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6
300화〉
포효
섬광이 번쩍이고 마력파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지반이 뜯겨 나가는 격랑 사이로 몇 명의 사람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총알이 서로 오가는 것처럼 재빠른 동작.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상대의 주먹이 휘둘러지고 그 강격을 막아 낸 검날에서 어마어마한 파열음이 메아리쳤다.
“크으으으으으아악!!”
검을 들었던 여성은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하고 수십여 미터를 날아가더니 암벽 아래를 꿰뚫고 처박혔다.
“치우! 제기랄, 너무 세잖아!”
간다르바가 욕설을 내뱉으며 날아간 여성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것 같진 않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도 않았다.
대미지가 큰 탓에 곧장 반격은 못 하는 모습.
“흐아아아아압!!”
간다르바가 일갈을 내지르더니 상대에게 발길질을 내갈겼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억!!
마력을 가득 담은 내려찍기가 상대의 한 손에 막히며 애꿎은 땅바닥만 갈라놨다.
‘미스틸 테인’의 발차기를 맨손으로 막아 내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간다르바는 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막히자 재빨리 장갑의 출력을 최대로 올려 작은 태양을 구현해 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땅바닥의 돌 더미까지 녹여 낼 듯한 응축된 열기가 솟아오른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상대를 향해 구현한 태양을 쏘아 날렸다.
얼마 전에 부르데오스나 사야콘과 싸울 때보다 휠씬 더 선명하고 열기 짙은 공격.
장담하건대 제아무리 ‘미스틸 테인’이라 할지라도 근거리에서 쏘아 낸 이 공격은 피 할 수도, 막을 수도 없을 것이었다.
“흠.”
하지만 상대는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가벼운 콧바람만 뀌더니 태양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쩌저저저저저저··· 저저저저적!!
순식간에 치솟은 거대한 빙벽이 간다르바의 태양을 덮쳤고, 열기가 무색하게도 그녀의 공격은 차디찬 냉기에 식어 버렸다.
“이 공격도 좋지만, 발사했으면 마력 유지를 꾸준히 해야지.”
상대 남자, 시우가 간다르바를 보며 싸움을 지적했다.
“크윽! 저렇게 강한 스킬에 마력을 어떻게 유지해?!”
“그거야··· 잘해야지.”
시우는 싱긋 웃더 니 그녀의 복부를 향해 돌려차기를 내갈겼다.
빠ㅡㅡㅡㅡㅡㅡㅡㅡㅡ악!!
간다르바 역시도 먼저 날아간 치우처럼 암벽을 부수며 처박히고 말았다.
“시간 끌어 줘서 고맙다냥!”
그 순간 저 멀찌감치서 술식을 짜고 있던 아누비스가 소리쳤다.
그녀에게서 뿜어진 어마어마한 마력이 술식에 꽉 들어차며 마법진이 번쩍였고, 거대한 모래 해일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시우를 향해 덮쳐들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일대가 갈가리 찢기고 마력파를 따라 온갖 것들이 헤집어졌다.
이 정도 위력이면 어지간한 몬스터 떼는 피 한 방울 남기지 못한 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터.
다수의 적을 상대로 한 공격에는 이만한 마법도 없어 보였다.
아누비스는 대량의 마력이 빠져나가자 숨을 헐떡이며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목표가 나 하나인데, 위력을 분산시키면 어쩌잔 거지?”
그때 흙먼지가 자욱한 곳에서 시우가 걸어 나오며 그녀를 꾸중했다.
“에엑··· 원래 그런 기술인 것이다냥···.”
“원래 그런 기술이 어딨어. 마법은 내 상상력과 의지가 합해져 구현되는 건데.”
“그치만··· 저 거대한 마력을 어떻게 세밀히 조종하냥.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냥.”
아누비스가 나름대로 자기변명을 하며 시우의 말에 반박했다.
“불가능이라.”
“그렇다냥···.”
“처맞다 보면 다 가능해지더라고”
“냥···??”
놀란 그녀가 대처할 틈도 없이 시우의 주먹이 아누비스의 옆구리를 물어뜯듯 강타했다.
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억!!
“컥······!!”
마치 도끼나 해머로 찍어 누른 것처럼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아누비스는 옆구리를 감싸 쥐며 입에서 침 섞인 핏물을 주르륵 흘려 냈다.
“그리고 무슨 기술이든 간에 사용한 직후 무방비 상태가 되면 안 되지. 이게 동반 자살이랑 뭐가 다른데?”
“큽······!”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더는 싸울 수 없다는 무언의 포기 선언.
“내가 시작할 때 말했을 텐데. 실전은 연습처럼, 연습은 실전처럼.”
“냐···냥??”
“걱정하지 마. 죽지는 않을 거야.”
시우가 말을 맺더니 그녀를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아누비스는 어금니가 으스러지도록 꽉 깨물며 엑스자로 팔을 교차시켜 시우의 강격을 막아 냈다.
아니, 막아 내고 싶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콰가가가가!!
직접적인 타격에선 벗어났어도 이어지는 충격과 무자비한 힘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 아누비스 역시도 수십 미터를 나가떨어지고야 말았다.
“후. 3 대 1 인데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이래서야 ‘미스틸 테인’이라고 말하기 쪽팔리지 않나.”
시우가 노골적인 도발을 하며 그녀들을 하나하나 일별했다.
‘미스틸 테인’을 직접 교육하기로 한 뒤 몇 주의 시간이 흘렀다.
열두 명이나 되는 사람을 하나씩 번갈아 가며 훈련시키기엔 어려움이 있어 세 명씩 끊어 가르치기로 했고, 오늘의 차례는 간다르바, 치우, 아누비스였다.
방법은 다른 헌터를 교육할 때와 마찬가지.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패면서 상대가 힘을 쥐어짜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리고 중간중간 상대의 잘못된 포인트를 짚어 주면서 반 죽이기와 회복을 반복한다.
얼핏 듣기만 해도 무식할 것 같은 이 수업은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사실 ‘미스틸 테인’쯤 되면 다른 곳에 가서 실전 경험을 추가로 쌓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운 법.
기껏 마주한 적들은 대부분 그들에게 한 방 컷으로 끝나는 놈들이었고, 전력을 다해 부딪칠 만한 상대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까웠다.
같은 ‘미스틸 테인’끼리는 애초에 싸움이 불가능했으나, 만약 가능하다 했을지라도 그들은 자존심 때문에 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따라서 시우가 해 주는 스파르타식 가르침은 그들에게 귀중한 양식이 되는 중이었다.
원체 전투의 천재들인지라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달았던 것.
“이런 식이면 3 대 1이 아니라 4 대 1 이나ㅡ 아니면 6 대 1로 하는 게 낫겠는데.”
하지만 시우는 ‘미스틸 테인’에게 칭찬을 건네지 않았다.
언제나 그들을 도발했고, 자존심에 기름을 끼얹었으며, 투지에 화약을 집어 던졌다.
이들은 천외천의 경지에 오를 때 칭찬과 찬사밖에 듣지 않았을 터.
이미 그딴 건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해 주는 상황이었으니, 시우는 철저히 그들의 자존심을 짓뭉개고 의식을 끌어 올릴 일에만 몰두했다.
“3초 안에 공격 시작하지 않으면 오늘 수업은 이대로 끝낸다.”
“으그으윽···!! 열받아서 죽을 것 같으신 거예요!”
치우가 입가에 한 줄기 핏물을 흘리며 시우를 날카롭게 노려봤다.
“공격은 주둥이로 하지 말고 들고 있는 검으로 해라.”
“안 그래도 그러실 거예요!!”
그녀의 입에서 짧은 일갈이 터지며 막강한 검기가 시우를 향해 휘둘러졌다.
폭발적인 위력이자 과연 세계 최강의 검사다운 일검이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시우는 그녀의 공격에 맞서 무라마사를 힘껏 휘둘렀다.
달빛조차 베어 낼 것 같은 날카로운 검격이 허공에 그어지고 날붙이와 날붙이의 경합이 암벽 지대에 고스란히 울려 퍼졌다.
섬전이 피어오르고 검이 맞닿은 곳마다 불꽃이 튀겼다.
구려지왕 치우.
모든 검사와 기사들의 우상이자 검과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최정상 검호였다.
시우가 아무리 검을 잘 다뤄도 그녀와 검을 겨루기엔 한참 부족한 실력.
하지만 합이 늘수록 표정이 변하는 건 시우가 아닌 치우 쪽이었다.
“크으윽···!!”
날카로운 도신이 서로 마찰을 일으킬 때마다 그녀의 손목과 오장육부가 비명을 질렀다.
마력을 상회하는 시퍼런 에테르의 기운이 그녀의 검기를 무참히 짓누른 탓이었다.
“하아아아아압!!”
그 순간 상공에서 간다르바의 공격이 쇄도했다.
샛노란 불길이 타오를 듯 휘감긴 강권.
【좁밥, 너 뒈지겠다.】
“설마, 그러리라고.”
시우가 싱긋 웃더 니 제3 코어의 포문을 열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에테르의 힘이 폭포처럼 쏟아져 흘러넘쳤다.
말초 신경 구석까지 파고드는 새파란 기운에 기절할 것만 같다.
그러나 그것과는 반대로 전신에서 뿜어지는 끝 모를 기세가 그의 정신을 붙잡고 몸속에 처박았다.
혈관이 팽창하고 마나맥이 갈기갈기 찢겨 수복하기를 반복한다.
“하.”
한숨과도 같은 짧은 한 음절.
그 찰나 사위의 공기가 날카롭게 벼려진다.
폭발하듯이 마력이 질주하며 시우의 신형이 번개와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치우의 몸이 땅에 처박히면서 그의 주먹이 간다르바의 강권과 부딪혔다.
섬광이 번쩍인다.
아찔한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주위의 암벽을 초토화한다.
무시무시한 돌풍이 불어닥치더니 간다르바의 불길을 삽시간에 꺼 버린다.
쿠과가가가가가가가!!
간다르바가 지반을 박살 내며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시우는 에테르의 힘을 거둬들였다.
전신에서 피가 빠져나간 것처럼 현기증이 일었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고 정신을 붙들었다.
“흠··· 셋 다 기절인가.”
시우는 걸음을 옮겨 간다르바와 치우, 아누비스를 차례로 치료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세다냥.”
잠시 후 의식을 차린 아누비스가 제일 처음 한 말이었다.
“마지막에 대체 뭐였어? 그게 3코어야? 남은 마력 몽땅 끄집어다가 갈긴 거였는데, 스킬도 아닌 맨주먹에 파훼됐잖아.”
간다르바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시우를 보며 말했다.
강하다는 거야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미스틸 테인’ 세 명을 상대로 압도적인 기량을 펼친다는 건 인간을 초월해도 한참 초월한 일이었다.
“어, 맞아. 3코어 열었어. 잠깐 동안.”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일격은 보이질 않으셨던 거예요.”
치우가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시우야, 요즘 좀 빡세게 하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그냥 감이 안 좋아서.”
“감? 무슨 감 말이냥?”
시우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말은 공연한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아냐. 훈련이나 마저 하자.”
“엑··· 또 말이냥?!”
“이 이상 하면 모두 돌아가시는 거예요···.”
“오늘 고작 한 타임 뛰어 놓고 무슨 말들이지? 앞으로 다섯 번은 더 할 거야.”
“미쳤다··· 미친 것이냥···. 간다르바, 말려 보라냥!”
하지만 간다르바는 넋 나간 얼굴로 묘한 웃음만 지었다.
그간 시우를 옆에서 봐 온 경험에 따르면, 이건 절대 빈말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체력이건 마력이건 죄다 쥐어짜여서 바닥에 널브러질 때까지 하려는 셈.
“다들 소리칠 힘이 있네. 문제없겠어.”
시우는 사람들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고, 간다르바와 치우, 아누비스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침울한 얼굴을 했다.
***
크라켄은 거대한 의자에 앉아 아래 도열한 마족 병사들을 훑어 나갔다.
장장 십만의 군사가 살기등등한 눈빛을 한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적들의 피로 목을 축일 것만 같은 굴지의 병사들.
크라켄의 옆으로 다가온 수하가 그에게 금쇄봉을 건넸다.
“준비됐습니다.”
크라켄은 금쇄봉을 들고 천천히 단상 위로 나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린다.
십만이 넘는 무리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사방이 침묵으로 잠겼다.
“나는 마족군 총사령관 크라켄이다!”
그의 탁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다!”
사방에서 기운이 뻗어 올라오고 마족들의 눈에 흥분이 점점 차오르기 시작했다.
크라켄의 뒤에 서 있는 상위 마족들도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고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크라켄의 무시무시한 안광이 번뜩인다.
그는 지난 10년간 참아 왔던 말을 짓씹듯 일갈했다.
“인간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