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
30화〉
도축
시우는 공동에 들어서자마자 그물처럼 가늘고 얇게 마력을 고루 펼쳤다.
0.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내부 사정을 모두 파악한 것이다.
세력은 크게 세 덩이.
하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적 둘과 황정구, 볼크.
다른 하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적 넷과 추하민, 적귀.
남은 하나는 저 멀리서 관전하고 있는 강한 기운 둘.
시우는 상황 파악을 끝내자마자 가장 가까이 있던 적을 죽였다. 칼 한 방에 죽는 걸 보니 제일 약한 놈인 것 같다.
“머··· 멍청 멍청이!”
활을 든 여자가 힘껏 마력을 응축하더니 시우에게로 발사했다.
‘스킬이군.’
수백여 개의 빛살로 변한 화살이 거칠게 바람을 휘저으며 쏘아졌다.
쐐ㅡㅡ액!!
널따란 공동이긴 했어도 지근거리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쉽게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발 한발에 위력이 담긴 마력 공격.
‘스킬 하나 간다.’
【여기 먹을 것들 많다! 감히 나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다! 몸통 박치기해라. 식량!】
시우는 프레의 말을 무시하고 술식을 재빠르게 배열해 마법진을 형성했다.
[빙화 : 서리의 춤]손끝을 타고 한기가 줄기처럼 뻗어 나간다.
주위 온도가 삽시간에 떨어진다.
새하얀 냉기가 시우가 계산한 좌표를 사정없이 얼려 버린다.
쩌저저적··· 쩌저저적···!
그 서릿발 같은 한랭에 공기와 호크아이의 강격마저 차갑게 굳어 버리고.
“···마, 말도 안···.”
호크아이는 얼음벽에 갇힌 자신의 마력 화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얼음 마법이 다른 마력을 ‘막는 건’ 보았어도 ‘얼리는 건’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런 마법이 세상에 가능할 리···.”
“마법에 불가능이 어딨어.”
옆에 나타난 시우의 기척.
호크아이는 발을 떼고 멀찌감치 물러나려 했다.
그런데 생각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크으윽!”
자신의 신발을 얼음이 묶어 두고 있었다.
“너도 베스티아냐.”
“나ㅡㅡ!”
시우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심장을 나이프로 찔렀다.
호크아이는 자신의 심장을 쳐다보고 시우를 쳐다보다 이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마력은 거짓말 안 하거든.”
시우는 볼크와 황정구에게 다가갔다.
“쿨럭! 서, 선배니임···.”
“그르르륵···.”
“병신들. 뒤지지 말랬지.”
한심하다는 듯 타박한 시우는 그들을 치유했다.
피가 멎으며 찢어진 근육과 혈관, 피부 따위가 재생됐다.
다른 힐러가 했다면 지혈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것이다.
고작해야 자상 부위가 조금 아무는 정도였을까.
그러나 시우의 재생력은 그 모든 상식을 거부하고 본래의 건강한 상태로 되돌려 놨다.
이미 경험을 해 본 볼크와 황정구였지만, 다시 한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너희들은 쉬어라. 나머진 다 내 몫이다.”
시우는 대답을 듣지 않고 발을 박찼다.
저 멀리서 적귀와 웬 놈이 싸우고 있던 것이다.
‘추하민은··· 이미 쓰러졌군.’
금이 간 동굴 벽면 아래, 너덜너덜한 갑옷 차림의 남자 하나가 기절해 있었다.
아수라 스킬을 발현한 추하민.
【저 좁밥 또 쓰러져 있다. 쟤 스킬 기절인가 보다.】
“······.”
시우는 먼저 마력을 끌어 마법진을 형성했다.
티그르가 마력을 모아 여기저기를 찢어발긴 후, 적귀의 머리를 내려찍으려 했기 때문.
“어딜.”
손바닥에 형성된 마법진을 바닥에 찍자
“크아아악!”
거대한 돌주먹이 티그르를 천장까지 쳐올렸다.
쿠우웅!!
적귀는 시우의 모습을 보더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몸 여기저기가 찢기고 베인 상처로 가득했다.
“끌끌. 주인님의 주구가 아니었다면 한 합도 견디지 못했을 뻔했습니다.”
시우는 말없이 적귀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오오··· 이게 바로 재생”
“영감은 이제 쉬어.”
그리고 추하민의 상처를 치유하러 가려는데, 그리즐리의 스킬이 날아들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투콰아악!
뾰족하게 갈린 거대한 돌덩어리.
말이 돌덩어리지 거의 중형차 한 대만 한 크기였다.
시우는 자신에게 쏘아지는 스킬을 보더니 손바닥을 내밀었다.
[이 좁밥! 나중에 치킨 한 마리, 아니 두 마리 내놔라!】“얼마든지.”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술식을 이루는 도형과 문자를 구축했다.
새까만 마법진이 의지에 맞춰 생성되며 팽이처럼 돌았다.
시우를 꿰뚫어 죽일 것 같던 돌덩어리가 마법진과 격돌했다.
트그르르르르!
“뭐야 저건···.”
그리즐리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저깟 마법진쯤이야 자신의 스킬이 개박살 낼 거라 판단했던 것.
그러나 마법진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스킬이 부서진 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새까만 마법진에 삼켜져 마력의 입자 단위로 분해돼 공중으로 흩어지는 스킬.
그리즐리는 방심하지 않았다.
적귀와 맞서는 순간엔 그와 대결해 본 적이 없어 얕잡아 봤던 게 사실이었다.
설마하니 실전에 자주 쓰이지 않는 주구를 사용할 줄은 몰랐던 것.
하지만 지금 날린 바위는 그의 회심의 스킬이라 봐도 무방했다.
상대를 동굴 벽에 깊숙이 처박고도 남을 공격.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위로 돌아가다니.
“히히, 오빠 강해서 좋다!!”
그때 울버린이 워 해머를 크게 휘둘렀다.
콰과아아앙!
땅바닥을 깊숙이 깨부순 해머는 상대의 회피를 알아채고 곧장 위로 솟구쳤다.
화르르륵!
궤적을 따라 타오르는 새빨간 화염.
시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공격을 피해 냈다.
마력을 얇게 여러 겹 피부에 둘러쌌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은 그에게 생채기조차 낼 수 없었다.
“오빠 나랑 놀자!”
지이이잉ㅡ
워 해머가 푸르게 물들었다.
‘주구··· 가 아니라 마력템이군.’
푸른빛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조금 전보다 두세 배는 빠른 속도로 짓쳐들어왔다.
콰아앙! 파카아앙! 콰과아앙!
지반을 다 깨부술 작정인지 울버린의 공격은 멈추질 않았다.
“두더지 잡기를 내가 할 게 아니라 네가 했어야겠네.”
“히히히! 이제는 오빠가 두더지 할 차례야!”
광기 서린 미소를 지으며 울버린은 시우의 형상을 쫓았다.
작은 체구에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기할 따름.
그 순간,
“크아아아아!”
티그르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울려 퍼졌다.
시우가 날린 돌주먹을 박살 낸 그는 지체하지 않고 스킬부터 발동했다.
[광전사: 투우]티그르를 중심으로 바닥에 붉은 원이 그려진다.
스킬이 가동되면 티그르를 포함해 반경 안에 있는 적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제한 시간 1분.
그 시간 동안 티그르는 기존 신체 능력치의 두 배가 상승하며 상대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은 양날의 검.
만약 1분 안에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시전자는 30분 동안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상대를 반드시 죽이려 할 때 발동하는 티그르 고유의 스킬.
“너 이 개자식! 적귀 늙은이랑 같이 생살을 저며 죽여 주마!”
그의 안광이 분노로 반질거리며 거친 포효가 터져 나온다.
파아아앙!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티그르의 신형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추하민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몸놀림.
“크아아아악!”
시우의 얼굴을 향해 섬전 같은 라이트 스트레이트가 꽂힌다.
0.1초를 느끼지 못하는 헌터라면 즉사했을 속도.
시우는 목을 틀어 공격을 피했다.
공격 각도가 너무 단순했던 것.
그러나 티그르는 히죽 웃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한 거니까.
“크하하하하!”
연이은 주먹세례가 시우의 몸에 불꽃처럼 터진다.
티그르는 헤비급 프로 복서 움직임 그 이상을 보이며 시우에게 난타를 퍼부었다.
퍼버버벅!! 퍼억! 버어억!!
거친 파열음이 시전자의 붉은 공간 안에서 끔찍하게 울린다.
[광전사]는 모든 걸 불태우기 위한 최후의 스킬.티그르는 손속을 두지 않고 두 주먹에 마력을 가득 실어 상대를 후려갈겼다.
상대가 가드를 올리고 있다곤 하나, 타격했을 때 손맛이 느껴지는 걸 보면 공격이 먹히고 있는 것.
“크하하하! 그 잘난 스킬을 사용 못 하니 허수아비 꼴이구나!”
물론 마력은 사용할 수 있지만, 마력만으로는 버티기에 많이 벅찰 것이다.
왜냐하면 티그르의 마력은 [광전사] 스킬로 두 배가 되었기 때문에.
“이제 뒈져라!!”
티그르는 몇 걸음 재빨리 물러서서 손가락 가득 마력을 실어 날렸다.
콰가가가가!
지반과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소리와 함께 공동이 흔들리고 벽에는 거대 몬스터가 할퀸 것 같은 홈이 파인다.
모든 마력을 쏟아부은 마지막 일격.
“허억··· 허억···.”
[광전사] 스킬이 해제된다.1분간의 무자비한 구타가 끝났다는 소리.
붉은 원이 사라진 자리엔 자욱한 흙먼지만 가득했다.
티그르는 놈의 사체를 찢어 놓기 위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런데,
“너··· 어떻게 살아 있는 거냐.”
시우는 차가운 눈으로 멀쩡히 서 있었다.
옷에 붉은 핏물이 묻어 있긴 했지만,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건 좀 아프더라.”
“너 이새끼 대체 뭔 짓을···!”
[광전사] 스킬을 사용해서 죽이지 못한 적이 없었다.모두 넝마가 되어 피투성이 채 뒹굴기 마련인데.
“마력으로 잘 막으면 되지.”
시우는 별것 아니란 듯이 대꾸했다. 그리고 그 말은 정답이었다.
만약 돈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면 더 큰 돈으로 해결하면 되듯이.
마력 공격은 더 큰 마력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
“이제 내 차례냐.”
시우는 몸을 날렸다.
티그르는 움찔하며 마력을 운용하려 했다.
‘어??’
순간 잊고 있었다.
[광전사] 스킬의 부작용을.-만약 1분 안에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시전자는 30분 동안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자, 잠깐!!”
그러나 그 같은 외침이 시우의 몸을 멈출 리 만무했고.
뻐어어어억!!
마력을 두른 하이킥 한 방에 티그르의 머리가 날아갔다.
“저 병신!”
“티그르!”
그리즐리와 울버린이 스킬을 발동하며 달려들었다.
벌써 사수귀 중 두 명이 당했다.
“크로우! 맘바! 씨발 거기서 언제까지 구경하고 있을 거야!”
그리즐리는 다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블랙맘바와 단장 크로우는 손을 흔들며 테이블에 편히 앉아 있을 뿐.
“빌어먹을 새끼들!”
그리즐리는 스킬을 구현했다.
[석갑 : 땅의 화신]콰드드득···.
주변 돌무더기가 모여들더니 그리즐리의 몸을 갑옷처럼 둘러쌌다.
거대한 골렘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석갑.
울버린이 먼저 앞으로 나가 워 해머를 거칠게 휘둘렀고, 그 뒤를 그리즐리가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시우의 시선이,
방금 그리즐리가 부른 ‘맘바’에 꽂혀 있다는 것을.
“히히! 오빠 이제 바이바이야!”
터어억!
이상한소리였다.
바닥을 작살 내는 소리나, 상대방 피육이 짓이겨지는 소리 둘 중 하나가 나야 정상인데.
터억이라니.
울버린은 시우에게 간단히 잡힌 해머를 보며 땀을 흘렸다.
이제껏 무기를 피하거나 막은 사람은 봤어도 ‘잡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게··· 블랙맘바냐.”
서슬 푸르고 써늘한 시우의 음성.
냉기가 깃든 그의 안광에 울버린은 다리부터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킬러로 살아오며 한평생 타인에게 공포를 주기만 했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타인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히··· 히끅!”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온다.
아, 죽는구나.
울버린은 헌터의 본능으로 직감했다.
시우는 자신이 붙잡은 워 해머를 가슴팍으로 천천히 이끌더니 끝에 달린 창으로 그녀를 찔렀다.
울버린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고꾸라졌다.
그리고 뒤를 이어 그리즐리가 주먹을 날린다.
시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더니 울버린의 무기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키이이이잉ㅡ
기묘하게 울부짖던 해머는 시우의 눈빛을 닮은 새파란 광채를 흩뿌렸다.
시우는 해머를 잡고 휘둘렀다.
빛의 궤적을 춤추듯 사방에 그리는 워 해머.
“뭐냐! 똑바로 싸우ㅡ.”
상대가 장난한다고 여긴 그리즐리는 버럭 성을 냈다.
그러나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퍼거거거걱!
전신을 둘러싼 돌이 산산조각 나며 그리즐리의 몸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어···?”
시우의 해머가 그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콰직!!
그리즐리 몸에서 쏟아진 피가 바닥을 적셨다.
시우는 추하민을 치료한 뒤에 크로우와 블랙맘바에게 다가갔다.
“하··· 이제 찾았네.”
짝! 짝! 짝!
그때 크로우가 박수를 쳤다.
침묵에 싸여 있던 공동이 그의 박수에 깨어난 것처럼 보였다.
“대단해! 내가 그동안 키운 조직을 반나절도 안 돼서 토막 내놨네!”
“그렇습니다, 단장. 대단한 ‘그릇’들이네요.”
옆에 앉아 있던 블랙맘바가 새까만 눈으로 시우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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