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4
298화〉
위험한 내기
투콰카카ㅡㅡㅡㅡㅡ!!
극한까지 압축되었던 마력이 터진 것처럼 강대한 마력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상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경호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은 느닷없이 들이닥친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분명 언제 어느 때라도 반응할 수 있도록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는데, 그럴 틈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커허어어억···!”
“우웨에에에에엑···.”
“다, 다들 정신, 정신 차려!”
가이 포크스 가면의 남자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마치 그들 따위는 처음부터 안중에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타ㅡㅡㅡ앙!! 타ㅡㅡㅡ앙!! 타ㅡㅡㅡ앙!!
마력을 듬뿍 담은 탄환이 침입자에게 쏘아진다.
하지만 그 공격은 남자의 실드에 막혀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다.
“허허허. 그깟 총 따위로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아니···. 죽일 뻔한 놈이 있기는 하군.”
남자는 기분 나쁜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혀를 쯧쯧 차더니 경호원들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들을 둘러싼 공간이 비틀리고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경호원들과 특수부대원들은 흠칫 놀라며 재빨리 남자를 향해 스킬을 퍼부었다.
다채로운 색깔의 섬전이 번쩍거리며 복도를 피로 물들이기 위해 굉음을 일으켰다.
가이 포크스 가면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아니, 웃는 듯했다.
그에게 날아가던 스킬과 마법이 코앞에서 멈추더니 다시 거꾸로 빨려 들어왔다.
남자가 먼저 구현한 마법이 강력한 중력처럼 주위의 것들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ㅡㅡㅡㅡㅡㅡㅡ!!”
수십 명의 특수부대원들과 경호원들이 쿠킹 호일처럼 구겨지며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즉사했다.
이윽고 하나의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핏물을 흘리며 복도 중앙에 떨어졌다.
가면을 쓴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어리석음의 대가는 언제나 생각 이상으로 처절한 법이지. 그대들은 정당한 값을 치른 것뿐일세.”
그는 보물고로 들어가 원래 찾으려 했던 물건을 마저 뒤져 나갔다.
잠시 후.
원하던 아티팩트를 손에 넣은 남자는 공간 이동으로 유유히 모습을 감췄고, 크렘린궁 안에는 한참 동안 경보음이 꺼지지 않았다.
***
마계 중에서도 마기가 가장 짙은 대마경.
그 중앙부에 세워진 돔 형식의 거대한 건물 한 채.
개미 새끼 한 마리 들어가지 못하도록 삼엄한 마법이 주변을 아우르고 있었고, 수백의 마족이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하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666일 만에 이루어진 왕의 회담.
내부에 마련된 커다란 원형의 테이블과 그 테이블을 둘러싼 거대한 네 개의 옥좌에 네 사람이 앉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네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각자 자신의 사념체를 담아 옥좌에 보낸 것일 뿐, 실제로 그곳까지 간 자는 아무도 없었으니.
마계를 다스리는 네 명의 마왕(魔王).
각각의 사념체는 마왕의 성격을 닮아 그 모양이 전부 달랐다.
제1계 마왕의 사념체는 본인의 건강했을 적 모습을.
제2계 마왕의 사념체는 거대한 눈알, 제3계 마왕의 사념체는 새까만 얼굴, 제4계 마왕의 사념체는 작은 불꽃 모양을 하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이군.』
제1계 마왕이 턱을 괸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오연하고 거만한 표정.
『크캬캬! 얼굴이 좋아 보여, 1계! 좋은 걸 많이 먹고 지내는 모양이야!』
제2계 마왕이 눈알을 게슴츠레 뜨며 조소하듯 입을 열었다.
현재 제1계 마왕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그가 일부러 비아냥거린 것이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구와 달리 내 권속은 유능하니까 말이지. 양질의 영양분을 갖다 바치는 것 또한 그들의 능력 아니겠나.』
제2계 마왕의 권속은 히카탄으로, 예전에 반마족의 나라 ‘술트 오드’에 침입하려 했던 뚱뚱하고 욕심 많은 마족이었다.
그에 반해 제1계 마왕의 권속은 마계에서도 실력가로 명성이 자자한 크라켄.
이제는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만큼 크라켄과 다른 권속들의 차는 벌어져 있었다.
『후후후. 2계여,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걸지 마세요. 1계의 권속은 우리 중에 최고랍니다.』
제3계 마왕이 새까만 얼굴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를 비웃었다.
『시끄럽다, 3계! 자네 권속인 타타르는 뭐 잘난 게 있다고 웃는 거야!』
『타타르는 적어도 사고는 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히카탄과 솔라소는 무능력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요? 후후후.』
『칫. 크캬캬! 4계, 그 작은 불꽃은 뭐냐? 아직도 인간한테 당한 부상이 회복이 덜 된 모양이지?』
제2계 마왕이 이번에는 제4계 마왕을 타깃으로 변경해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그 발언에 제1계와 제3계 마왕도 따라 웃음을 흘렸다.
마왕들은 각각 구역을 나눠 균등하게 힘을 분배하고 있고, 인류 정복이라는 목적으로 함께 움직이고 있지만, 실상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라이벌 관계였다.
마왕이라는 이름처럼 결국 그 하나하나가 자신의 나라를 가진 왕인 셈이었고, 그들의 최종 목적은 다른 세 마왕을 꺾고 자신이 유일한 마왕으로 우뚝 서는 것이었다.
제4계 마왕은 작은 불꽃을 일렁거렸다.
네 명의 마왕 중 유일하게 인간과 싸웠던 마왕이자 동시에 유일하게 인간에게 패배했던 마왕.
『걱정해 줘서··· 고맙군··· 2계. 자네는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칠 출구를 찾느라··· 눈이 그렇게 커진 모양인가. 하긴··· 1계나 3계도 마찬가지긴 하지···.』
제4계 마왕이 조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른 마왕들이 표정을 굳혔다.
인간에게 패배했다는 점이 그의 약점이라면, 다른 마왕들은 애초에 싸워 보지도 않았다는 부분이 치부로 남아 있었다.
『4계여. 차원 이동의 후유증을 없애고자 평화 조약을 맺은 건 자네도 잘 아는 사실일 텐데?』
『1계···. 그 평화 조약을 맺기 위해··· 내 희생이 들어갔다는 걸··· 잊지 마라.』
『나는 자네의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 그저 마왕을 쓰러트린 인간의 강함이 놀라운 것뿐이지.』
『그래···. 그 인간··· 민시우가 〈판데모니엄〉을 홀로··· 궤멸시켰다는 걸··· 알아야 한다.』
민시우라는 이름에 다른 마왕들도 떨떠름한 기색을 내비쳤다.
다른 인간의 이름은 모를지언정 그들 역시도 민시우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다.
마왕을 쓰러트린 유일한 인간.
『대체 그놈은 어디 있다가 별안간 나타난 것인가요? 4계와 싸우다가 죽은 줄 알았었는데 말이죠.』
마왕들로서는 심히 짜증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이 10년 만에 나타나서는 보란 듯이 커다란 걸림돌로 성장했는데, 치우려는 족족 오히려 역공을 당해 버렸다.
차원 이동의 후유증을 극복해 예전 힘을 되찾은 마왕들조차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
『크캬캬! 놈은 이제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적이 되었다. 가장 강대한 적이 될 것이라 여겼던 ‘미스틸 테인’마저 민시우의 휘하에 들어간 모양이야.』
제2계 마왕은 눈알을 부라리며 현재 사태를 걱정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과연 그가 얼마만큼 강해졌을까.
그걸 알아내는 게 마왕들에게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였다.
혹시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민시우가 본인들만큼이나 강하다고 한다면···.
그건 지금까지 세운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할 만큼 엄청난 상황이었다.
『후후후. 이번 일은 권속들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어요. 만약 권속 중에 민시우를 죽이는 자가 나타나면, 그 권속을 둔 마왕에게 특별한 권한을 주는 게 어떠신가요?』
제3계 마왕이 먼저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위험천만한 코앞까지 들이닥쳤지만, 사실 마왕들로서는 민시우와 직접적으로 대결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잘못했다간 과거 제4계 마왕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 같군. 그렇다면 특별한 권한을 어떤 걸 내걸어야 할까.』
『크크··· 크캬캬! 다들 속셈이 비슷할 텐데 눈치 보지 말자고. 원하는 마왕 하나를 골라 주종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때?』
『허···. 제2계여. 히카탄이나 솔라소로는 가당치도 않을 것 같은데. 너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 아닌가.』
제1계 마왕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되물었다.
이 계획에 가장 큰 메리트를 느끼는 건 크라켄을 권속으로 둔 제1계 마왕.
『그냥 싸우는 거라면 히카탄이나 솔라소가 불리하겠지. 하지만 죽이기만 하는 거면 그 둘한테도 나쁘지 않은 조건일 거야. 오히려 제3계나 제4계가 걱정이군.』
『후후후. 타타르도 그 이후로 마기를 꾸준히 섭취해서 괜찮답니다. 그렇게 쉽게 당할 실력은 아니에요. 제4계는 어떤가요? 권속이 너무 경험이 없어 보이는데.』
『바블레너도··· 그리 약하진 않다···. 민시우를 죽일··· 실력은 될 거니, 나도··· 제2계의 제안에··· 동의하겠다.』
제1계를 제외한 다른 마왕들도 권속을 이용한 계획에 반발하지 않았다.
모두 자신감 있어 보이는 태도에 의아한 눈빛을 보인 건 제1계 마왕이었다.
‘히카탄이나 솔라소, 타타르, 바블레너로는 절대 민시우를 죽일 수 없을 터. 대체 무슨 자신감들인지 모르겠군. 하긴, 그러기 전에 크라켄이 민시우를 죽이면 되는 건가.’
다른 마왕 하나를 밑으로 둘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혜택이었다.
단순히 병사 몇을 얻는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마왕전(戰)에서 다른 이들을 압도하고 최후의 마왕이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렇다면 모두 동의한 것으로 알고, 민시우를 가장 먼저 죽인 마왕이 다른 마왕 하나를 주종 관계로 삼는 것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
제1계 마왕의 선언에 다른 마왕들이 눈빛을 빛내며 서로를 쳐다봤다.
『이번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지. 다음 회의는 민시우를 처리하면 하는 걸로.』
『크캬캬캬! 나중에 보자고!』
『후후후. 그렇게 하죠.』
『···알았다.』
마왕들이 사념체를 해제하자 회의장엔 인기척이 사라지고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
시우는 집에서 자는 게 오랜만인 것 같았다.
“외지인. 낯선 사람.”
시온이 시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 오랜만이다, 시온아.”
“스트레인저.”
시우가 빙긋 웃었지만, 시온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우에게 하고픈 말을 내뱉었다.
“···스승께서 너무 밖으로 돈 탓입니다. 집에 자주 와서 아이들이랑 시간을 보내지 그러십니까.”
“야, 내가 일부러 외박하고 다니냐.”
루안의 말에 시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아니면 저처럼 연락이라도 자주 하시죠. 저는 덕분에 애들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전직 조폭.”
“···그런 말은 누가 가르쳤니.”
“언니 납치범.”
시온이 루안을 가리키며 독설을 날리자, 루안은 범인을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이라고는 전혀 안 되는 사매였다.
“그나저나 주인께서 이번에 너무 무리하신 듯합니다. 듣기로 제3 코어를 여셨다고요?”
적귀 영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우와 여러 번 함께 싸우며 그가 코어를 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던 적귀였다.
사실 그 작업 자체가 인간의 육신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일이란 것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드래곤의 순수한 마력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면, 그건 그거대로 인간을 초월한 존재란 소리.
“코어 열었지. 덕분에 ‘반룡의 술’도 늘었고.”
“너무 위험해 보입니다, 주인.”
“시간이 촉박하니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하게 되네.”
시우의 말에 다른 사람들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 다가온다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멀린의 연구소는 찾았나?”
“아술이 찾고 있지만··· 감지가 안 되는 모양입니다.”
“그래?”
시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아가페 종단〉이 여기서 얼마나 멀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