 때나 하는 것이었기에 프레로서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제2 코어 반룡의 술을 쓸 거야.”
【제정신인 것이냐?】
“어.”
‘반룡의 술’이란 기술은 하나를 총칭하는 것이 아니라 각 코어를 제어할 줄 알면 쓸 수 있는, 일종의 증표 같은 것이었다.
【후폭풍은 네 몫인 것이다.】
“알았다. 힐 풀지 말고.”
제2 코어에서 에테르의 힘을 듬뿍 끄집어내어 단전으로 귀속시킨다.
곧이어 에테르가 마나맥을 타고 전신으로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한다.
지독한 한기가 신경 마디마디를 끊어 농는 것 같다.
어마어마한 통증이 시우의 전신을 휘감고 매 순간 양쪽 어깨를 도끼로 찍어 내는 기분이다.
그 순간 따듯하고 광활한 빛살이 시우를 감싼다.
프레가 발휘한 힐이다.
“후후후, 이걸로 끝이에요.”
때마침 바바 야가의 깊고 어두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가 발한 마지막 저주가 발동하며 마법진에서 지옥의 불길로 이루어진 초거대 키메라가 소환되었다.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 없는 괴물.
놈은 입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기괴하게 울부짖었다.
– 크아아아아아아악!!
산맥이 쩌렁쩌렁 울리고 땅이 덜덜 흔들렸다.
“죽이세요.”
바바 야가가 키메라에게 명령을 내렸다.
괴물이 시우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입으로 무시무시한 불길을 내뱉었다.
“후우.”
시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양팔은 탁한 흙빛의 비늘로 덮여 있었고, 그의 두 어깨는 시리도록 푸르고 날카로운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제2 코어, 반룡의 술.
시우가 주먹에 에테르의 힘을 모아 괴물을 향해 내질렀다.
섬광이 번쩍인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천지를 뒤흔드는 괴성이 울리며 뼛속까지 얼려 버리는 냉혹한 한기가 불길마저 얼음 속에 가둬 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