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ld healer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304
309화〉
마족의 힘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흉악한 마기가 숲을 통째로 밀어내며 ‘미스틸 테인’을 향해 돌진했다.
마치 수백 마리의 버팔로 떼가 한 번에 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기백.
아직 한참 떨어진 거리임에도 짓쳐 오는 막강함에 헌터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하란 말이야?’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그들의 얼굴만 보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후우ㅡ 빌어먹게도 강하군.”
최대수가 단전에서 마력을 한껏 끌어 올리며 비장한 눈빛을 했다.
그는 반지와 팔찌를 다시 확인해 보며 무슨 아티팩트를 사용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저건’ 어중간한 아티팩트로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마기를 숨긴 채 어둠 속에서 급습하는 것도 아니고, 나무를 죄다 으스러트리며 직진하는 저 모습에선 두려움이나 망설임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실력이 폭력에 가까운 힘임을 알기에 가능한 작전.
아니, 이건 작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미친 새끼··· 저건 괴물이라고 하기에도 부족하다.”
얼마 전에 크라켄을 마주했었던 키드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까지 흘리며 전방을 노려봤다.
그날 느꼈던 크라켄의 섬뜩함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그를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절대 강자의 격.
“확실히 괴물이기는 하군. 일대일로 싸워선 도저히 승산이 없겠어. 최대수 정도면 해볼 만한가?”
“이봐, 한스. 날 죽이고 싶으면 그냥 죽이고 싶다고 말하지 그래?”
최대수가 한스를 보며 어이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넷이니까 좀 낫겠지.”
“낄낄···. 케르베로스, 너는 가까이에서 싸우지 않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얼씨구~? 키드, 너도 근접 전투는 아니잖아. 멀리서 총으로 쏘는 주제에.”
“다들 그만 떠들어라. 놈이··· 온다!!”
최대수가 눈을 빛내더니 아티팩트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전신을 은빛 갑주가 아우르며 그의 양손에 커다란 검과 방패가 나란히 구현된다.
그 순간 풀숲에서 진동이 울리며 큼지막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그아아아아아아악!!”
흉측하게 생긴 소머리의 남자가 괴성과 함께 나타나더니 금쇄봉을 거칠게 휘둘렀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쩌어어어엉!!
묵직하게 내리꽂히는 강격을 최대수가 방패로 막아 냈다.
섬전이 피어오르고 짙은 마기와 마력이 부딪히며 일대에 어마어마한 마력파가 퍼져 나갔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들을 중심으로 파문이 일며 나무들이 죄다 부러지고 지반이 곳곳에서 깨지고 무너졌다.
헛웃음이 나올 만큼 무지막지한 일격에 최대수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인간 놈들···!! 죄다 갈기갈기 찢어 죽여 주마!!!”
크라켄이 이를 빠드득 갈며 쇠를 긁는 듯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의 주위로 살기 가득한 기세가 폭풍과도 같이 휘몰아치며 일대를 무섭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드드드드드득!!
“크으으으윽···!! 이 미친 괴물 새끼가···!!”
최대수의 꽉 깨문 잇새에서 피가 흐르고 이마에 혈관이 불룩 튀어나왔다.
다시 금쇄봉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진다.
최대수는 방패에 마력을 더욱 불어넣으며 하체에 균형을 맞추고 턱에 힘을 가득 줬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국가 보물급인 아티팩트가 단순한 공격 두 방에 찢겨 나갔다.
“으그으으···!!”
최대수는 망가진 방패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와락 구겼다.
방패를 쥐고 있던 손이 불에 지진 것처럼 홧홧하게 아려 오며 갑옷 틈으로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후욱···! 후욱···! 인간 주제에 내 금쇄봉을 두 번이나 막다니!!”
크라켄이 붉은 안광을 부라리더니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 옆으로 금쇄봉을 휘둘렀다.
타다다다다탕!!!
그 순간 격발음이 연속으로 울리며 마력을 듬뿍 담은 탄환이 크라켄의 금쇄봉과 팔뚝, 가슴 쪽으로 발사됐다.
뒤에 쏜 총알일수록 그 위력이 배가되는 키드의 기술.
크라켄은 가슴으로 날아오는 총알에서 본능적으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다른 총알에서는 느껴지지 않은 위력적인 마력의 양.
그는 최대수에게 휘두르려 했던 금쇄봉의 방향을 틀어 날아오는 총알을 쳐 내기 시작했다.
콰가가ㅡ 꽈아ㅡㅡ 꽈아아앙!!!
금쇄봉의 단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탄에 크라켄의 몸이 휘청거렸다.
마기량으로는 마계 내에서도 따라올 자가 없는 크라켄이었지만, 키드가 쏘아 낸 탄환은 쉽게 맞받아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때 낯선 기운 하나가 크라켄의 앞에 섰다.
무기를 휘두르느라 몸통이 빈 곳을 노리고 한스가 다가간 것.
한스의 주먹으로 광대한 양의 마력이 뭉쳐지기 시작한다.
그러모은 마력이 주먹이 새파랗게 보일 정도로 선연하게 빛났다.
크라켄은 흠칫 놀라며 휘둘렀던 금쇄봉을 재빨리 거두려 했다.
“ㅡ무슨?!”
그런데 그의 몸이 무언가로 꽁꽁 묶어 농은 것처럼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1초.
아니, 0.5초라도 좋다.
저 미친 괴물의 몸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케르베로스로서는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숲속 어둠에 가려져 있던 곳에서 무수히 많은 그림자가 뻗어 나와 크라켄의 사지를 옭아맸다.
그는 움직이지 못하는 팔을 보며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어딜 보는 거냐, 괴물.”
그 찰나 한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그의 오른 주먹이 크라켄의 옆구리에 내리꽂혔다.
불을 뿜는 한 줄기 섬전이 격렬한 굉음을 일으킨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ㅡ!!!
크라켄의 몸뚱이가 일직선으로 힘차게 날아가며 지반을 깨부수고 어마어마한 흙먼지를 만들었다.
“와우~ 꽤 아프겠는데?”
케르베로스가 휘파람을 불며 웃었다.
“낄낄낄. 어땠나, 한스. 대미지가 들어간 것 같아?”
키드의 질문에 한스는 자신의 오른 주먹을 물끄러미 살폈다.
마력으로 둘러쌌음에도 느껴지는 아릿한 충격.
“손끝에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대미지가 먹혔는지는 모르겠어. 단단한 정도가아 니라 쇳덩이를 내리친 기분이야.”
“후우ㅡ놈이 다시 들이닥칠 거다. 기분은 더러워진 모양이지만, 몸뚱이는 멀쩡해 보이는군.”
옆에 있던 최대수가 시가를 빨아들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미스틸 테인’ 넷이 번갈아 기술을 사용했는데도 적을 꺾어 놓지 못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니ㅡ
이건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그때 전방에서 산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노성이 들려왔다.
크라켄이 극악무도할 만큼의 격을 사방에 풀어헤치며 눈에서 불꽃 같은 아지랑이를 피워 올린 채 그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이거··· 지뢰를 밟은 것 같은데.”
키드가 한숨을 푹 내쉬며 천천히 총을 들어 올렸다.
***
도심 각지에서 날붙이끼리 부딪치는 파열음과 스킬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다.
시우는 전란의 상황 속에서 마력 감지를 펼쳐 애들레이드 전역을 훑어 나갔다.
‘이쪽 구역에는··· 없군.’
그는 달라붙는 마족들을 차례차례 죽여 나가며 이곳의 지휘관인 타타르를 잦았다.
타타르는 예전에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던 상대.
마력 코드를 분별해 낼 수 있는 시우는 적이 수십이든 수백이든 마력 감지 안에만 있다면 찾아낼 수 있었다.
“쿠워어어억···!”
무라마사가 적의 심장을 꿰뚫으며 핏물을 흩뿌렸다.
시우는 바닥에 널브러진 마족들의 시체를 즈려밟고 주변을 일별했다.
아직도 일천이 넘는 마족들이 그를 노려보며 겁도 없이 뛰어들고 있었다.
프레가 발한 [크레이지 드로잉] 스킬이 적진을 유린하고, 시우의 총칼이 수백에 달하는 적들을 죽였지만 그들은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좁밥, 마력 다 떨어진 것이냐?】
프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물었다.
“아니. 고작 이 정도 갖고 다 떨어지진 않지. 최대한 마력 아끼면서 신체 강화로만 싸우고 있으니까 걱정 마.”
【너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네가 죽으면 나도 죽으니까 그런 것이다!】
프레의 당당한 모습을 보며 시우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그놈이 안 보이네.”
시우가 달려드는 마족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중얼거렸다.
【그놈? 에그타르트 말인 것이냐?】
“에그타르트가 아니라 타타르···. 뭐, 너 좋을 대로 불러라.”
시우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 그런데 더럽게도 많네, 이거. 언제 다 죽이지?”
“죽여라!! 고작 인간 하나다! 목숨을 걸고 막아라!!”
“놈은 이제 지쳤다! 모두 마법을 때려 박아!”
놈들은 시우의 말은 듣지도 못했는지 그가 잠시 멈춰 서자 지쳤다고 판단하여 스킬을 구사했다.
흑마법.
그 도리를 벗어난 어둠의 기운이 시우가 있던 자리를 물들였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수십 개가 넘는 술식이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시우는 입술을 비틀더니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0.01초의 차이로 서 있던 곳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까맣게 녹아 흘렀다.
역겹고 탁한 냄새가 진동한다.
그는 코어를 열어 에테르의 힘을 끄집어내 전신에 순환시켰다.
마나맥을 얼려 버릴 것처럼 차갑게 흐르는 기운이 근육 곳곳에 파고들며 한기를 일으킨다.
시우의 주먹에 에테르가 모인다.
“뒈져라, 새끼들아.”
비릿한 미소를 흘린 시우가 전방을 향해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ㅡㅡㅡㅡㅡㅡ쿠과가가가가가가가!!!!!
미사일 폭격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일대가 초토화된다.
고작 한 번의 주먹질로 이백이 넘는 마족이 그 자리에서 먼지처럼 흩어졌다.
일직선으로 뻗은 파괴의 흔적 사이로 거대한 마기가 꿈틀거린다.
“아이, 씨바알ㅡ 어떻게 안 거지?”
타타르가 엉망이 되어 박살 난 실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티팩트를 발동해 기척을 죽이고, 실드를 겹겹이 펼쳐 누구보다도 안전한 지대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소모한 아티팩트만도 다섯 개.
그런데 시우의 주먹에서 솟구친 마력파가 타타르가 있던 곳을 정확히 지나간 것이다.
“잘 숨는다고 숨었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바퀴벌레가 숨는다고 못 잡냐? 에프킬라 뿌리면 알아서 튀어나오게 돼 있어.”
“킬킬킬··· 이 쓰레기 같은 인간 놈이 누구한테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타타르가 눈을 날카롭게 치뜨며 짓씹듯이 말했다.
그에게 있어서 민시우는 작은 재해 같은 존재다.
자신이 마왕의 권속이란 걸 알면서도 겁 하나 먹지 않고 칼을 들이대던 광견.
과연 인간 중에 처음으로 마왕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실력자답게 어지간한 걸로는 위협조자 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수천이나 되는 마족들과 맞서 싸우면서 오히려 상대를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타타르는 솔직한 심정으로 민시우와 맞붙고 싶지 않았다.
실력을 키웠다고 생각한 지금도 막상 눈을 마주하고 나니 그 생각이 틀렸음을 깨달은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안 어울리는 정장을 입고 있는 건 똑같네.”
시우가 무라마사를 들고 타타르를 향해 터벅터벅 다가갔다.
“하··· 씨바알 네 덕분에 마계에서 내 위상이 존나게 깎여 내려갔잖아.”
“그랬어? 이제 그런 소리 안 듣게 아예 모가지를 뽑아 줄게.”
“킬킬킬··· 인간 따위가 미쳤군. 네놈같이 하찮은 종족이 이 많은 마족을 전부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가 그딴 거 신경 쓰는 놈으로 보여?”
시우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는다.
타타르는 순간 움찔하며 재빨리 자리에서 피했다.
쩌ㅡㅡㅡㅡㅡㅡㅡㅡㅡ엉!!!
간발의 차이로 시우의 검기가 바닥을 짓뭉갰다.
“왜 피해, 바퀴벌레 새끼야.”
시우가 서늘한 눈빛으로 상대를 노려본다.
타타르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권속이 괜히 권속이 아니란 걸 알려 주지.”
〈