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2
296화〉
신 전쟁 대응 팀2
시우는 훈련장 한곳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단전에서 분출된 마력이 전신의 마나맥을 훑고 신경 말단까지 구석구석 순환하기 시작한다.
“쓰읍ㅡ 후우.”
깊이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근육 조직이 마력을 머금고 잔잔한 열감을 띤다.
시우는 온몸을 휘감은 마력을 단전으로 거둬들이며 이번엔 더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단전 너머의 단전, 코어.
시우는 이계에서 일곱 마리의 드래곤을 죽였고, 그들의 심장이자 에테르 덩어리인 코어를 프레의 힘으로 흡수했다.
그 일곱 개의 심장이 시우의 몸에서 두 번째 단전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
마력이 단전을 지나 코어에 다다른다.
망망대해처럼 드넓고, 짙푸른 에테르의 힘이 아득한 공간을 장악한 이곳.
만약 이 모든 힘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자는 드래곤의 육체를 초월한 존재일 것이다.
시우는 일곱 개로 나누어진 코어 중 2코어까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태였다.
‘또 하나의 벽이 허물어졌군.’
하지만 얼마 전에 바바 야가와의 전투에서 2코어를 최대치로 운용하게 되었고, 그 결과 파괴와 회복을 거듭한 그의 몸은 3코어의 경계를 부술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은 언제나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장시간 유지했던 ‘제2코어 반룡의 술’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후유증을 몸에 아로새겼다.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과도하게 넘어서게 만든 에테르 운용, 뼈를 갈아 내는 격한 통증.
이 모든 것들이 시우를 극한의 상태로 내몰았다.
물론 프레 덕에 매초 힐로 몸을 수복시켜 직접적인 큰 부상은 없었지만, 정신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와 아픔까지 힐로 치료할 수는 없었다.
시우는 새로 뚫은 3코어를 마력으로 훑어 나가며 더 확장된 자신의 경지를 체감했다.
‘코어가 하나씩 더 열릴 때마다 에테르 수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네. 이러니 코어를 안 뚫을 수가 있나.’
【좁밥, 너 담당 일진들 들어온다. 이래서 친구를 미리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자꾸 헛소리할래?”
시우가 자신의 마력을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프레의 말마따나 훈련장으로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스틸 테인’ 멤버들이었다.
다른 자들은 평소와 같았으나, 세 사람만은 단단히 마음먹은 듯 굳은 표정으로 시우를 마주했다.
“결정한 것입니까?”
시우가 그들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 비록 그대가 우리보다 강하다 할지라도, 배움이 필요할 정도로 강한지는 직접 부딪혀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키플라갓이 앞으로 나서며 대꾸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헌터들 간의 우위는 직접 싸워 봐야 아는 것이기도 하고요.”
“당연하지~ 그리고 우리들 앞에서 강함을 증명한 적도 없으니까···요.”
케르베로스가 어색하게 말꼬리를 흐리며 시우의 눈빛을 피했다.
사실 시우에게 ‘미스틸 테인’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였다.
그리고 세 명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적은 수가 반대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어느 무리에 들어가든 기존 구성원이 자기들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시우 역시도 이렇게 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은 보였어야 할 명백한 실력 차.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제 의견에 동의하는 걸로 알아도 될까요?”
“우리 셋을 제외하면 그러기로 했다.”
“좋습니다. 슬슬 시작하도록 하죠.”
시우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성난 말’이 팔짱을 낀 채 시우를 보며 물었다.
“우리 중 누구와 먼저 싸울 것이오?”
“······?”
시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쳐다봤다.
“당신이 고를 수 없다면 우리가 임의대로 순서를 정하겠소. 어떻게 하겠소?”
“오해가 좀 있는 것 같군요.”
“오해라니··· 설마 이제 와 대결이 아니라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리라 믿소만?”
‘성난 말’이 맹수와 같은 안광을 빛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니, 대결은 맞습니다.”
“그럼 어떤 부분이 오해란 거요?”
“한꺼번에 덤비시죠”
“······.”
‘성난 말’과 키플라갓, 케르베로스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시우를 응시했다.
“왜 그러십니까?”
“이봐~ 지금 ‘미스틸 테인’ 세 명과 동시에 붙겠다는 소리는 아니지···요?”
“민시우 헌터. 당신이 강한 건 알겠지만, 이건 정말 그냥 넘어가기 힘든 문제다. 케르베로스의 말처럼 당신 혼자서 우리 셋을 상대하겠다는 말인가?!”
키플라갓도 시우의 태도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썩어도 준치라 했던가.
그들에 대한 평가가 아무리 떨어지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도 ‘미스틸 테인’이란 자리는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오른 천외천의 위치.
“적어도 1:3으로는 싸워야 여러분이 제게 가르침을 받겠단 마음을 먹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눈앞의 이 남자는 그 실력을 얕잡아보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런 소리를 태연히 지껄일 수 있을까.
무어라 반박하려는 ‘성난 말’을 키플라갓이 팔을 들어 제지했다.
키플라갓의 팔은 치미는 분노 때문에 살짝 떨리고 있었다.
“좋다. 당신의 바람대로 셋이 함께 싸우도록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봐주지 않을 것이며, 그대가 기절하거나 항복하지 않는 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의하는가?”
“동의합니다. 심판은 각자 양심에 맡기도록 하죠.”
“알았다.”
키플라갓이 상의를 벗어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졌다.
검고 탄력적인 근육질의 몸매가 드러났다.
그의 단전에서 마력이 피어오르더니 타원 형태의 기다랗고 뾰족한 가면과 함께 단창과 나무 방패가 구현되었다.
준비를 끝마친 그를 보며 ‘성난 말’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소. 난 내 조상의 영혼을 위해서라도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할 것이오. 각오하시오.”
“바라던 바입니다.”
‘성난 말’이 마력을 뿜어냈고, 워바닛(독수리 깃 모자)과 물소 가죽으로 만든 브리치클라우트 상의, 양손에 두 자루의 손도끼가 생겨났다.
케르베로스는 시우에게 별다른 말 없이 곧장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는 키플라갓이나 ‘성난 말’처럼 아티팩트로 무기를 구현하진 않았는데, 대신에 발 아래로 거대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만큼 도발해 놨으니··· 진심으로 하겠지.’
시우가 그들을 일별하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설렁설렁 겨뤘다가 어정쩡하게 이겨 버리면 납득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시우는 차라리 1:3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사실 이건 키플라갓, ‘성난 말’, 케르베로스에겐 외통수나 다름없는 대결이다.
이겨도 본전일뿐더러 지면 망신이기 때문.
본래라면 죽어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이 싸움을 승낙한 것은, 그간 쌓아 온 시우의 엄청난 업적과 그에게 빚진 마음,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솟구치는 분노와 강자에 대한 호승심 때문일 것이다.
“시작합시다.”
시우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건방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키플라갓이 시우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황홀한 빛의 주인 : 대리자]키플라갓의 신형이 샛노란 금빛으로 번쩍이며 그의 창끝이 전광석화와 같이 내리꽂혔다.
콰가ㅡㅡㅡㅡㅡㅡㅡㅡ앙!!
그야말로 폭탄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무시무시한 굉음이 일었고, 마력 방어 결계가 몇 중으로 쳐진 훈련장 바닥이 군데군데 깨져 나갔다.
시우는 재빠르게 공격을 회피해 낸 뒤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여럿을 상대로 싸울 땐 지금 당장 공격하는 사람보다 뒤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그 순간 바닥에서 거대한 어둠이 솟구쳐 올랐다.
마치 사냥감이 걸려 발동한 덫처럼 기민하고 빠른 속격.
어둠은 시우를 한입에 물어 삼킬 듯 입을 벌리고는 그의 사지를 그림자로 묶어 냈다.
‘이거ㅡ 단순한 그림자 마법이 아닌데?’
케르베로스의 공격을 뿌리치려던 시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림자에 묶인 신체의 마력 흐름이 제멋대로 뒤엉키며 전혀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마력을 올바르게 순환시키려 해도 고장 난 나침판처럼 시우의 통제력을 벗어났다.
“처음에 놈의 기술을 받게 되면 다들 그런 표정을 짓더군. 안됐지만 대결은 끝이오!”
‘성난 말’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손도끼를 들어 올렸다.
일순 그의 등 뒤로 거대한 곰의 형상이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기세가 미친 듯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대의 도전은 어리석었다. 1:1로 했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감히 1:3이라니.”
뒤이어 분노에 찬 키플라갓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창끝이 다시 샛노랗게 빛나며 그림자에 꽁꽁 묶여 있는 시우의 복부로 치달았다.
양쪽에서 들이닥치는 무지막지한 강격.
키플라갓과 ‘성난 말’은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케르베로스까지 갈 것도 없이 자신들 선에서 이 대결은 끝날 것이었다.
이미 그들의 무기가 시우의 피부에까지 가닿은 상태.
이 대결 이후에도 다른 ‘미스틸 테인’이 시우에게 가르침을 받아도 상관없었으나, 적어도 그들은 이 대결에서 시우에게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키플라갓의 창끝이 시우의 복부를 꿰뚫고 지난다.
아니,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순간적으로 모든 세상이 일시 정지한다.
번쩍거리는 단창도 멈추고, ‘성난 말’의 손도끼도 시우의 어깻죽지에서 멈춰 서 있다.
튀어 오르는 돌가루, 떨어지는 땀방울, 고운 흙먼지의 입자.
모든 것들이 눈에 선하다.
고수들의 싸움은 1,000분의 1초, 그 이상을 간다던데, 지금 그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던 키플라갓의 시선이 시우의 얼굴로 향했고, 동시에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 찰나 키플라갓은 시우의 눈에 번지는 옅은 웃음을 보았다.
‘대체 이 상황이ㅡ?’
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 그 홀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시우의 몸에서 용솟음치는 새파랗고 서늘한 기운.
키플라갓과 ‘성난 말’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 기함을 터뜨리고 싶었다.
이건 정말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니었다.
단지 시우가 그들을 상회하는 속도로 휠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순간 시우의 팔뚝과 어깨에 기묘한 갑옷 같은 것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시우에게서 풍기던 기운이 180도 돌변하기 시작했다.
찌지지··· 지지직!!
시우가 몸을 속박하고 있던 그림자를 휴지 조각처럼 찢어 버리고는 오른 주먹을 번개처럼 연달아 휘둘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키플라갓과 ‘성난 말’이 수십여 미터를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뒤늦게 상황 판단을 한 케르베로스가 자신의 격을 모두 해방했다.
과연 천외천의 경지에 다다른 이답게 어마어마한 마력과 기세.
바닥에 고인 어둠이 뒤틀리더니 집채만 한 형태를 구축하고 이빨을 으르렁댔다.
그의 이명과도 같은 지옥의 수문장, 케르베로스(Κέρβερος).
화르르르르르르르륵!!!
삼두견(三頭犬)의 입에서 세 갈래의 불길이 응집되며 한곳으로 쏟아졌다.
시우는 바닥을 송두리째 녹여 버릴 것 같은 화염을 마주하더니 손바닥을 펼쳐 케르베로스에게 향했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억!!!
서슬 푸른 냉기가 들이닥치는 모든 불길을 압도하며 케르베로스를 순식간에 얼려 버렸다.
본래 그림자는 얼음 마법을 쓴다고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케르베로스는 일종의 현현 상태라 가능했던 것.
“하아.”
시우의 입에서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그의 차디찬 시선이 멍청한 얼굴로 서 있는 케르베로스에게 가서 멈췄다.
탁.
몸을 움찔할 새도 없이 시우의 신형이 사라졌고.
꽈가아ㅡㅡㅡㅡㅡㅡㅡㅡ앙!!!
곧이어 상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마력파가 케르베로스의 몸을 으스러트릴 정도로 짓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