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299
303화〉
전쟁
크라켄이 진출했던 라틴아메리카와는 다른 방향.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가 마족의 침공을 받았다.
마계의 전 병력이 남미로 향한 줄 알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어마어마한 병력에 놀랐고, 이 공격이 단순한 침략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선전 포고임을 깨닫고 겁을 먹었다.
“인·마 대전이 다시 벌어지다니··· 10년 동안 잘 지내던 마족들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를 청해야 합니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입니까! 이건 그냥 그들이 속내를 드러낸 것뿐입니다! 맞서 싸워야지요!”
“어떻게 싸웁니까?! 벌써 몇 개국이 정복당했는지 아십니까? 이러다가는 우리도 당하는 건 시간문제예요 하루빨리 평화 조약을 다시 맺고 합의를 해야 합니다!”
UN 회의에서 고성이 오갔다.
마족에게 평화 조약을 제안하고 이대로 조용히 넘어가자는 쪽, 우리도 마족에게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쪽.
그리고 중립의 위치에서 사태를 지켜보는 쪽으로 나뉘어 회의는 한 방향으로 좁혀지지 못했다.
특히 평화 조약을 주장하는 쪽에서 내세운 ‘합의’ 조건이 많은 사람에게 반발을 일으켰다.
“그래서 내세운 화평 조건이 침략당한 국가를 전부 마족에게 갖다 바치자는 겁니까?!”
“어허···. 갖다 바치다니요. 표현이 좀 그렇습니다. 이미 정복당한 곳이니 거기까지는 마족의 영역임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무력으로 침범한 곳인데, 그걸 어떻게 인정해 줍니까!”
“무력이든 뭐든 다시 뺏어 올 수나 있겠어요? 저 많은 병력과 어떻게 싸우겠단 말입니까?”
“헌터 협회에서 싸우면 되지 않겠습니까?”
“말 참 쉽게 하십니다. 그 헌터는 어디 공짜로 솟아나나요?”
계속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싸움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에도 마족의 공격은 그치지 않고 있었다.
***
「마족의 공습이 이틀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약 3시간 전에 뉴질랜드는 정부가 궤멸되었고,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와 브라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가 국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급파되었던 브라질 외교관들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채 콜롬비아 칼리에 있는 거대 예수상 손에 걸려 있는 모습이 포작되었습니다.」
「G20에 속한 국가들이 HMCS 특급 요원인 민시우 헌터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겠단 공식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스틸 테인’도···.」
시우는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다가 TV를 꺼 버렸다.
적막해진 공간을 비집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놈들에게 한 방 먹었군.”
최대수가 불붙이지 않은 시가를 잘근잘근 깨물며 내뱉었다.
테이블엔 따로 긴급 소집 명령을 내리지 않았어도 ‘미스틸 테인’이 전부 모여 앉아 있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독니를 드러낼 줄은 몰랐다. 재난이란 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이란 게 다시 느껴진다.”
키플라갓이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서 회의나 해도 괜찮은 걸까요?”
“느긋하게 앉은 게 아니라, 의견을 모으시기 위한 거예요.”
이자나미의 물음에 옆에 있던 치우가 대신 대답했다.
“나도 이자나미의 의견에 동의하는데. 일단 전쟁터에 가서 본보기를 보여 준 다음 회의해도 되지 않아?”
한스 슈뢰더가 물었다.
“어리석은 짓이다, 한스. 계획 없는 전투는 전투가 아니라 폭동일 뿐이지.”
최대수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보며 대답했다.
“낄낄낄. 마족은 이번 일을 수년에 걸쳐 계획했을 거다. 그럼 ‘미스틸 테인’이나 하이 랭커들이 쳐들어올 것도 상정하고 있겠지. 나는 부나방처럼 미련하게 달려들다 죽고 싶지 않아.”
빌리 더 키드가 모자를 손에 들고 뱅글뱅글 돌리며 입을 열었다.
사실 그 말이 가장 솔직한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미스틸 테인’이나 하이 랭커라고 해시 자신의 목숨이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때 나미르가 시우를 바라보았다.
“주인님, 생각해 놓은 계획이 있으세요?”
“대강 짜기는 했는데,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네.”
“시우가 짰으면 무조건 성공할 거야! 지금까지 안 먹힌 적이 없었잖아!”
시우 가까이 앉은 간다르바가 입꼬리를 활짝 올리며 그의 말에 힘을 실었다.
“우선 세 팀으로 나눌까 하는데.”
“세 팀? 하나는 라틴아메리카 쪽에, 다른 하나는 오스트레일리아··· 나머지는 마계에 쳐들어가는 것이오?”
‘성난 말’이 의아하다는 듯 눈빛을 했다.
시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마계에 쳐들어가면 좋겠지만, 마왕과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부족해. 마왕이 넷이니 ‘미스틸 테인’이 셋씩 찢어져서 싸우게 될 텐데, 내 생각엔 이기지 못할 것 같거든.”
팔다리가 뜯겨 나가도 적의 수장만 죽일 수 있다면야 시도해 볼 만한 작전.
그러나 적의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 시점에서 무작정 돌입하는 건 불난 집에 기름통을 안고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다면 먼저 누구를 없애야 하는 것이냥?”
“일단 마왕의 최측근 권속들. 라틴아메리카는 크라켄이 총지휘를 맡아서 하는 것 같더군.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쪽에는 타타르, 솔라소, 히카탄이 있는 것 같다.”
“놈들을 처리하고 나면 다음은 마계로 가는 것이냥?”
“우리가 가는 게 아니라··· 놈들이 나오게 해야지. 뭉쳐 있으면 우리한테 불리할 거다. 게다가 마왕이 전부가 아니야.”
“그럼 또 누가 있냥?”
아누비스가 불안하다는 눈으로 시우에게 되물었다.
“대악마라는 존재가 있다.”
사실 악마에 관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S급 게이트에서 발록을 보았을 때나 오로바스와 싸웠을 때 헌터들이 놀라 했던 것.
‘미스틸 테인’은 처음 들어보는 존재에 의아함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대악마···? 그런 건 처음 들어 보는데.”
케르베로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 렸고, 옆에 있던 사람들도 그에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바바 야가와 생 제르맹의 시체를 갖고 [메모리 탐지]를 해서 얻어 낸 정보야. 그리고 HMCS 최고 보안 등급을 받고 기밀 취급되었으니 모를 만도 하지.”
“대체 대악마란 존재는 뭐냐? 마왕 같은 존재인 건가?”
최대수가 인상을 구긴 채 질문을 던졌다.
“악마들에겐 마왕 같은 존재지. 그들은 마왕을 섬기지 않으니까. 생각해 보면 악마를 통솔하는 상위 악마가 있는 게 당연한데, 워낙 베일에 싸인 놈들이라 알아낼 방도가 없었던 거지.”
“그래서··· 마왕들 넷에 대악마라는 놈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을 없애야 하는 건가?”
“아니.”
시우가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 하나가 뜨며 적의 계급도가 나타났다.
마족의 네 마왕과 그 아래에 있는 권속들의 이름.
그리고 옆에 있는 악마의 칸에는 총 세 개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다.
“메피스토펠레스, 바알제불, 아스모데우스. 대악마는 셋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각각의 강함은 마왕에 필적한다고 하더군.”
***
“죽어라! 이 마족 새끼들!!”
군인들이 전방을 향해 총을 마구 내갈겼다.
사방에서 총탄이 오가고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중간중간 헌터들이 스킬을 사용하며 폭탄과는 다른 섬전이 사방을 물들이고 굉음을 일으켰다.
“이 제기랄!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잖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는 밀려드는 마족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마족들은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이 사람보다 뛰어났기에 대부분 C급 헌터 이상의 육체를 지니고 있었고, 그 탓에 총알이 여러 발 꽂혀도 무사한 경우가 많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군인들과 헌터들은 절망에 물든 눈빛으로 파도처럼 덮쳐 오는 마족을 바라봤다.
조국을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싸우고 있는데, 그런 애국심조차 광기로 번들거리는 마족의 기세 앞에선 속수무책.
“야!! 지원군은 아직 멀었어?!”
“염병할! 그딴 게 오겠냐?”
“이 개같은 놈들···! 마족에게 침략당해도 좋다 이건가?!”
온갖 공격이 빗발치는 곳에서 사람들은 점점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마족의 진공은 집요했다.
그들은 죽음을 초월하기라도 한 듯 동료의 주검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으며 오로지 전진 또 전진했다.
“저기 적들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놈이 있다! 저기부터 공격!!”
그때 헌터 중 누군가가 적진 한복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그곳엔 다른 마족과 달리 여유로운 흰색 슈트 차림의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워ㅡ 나부터 치려나 본데?”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타타르가 가느다란 눈을 치뜨며 이죽거렸다.
곧이어 십수 명의 헌터들이 그를 향해 죽음을 불사하고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아이고, 무서워라. 버러지들이 애쓰느라 고생이 많구먼.”
그는 손가락 관절을 꺾더니 발을 박찼다.
그 순간 타타르의 신형이 사라지며 한 줄기 빛살이 헌터들 사이를 종횡무진 오갔다.
눈으로는 좇을 수 없는, 그야말로 초신속의 세계.
“뭐야, 이놈 어디 갔어?!”
“야! 이 새끼 너무 빠르ㅡ”
“설마 지금 쏘아진 빛이···.”
헌터들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듯 제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나마도 빛살을 알아차린 헌터는 소수였고, 나머지는 그저 상대가 사라진 것처럼 느꼈을 뿐이었다.
2초가량이 흘렀다.
“큭큭큭. 이제 정신들 차리셨나?”
헌터들의 뒤편에서 타타르의 모습이 다시 드러났고.
“야!! 뒤쪽에 있다!”
가장 먼저 눈치챈 헌터 하나가 타타르를 가리키며 동료들에게 외쳤다.
헌터들은 다시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어라? 아직 못 깨달은 모양인가?”
그때 타타르가 머리를 긁적이며 아리송하단 말투로 그들에게 말했다.
“닥치고 죽어라, 마족!!”
“아이, 씨바아알. 큭큭큭, 버러지는 지들이 뒈진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야? 말을 해 줘야 아나?”
“그게 무ㅡ”
마족의 말에 대꾸하려던 헌터의 몸이 세로로 쩍 갈라지더니 바닥에 쓰러졌다.
“어···?!”
“자, 잠깐만···.”
다른 헌터들이 비웃고 있는 타타르와 죽은 동료의 몸을 번갈아 바라보며 하얗게 질린 낯빛을 했다.
“크허···!”
그리고는 이내 자신들의 몸에서 기다랗게 새어 나오는 핏물을 보며 조각조각 나뉘어 무너져 내렸다.
타타르의 공격인 순살(聯殺)은 시간차를 두고 대미지가 드러나는 신기였다.
그는 죽어 나자빠진 헌터들의 신체를 발로 걷어차며 전선으로 향했다.
“캬아. 강해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라니까.”
***
악마의 궁.
메피스토펠레스가 맞은편에 앉은 존재를 보며 굳은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제1계 마왕께서는 우리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말이군요.』
『그렇소, 메피스토펠레스공.』
본체가 아닌 사념체를 보내 대악마와 마주한 제1계 마왕은 입가에 호선을 그린 채 말을 이었다.
『이 세상을 손에 넣고 나면 섭섭하지 않게 사례를 하도록 하겠소.』
메피스토펠레스는 어둠 속에 녹아든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망설이시는 거요? 우리 관계는 꽤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오만.』
메피스토펠레스가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제1계 마왕께서는 나중에 우리에게 어떤 사례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제1계 마왕은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엇이든 원하는 게 있다면 말씀하시오. 내 다 들어드리리다.』
대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여유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이 세상의 반을 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